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생각하는 글/★은하수★ 짧은고찰

짧은 고찰 06 -聖 도체스터 살인사건 편

★은하수★ 2010. 2. 21. 01:32

짧은 고찰 06

-聖 도체스터 살인사건

 

  친구들이 묻는다. ‘넌 국내 순정 만화작가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 내가 답한다. 그것도 단 1의 망설임도 없이. ‘김연주 작가님.’ 또 내 친구들이 묻는다. ‘그 작가한테 태클 걸 수 있어?’ 내가 당차게 대답한다. 그것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응.’

  앞의 말은 그저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쓴 주저리다. 아주 무용한 말은 아니지만 본론과 연관될 가능성은 6%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김연주 작가님의 단편집 중 聖 도체스터 살인사건까지 완전판(or 애장판)으로 재출간됐다. 일단 여기서는 축하 박수를 친다. 새책을 단번에 지르고 몇 년 만에 내용물을 다시 보니, 어찌나 정겹던지. 「소녀왕」 연재 시절과 얼추 비슷한, 조금은 어색한 그림체. 이것은 등신대 캐릭터에 해당하지, SD사이즈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려운 용어 집어 치우고, 다시 쉽게 말하면, SD사이즈 그림체만큼은 안 변했구나- 라는 이야기다.

  다른 단편 이야기는 다 미뤄두고 탑 타이틀이 된 ‘성 도체스터 살인사건’이야기만 보자. 왜? 오늘은 리뷰 쓰기 좀 귀찮거든.

  초반 스토리만 보면 서스펜스 추리물이 될 수 있는 것을, 김연주표 개그 센스를 통해 코믹 순정물이 된 성 도체스터 살인사건. 여자 주인공이 받은 편지가, 실은 남자 주인공이 어-릴 적에 쓰고 잊어버린 편지라는 아이템은, 일본 순정만화 「스피카」를 떠올려서, 다시 보니 식상하다. 처음 볼 때는 마냥 재밌었는데 본인의 데이터(기억)량이 늘어나면서 지루함만 늘어나는 것 같다. 만화는 만화로 받아들이고, 한 작품은 그 작품만 생각해야 하는데, 몹쓸 버릇이 생길 줄이야.

  김연주 작가님의 작품에는 유독 과거 회상 신이 많다. 성 도체스터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본인 역시 판타지 연재 시에 과거 회상 신이 간간히 들어가는데 길게 늘이는 건 외전을 쓸 때뿐이다. 독자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단편에서마저 과거 회상 신을 철석 붙여주시는 그대. 이제 현재진행형 위주의 만화를 그려보심이 어떨지 과감하게 권해보는 바이다. 

 

2009년 12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