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히바하루]Il rosso -2

★은하수★ 2010. 4. 8. 17:37

<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미래 패러렐 세계가 배경입니다. 시대적 배경과 인간 관계, 그리고 아이템(?) 설명이 나오는, 프롤로그&1편을 읽으셔야 뒷 이야기가 이해 됩니다.

4. 1편부터 조금 잔인한 구절이 나옵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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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루는 강했다. 억지로 중절 수술을, 그것도 마취 없이 당했지만 제정신을 유지했다. 수술 부위가 욱신거리지만 잘 참고 때를 기다렸다. 감옥처럼 생긴 개인 고문실에서 손님방으로 옮겨진 후, 적의 면상을 봐야 한다는 점 빼고는 불편한 것이 없었다.

히바리 부부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두 쌍의 페어링 덕분이었다. 지난 달 결혼기념일 선물로 쿄야가 잔니니에게 부탁해서 만든 초소형 통신기였다. 양쪽 귓불에 딱 달라붙는 형식의 원형 루비 귀걸이라서, 밀피오레도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쿄야가 장기 외근이 잦아서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든 것이 이번 기회에 크게 도움이 됐다. 하루가 손님방으로 옮겨진 이후부터 전파 방해를 덜 받아 연락이 가능해졌다.

“여차할 땐 여자가 더 강하다더니, 하루 제법이야.”

하루가 쿄야를 위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 비의 수호자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적진에 붙잡혀 있는 그녀가 걱정 안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짓까지 당했으니 괜찮은 것 같아도 정신적 충격이 말이 아닐 것이다.

“히바리 녀석. 하루가 무사한 걸로 됐다고 하지만, 엄청 화났을 걸?”

“극한으로 화났다. 보면 알아. 화가 극한에 극한으로 오를수록 묘하게 침착한 녀석이다.”

“역시 동급생이라 한 눈에 알아보는 거냐? 잔디머리.”

“극한 아이 커넥션이다.”

“컨택트다 커뮤니케이션이겠지, 이 극한 바보.”

“뭐야? 이 문어머리가.”

나이 먹은 만큼 어른스러워졌나 싶더니 엄청난 사건이 터진 바람에 옛 버릇이 다시 나와버렸다.

비의 수호자는 폭풍의 수호자와 태양의 수호자를 내버려두고 번개의 수호자에게 갔다. 그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핀도 그 옆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럴 때 나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일본 지부에 가 있는 중이었다. 쿄코나 하나에게 하루의 일을 알릴 수 없는 노릇이니, 아직 10대 초반의 어린 히트맨들을 달래는 일은 자연스럽게 비의 수호자에게 넘어갔다. 보스도 있겠지만 보스로서 밀피오레와의 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히바리 씨는 어때?”

“자기 집에서 얌전히 하루 양과 교신 중입니다. 전파 상태가 좋지 못해서 꽤 자주 끊어지나 보더군요.”

안개의 수호자가 멋대로 집으로 돌아간 쿄야의 상태를 보고 왔다. 쿄야와 제일 사이가 나쁘지만 예전처럼 얼굴을 보는 족족 싸움을 시작하지는 않기 때문에 비교적 ‘긴장에 싸인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봐요, 사와다. 뇌살탄을 정말 넘겨줄 생각입니까?”

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보스를 팔짱을 끼고서 거만한 자세로 내려다봤다. 일단 수호자라도 완전한 봉고레 패밀리 소속이 아니라서 언제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이다. 그래도 일단 수호자라서 밀피오레 패밀리가 저지른 것이나 요구사항이 적잖이 마음에 안 들었다. 어쩌면 다른 수호자들과 똑같이 분개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요구하는 건 뇌살탄 한 개야. 히바리 씨라면 그 한 발 정도 거뜬히 피할 수 있어. 아, 최소한 머리는.”

“대단한 신뢰입니다. 하긴, 그 히바리가 못 피할 리 없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연구용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어쩔 겁니까?”

“과연 그럴까?”

보스는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상당히 여유로웠다. 안개의 수호자를 적으로써 대하던 그 시절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밀피오레의 기술은 우리보다 위거나 최소한 동급이야. 다만 필살탄 자체가 우리의 독점물이라서 뇌살탄을 만들려면 필살탄부터 연구를 시작해야하지. 봉고레 링만을 원하고, 우리만을 노리는 밀피오레에서 과연 그 수고를 할까? 실리를 중요시하는 그들이? 절대 아니야. 히바리 씨만 거래자로 지목한 것도 히바리 씨가 극비를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보스인 나를 지목한 것보다 덜 의심받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안개의 수호자는 조용히 보스의 말을 들었다. 낮에도 했던 말이지만, 쿄야가 어떤 사업에 손댔었는지 대강 알게 되고 나서는, 이 같은 말이 더 심오하게 들렸다. 아직 추측 수준이나, 정확다고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밀피오레입니다. 바로 며칠 전에 수호자의 존재를 공개해서 그들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걸 조사하는 게 히바리 씨의 이번 임무였거든. 히바리 씨가 지목된 건 오히려 잘 된 일이야.”

“오야오야. 당신네한테는 정말 질렸습니다. 둘이서 나머지 다섯의 몫을 하는 겁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야. 다들 자기 몫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내가 뒤지면 안 되잖아.”

“폭풍의 수호자 앞에서 그 소리 해보십쇼. 울며불며 부정할 겁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움직이잖아.”

