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만년필을 지른지 대략 일주일 되었습니다. 저번주 금요일(2016년4월22일) 배송을 받았으니, 포스팅을 하는 시점에서는 대략 일주일입니다.
세필을 추구하는 저로서는 EF촉을 주로 사용하는데, 파버카스텔이든 피에르가르뎅이든 카웨코든 유럽제 EF촉은 제가 쓰기엔 두껍습니다. 좀 많이. 그래서 세필과 태필을 가리지 않고 글을 쓰는 집에서는 유럽제 만년필을 쓰더라도, 비교적 세필류 필기량이 많은 사무실에서는 싸디 싼 플래티넘 프레피 03(F촉)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제 만년필을 질렀습니다. 일본제 만년필은 대놓고 '세필'용이라고 광고하지요.
이번에 지른 것은 파이롯트의 프레라 데몬(오렌지, 라이트블루, 블루), 플래티넘의 밸런스(블루) 입니다.
전부 F촉입니다. 이 아이들은 EF 촉이 없어요. 그래도 일본제 F촉이 유럽제 EF촉보다 가늘다는 사실. 대놓고 세필용이라고 광고할 만 합니다. 뭐, 유럽제는 웬만하면 태필이니까요.
파이롯트의 프레라 시리즈는 데몬(투명)인 것과 데몬이 아닌 것으로 나뉘는데 저는 플래티넘 프레피 말고는 데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프레라 세 자루 전부 데몬으로 질렀습니다. 얘네 캡과 하단 색이 너무 예뻐가지고 필기용과 소장용 합쳐서 세 자루나 질렀는데요, 현재 사무실에서 일주일동안 길들이고 있는 건 블루입니다. 오렌지와 라이트블루는 소장용으로 킵. 라이트그린도 사고 싶었는데 마침 품절이더군요. 각 세트마다 덤으로 블랙 카트리지가 한 개씩 들어 있는데, 저는 일부러 블루블랙 카트리지 한 팩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제가 만년필로 글을 쓸 때는 블루블랙을 주로 사용하거든요.
플래티넘의 밸런스는 작년부터 계속 노리고 있다가 만1년이 지나서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플래티넘 잉크 카트리지가 새 것으로 2팩, 쓰던 것 1팩(낱개 5개 남아 있는 상황)이나 있다보니 전용 컨버터가 있어도 카트리지 부터 쓰자는 생각에 집에서 쓰기 위해 벼르고 있습니다. 일단 파버카스텔 베이직에 충전해 둔 잉크를 다 쓰고 세척 끝내면 플래티넘 밸런스로 바로 갈아탈 겁니다.
시필샷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뜹니다.
일단 파이롯트 프레라에 파이롯트 잉크 카트리지를 끼우고(덤으로 온 블랙 카트리지) 일주일 동안 길들인 다음에 시필샷을 찍었습니다. 비교를 위해 볼펜 제트스트림 0.7과 모나미 소프트볼 0.4를 사용했습니다.
종이는 일반 A4 용지입니다.
제트스트림 0.7과 거의 비슷합니다. 만약 파이롯트에 필압을 주고 사용하면 더 두꺼워지겠지만,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필압으로 시필은 한 것이기 때문에 두 문장이 그렇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다만 만년필 잉크의 자연스러운 번짐현상과 볼펜의 각잡힌 단단함 때문에 제트스트림으로 쓴 쪽이 약간 더 가늘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그건 만년필과 볼펜의 고유한 차이 때문이니까 실질적으로 파이롯트 프레라도 0.7 정도 된다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이번에 지른 잉크들입니다.
파이롯트 전용 잉크 카트리지 블루블랙입니다. 파이롯트는 국제규격이 아니라 전용규격이기 때문에 컨버터든 잉크 카트리지든 파이롯트용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애정하고 애정하고 또 애정하며 무한 애정하는 파카 큉크 블루블랙. 저번에 쓰던 병잉크가 동나서 파카 만년필에 잉크 카트리지 꽂고 사용하다가(파카도 전용규격이라 파카 카트리지는 파카 만년필에만 사용 가능), 결국 다른 만년필에도 이 블루블랙 잉크를 넣기 위하여 병잉크를 한 번 더 질렀습니다. 한동안 잘 사용하던 세일러 잉크여 안녕.
올해 상반기에 실컷 질렀으니, 이제 당분간은 만년필이고 잉크고 지름신이 강림할 일은 없을 겁니다. 생각하건데 1년 내지 1년 반동안은 잠잠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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