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as Rhapsodie[랩소디] -제3곡

★은하수★ 2009. 11. 9. 16:58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람보 군 중심입니다. --주의!! -- 20년 후 람보, 즉 25세 람보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6. 잔인합니다. 15禁 잔인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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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곡

 

람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백란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감정을 비추기라도 하듯 세 개의 갈고리가 살벌하게 빛났다.

[챙!]

보지 못했다. 아리아의 움직임을 읽지 못했다. 아무리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주변 판단은 제대로 한다. 그런데 보지 못했다. 그대로 아리아에게 앞을 가로막혔다. 람보는 자신의 움직임에 제동을 가한 그 여자를 보고 두 번 놀랐다. 하나, 자신과 대적할 수 있는 여성이 루체 외에 또 존재한다는 것. 둘, 루체와 완전히 닮았다는 것. 그렇다. 루체와 너무나 닮았다. 그제야 루체의 딸이 백란과 같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역시 마녀의 딸이라 좀 다르군. 허나 날 이기려면 한참 멀었어.”

그는 루체의 딸이라 하여 봐주지 않았다. 장신에 우람한 체격, 폭발적인 근력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텅 비어있는 왼손으로 아리아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바스타드 소드의 특성상 양손으로 검을 굳게 잡고 있던 라이라는 기습 어퍼컷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볼품없이 나가 떨어졌다. 람보는 최대한의 자비를 베풀어 그녀를 더 이상 손대지 않고 곧장 백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백란에게 갈고리의 끝이 닿기 직전,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 피하지 않고 여유롭게 미소 짓는 백란에게 카운터를 먹이지 않고 주저 없이 뒤로 돌아서 살기의 원인을 막았다. 아리아. 트랜스 상태(혹은 버서커化)가 된 그녀가 검을 들고 람보를 가차 없이 몰아붙였다.

“읏!”

무차별 공격만큼 상대하기 성가신 것도 없다. 죽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루체가 그토록 찾는 딸이라 죽일 수 없었다. 상처를 입혀도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다. 그런데 트랜스 상태가 된 아리아는 발키리의 현신인 마냥 싸움에 제대로 길이 들어져 있었다.

“그만해, 아리아.”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전기가 끊긴 로봇처럼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덩달아 람보도 정지했다. 아리아는 백란이 다가와서 어깨 위에 손을 얹을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를 발칵 뒤집은 유명한 살인마, 람보. 중세 초기의 마녀 화형식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진짜 마녀 루체.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이야.”

“영광 좋아하시네. 네놈 모가지는 반드시 내가 딴다.”

“헤에. 람보 처형식으로?”

“오냐. 최고의 처형식으로 치러주마. 목을 다섯 토막 내서 머리와 몸통을 분리시키고, 머리가 땅 위에 떨어지기 전에 눈알을 도려내어 그 틈으로 뇌를 후벼 파주지. 몸에서 사지를 갈가리 찢어내고 심장을 끄집어내어 육회 무침을 하기 딱 좋은 크기로 잘게 썰어야겠지. 아, 나머지 4장6부(5장6부에서 심장은 먼저 처리)는 길게 찢어서 돼지우리에 고루고루 뿌리는 걸 잊어선 안 되지.”

만약 람보가 웃으면서 이 대사를 읊었으면 흡사 미친 인간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혀 웃지 않았다. 분노가 회오리쳐 오르는 눈동자는 날카롭게 번뜩였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굳게 물은 흰 치아가 보였다. 두 손은 언제든 백란을 칠 수 있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잠깐, 람보.”

루체가 앞으로 나섰다. 아리아를 적으로 둔 상황에서, 일찍이 ‘지금’을 예견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빨리 제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현실에 임했다.

“백란, 당신에게 물어볼 것이 하나 있어요. 어른은 외모가 느리게 변한다지만 7년이면 변했다는 티가 나고 분위기의 차이도 나는 법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하나도 안 변했다고?”

