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고찰 10
-사무라이 디퍼 쿄우 편
사무라이 디퍼 쿄우를 지금에서야 읽다니, 바보 소리를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윗 문장 하나만으로 모든 감상을 축약할 수 있을 만큼 감동받았다. ‘바람의 검심’을 진정한 사무라이 만화로 칭송하던 내게, 또 다른 사무라이 감동을 크리티컬 콤보로 갈긴 만화가 존재해서 기쁘다. 역시 세상은 살고 봐야 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 2년 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했으면서 지금까지 미루게 됐다. 애니메이션으로라도 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원작 1-38권(완)을 이틀 안에 독파했다. 정독, 탐독, 속독 ―3회독으로 말이다. 도무지 손에서 눈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비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란기, 선악, 생명 ―사무라이 디퍼 쿄우의 키워드로 뽑아봤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핵심 키워드로 존재했던 것을 고르자면 ‘선악’이다. ‘생명’도 가능하겠지만 ‘선악’이 이 만화에선 더 주축이 된 듯 싶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절대적인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지만, 분명 선악을 구분할 수 있다. 개인이 보는 시선에 따라, 세상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 신념에 따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상대적인 선과 상대적인 악이 존재할 따름이다. 방식이 잘못되어 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악은 아니다.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에 선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선은 아니다. 혼자 마음속 깊이 안고 진실을 은폐하면서 선을 추구하려면 악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가려진 선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는 자가 나타나면 더 이상 악이 아니다.
사무라이 디퍼 쿄우를 통해 선악론을 말하자면 이 정도쯤 될 것이다. 두서없는 서술에 순 철학적인 이야기지만, 내게 있어 이 만화는 이 철학의 감동을 서스름 없이 느낄 수 있는 대작(大作)이다.
―내 선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난다. 그 때가 오면 나도 그 사람의 선을 봐주어야 한다. 서로의 선을 알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정(情)’이다.
2010년 5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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