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giallo 란 이탈리아 어로 '노란색'을 뜻합니다. 노란색은 외로움이나 강한 자기주장 등을 상징합니다.
4. 프롤로그에 낚이지 맙시다. 픽션이니까요.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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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단풍이 곱게 물들고 하늘이 어느 계절보다 푸른 가을이 올해에도 당도했다. 가을이 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식욕이 왕성한 계절. 결실을 맺는 계절. ―이것이 가을이었다.
달력에 휴일로 표시된 전 국민 공통의 안식일이면, 누구나 마음껏 자연을 만끽 할 수 있는 국립공원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몰려든다. 쾌청한 날씨와 그에 어울리는 평화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인파가 도를 지나치면 되레 쾌청한 날씨가 원망스럽다.
나미모리 공원도 휴일과 평화와 가을을 풍미 있게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한 곳. 인적이 드물다 못해 휑한 곳이 있었다. 어딜 가나 금기가 있는 것처럼, 사랑이 모여드는 곳에는 발을 선뜻 들이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그곳에 대담하게 발을 들이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10대.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를 잡기 편합니다.”
봉고레 패밀리의 젊은 세대가 집에서 가까운 나미모리 공원에 단풍놀이를 나왔다. 그런데 인파를 헤치며 빈자리를 찾다가 나미모리 공원의 깊은 안쪽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쉿, 고쿠데라 군. 목소리가 커.”
사와다 츠나요시가 직접 고쿠데라 하야토의 입을 막았다. 뒤따라오던 야마모토 타케시도 사와다 츠나요시가 본 것을 동시에 발견했다. 제 눈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며 흥미로운 듯, 평소보다 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날을 잘못 잡았어. 그냥 돌아가자.”
야마모토 타케시가 고쿠데라 하야토를 힘을 끌고 갔고, 사와다 츠나요시는 그가 목격한 누구의 눈치를 본 다음에 뒤따라갔다.
나미모리 3인방이 우연히 목격한 곳에서, 히바리 쿄야가 미우라 하루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었다.
두 사람은 선명한 단홍색으로 빼곡히 차오른 굵은 단풍나무 아래에서 세상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풍류를 즐겼다. 하루는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고 다소곳이 앉아 자신의 무릎에 의지하고 있는 쿄야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까맣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훑어 지나갈 때마다 사락사락 소리가 났다. 단풍나무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소리와 비슷했다. 쿄야는 주인의 손길을 좋아하는 아기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언제나 조용해서 좋아요.”
“내가 아무도 못 오게 했는걸.”
“새삼스럽지만 쿄야 씨는 신기한 사람이에요.”
“보통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아?”
쿄야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의 머리칼이 하루의 다리를 간지럽혔다. 그는 몸 위로 올라와 있는 오른손을 하루의 왼손을 향해 뻗었다.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던 그녀는 잔디를 짚으며 심심해하고 있던 왼손을 기꺼이 그의 오른손에게 맡겼다.
“쿄야 씨가 어리광을 부릴 때는 꼭 아기 같아요. 예전에 ‘하루에 한 번씩 내 어리고아을 받아줘’라고 했을 때는 쿄야 씨의 어리광이 어떤 건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쿄야 씨의 이런 모습을 봐야 안심이 되요.”
하루는 품위 있는 아가씨처럼 말투가 조근조근했다. 도저히 평상시의 새침발랄한 귀여운 소녀라고 믿을 수 없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상황에 따라 행동거지와 말투가 변화무쌍했다.
쿄야는 누워있는 내내 생글생글 웃었다. 아니, 하루와 같이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웃는 낯이 됐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머리를 두어 번 슬슬 비볐다. 그녀의 말대로, 어머니의 품 안에서 제일 안심하는 어린 아이 같았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그녀를 꽉 끌어안을 때 못지않게 자신의 마음에 편안해지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주변이 아무리 시끌벅적하고 아슬아슬해도 본인은 평화롭게 여유를 부릴 자신이 있었다.
“누군가랑 같이 있는 건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무리 짓는 건 싫어하잖아요.”
“내가 말하는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너 하나뿐인걸.”