백란이 생글생글 웃으며 루체의 말을 잘랐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미소만 봐도, 어째서 7년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업는지 뭔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종의 방법으로 ‘불로’를 이뤘을까?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약간이라도 변한다.

“에시르기 100년 후로 줄곧 이대로야. 나도 왜 그런지 몰라. 타고난 것일지도.”

천연덕스럽게 엄청난 사실을 발설했다. 어느 정도로 엄청난 사실이냐고? 람보는 모르겠지만 루체는 그것을 듣자마자 얼굴이 새하얘졌다. ‘에시르기 100년’ 후로 ‘줄곧’ 그대로. 에시르기는 아스 신족(에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통칭)이 세상을 다스리던 때로서 신화의 시대다. 그 때부터 지금 프로이센 통치기 534년까지 줄곧, 장작 2600여년을 변함없이 살았다는 말이 된다. 만약 그에게도 시공을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가능한 얘기겠지만, 그는 ‘공’만 이동할 수 있지, ‘시’는 이동할 수 없었다. ‘시’의 이동이 가능한 뛰어난 마법사나 마녀는 루체 외에 그녀가 아는 다른 한 명이 고작이었다. 그 한 명이 아리아를 다른 시대의 다른 나라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백란은 정말 신화의 시대부터 2600여년을 불로불사했다는 것인가? 그의 말이 전혀 허풍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혼란스러움을 가중시켰다.

“당신은…… 클레오파트라를 본 적이 있습니까?”

백란의 불로불사를 확인하기 위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했다.

“클레오파트라, 클레오파트라……. 아, 그 여왕님? 무지 미인이라기에 보러 갔었는데, 난 미인인줄 모르겠던걸. 옷이나 머리 모양이 좀 특이했다는 정도? 원래 옷 같은 건 유행에 따르는 법이니까 세밀하게 보지 않았지만.”

백란은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원체 거짓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도 했다.

“무슨 잡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딴 짓은 여기까지야.”

람보는 충분히 오래 참았다. 갈고리를 다시 고정시킨 아이언 글러브도 백란을 찢어버리고 싶어 안달인 듯 보였다. 람보의 살기가 오를 때마다 아리아도 경계심을 올리고 살기를 풍겼다. 주인을 지키는 충견처럼, 백란의 손길이 닿을 때는 진정하는가 싶더니 람보와 대치중이라는 걸 깨달으면 다시 신경을 곤두세웠다.

“루체. 네 딸이 거치적거리면 두말없이 죽인다.”

“어차피 저 아이는 제가 생모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살인자로 자란 것을 볼 바에야……. 제가 백란을 상대하고 있을 테니 아리아를 먼저 처치해 주세요.”

“그거, 엄마로서 할 대사는 못 되지 않아? 나중에 후회 하지 마라. 원망은 해도 좋지만.”

“미래를 예견한 시점에서부터 후회도 원망도 모두 버렸어요.”

루체는 힘들게 웃었다. 얼마나 억지로 미소 지으려고 노력했는지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녀의 커다란 모자는 그녀의 심리적 부담감을 겉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표식 같았다.

“그리고……. 아리아의 시신은 당신 손으로 처리하셨으면 합니다.”

람보의 손에 붉은 천주머니 하나를 꽉 쥐어줬다. 그 안에는 분명히 시체 분해용 붉은 가루가 들어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기 눈앞에서 딸이 죽는 모습을 보기 싫고 딸의 시신도 보기 싫다는 것을 뜻했다. 람보는 선뜻 챙겨 넣지 못하고 루체의 표정을 보며 망설였다.

“네 딸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는 건 숨이 끊어지고 체온이 식기 전 뿐이야. 그것마저 포기할 셈이야?”

“7년 동안 긴 정착 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비웠어요. 저에게 자식이란…… 없습니다.”

