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Opera[오페라] - the second act[제 2막]

★은하수★ 2009. 5. 19. 16:55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인물의 탄생배경(?)부터 싹 뜯어고친 무적(?) 판타지입니다! -안개의 수호자이므로 나기(크롬)의 성을 ‘미스트’라고 임시로 정했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버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상큼하게 웃으며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무크로군 중심입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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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ond act [제 2막]-

 

무크로는 미스트 공녀 앞에서는 연신 웃는 낯을 유지했지만 자신의 아가씨만 옆에 없으면 바로 살기 가득한 얼굴로 바꿔치기했다. 백란과 단 둘만 있을 때의 살기가 최고였다. 지금도 미스트 공녀가 먼 친척과 응접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만 응접실과 통하는 비밀 문 앞에 서있었다.

“다 들켰으면서 아직도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이 모습으로 있을 때 아가씨가 안심하는 것 같거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눈을 닮은 백발은 길고 탐스런 검정 가발에 완벽하게 가려지고, 남성다운 체형은 코르셋과 메이드 복에 철저하게 감춰졌다. 한 듯 안한 듯 옅은 화장도 백란이 ‘남자’라는 사실을 감추는데 한 몫 했다.

무크로는 백란을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도 이리저리 변장해 봤지만 생물학적 성을 거스르는 변장은 일절 하지 않았다. 남자로서의 자존심? 그것과는 다르다. 그저 여자로 변장하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운 것이다. 차라리 병약한 인간 행세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니, 그의 여장 혐오를 가늠해볼 수 있겠는가?

또, 무크로는 백란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백란이 자신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미청년이라 생각해 본 적 있지만(그 말은 즉, 로크도 무크로는 자기 자신이 미청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여성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정도로 아리따울 줄은 몰랐다. 정말 완벽한 얼굴에 몸매, 행동거지 등 온갖 자태가 ‘저는 여자입니다.’라고 말했다.

충격에서 벗어난 나기가 백란의 미모에 감탄하면서 무크로에게도 한 번 해보라고 농담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무크로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나기’라는 여성이 인정하는 자신의 고운 외모에 자긍심이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백란과 비교되고, 여장을 권유받았다는 혐오감, 수치심이 동시에 급속도로 늘어나는 바람에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기 앞에서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거절했지만, 며칠간 백란에게 놀림거리로 시달리는 동안엔 불만 만땅의 얼굴을 하고 백란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물론, 나기가 보지 않을 때만 무력을 행사했다.

“천하의 로쿠도 무크로가 그 좋은 일거리 다 마다하고 꼬마 아가씨 경호를 맡는 이유가 뭔지 가르쳐주겠어?”

“애석하게도 경호를 맡기 전까지 근 세 달 백수였습니다.”

“앗, 실례. 난 무크로라면 다트 돌려 찍기로 일거리를 고를 만큼 여기저기서 의뢰가 쇄도할 줄 알았거든.”

“그 말이 꼭…… 당신은 이 일이 아니더라도 할 일이 있었다는 투로 들립니다.”

무크로의 정확한 지적에 백란은 후후 웃기만 했다. 며칠간 무크로가 백란을 힘껏 경계하는 통에 이렇다 할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무크로는 백란의 타깃이 나기에게서 자신으로 변경됐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서야 백란과 잡담을 조금씩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래도 백란이 어떤 작자인지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여전히 그를 경계했다. 백란이, 자신이 긴장상태에 있는 것을 재밌어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절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타깃이 자기로 바뀌긴 했지만 아가씨가 백란에게서 안전해졌다고 확실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크로를 위협하게 위해 나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았다.

“그나저나 보디가드라는 거 은근히 어렵네. 평범한 손님 접대 중에도 이렇게 준비 태세를 해야 하고.”

“저 사람들이 평범한 손님으로 보입니까?”

앞서 말했다. 나기 미스트는 현재 먼 친척과 담소를 나누는 중이라고. 과연 공작가의 먼 친척은 어떤 사람일까? 방계로 여러 차례 갈라지면서 백작, 자작으로 신분이 낮아진 자? 안타깝게도 이웃 나라 왕족과 결혼하면서 실세가 어마어마한 공작이 된 자가 지금 나기의 손님이다. 담소? 다음 여공작이 될 공녀와 타국의 공작이 가벼운 수다를 떠들고 있을까? 생각해 봐라. 먼 친척이라고 했다. 그럴 리 없다. 철저하게 정치 얘기가 오가는 중이다. 왕과 기타 귀족이 관여되면 복잡해 질 수 있는 뒷거래를 공작가끼리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스트 공작은 뭐하고 공녀가 그를 상대하는 걸까? 쉽다. 현재 미스트 공작은 건강이 급격히 불량해져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중이다.