“어머. 그러면 이전까지는 기분이 별로였다는 말인가요?”
“설마. 절대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할 거라는 사실이야.”
하루의 손을 잡은 쿄야의 손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하루는 그의 말 때문인지 그의 체온 때문인지 얼굴색이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단풍잎과 똑같아졌다.
“쿡.”
쿄야가 갑자기 웃음을 내뱉었다.
“왜, 왜요?”
“왠지 모르게 지금 네 얼굴이 어떨지 상상이 되서. 올려다봐도 돼?”
“안 돼요.”
하루는 당황해하며 곧장 거절했다. 그리고 쿄야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의 눈을 가렸다.
“어차피 지금 자세로는 안 보여.”
“그래도 안 돼요. 절대 돌아눕지 말고 일어나지 마요.”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쿄야는 그녀의 바람을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원래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할수록 하고 싶은 법이다. 그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잡은 채로 몸만 틀어서 그녀와 마주봤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숙이기 전에 이마로 그녀의 이마를 받쳤다. 게다가 마무리로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하루는 고개를 숙이지도 못하고 양손까지 붙잡혀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히-. 너무, 가, 가깝잖아요.”
“예상보다 훨씬 굉장한 얼굴이었군.”
“노, 놀리지 마요.”
“귀엽다고 칭찬하는 거야.”
하루는 쿄야에게서 떨어지고 싶으면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나머지 두 눈을 꽉 감아버렸다.
“치-사 하잖아.”
쿄야는 하루의 왼쪽 어깨로 미끄러지듯이 머리를 떨궜다.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내가 이성과 얼마나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눈을 감아버리면 어떡해?”
“하히?”
“못 알아들었으면 됐어.”
쿄야는 하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체중을 실어 그녀를 살짝 밀었다. 하루의 등이 단풍나무 기둥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그녀가 약간의 통증을 느낄 정도로 양손에 힘을 줬다.
“저어어어어어 기이이이이이이.”
“내 이성이 이길 때까지 참아. 잠깐이면 돼.”
하루는 그 자세 그대로 인형처럼 굳었다. 그러면서 미친 듯이 빨리 뛰는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릴까봐 더 긴장했다. 그런데 그녀가 놓친 것이 있었다. 그는 그녀와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에 심장 소리가 아닌 심장 고동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녀의 빠른 심장 박동을 그녀가 걱정하기 전부터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하루.”
쿄야는 좀처럼 하루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나와 같이 있어줘. 네가 없어지면 난 다시 혼자가 되니까……. 날 혼자 두지 마.”
필사적인 쪽은 하루보다 쿄야였다.
하루는 그의 불안감을 알 것 같았다. 자신도 무심코 그가 없어졌을 때를 상상하고 그것이 현실이 될까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친구가 많고 가족이 옆에 있어도, 그가 없으면 그 순간부터 외톨이가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불안할 때면 그에게 더 응석을 부렸다.
그녀는 쿄야가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알고 차츰 진정이 됐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얼마나 슬픈 얼굴일지 선하게 그려졌다.
“항상 옆에 있을 거예요. 쿄야 씨를 쫓아다니는 게 제 특기잖아요.”
하루는 고개를 기울여서 쿄야의 머리에 기댔다. 몸 전체의 긴장도 풀려서 한결 편하게 그에게 의지하고, 또 그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 새삼스럽게 그가 따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치사해.”
“하히?”
쿄야는 고개를 들고 자신의 여린 숨이 하루의 귓불에 닿을 만큼, 지금보다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는 숨이 아니라 입술이 귀에 닿을 것만 같았다. 그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입가에는 미소가 보였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널 덮친다고 해도 그건 절대로 내 탓만은 아니야. 지금보다 더 귀여워지는 건 상관없는데, 그 다음 내가 어떻게 할지는 나도 장담 못해.”
인적이 닿지 않는 조용한 그곳에 단풍잎을 흔드는 바람이 여리게 불었다. 그 바람은, 서로의 외로움을 감싸 안는 연인의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그들의 주변만 이리저리 맴돌았다. 가을바람이 조금 쌀쌀하다지만 그곳에 부는 바람은 늦봄에 부는 바람인양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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