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무크롬/히바크롬]L'indaco -은화 한 닢

★은하수★ 2011. 6. 3. 22:02

 

<공지>
1. 무크롬처럼 보이는 히바크롬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L'indaco 란 이탈리아 어로 '남색(감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제목에선 표기하지 않아서 여기서 미리 말씀 드리겠는데, 17금으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17금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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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화 한 닢

 

봉고레 왕국 밀피오레 백작령의 명물, 도적단 고쿠요. 이곳에 새로운 단원이 들어왔다. 아마도 두목에게 끌려와 아니 업혀와 억지로 입단한 유일한 단원일 것이다. 고쿠요 단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전원 자진해서 가입했다고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MM에게 끌려가 구석구석 뽀득뽀득 씻어내고 검정 일색의 새 옷으로 갈아 입혔더니, 첫인상에 비해 상당히 봐 줄만한 인상이었다. 놀라운 것은, 한창 어릴 적에 당한 사고로 오른쪽 눈이 실명 되어 흐리멍덩하게 보이는 걸 빼고는, 몸 어디의 겉에 드러나 보이는 곳에 조그만 생채기 하나 없었다. 뒷골목 깊숙한 곳 출신으로 누구보다 험하게 살았을 텐데 의외로 살만한가 싶을 정도로 반듯한 그녀였다.

“계―집. 어째서 이름을 안 가르쳐 주는 거야?”

두목 무크로가 소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자신의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그녀는 담담했다. 뒤로 물러나지도 않고 그의 손을 쳐내지도 않았다.

“나이는 열여섯. 성별은 태어날 때부터 여자. 부모형제자매배우자자녀 일절 없음. 이 정도면 훌륭한 자기소개잖아요.”

그녀는 똑같은 말을 몇 번씩 반복하는 것이 지겹다는 듯이 힘없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꾸했다. 그녀의 의식이 무크로에게 쏠려있지 않았다. 안대로 가리지 않은 왼쪽 눈이 안대에 가려진 오른쪽 눈 못지않게 텅 비었다. 현실을 회피하는 데 도가 텄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무크로는 길가를 거니는 개를 보는 눈으로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턱을 치켜 올리던 손을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리더니 뒷덜미를 슬며시 감싸고 반대쪽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받쳤다. 그녀의 몸이 그에게 반 발짝 더 가까워졌다.

“지금 이 좁은 방에 젊은 남녀가 가까이 붙어 있을 때 할 일은 뭐가 있을지 알고 있겠지?”

“아무리 숫처녀라도 알 건 아는 나이니까요. 그리고 두목이 그런 일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쿠후후후. 정말 영특한 아이군.”

그는 그녀의 목을 받치던 손을 움직여 한 팔 가득 그녀의 양 어깨를 감싸 안았다. 허리를 받치던 손도 옷을 훑으며 옆구리 쪽으로 깊게 들어가 팔 전체로 그녀의 몸을 구속했다. 한 마디로 그녀의 몸이 자신에게 딱 붙도록 끌어안았다.

“그래. 넌 내 것이야. 나를 위해 움직이는 장기말이야. 물건에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고 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지. 그래도 이 로쿠도 무크로의 것이니 특별히 이름을 지어주지. ……크롬. 나만을 위해 움직이는 크롬. 넌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다른 녀석들의 말 따의 들어서는 안 돼. 넌 내가 주은 나만의 장기말이야.”

그녀-크롬-를 구속하는 그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서로 안다, 안겨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일단은 ‘사람’을 안고 있고, ‘사람’에게 안겨 있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정말로 ‘물건’을 마주하는 것처럼 불편하고 차가웠다. 설사 진짜 물건을 마주하고 있다 해도 이보다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 없는 상대와 마주하는 것이 이토록 냉랭한 일이던가. 아니, 이들은 이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무관심했다. 내가 주운 물건, 날 주운 주인. 그들 사이에는 이것이 전부였다.

무크로는 그녀를 놓았다. 그리고 그녀가 저항하지 못하게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감으로 그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사이에 그의 얼굴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녀의 목덜미가 따뜻해졌다. 그녀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뒤이어 통증이 느껴졌다. 송곳니를 박아 넣은 것도 아닌데 피를 빨리는 것처럼 얇고 예민한 살갗이 괴로웠다.

한 군데 그리고 두 군데.

무크로는 크롬에게 표식을 남기고 나서 슬며시 손을 놓았다. 크롬이 먼저 피하듯이 뒤로 물러났다. 무크로의 표식이 생긴 부분을 잡고 미간을 찌푸렸다. 불쾌하기 이전에 어이가 없었다.