“흐음. 그러면 정원에 숨어 있는 자객들은 저 손님이 끌고 들어온 건가?”

“오호, 눈치 챘습니까? 생각보다 쓸 만하군요.”

“실례야, 무크로. 이래봬도 한 대 왕실 암살단을 이끌던 단장이었다고.”

무크로는 삼지창을, 무크로는 사슬을 전투태세로 준비하고 마법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다. 곧이어 정원에 있던 자객들이 빠른 걸음으로 신속하게, 소리 없이 저택 안으로 숨어들었다. 응접실을 중심으로 곳곳에 자객들이 숨었다.

“아가씨 한 분을 죽이기 위해 자객을 다섯 명이나 쓰다니, 낭비입니다.”

다섯 자객 중 한 명은 등 디에서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들린 한 마디가 끝나자마자 고개를 떨궜다. 그의 몸에는 그 어떤 상처도 흠집도 없었다. 하지만 해부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심장이 정확하게 반으로 찢겨졌다는 사실을. 8사이클은 돼야 쓸 수 있는 내상 마법 중 하나다. 무크로에게 이 정도의 살인 마법은 장난에 불과했다.

무크로와 백란은 저택 구석구석 음지를 따라 그림자처럼 빠르게 이동하면서 타국 공작이 고용한 자객을 모두 처리했다. 여기서 처리했다는 건 죽인 것뿐만 아니라 시체 정리까지 포함한다. 그들이 지나다니 흔적까지도 모조리 제거했다.

[똑똑]

일을 끝마친 두 사람은 포도주를 한 병씩 들고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기는 왠걸까 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봤다. 자객이 들이닥치길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타국 공작도 뜬금없는 이들의 등장으로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빨리 나기를 죽이고 돌아가고 싶은데 무의미한 시간만 흐르고 흐르니 짜증이 천천히 쌓였을 것이다.

“토마조 공작님. 저희 공녀님께서 공작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와인입니다.”

“난 그런…….”

“어머, 아가씨. 제가 실수로 잔을 가져오지 않았네요. 로즈펄스 제품이 좋을까요, 헬레나 제품이 좋을까요?”

무크로와 백란은 토마조 공작 앞의 테이블 위에 포도주 병을 올려놓은 후 각각 나기의 오른쪽과 왼쪽에 섰다. 나기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다가 백란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로즈펄스’라고 대답했다. 백란이 로즈펄스제 크리스털 와인 잔을 가져올 때까지 어색한 침묵이 응접실을 가득 채웠다.

“로즈펄스의 크리스털 잔은 윗부분이 장미 꽃잎을 연상시켜 와인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고 합니다.”

백란이 토마조 공작 앞에 와인 잔을 내려놓자 그에 맞춰 무크로가 와인 잔의 의미를 설명했다. 어수룩한 토마조 공작은 그대로 두 사람에게 휘둘려 두 병의 와인과 고급스런 크리스털 잔에 정신을 빼앗겼다. 처음엔 잔을 한 번 들어보더니 다음엔 병을 하나 들어 라벨을 찬찬히 훑어봤다. 라벨을 읽어보는데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MIST.' 이것이 라벨에 써 있는 글자 전부였다. 정확한 생산지, 제작지, 제작 연도 등이 전혀 써 있지 않았다.

“이건 대체 어떤 와인인가?”

“미스트 가에서 특별 제작된 와인으로 지금 막 완성된 것입니다.”

당신의 눈엔 지금, 무크로의 환희의 미소가 보이는가? 백란의 가소로움의 눈웃음이 보이는가?

“에… 저런…….”

“아가씨. 아가씨께는 달짝지근한 블루베리 주스가 어울립니다.”

무크로는 마법으로 긴 크리스털 잔과 주스 병을 가져왔다. 나기가 다른 말을 해서 지금 진행 중인 재밌는 놀이를 망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손 빠르게 행동했다. 그는 길고 흰 손으로 품위 있게 주스를 따랐다. 이 때 상황을 눈치 챈 나기는 생긋 웃었다. 그래서 토마조 공작 손에 있는 와인이 아닌 블루베리 주스로 화제를 돌렸다.

