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타가 모두 차지하고 있는 연구실과 의료실은 출입구를 시원하게 뚫어놓은 회벽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다. 화타가 두 곳의 책임자라서 관리하기 편하도록 배치한 것이다. 덕분에 화타가 어디에 있든 양쪽 부하들을 한꺼번에 통솔할 수 있다.
부상 소식을 들은 지 벌써 한 시간이나 됐다. 그런데도 의료실은 결계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의료진 전원과 화타에 휴까지 힘을 보태고 있지만, 세 명 모두 심각한 중태라서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이 한 시간이 겨우 시작일 정도의 긴 시간이.
의료실 앞을 지키고 있는 건 세나 혼자였다. 레스가 가져다 준 작은 의자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동료들의 빠른 쾌유를 기도했다. 그런데 다리를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의료실에 들어가기 전, 그들이 심하게 다친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입술까지 새하얗게 질렸다.
“세나야. 줄곧 혼자 있었어?”
“보스……. 캡틴…….”
세나는 의료실 안에 있는 동료들이 죽을까봐 무서웠다.
“레스가 있을 줄 알았는데.”
“레스 씨는 심부름……. 화타 씨가 알프하임으로 심부름 보냈어요.”
“그쪽 재료가 필요한 정도인가? 후……. 혼자 애쓰고 있구나.”
디레스가 세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세나가 혼자 참고 있던 눈물을 한 방울씩 굵게 천천히 떨어트렸다. 물의 상급정령 네레이드가 흘리는 눈물은 연청색으로 투명했다. 굵은 눈물방울은 미니스커트 위에 떨어져 넓게 번졌다. 시아도 세나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세나의 들썩 거리는 어깨를 양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하지만 그녀를 따라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대신 세나가 시아 몫까지 합쳐 더 서럽게 울었다. 시아의 가슴에 얼굴을 푹 파묻고 쉼 없이 흐르는 눈물로 시아의 웃옷을 적셨다.
“녀석들……. 일감이 손에 안 잡힐 텐데.”
디레스는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감추기 위해 애써 임무로 바쁜 부하들을 생각했다. 플릿 네의 부상 소식을 듣고 동요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했다.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길드원이 없을 것이다.
“실수로 엄한 벌집이나 안 건드리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게까지 나사가 빠질 바보를 들인 기억 없어. 다들 무사히 돌아와서 여기로 모일 거야.”
“역시 그렇겠지? ……. 고마워, 보스. 최고의 위로야.”
걱정과 긴장이 쉬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계 때문에 안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탓도 있지만, 부상당한 세 명 모두가 자신의 부하고, 그 중 한 명이 친동생이라는 점이 가슴을 강하게 자극했다.
소집 명령이 떨어지고 한 시간, 치료가 시작되고 두 시간. 영역 내에서 간단한 임무를 맡았던 길드원들이 모든 일을 마치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수색 부대 전원과 진격 부대 두 명이었다. 진격 부대 대원은 아지트 입구에서 부하들을 기다리고 있던 밀리엄이 곧바로 엘더에게 데리고 갔다. 수색 부대는 제 2천왕의 집무실 앞에서 모인 다음 다 같이 의료실로 찾아갔다. 그들의 캡틴 디레스가 부대 대기실로 가라 했지만, 부대가 달라도 같은 캡틴을 모시는 자로서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수의 고집은 시아도 말릴 수 없었다.
소집 명령이 떨어지고 세 시간, 치료가 시작되고 네 시간. 영역에서 가까운 바깥 지역으로 나가있던 길드원들이 임무를 마무리하고 아지트에 돌아왔다. 정보 부대 한 조와 후방지원 부대 전원이었다. 정보 부대는 자연히 의료실 앞으로 전력으로 달려왔다. 후방지원 부대는 독한 수련을 준비 중인 크리세이스를 대신하여 멜로즈가 반겨줬다. 그들은 캡틴의 지시를 기다리면서 이번 임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강 족과의 충돌에 대해서는 지금에야 들었다.
