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스토리에 대한 재해석 페러렐 팬소설입니다. 링 쟁탈전 전까지, 즉 무크로 편까지 되겠습니다.
2. 아마노 아키라 작가님이 데뷔 당시 그린 가정교사히트맨리본 초기 단편의 소재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그런고로 '츠나요시 군의 누나'가 등장합니다.
3. 제목 L'arancione 란, '오렌지 색'을 뜻하는 단어로, 별 의미 없습니다.
4.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개그를 격렬하게 싸랑합니다.
5.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6.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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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약간의 외전)
학생들이 진저리나도록 싫어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츠나요시는 이때만 되면 무기력해졌다. 이미 치른 중간고사에서는 못 봐줄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아서 약간 우울했었다. 기말고사가 가까워지자 그 때의 패배감이 머리를 무겁게 짓눌렀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한숨이 나왔다.
“찌질이 복귀?”
“아니야.”
츠나요시는 곧바로 받아쳤다. 누나는 그의 침대에 엎드려서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집중력 무족이다. 저런 건 무시하고 공부해.”
에스프레소를 준비하던 리본이 레온 지팡이로 츠나요시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찔렀다. 보기만 해도 ‘억’소리가 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기습이었다.
“에- 이-. 가정교사가 가르치진 않고 감시만 하고 있대요.”
“츠나. 저건 집중력 강화에 딱 좋은 방해물이다.”
“리본, 이 자식.”
츠나요시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가장 큰 방해물은, 누나와 리본 사이의 갈등·경계·긴장감이었다. 한 명만 곁에 있으면 어떻게든 버티겠는데, 둘이 같이 있으니까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정신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후우우우우우-. 하아아아아아-.”
“쬐끄만 게 뭔 한숨을 그렇게 쉬어?”
리본과 누이의 질타 콤보가 날아들었다. 츠나요시는 결국 고개를 떨궈 이마로 책상을 받아버렸다. 그걸 노렸다는 듯이 침울한 공기가 그의 머리를 신나게 짓밟았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몸에서 힘이 술술술 새 나갔다. 몸을 일으킬 수도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너 때문이야, 리본.”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억지야?”
자잘한 신경전이 계속 되는 중에 1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와다 오누이의 어머니가 장을 보고 돌아온 것이었다. 새로운 식객, 람보와 이핀도 까르르르 웃으며 쿠당탕탕 뛰어 들어왔다. 그 둘은 마피아계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5살짜리 꼬마라서 장난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을 귀여워해주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사람을 잘 따랐다.
어머니와 꼬마들 목소리 사이에 또 다른 낯익은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츠나요시는 그 목소리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고무줄 튕기듯이 상체를 일으키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두 명 분의 목소리가 아웅다웅 가까워졌다.
[똑똑]
츠나요시의 얼굴에 그야말로 화색이 돌았다.
“들어와.”
마음 든든한 벗, 타케시와 하야토가 찾아왔다. 누이와 리본조차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방문이었다.
“정말이지, 와 줘서 고마워. 혼자서 얼마나 막막했는지 몰라.”
츠나요시는 구세주라도 만난 마냥 기뻐했다. 그를 난처하게 몰아세운 장본인 중, 그의 누나는 ‘그것 가지고 뭘’이라며 생글생글 웃었고, 리본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하며 에스프레소를 음미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둘 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야마모토 군. 운동부인데도 열심히 공부하더라.”
츠나요시가 타케시에게 중간고사 범위를 정리한 종이를 건네주며 물었다. 타케시는 대답 전에 특유의 웃음을 가볍게 터트렸다. 그런데 눈은 입과 다르게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운동부 성적 특혜가 없는 학교잖아. 중학교 입학 후 첫 번째 방학 때 보충 강습을 받을 수 없는 노릇이고. 낙제점이라도 면해야지.”
“낙제점은 충분히 면할 수 있잖아. 의외로 실력가면서 괜히 빼지 마.”
츠나요시는 타케시가 평소에 숙제나 쪽지 시험을 설렁설렁 해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낙제점 따위 쉽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간고사 이후에 친해졌지만, ‘야마모토 타케시는 본래 그런 소년’이라고 제대로 파악했다.
“야구 바보 녀석을 좋게 봐주실 필요 없습니다, 형님. 제 아무리 잘나봤자 형님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야토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타케시를 비꼬았다. 원래 타인에게 불친절한 성격이지만, 타케시나 료헤이, 게다가 쿄야까지, 츠나요시와 얽혀본 바 있는 인물들에 한해서는 철저하게 마크했다. 외모가 독특한 혼혈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불량배들보다 이들을 더 경계하고 탐탁지 않게 여겼다. 츠나요시가 매번 지적하지만 고치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타인을 좋게 평가하는 말 자체를 안 듣거나 흘려 넘기는 지도 모르겠다.
“도움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침대 위에 당당하게 엎어져 있는 네 누님이 우리 학교 출신이라며. 찝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타케시가 등 뒤에 있는 여아를 지목하며 간접적으로 보이는 부탁을 했다. 그녀는 달갑지 않다는 눈으로 그의 뒤통수를 흘겨봤다. 그러나 자신을 간절하게 쳐다보는 츠나요시와 눈이 마주친 다음부터는 발뺌할 수가 없었다.
“가정교사는 리본인데 왜 내가 너흴 도와야 하지?”
그녀는 남동생의 눈빛 애원을 견디지 못하고 얌전히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중1 교과서들을 차례차례 건성으로 훑어봤다. 우연히 낙서를 발견하면 그 책으로 츠나요시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 가벼운 꿀밤 수준이었기 때문에 츠나요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어이, 리본. 네가 가정교……. 리본? 이 자식, 튀었어. 직무유기냐?”
순식간에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어금니를 과격하게 갈았다.
“리본보다는 누나가 더 믿음직스러워. 그러니까 좀 도와줘.”
“누구 부탁인데 안 들어주겠어. 리본을 구박하는 건 나중에 천천히 하지 뭐.”
그녀는 츠나요시가 어리광부리며 부탁할 때면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강하게 단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츠나요시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만 보면 엄한 생각이 싹 사라졌다.
“시험에 나올 법한 부분을 몇 개만 찍어줄 거야. 내용 공부는 각자 알아서 해.”
“고마워, 누나.”
“누님께서 도와주신다면야 만사 OK입니다.”
“하하.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여아의 쪽집게 일일 과외가 달이 떠오를 때까지 이어졌다. 저녁 식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맥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학생들끼리의 쓸데없는 발언이나 행동 때문에 여러 차례 흐름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오늘의 일은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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