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야마하루 NL커플이 기본입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랩소디]가 람보 군 중심이었다면, [녹턴]은 야마모토 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6. 이번 편은 커플을 설정하면서도 절대 로맨스가 될 수 없는, 그렇다고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좀 애매한, 코믹도 어정쩡한, 장르를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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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춤
인형술사와 라임 과수원 아가씨의 달콤상큼한 러브 오로라가 만발한 그곳에 또 다른 인형술사가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히바리 쿄야. 그도 타케시 못지않게 마피아 대륙에서 유명했다. 그리고 무려 친하다. 절대 누구와 함께 행동하는 법이 없는 쿄야가 타케시를 유일하게 파트너로 찍었다. 타케시라면 자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란다. 어쨌든, 이틀 전에 불쑥 나타난 그는, 타케시의 조그만 집에서 무기한 신세를 질 작정으로 빈둥거리는 중이다. 그 히바리 쿄야가 ‘빈둥’거리고 있다.
“어이. 여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동네야.”
시내 ‘리본 목공소’로 나가기 전, 타케시가 쿄야를 깨웠다. 절대 자기 손은 대지 않고, 손바닥만 한 인형으로 조심스럽게 쿄야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수면 방해를 죽기보다 싫어해서 깨울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물론 깨우지 않는 편이 현명하나, 타케시는 성격상 쿄야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한 번은 찔러봐야 했다.
“역시 안 일어나네.”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도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어쩌면 그것은 쿄야의 인형이 부스터를 강화한 로켓처럼 날아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인지도 모른다.
타케시가 밖으로 나가고 수 초 후에 쿄야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잠귀가 밝아서 타케시가 깨어났을 때 그도 같이 깨어났지만 일부러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타케시가 나가길 기다렸다가 지붕에서 대기하고 있던 감시 인형이 신호를 보내자 일어났다. 그런데 등이 서늘했다.
“참 고전적인 수법이야.”
“……!”
밖으로 나간 타케시가 등 뒤에 서있었다. 쿄야는 예상 외의 상황에 제대로 깜짝 놀랐다. 차갑게 진지한 얼굴이 우르르 무너진 순간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깼지? 나랑 똑같이 생긴 인형이랑 날 헷갈리다니, 너 답지 않아.”
타케시는 키득키득 웃으며 쿄야에게 아침식사용 빵과 삶은 달걀을 던졌다. 쿄야가 황급히 문을 열어 밖을 확인하는 바람에 아침식사는 이불 위로 착지하고 말았다.
“쿄야. 누누이 말하지만 먹을 건 소중히 하라고.”
“하-. 당했다.”
“그만 실망하고 와서 먹어.”
쿄야와 그의 감시 인형은 저 앞에 쓰러진 타케시 등신대 인형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 감시 인형이 쿄야보다 먼저 터덜터덜 걸어 들어와서는 식탁 앞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뒤이어 쿄야가 그 인형을 집어 들고 자신이 대신 그 자리에 앉은 후 무릎 위에 인형을 앉혔다. 조그만 원맨쇼였다.
“아무리 캬발로네 후작가 바보 도련님에게 선금을 받았어도 소일거리를 하는 게 좋아. 한창 축제 준비 중이라서 여기저기 일손 부족한 곳이 많아.”
“나보고 무리지어 다니란 얘기야?”
“그럴 필요 없는 일자리를 소개해 드립죠.”
쿄야는 이틀 전에 불쑥 나타나면서 대뜸 고해성사를 했다. 디노 캬발로네가(당시 쿄야는 ‘바보 캬발로네’라고 했다.) 타케시를 죽이고 하루를 데려오라는 의뢰를 자신에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타케시와 하루에게 두둑한 선금을 보여줬다. 자신은 친구의 소식이 끊긴 와중에 잘됐다 싶어서 의뢰를 받은 ‘척’했다는 것까지 덧붙였다. 타케시나 하루나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타케시와 쿄야는 서로를 배반할 사이가 아닐 뿐더러, 하루는 연인에게서 친구의 이야기를 수차례 들은 바 있으니,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했다.
“리본 씨한테 에 얘길 하니까 곡 고용하고 싶다는데, 가 볼래?”
“네가 일한다는 그 목공소?”
“응. 실은 그 목공소 안쪽에 비밀 방이 하나 있는데, 너도 한 눈에 반할 거야.”
“내가 왜 네 말대로 해야 하는 거지?”
“일단 가보면 알아.”
타케시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똑같이 대했다면야 아마 쿄야에게 호되게 당했을 것이다. 쿄야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살짝 뚱한 표정을 지은 채 타케시를 따라갔다. 언제나 싱글벙글한 타케시와는 심히 대조적이었다. 차라리 차갑게 진지한 얼굴이 더 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오싹한 미소는 사절이다.