소집 명령이 떨어지고 일곱 시간, 치료가 시작되고 여덟 시간. 길드 가디안스 전원이 아지트에 모였다. 그리고 드디어 의료실의 결계가 사라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리저리 뒤섞인 마기가 드라이아이스의 하얀 기체처럼 흘러나왔다.
“이런 이런. 정보 부대랑 수색 부대가 전부 대기하고 있군. 몇 시간씩이나 여기서 죽치고 있었다니 직무 태만이야. 보스, 엑서스엘 경.”
화타가 가장 먼저 밖으로 나왔다. 바로 뒤에 휴도 있었다. 둘 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마력을 장시간 동안 다량으로 소비한 탓에, 얼굴이 초췌해지고 전체적으로 축 쳐져 보였다. 그들의 뒤로 언뜻 보이는 의료진 전원도 다를 바 없었다. 그들 모두 장작 여덟 시간, 하루의 1/3 내내 플릿을 포함한 세 명을 살리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수고 많았어. 정말 수고 많았어.”
시아는 환자들의 상태를 듣기 전에 격려부터 했다.
“아아. 잠깐 실례할게, 보스.”
화타의 모습이 노인에서 청년으로 서서히 변했다. 마력 소비가 심하고 피곤이 몰려와서 변신 마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가 본래 청년의 모습을 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디안스가 세워진 이래로 처음이었다.
“제대로 지쳤나보군.”
“보면 알잖아. 완전 녹초야.”
화타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의료진을 죽 훑어봤다.
“밥부터 먹어야 할지 잠부터 자야 할지 고민이야.”
“네 입에서 쉰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잘 끝낸 모양이군.”
“당연하지. 살려고 바둥거리는 녀석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잖아. 얼른 자리 털고 일어나서 복수해야지.”
곳곳에서 안도하는 소리가 났다. 긴장이 풀려서 휘청거리는 이도 둘셋 있었다.
“걱정 마. 보스가 고른 아이들은 쉽게 안 죽어.
“알아. 독-한 놈들이잖아.”
시아도 드디어 웃었다. 화타와 휴도 겨우 미소를 지었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다리에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었다. 그래도 그만한 결과를 이끌어냈고 아지트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져서 마음이 홀가분했다. 시아는 둘에게 다가가 동시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끝까지 살아남은 녀석들이나 살려낸 녀석들이나, 전부 대단해.”
이미 시각은 새벽 네 시. 긴장이 풀린 시아는 그곳에서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눈을 뜨니 자신의 침대에서 얌전히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커튼 사이로 새들어 오는 빛이 너무 밝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정오를 지나 있었다. 의료실에서 화타가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만큼 푹 잔 것이다.
“류 민, 이 자식. 좀 깨워주지.”
시아는 샤워 후에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거른 채 의료실로 향했다. 세 명의 상태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대대적인 치료가 끝난 후의 모습을 봐 봤자 처음의 무참한 모습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얼마만큼 안정을 되찾았는지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길게 이어지는 만큼 시아의 걸음이 빨라졌다.
“마침 잘 왔어, 보스. 애들도 이제 막 일어났어.”
다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화타가 시아를 안내했다.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마력이 회복된 것이다. 그의 원숭이 샤오메이도 안심하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냥 원래 모습으로 있지. 쓸데없이 마력만 쓰잖아.”
“뭘 모르는 군. 지구력 단련이야.”
“정작 필요할 때 마력이 부족하면 지구력을 단련한 보람이 없어지잖아.”
“정령은 원소력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
“그러면 지구력 단련이 무슨 소용이야.”
화타는 검사 차트를 슬슬 넘겨 확인하면서 미끄러지듯이 이동했다. 그림자가 지면을 따라 흘러 지나가는 듯한 움직임은 세속을 초월한 것처럼 신비롭게 보였다. 그런데 시아는 오히려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걱정했다. 화타가 굳이 어둠의 정령의 이동법을 사용하는 것은 육체에 피로가 쌓인 탓에 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녀석들, 자기 회복이 가능할 정도로 안전권에 들어갔으면 너도 좀 쉬어. 만 하루 푹 쉬면 원상태로 돌아가잖아.”