람보는 눈을 약간 내리 깔은 상태에서 백란과 아리아를 날카롭게 곁눈질했다. 아리아에게 자아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백란만을 위해 움직이고 살아 숨 쉬는 살인 인형. 그것이 전부였다. 람보는 루체의 마음을 헤아려볼 재간 따위는 없었다. 그 역시 그저 루체가 의뢰한 대로 움직이는 일종의 도구였다. 살인 기구끼리의 싸움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자기 암시가 아니면 루체를 빼다 박은 아리아를 죽이기 힘들 것이다.

“쳇. 짜증나게 어렵군.”

[챙!]

람보의 아이언 글러브와 아리아의 바스타드 소드가 맞부딪혔다. 탁한 마찰음이 귓전에 울렸다.

“아. 나의 아리아에게 손대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당신의 상대는 접니다. 영생의 갓블러드.”

루체의 실드가 백란의 플롯 핸드(주변의 공기를 손 모양으로 압축하여 원거리의 적을 공격하는 마법)를 가로막았다. 미래를 볼 수 있어 예언가 노릇을 좀 하지만, 루체는 본디 마녀다. 실드 같은 간단한 마법쯤이야 식은 죽 먹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플롯 핸드를 눈치 채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였다.

“내가 2천 년 넘도록 수많은 마녀를 봐왔지만 당신은 특별해. 당신을 닮은 아리아도 특별해. 신도 아니고 갓블러드도 아니면서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 서로 손을 잡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그런 당신은 갓블러드씩이나 되면서 귀족사냥꾼 같이 저속한 일이나 하고 다니는 건가요?”

“음. 저속한 일인가? 대의를 위해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하는 일이 과연 저속하다고 할 수 있나?”

“당신이 말하는 대의가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의라면 거부하는 자들이 존재하지 않을 거에요.”

“내 이상을 이해하는 존재는 아리아 뿐인가? 뭐, 성관 없어.”

음모가 가득한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끼치게 했다. 루체는 백란이 소망하는 대의가 뭔지는 몰라도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감을 느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대의가 미래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백란이 이 자리에서 죽든 살아남든 대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이룰 수 없는 대의. 내용을 알고 나면 괜히 알았다는 후회가 밀려들 것 같았다.

백란이 플롯 핸드를 거대화하여 실드를 강하게 밀었다. 루체는 실드가 해체되기 직전에 더블 실드를 만들어서 보이지 않는 커다란 압박감을 막아냈다. 곧이어 워프를 생성하여 백란의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쾅!]

백란이 몸을 비틀어 방어태세를 갖추지 않았으면 소형 파이어볼에 당했을 것이다. 아마 머리의 왼쪽 절반이 말끔하게 소멸되어 오른쪽 반의 뇌와 안구 등이 흘러내렸을지도 모른다. 얼굴을 가로막은 오른팔이 그 대신 사라져 버렸지만 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피부 조직이 너덜너덜하고 피가 한 때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웃는 낯으로 지혈마법을 걸었다. 그 모습이 진심으로 가증스러웠다.

람보와 아리아 쪽은 팽팽했다. 둘 다 본인의 무기를 제 몸의 일부처럼 다뤘기 때문에 과감하게 공격하면서 쉽게 당하지 않았다. 아리아의 바스타드 소드가 람보의 갈고리 세 개보다 사정거리가 길기 때문에 람보가 쉬이 최근접전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래도 검만 사용하는 아리아에 비해 람보는 전신을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허를 찌르는 움직임을 구사했다. 그 때문인가? 람보가 왼 팔뚝을 약간만 긁힌 것에 비해 아리아는 벌써 복부 두 대를 가격 당하고 오른쪽 허벅지가 길게 긁혀서 피를 좀 많이 흘렸다.

“저 검, 진짜 성가시네.”

아리아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립에서 두 손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방어보다는 공격에 치중하는 방식이라 섣불리 접근하기 까다로웠다. 굳이 표현하자면 공격: 방어의 비율이 8:2였다.

“소드 브레이커만 있으면 저런 검 정도는 금방 부러트릴 수 있는데.”

백란에게 던진 소드 브레이커를 아리아가 쳐내서 어디로 튕겨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리아를 맹렬하게 몰아붙이면서 그의 단검을 찾았지만 팽팽한 접전 중에 잃어버린 물건 찾기가 쉬울 리 없었다.