“색이 예쁘게 나왔네요. 꼭 무크로 씨의 머리카락 색 같아요.”

나기는 잔을 높게 들어서 잔에 담긴 주스를 햇빛에 비춰 투명하게 빛나는 색을 감상했다. 블루베리 고유의 달콤한 향이 입 안의 침샘을 자극하면서 식욕을 돋웠다.

“그러기엔 주스가 보라색에 가깝지 않습니까? 전 어두운…….”

“제 눈엔 무크로 씨는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 보여요.”

이번엔 나기가 무크로의 말을 끊어먹었다. 이자를 치지 못할 경우엔 최소한 당한 만큼 갚는다. 험한 귀족 사회에서 지금껏 버텨온 나기의 노하우랄까. 무크로는 이 신조 때문에 몇 번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했다. 야밤에 정원에서 노랠 부른다든가, 땡볕에서 세 시간 내리 한 자리에 서있다든가 등등. 나기도 마법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기 때문에 무크로가 마법으로 나기의 가벼운 처벌을 피하려 치면 ‘안 돼요’라는 짧고도 분명한 명령이 떨어졌다. 꼼짝없이 처벌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요새 처음 보다는 나기에게 장난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공작님. 한 병은 새것으로 가져가시고 한 병은 여기서 드셔보세요.”

“그럴까?”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미인이 권하는데 어떤 뭇 남성이 거절하겠는가. 토마조 공작은 메이드 복을 입은 백란을 흘깃흘깃 보며 순간순간 불순한 생각을 했다. 와인 병을 따러 백란이 바로 옆에 왔을 땐 이성이 한 가닥으로 겨우 유지됐다. 짐승의 심리가 그의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서 순진한 나기까지 그가 백란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눈치 챘다.

[꾹꾹]

나기는 무크로의 소매를 살짝씩 잡아당겼다. 무크로는 허리를 숙여서 자신의 귀가 나기의 입 높이와 맞도록 했다.

“토마조 공작님이 백란이 남자란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푸훕!”

농담처럼 넘겨도 될 말을 그렇게 진지한 표정에 심각한 투로 말하니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백란은 무슨 일인가 싶어 나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토마조 공작은 그의 날렵하고 매끈한 목선에 눈을 집중했다.

“왜 웃는 거에요?”

나기는 양 볼이 불그스레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보며 연신 큭큭 거리던 무크로는 우연히 궁금증이 한가득인 백란과 눈이 마주쳤다. 이 순간 무크로의 뛰어난 머리가 시속 300km로 회전하면서 테라 바이트급 슈퍼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새로운 장난을 구상했다. 단 0.1초 만에 모든 사고과정을 끝내고 백란을 향해 음모가 숨겨진 상큼한 미소를 남발했다. 백란은 그 미소를 보자마자 온몸으로 오한이 느껴졌다. 그가 와인 병을 들고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사이 무크로의 천연 100% 레몬빛 미소는 토마조 공작에게로 전달됐다.

“토마조 공작님. 옆의 메이드가 마음에 드십니까?”

“뭣? 크흠, 흠. 무슨 말인가?”

백란을 길고 매끈한 목선에서 부드러운 굴곡을 자랑하는 허리선을 거쳐 잘 바진 다리선 까지 징그럽게 내려 훑어보던 공작은 화들짝 놀랐다. 귀족의 위엄이 있지, 단번에 ‘그래, 아주 마음에 들어.’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미스트 공녀가 아닌 그녀의 사용인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더더욱 체면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백란과 토마조 공작을 동시에 공격하는 상큼발랄 자체발광 순도 절정 수려우아한 미소는 100만불 짜리 저리 가라, 홀리 프리미엄급 최상의 미소였다. 수식어가 남용되는 것 같지만, 그의 미소를 직접 보고서도 ‘과장이야!’라고 외칠 자신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 미소에 뒤따라오는 모든 말들은 진리로 들리고 무조건 따라야 정의라는 생각이 들만큼 완벽한 미소였다. 무크로 옆에 앉아있는 나기도, 이 작가와 마찬가지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 아이를 데려가 예뻐해 주신다면 저희로써도 영광입니다.”

“에?”