“그 만 하루를 쉴 여유가 못 돼. 기프테 폰 크로이추크나 에덴의 약이나 아차 하는 사이에 진화하거든.”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시아가 반박할 수 없었다. 길드 가디안스에서 화타만큼 우수한 인재가 없는 탓에 연구, 제조 등 연구진의 거의 대부분의 일을 화타 혼자 해냈다. 다섯 명 정도 되는 연구진은 물건 나르기용 심부름꾼이나 마찬가지였다.
구 화타는 인간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반시니크-듄켈 독토르(wahnsinnig-dunkel Doktor/Lunatic-Dark Doctor). ‘음침한 미친 박사’라는 뜻이다. 흥미가 생긴 것이라면 근본을 파헤치고 자신의 손으로 재현 가능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적인 과학자이자 의사였다.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은 시선을 많이 받지만, 본인이 주변의 풍문을 싸그리 무시했다. 이런 자가 어떻게 시아를 만나서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다.
“어-이. 숨 쉬고 있냐?”
화타가 병실 문을 열었다. 나란히 놓여 있는 침대 세 개. 그 위에 누워있는 환자들. 그들 옆에 하나씩 놓여 있는 링거. 그 옆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는 보조원들. 예상 가능한 뻔한 광경이 병실 안에 있었다.
“보스께서 납셨다.”
“일부러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
“클클클. 잠깐 일어나도 될 만큼 회복 됐어.”
시아는 화타의 심술이 마음에 안 들어서 주먹으로 그의 배를 툭 쳤다. 화타는 여전히 클클클 웃었다.
“살아서 다행이다.”
담백한 한 마디.
다른 두 길드원은 자신의 힘으로 몸을 일으켰지만, 플릿은 옆에 있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플릿의 상태가 가장 중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표정도 셋 중 최악이었다.
“아픈 거냐, 분한 거냐?”
시아가 플릿의 머리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플릿의 눈에서 눈물이 굵게 떨어졌다.
“분합니다.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고 당해서 분합니다. 보스의 얼굴에 먹칠해서 분합니다.”
가슴 속 응어리가 시아의 앞에서 터져 나왔다. 얼마나 꽁꽁 싸매고서 혼자 참았었는지, 보는 사람이 가슴 아플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그가 누구던가. 적룡왕인 아버지보다 친 형 디레스보다, 시아를 따르는 플릿이다. 존경하는 이 앞에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조용히, 조금은 소리를 내며 자신을 탓하는 참회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분하면 갚아야지. 꾸물거리다간 강 족한테 유감 많은 솔리가 먼저 날뛸 거야. 그러니까 부지런히 기운 차리고 착실하게 나으라고.”
기다안스의 작은 보스는 플릿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플릿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 족에게 심하게 당하고 돌아온 세 명 전부를 향한 말이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플릿 외 두 명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다신 이런 일 없을 겁니다.”
“다음엔 보스께 승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다른 두 길드원이 의욕에 넘쳤다. 몸은 고달파도 정신은 제대로 부활했다.
“그런 말 쉽게 하는 거 아니야. 기습은 아무리 같은 수법이라도 막거나 피하기 어려워. 기습이 아니더라도 같은 일에 몇 번이고 당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너희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무모한 일을 하지 않고 최선의 방책으로 대응해서 여기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최우선이야. 수 십, 수 백 번 깨져도 괜찮아. 살아만 있다면 한꺼번에 몰아서 설욕할 수 있어.”
무표정인 듯하면서 강인한 눈동자가 빛났다. 하나의 길드를 이끄는 보스로서 통솔력과 굳센 의지가 그 속에 있었다. 길드원들이 그녀를 거역하지 못하는 원동력이었다.
“보스…….”
“…….”
[훌쩍]
가슴이 뭉클해지고 고개가 저절로 아래로 떨어졌다.
“보스. 명언이야.”
“명언이라니. 놀리지 마.”
칭찬에 약한 시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화타를 옆으로 흘겨봤다.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기 때문에 화타는 다시 클클클 웃으며 즐거워했다. 한 때 솔리가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수 백 년 묵은 능구렁이’였다. 간교한 여우의 이미지보다 이리저리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 능구렁이가 딱이었다. 실컷 놀리다가 자기만 쏙 빠져나가고, 다시 실컷 놀리고. 상대하기에 가장 열 받는 인물이라서 솔리가 애초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용쓴다는 후설도 있다.