보스는 느긋하게 안개의 수호자를 상대했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되레 모든 일을 한 발 앞서 벌여놔서 안개의 수호자의 말문을 수월하게 닫았다. 안개의 수호자가 만만한 자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보스에게 굴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준비해서 나쁠 게 없다고, 단독으로 밀피오레 패밀리에 대해 조사해봐야겠다고, 웃는 얼굴의 이면에서 간사하고도 무서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보스는 그 표정을 꿰뚫어 봤지만 모른 척 했다. 안개의 수호자도 쿄야 못지않게 혼자 행동하는 편이라서 최대한 간섭하지 않았다.

히바리는 베란다에 서서 인근의 불빛을 넓게 바라봤다. 전파가 통한다 해도 하루가 적과 같이 있는 중에 말을 걸면 통신기를 들킬 수 있기 때문에 하루가 먼저 말을 걸 때까지 기다렸다. 물론 통신기의 수신 음파 범위가 귀에 밀접한 공간에 한정돼서 바짝 마주하지 않는 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나쁠 거 없었다.

“-야 씨. 쿄야 씨.”

“응. 듣고 있어.”

애타게 기다리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흐릿하게 들렸다. 집 안에서 가장 통신이 잘 되는 곳을 골랐지만 노이즈가 간간히 섞였다.

“‘응. 듣고 있어.’가 뭐에요. ‘녀석들이 괴롭히지 않았어? 아직도 많이 아파?’ 이 정도 말은 해 줘야죠.”

“그건 아까 했잖아.”

“세 시간 만이잖아요. 또 해줄 수 있잖아요.”

하루가 심술부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입을 최대한 비죽 내민 그녀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팔을 꽉 끌어안을 것 같았다. 상상의 효과가 의외로 강했다. 항상 하루가 매달리는 왼팔이 욱신거렸다. 정말 붙잡힌 것처럼 살과 근육이 조여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체온이 없었다.

“그것보단, 밥은 제대로 먹었어?”

“물론이죠. 보란 듯이 버티려면 당당하게 먹어야 하잖아요. 정말정말 맛없었지만 살기 위해서 싹 비웠어요.”

지금쯤 하루는 두 팔 걷어붙이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밝고 씩씩한 하루의, 하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트레이드 마크였다. 쿄야는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바람에 ‘풋’하고 웃고 말았다. 이 와중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는 그녀의 모든 심술과 모든 돌발적인 행동이 사랑스러웠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그의 애정을 과감하게 끌어당겼다.

“쿄야 씨는 잘 챙겨 먹었어요?”

“응. 내일 널 데리러 갈 거니까.”

“에이. 쿄야 씨는 거짓말이 서툴다구요. 보나마나 아무 것도 안 먹었죠?”

쿄야는 그저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초직감이 발달한 보스 외에 쿄야를 전부 파악하는 건 하루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와 말투지만 무엇이든 다 알아 맞혔다. 결혼하기 전에도, 연애하기 전에도, 서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던 시절에도, 하루는 언제나 쿄야의 상태를 잘 알아봤다. ‘일단은’ 그의 스승인 디노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가 막힌 눈썰미였다.

“집에 가면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요. 그러니까 지금은 간단하게라도 챙겨 먹어요.”

하루의 목소리가 포근하게 쿄야를 감싸 안았다. 지금 힘든 사람은 하루면서 오히려 하루가 위로를 했다. 그녀는 자기 안전쯤이야 어찌 되도 좋았다. 아직 고집쟁이에 어린애 같은 구석이 짙은 쿄야가 혼자서 불안해하는 것이, 그녀로서는 견디기 힘들었다.

“응. 그럴게. ……. 그 방에 감시 카메라나 도청 장치는 없다고 했지?”

“네. 봉고레에 절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세세한 감시는 안 하겠대요.”

“무리해서 찾지는 말고. 녀석들, 약속과 규칙에 한해선 철저하니까 일부러 의심하지 않아도 괜찮아.”

“피곤해서 방 구경도 제대로 못 했는 걸요.”

시종일관 발랄한 목소리에 쿄야는 다시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여러 가지 일을 당해서, 아파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말을 애써 돌려말 할 필요가 없는데, 그녀는 말 한 마디마저 쿄야 우선이었다.

[챙!]

밀피오레에서 보낸 시험관이 불현듯 떠오르자마자 톤파로 베란다 유리창을 깼다. 파편이 사방을 튀었다. 슬리퍼를 신은 발에 작은 조각이 날아들었고, 톤파를 내지른 오른 팔은 양복 팔꿈치 부분에 조각이 붙었다. 갈기갈기 금이 나서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리 조각이 뒤늦게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졌다.

“쿄야 씨…….”

“힘들면 힘들다고 말 해. 울고 싶으면 울어.”

쿄야는 자신에게 화 나 있었다. 밀피오레 패밀리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없지만, 하루가 그런 일을 당하도록 그녀를 오랫동안 혼자 둔 자신을 끊임없이 책망했다. 그런 자신은 하루에게 위로받을 가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힘들다는 말도, 괴롭다는 말도, 아프다는 말도, 우는 것도, 전부 집에 돌아가서 쿄야 씨에게 안겨서 할래요. 그 때 절 꼭 안고 등을 다독이면서 달래주세요. 어차피 내일이면 만… …있…요.”

“하루?”

“…러니…….”

“하루!”

통신이 끊어졌다.

몇 시간 후면 밀피오레와 거래를 한다. 그리고 하루를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기다리는 일은 그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비밀 프로젝트를 수없이 해왔으면서 이번 일은 기다리는 것이 몇 십 몇 백 배나 괴로웠다. 당장이라도 밀피오레 본부에 쳐들어가서 하루를 데려오고 싶었다. 내일 거래에서도 뇌살탄이건 뭐건 안중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알면서도 하루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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