“무…….”

폭탄 발언에 나기는 고개를 갸웃 했고, 백란은 ‘무크로!’ 하고 크게 소리치려다가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올까봐 꾹- 참았다. 대신 투명한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핫, 자네 농담 한 번 잘 하는군.”

“농담이 아닙니다. 란, 뭐해. 앞으로…….”

[꾹]

“앞으로 밤마다 예뻐해 줄 공작님께 어서 그 고급 와인을 따라드리지 않고.”

무크로는 중간에, 정신교육 상 좋지 않은 말을 들려주지 않기 위해 나기의 귀를 제 손으로 막았다. 사일런트 마법을 걸 수도 있었지만 나기가 마법 저항력이 타고난 SS급이라 순간의 기지 발휘로 거는 마법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귀찮지만 손을 사용한 것이다.

백란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토마조 공작의 눈에는 부끄러워 그런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화가 치밀어 올라 그런 것이다. 늘 얌전히 있던 무크로가 자신을 이런 식으로 조롱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마법에는 젬병인 공작 옆에서 온갖 살기와 마기를 양껏 방출하면서 와인 병을 세차게 따고 조금 거칠게 잔에 따랐다.

나기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슴 졸이며 무크로와 백란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무크로는 백란부터 와인을 입 안에 머금는 토마조 공작까지 전부 흐뭇하게 쳐다봤다. 목구멍으로 와인이 넘어간 순간 무크로의 입에서 고유의 웃음소리가 새나왔다.

“쿠후후후…….”

기분 나쁜 웃음소리에 토마조 공작은 잔을 내려놓다가 멈칫 했다.

“맛이 어떠십니까? 당신이 고용한 자객들의 피를 모아 마법으로 숙성한 혈주입니다.”

“으으으으……. 웩!”

검붉은 액체와 별별 건더기들이 쏟아졌다. 나기는 무크로가 손으로 조심스레 눈을 가려준 덕분에 추한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었지만 ‘와인=자객의 피’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무크로가 어째서 자신에게 와인 대신 주스를 줬는지 알았는데 꼭 자신이 와인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아주 많이 불쾌했다. (참고로 나기 미스트는 만 19세. 금주 가능한 나이다.)

“아, 그리고 이건 저희 공녀님께서 궁금해 하신 겁니다만, 옆에 서있는 메이드 말입니다, 만져보시면 알겠지만, 분명 남자입니다. 어떻습니까? 감쪽같지 않습니까?”

“으으으으…….”

토마조 공작은 오장이 뒤틀리고 현기증이 강하게 일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리따운 남자에게서 고용한 자들의 피를 받아 마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쿠후후후.”

무크로의 레드-바이올렛 오드아이가 번쩍였다. 공포와 광기가 가득한 마력을 감지한 나기와 백란은 조용히 무크로에게서 떨어졌다. 백란은 나기를 데리고 서둘러 비밀 문으로 나갔다. 나기는 속도 불편하고 무섭기도 해서 자신의 의지가 아닌 백란이 이끄는 대로 휘청거리며 걸었다.

“…란, 백란. 그 와인, 진짜 피야?”

“네, 아가씨. 그 자가 자객을 깨나 고용했더군요. 그래서 응징용으로 마든 건데 저까지 무크로의 장난에 이용될 줄 몰랐어요.”

백란은 자신의 정체를 아는 나기와 단 둘이 있지만 대외용으로 쓰는 여성용 어투를 계속 사용했다.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가 메이드 복을 입고서는 부드러우면서 싹싹 목소리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 걸걸하고 어딘가 삐끗한 목소리가 나오면 이상하지 않은가.

“크아아악!!”

응접실 쪽에서 토마조 공작의 미친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쿠후후……. 왜 그러십니까? 그 자들은 당신이 매수한 암살자이지 않습니까.”

응접실 내부는 토마조 공작이 혼자 겁에 질려 발버둥 치는 것 빼곤 조용하다. 그렇다. 지금 공작은 무크로가 만든 환각에 지배당한 것이다. 깨진 와인 병, 흘러나오는 역겨운 붉은 액체, 거기서 꿈틀꿈틀 기어 나오는 인간 형상의 무언가, 그리고 토마조 공작에게로 천천히 움직이는 그것들.

그리고 사흘 뒤, 아르꼬바레노 시가지에서 토마조 공작의 사체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