“하-. 화타. 쟤네는 키메라니까 네가 잘 챙길 수 있다지만 플릿은 드래곤 순종이야. 같이 치료했다는 휴도 드래곤 순종엔 쥐약이라고.”
“내 실력을 의심하는 거야? 내 지식을 의심하는 거야?”
“조금은.”
시아는 1초의 여유 없이 쌈박하게 대꾸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는 말을 뒤잇기까지 했다. 화타는 자존심이 장외홈런으로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보-스-!”
“날 놀린 벌이야.”
“읏!”
역시 길드 가디안스의 길드원이라면 예외 없이 보스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그래도 치사해. 자존심 공격이라니.”
“그런데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야. 예전에 엘더가 다쳤을 때, 드래곤 순조은 어렵다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시아의 눈이 마치 ‘무능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이를 빠득빠득 갈 화타가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했다. 시아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멱살을 거칠게 바짝 휘어잡았다.
“플릿의 상태는?”
“…본인한테 물어도 되…….”
“플릿의 상태는?”
“제 2천왕이 오늘 중에 들른다고 했어.”
시아는 한 손으로만 잡았던 멱살을 두 손으로 잡고 사정없이 앞뒤로 흔들었다. 화타의 어깨 위에 있던 원숭이는 재주껏 중심을 잡다가 결국 자기 발로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시아가 화타를 놓아주고 화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조그만 원형의자 위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어쩐지. 플릿이 제일 심하게 당했다 해도 회복 차이가 심하더라. 게다가 드래곤은 본디 회복이 빠른 체질인데 말이지.”
아무리 주변에서 진정하라고 말려도 소용없었다. 따져야 할 건 끝까지 따져야 했다.
“플릿. 보스께 사랑받는구나.”
“굳이 내가 아니었더라도 똑같이 하실 분이야.”
플릿은 손등으로 흐르다 만 눈물을 닦았다. 시아와 화타의 떠들썩한 분위기 덕분에 기분이 진정됐다. 그리고 이제서야 무사히 길드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불안감 때문에 남모르게 떨고 있던 숨겨둔 날개가 얌전해졌다.
“하-. 이 녀석 때문에 할 말을 잊어버릴 뻔했어.”
시아는 앞머리를 뒤로 길게 쓸어 넘겼다. 눈동자가 블랙-레드 오드아이로 변했다.
“길드 에덴이랑 강 족이 손을 잡은 것 가아. 100%에 가까운 확실한 추측이야. 우리와 크루세이더를 동시에 상대할 심산인 거지. 우리의 주 상대는 그쪽이 선전포고한 것처럼 ‘강 족’이 될 거다. 너희한테 얼마든지 설욕의 기회가 올 거야.”
침대에 몸을 맡기고 있는 전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몸이 근질근질했다. 아무리 정보 부대라도 본질은 체인급 이상의 키메라였다. 전투본능이 무한히 치솟았다. 엉망진창인 몸뚱이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유감이었다.
“솔리가 변수지만 밀리엄이 가능한 바짝 붙어 있겠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솔리의 복수집념에 지지 않으려면 제대로 치료받고 빨리 전선에 복귀해야지.”
“Ja, für Sie, meine Boß."
환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찬 외침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사기를 끌어올리는 솜씨는 보스가 세계 최고일 거야.”
“동감이에요.”
“아, 어서 와. 제 1천왕 나으리.”
민이 어느새 화타의 옆에 서있었다. 그의 손에 있는 것은 얇은 서류철 하나였다. 새카만 파일에 세로로 길게 붙어 있는 선명한 붉은 라벨. ‘다스 드링엔데 에라이크니스(das dringende Ereignis : 긴급한 사태)’ 약칭, ‘디 츠바이트봄베(die Zweitbombe)' 길드 가디안스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다루는 부류였다.
“보스. 협박장이에요.”
시아가 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순식간에 온 신경을 그에게 집중하기 딱 좋은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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