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중심, [랩소디]가 람보 군 중심, [녹턴]이 야마모토 군 중심이라면, [행진곡]은 사사가와 군 중심입니다.
5. 등장 인물 중 교수는 30대~40대의 이미지로, 학생들은 전원 15세의 이미지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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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잔자스는 다음 수업에 쓸 시험관과 플라스크를 나르다가 우뚝 멈췄다. 사와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더니 허리를 냅다 직각으로 굽히는 것이 아닌가.
“어제의 무례함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잔자스와 스쿠알로는 실은 조교로 온 타 아카데미 졸업생인데, 서류에 전학생으로 표시된 불찰이 있었다’라고 알렸다. 학생들은 자신들과 동갑이면서 벌써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조교까지 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사와다는 자신이 전날 무슨 짓을 했는가 패닉이 됐다.
“어제? 아, 어제 그거. 내가 먼저 말을 잘못 했잖아. 네 행동은 올바른 처사였어.”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앞으로 잘 지내자고.”
“네!”
잔자스는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담담하게 넘어갔다. 본판이 워낙 매서운 편이라 가만히 있어도 화난 것처럼 보이는데, 웃는 법도 없어서 보는 사람을 더 애타게 한다. 말투로 감정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와다에게 잘 전달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사사가와는 A동 5층 북쪽 테라스에서 폰, 루체와 함께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오후 수업까지 아직 한 시간이라는 여유가 있었다.
“새 조교들은 벌써 조교 생활에 익숙해 진 것 같네요.”
“어린 애들은 적응력이 뛰어나잖습니까.”
루체의 수정구에 잔자스의 모습과 스쿠알로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 폰은 이미 오전에 스쿠알로를 데리고 수업을 했다. 수업 준비며 뒷정리며 착착 해냈다. 그 모습은 마치 조교 보다는 성실한 학생에 가까울 정도였다.
“조기 졸업한 만큼 능력치가 상당하더군요. 학생들과 대련 연습을 하는데 절대 밀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여유 있게 해냈다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
“잔자스도 물건을 다루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술식을 작성하는 것도 수석 졸업이라는 타이틀이 절대 겉멋이 아니었습니다.”
새 조교를 둔 폰과 사사가와는 혀를 내두르며 자신의 조교를 칭찬했다. 일을 시키기 전까지는 잔뜩 걱정하다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고 긴장이 싹 풀린 것 같았다. 아마, 새 조교들 보다는 담다 교수 쪽이 더 경직했을 것이다. 루체는 살짝 수다스러운 폰과 사사가와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유니가…… 여기 학생이었죠?”
루체의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커피 잔 속, 흑갈색 수면에 비친 그녀의 표정은 씁쓸한 과거에 괴로워하는 얼굴이었다. 긴 시간 닫아둔 비밀 문이 열리고 그 안의 탁한 공기가 흘러나오는 기분이었다.
“아마 저보다 3살 어릴 겁니다.”
폰이 시선을 살짝 위로 올리고 햇수를 셌다. 사사가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조교로 들어 온 다음 해에 유니가 들어왔습니다. 명랑하고 따뜻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의 미소가 언제부터 사악하게 변했는지……. 지금은 도저히 순수한 미소가 기억나지 않는군요.”
루체는 그 당시에도 마피아 아카데미의 교수였다. 그 때 조교였던 사사가와는 그 시절의 루체를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칭했다.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강하고 올곧은 모습을 적절하게 겸비했다는 설명을 덧붙여서 말이다. 그녀를 정의하는데 그보다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밀피오레 아카데미에서 단체로 기습을 했던, 그 어지러웠던 날 이후로 유니가 스스로 고립하기 시작했죠.”
사사가와는 유니의 자살 시도를 몇 번이고 목격했고, 그 때마다 저지했다. 그러던 중 그녀가 텅 빈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없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본 바 있었다. 발악하며 세상을 저주하는 것도 바로 옆에서 본 적 있었다. 예의 그 사건 후 졸업까지 1년 동안 사사가와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애썼다. 조금이라도 놓치면 다음 순간 곧바로 뒷수습하기 어려운 소동이 일어나서 제대로 곤욕을 치렀다.
“유니가 이 아카데미에 갖고 있는 악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정말 상상 이상인가 봅니다.”
폰은 졸업식을 잊을 수 없었다. 그건 그곳에 있던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폰보다 늦게 아카데미에 들어왔지만 껑충껑충 월반하여 같이 졸업한 유니. 그녀는 졸업식 당일, 절대 묻어둘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고 모습을 감췄다. 졸업생 15명 중 11명을 살해한 것이다. 졸업을 축하하러 온 수많은 하객과 교수들 앞에서 보란 듯이 당당하게. 그리고 너무 쉽게 죽였다. 유니를 뺀 나머지 생존자 3명. 그 중 하나는 폰이고, 다른 둘은 졸업 후 2~3년 사이에 비명횡사했다고 전해진다. 폰은 졸업 후 조교로써 학교에 남았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곳을 향해 그녀의 증오심을 내보이겠죠. 더 이상 어리석은 희생은 없어야 하는데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이 세계의 낮과 밤을 뒤바꾸는 일보다 더 어려울 거예요.”
루체의 말을 부정할 말이 없었다. 사사가와는 유니가 가진 어둠이, 자신에게 마피아 아카데미 습격을 의뢰한 그 남자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자꾸 엇나가는 그녀를 동정할 따름이었다. 그녀의 능력을 적의감 표출이나 복수가 아닌 그녀 자신만을 위하 갈고 닦았으면 이 세계 제일가는 인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사사가와의 호문쿨루스가 조용히 나타났다. 세토를 닮아 기본적으로 칙칙하고 살기등등해서, 일상생활 중에는 꺼내 놓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호문쿨루스가 아직 외부 심부름 중이라 그것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것은 사사가와에게 귓속말로 몇 가지 사항을 전달하고 다시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암살용 호문쿨루스라지만 역시 기분 나쁘게 조용합니다.”
“수줍음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호문쿨루스의 주인은 폰의 말을 긍정적으로 되받아쳤다.
조용할 날이 없는 마피아 아카데미. 오늘부터 람보와 함께 새 호문쿨루스를 제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워낙 요란한 사건사고를 좋아하는 꼬맹이들-말이 15세 학생들이지 정신연령은 7세 내외- 때문에 더 정신없을 듯싶다. 유니의 또 다른 위협은 당분간 접어둬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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