[츄악-!]

람보는 때 아닌 빈틈을 발견하고 곧바로 긁어버렸다. 아리아의 왼쪽 어깨가 흰 뼈가 드러나도록 살가죽이 벗겨졌다. 그리고 붉은 핏방울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 방울방울 흩어졌다. 그런데 아리아는 인상을 조금도 찌푸리지 않고 입 밖으로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픔을 모르는 것 같았다.

“눈동자가 탁한 만큼 의식도 탁한 모양이군. 완벽한 살인 인형이야. 망가지면 양심에 거리낄 것 없이 버려도 되는 완벽한 살인 무기라……. 백란이 악취미라는 건 일찍이 알았지만, 지독한 악취미군.”

아리아가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람보를 향해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흰 뼈가 드러났다는 건 근육도 살과 함께 찢겨졌다는 얘기다. 완전하지 않은 근육으로도 위협적인 공격을 하는,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이 기특했으나 이젠 마무리를 할 때가 된 듯 싶어 아주 조금은 안타까웠다. 백란을 위해 일생의 거의 대부분을 보낸 18세 살인 인형에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본 적 없는 아리아에게 안식을 줄 때가 됐다.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사는 본인이 아주 괴롭지. 그러니 단숨에 심장을 뽑아서 편안하게 해주마.”

람보는 오른손을 어깨 높이로 들고 아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아리아는 가늘게 떨리기 사작한 손으로 그립을 가능한 굳게 쥐고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허점이 너무 많이 보였다.

[팍]

[툭]

한 순간 람보가 정지했다. 그의 두 눈은 놀라움 때문에 동그랗게 커졌다가 다시 살인마의 눈으로 돌아갔다.

아리아의 손을 발로 걷어차고 바스타드 소드가 땅 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검이 지면과 맞닿을 때와 동시에 백란이 나타나서 람보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왼쪽 팔만 남은 외팔이 상태로 우악스러운 람보의 움직임을 겨우 저지했다. 백란의 왼팔에 힘이 잔뜩 실려서 바들바들 떨렸다.

“싸움 중에 갑자기 사라지는 건 반칙이에요.”

루체가 뒤이어 나타나서 람보의 소드 브레이커를 백란의 목에 가까기 가져갔다.

“아, 그거 내 거야.”

“잠깐 빌릴게요. 어차피 저쪽에 혼자 떨어져 있던걸요.”

백란은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였는데 루체는 옷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멀쩡했다. 수많은 시간을 살아온 갓블러드도 최고의 마녀에게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귀족사냥꾼이라는 별칭이 아까운 것일까, 루체가 터무니없이 굉장한 인물인 것일까. 지금 그것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

“아리아를 치료해야 해.”

백란이 처음으로 진지하면서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융스(Jungs : 소년을 속되기 하는 말)에게 해가 될 분자는 반드시 가리지 않고 제거한다. 그것이 우리의 일인데 그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아?”

“아리아는……. 저 아이를 죽게 할 수 없어.”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하고 감정도 없는 아리아는 상처 부위에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흘린 것이다. 가만히 서있었다. 동공이 풀렸다. 아마 그녀의 코 가까이로 손을 가져가면 바람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대면 고동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늦었어.”

람보는 아리아를 높이 차올리고 백란의 손을 뿌리쳤다. 백란은 람보를 막을 수 없었다. 루체의 그림자 마법에 걸려 지금 자세 그대로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루체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촤악-]

이미 숨이 끊어진 아리아의 시신이 다시 떨어져 내려오자 람보가 세 개의 갈고리로 아리아의 가슴을 긁어냈다. 심장의 절반이 갈고리에 꿰어져 나왔다.

“아……. 아……. 아리아…….”

백란의 눈에서 눈물이 길게 흘러내렸다. 그 다음 순간, 소드 브레이커가 깊게 박힌 그의 목에서 피가 길게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