“주인이 남기는 표식 중에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없어요. 차라리 인두로 지지는 쪽이 낫겠어요,”

“그건 한 번 밖에 할 수 없잖아. 이건 사라질 때마다 내키는 대로 어디에든 몇 개든 할 수 있거든”

크롬은 이를 꽉 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인과 장기말이다. 주인이 하는 말을 장기말이 이해하거나 납득할 필요 없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고 주인이 하는 대로 당하는 것이 바로 주인을 위해 존재하는 장기말이었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의 물건이 되었어도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아주 잘 알았다. 그러니 지금은 뭐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자. 잡담은 그만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무크로는 이불을 깔았어도 딱딱한 침대에 털썩 앉았다.

“지금쯤 치구사와 켄이 네가 몸담고 있었던 소매치기 무리를 어린 애 하나 남겨두지 않고 싸그리 없애고 있을 거야.”

크롬은 눈을 크게 뜨고 무크로를 향해 시선을 휙 돌렸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자기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들을!”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쿠요 단의 아지트에 들어온 후로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격하게 드러냈다.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아무리 신이라도 멋대로 사람을 해칠 순 없어! 내가 당신의 돈을 훔쳤으니까 내가 여기에서 일하면서 갚으면 되잖아. 왜 죄 없는 그들을 죽이는 거야?”

이성을 잃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반말이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핏기 없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주먹을 꽉 쥐고 더 터져 나오는 감정을 참으면서, 빛을 볼 수 있는 하나뿐인 눈으로 무크로를 곧게 응시했다.

“지금은 아무 잘못도 안 했지. 하지만 앞으로 내 것을 동요시킬 테니 일찍이 제거해야지. 그래. 존재 자체가 위험해. 살아 있는 것이 죄라고 해두지.”

“그런 말도 안 되는……!”

[툭 툭]

크롬은 몸을 움찔 거렸다.

[툭 툭]

무크로는 다시 자신의 왼쪽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잠시 망설였지만 가만히 있는 그의 눈과 손이 재촉하는 것처럼 보여서 어쩔 수 없이 그가 가리킨 곳에 앉았다.

“넌 내 것이야. 그걸 절대 잊지 마. 난 내 것을 뺏기거나 잃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아.”

목소리에 살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러나 곧 다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네가 내게 대드는 건 얼마든지 허락하겠어. 다른 녀석들은 꿈도 못 꾸는 혜택이지. 난 너의 주인이고 넌 내 물건이니까 배신을 해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어. 뭐, 배신할 만큼 내가 덜떨어진 인간이 아니니까, 내가 다시 버리지 않는 이상 네가 내게서 떨어질 일은 없을 거야.”

무크로는 있는 힘껏 크롬을 끌어안았다. 크롬은 그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히고 상체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역시나 ‘사람’에게 안겨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전혀 편하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난…….”

“지금 당장은 날 죽이고 싶을 만큼 내가 증오스럽겠지만…… 아니, 말을 바꾸도록 하지. 네가 날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약속하지.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나를 위해서 이 고쿠요에서 네 모든 걸 바쳐. 지금 네가 가진 기특한 재주가 꼭 필요해.”

몸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한 때 같이 살았던 동료들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는데, 무크로를 향해 잔뜩 끓어올랐던 분노가 어느새 사라졌다. 그의 말에 설득을 당한 건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순응한 자신이 이상했다. 생존본능일까? 남은 죽어도 자신은 살아야 한다는 더러운 생존본능이 이 순간에도 여지없이 발휘되는 건가?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환멸. 그래. 이 감정은 자신을 향한 환멸이다.

“여기는 도적단이죠?”

“도적단을 가장한 암살단이지.”

“이젠 될 대로 되라지에요. 황당하지도 않아요.”

“걱정 마. 나의 크롬에게 살인을 시키지 않아. 너의 재주는 더 멋진 일에서 빛을 발할 거야.”

무크로는 고양이의 배를 쓰다듬듯이 천천히 크롬의 등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주워 온 소녀를 자기 뜻대로 길들이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가진 특이한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그녀를 협박하지 않고, 그녀가 본인의 의지로 자신을 따르도록 회유했다.

“자, 크롬. 잘 들어. 내일 어떤 하급 귀족이 밀피오레 백작에게 뇌물을 바치러 성에 들어갈 거야. 마차에 문장이 새겨져 있으니까 정문을 통과할 수 있지만 귀족의 증표가 없으면 백작을 만날 수 없지. 우리가 마차를 습격한 사이에 넌 그에게서 증표를 가져와. 우리 모두 그 증표 하나를 위해 시끄럽게 전력을 다 할 거야.”

크롬의 첫 번째 임무는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일이었다. 귀족의 증표는 대개 반지나 목걸이의 형식으로 몸에 걸치는 것들이라, 그 사람이 모르게 훔치는 것은 소매치기 기술 중에서도 고난이도에 속했다. 하지만 그 무크로에게서 돈을 훔친 크롬이다. 난리통에 장신구 한두 개 빼내는 것쯤이야 부유층 마나님들을 상대로 수차례 해봤다. 제 손에 걸린 것은 절대 놓치지 않는 그녀에게 첫 임무는 처음답게 쉬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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