“저 왔어요.”
[슈-웅!]
“읏차.”
목공소 문을 열자마자 주먹만 한 꼬마 인형이 슈퍼맨 자세로 날아왔다. 타케시는 능숙하게 인형을 받아 잡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목공소 안은 온통 목각 인형으로 가득했다. 양만 많을까. 벽걸이 장식용 인형부터 인형극용 꼭두각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쿄야는 이곳에 조금 흥미를 가졌다.
“인형만 반겨주고 사람은 어딨는 겁니까?”
타케시가 너부러진 연장을 정리하며 목공소 주인을 찾았다. 난장판을 헤치며 앞으로 나가다보니, 무수한 톱밥을 시트처럼 깔고 탁자에서 쏟아져 내린 목판 석 장을 이불처럼 덮은 한 남성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아주 잘 자고 있었다. 타케시는 대패와 목판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마지막 연장인 끌을 집어 들었다. 깊게 굽힌 허리를 들어 올리다가 오른쪽으로 틀면서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여 끌을 던졌다.
“어느 쪽이 인형일까?”
끌을 막은 남성은 톱밥 위의 남성과 똑같이 생겨먹었다. 한쪽은 진짜 인간이고 다른 한쪽은 붕어빵 기계에 찍은 듯이 똑 닮은 인형인 것이다. 타케시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톱밥 위에 누워있는 남자를 가슴팍을 정확하게 조준하여 꾹꾹 밟았다.
“쿄야 데려왔어요, 마스터.”
“발 치……워.”
멋지게 끌을 막은 인형은 무너지듯이 다리부터 촤르륵 내려앉았다. 타케시가 ‘마스터’라고 부르는 진짜 주인은 타케시에게 밟힌 가슴을 가볍게 문지르며 서서히 일어났다. 5살 어린아이만한 인형이 그의 등과 다리에 붙은 톱밥을 털어주는 동안, 그는 그의 자랑스러운 구레나룻을 검지와 엄지로 멋들어지게 손질했다.
“벌써 첫인상이 엉망인데 지금 와서 멋진 척 해봤자 소용없어요. 으윽.”
마스터 리본의 등신대 인형이 다시 재빨리 일어나서는 타케시의 목을 우악스럽게 졸랐다. 마스터를 밟고 무시하는 등 이미지 실추에 큰 기여를 했으므로 그 정도 보복은 당연했다.
“네가 바이퍼 남작을 암살한 그 히바리 쿄야냐?”
쿄야의 눈이 순식간에 매서워지고 몸 전체에서 살기를 양껏 뿜어냈다. 어디 감춰뒀는지 모를 단도를 눈 깜짝할 새에 꺼내 잽싸게 마스터 리본에게 접근하기까지. 하지만 리본은 여유 있는 미소를 잃지 않고 단도를 쥔 쿄야의 손목을 가볍게 부여잡았다.
“마스터는 웬만한 뒷세계 정보를 다 가지고 있어.”
“뒷골목 상인인가?”
타케시가 인형에서 겨우 벗어나 쿄야와 마스터 리본 사이에 섰다. 그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간 덕분에 쿄야는 몸에서 긴장을 풀고 자동적으로 마스터 리본에게서 떨어졌다. 마스터 리본도 약하게 쥔 손을 풀어주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쿄야는 못미더워하는 표정을 유지했다.
“대륙 곳곳에 이름이 알려졌는데 이 촌동네 뒷상인이라고 모를까. 봉고레 길드 못지않은 정보력이 내 유일한 자랑인데 A급 암살 사건쯤이야 척하면 딱이지.”
“아니야, 쿄야. 마스터는 봉고레 길드 출신인데, 당시 습관이 아직도 남아서 혼자 정보 거래를 부업으로 하는 거야. 마스터의 본업은 비밀 방에서 인형을 제작하는 일이거든. 게다가 인형술사이기까지 해.”
[딱!]
마스터 리본의 주먹이 타케시의 머리를 스치듯이 가격했다. 옆으로 훑어 치기 스킬은 언제나처럼 맑은 소리를 이끌었다. 타케시가 맞은 부분을 두 손으로 감싸며 괴로워 할 때 마스터 리본은 싱긋 웃으면서 쿄야에게 악수를 청했다.
“유명인사를 직접 만나 영광이야.”
쿄야는 불신의 눈으로 그 손을 내려다 보다가 몸을 휙 돌려서 나가버렸다.
“피곤한 친구를 뒀는걸, 야마모토.”
마스터 리본은 제 임무를 해내지 못하고 민망해진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 유유히 찔러 넣었다. 그래도 일단 표정은 쿄야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 듯했다.
“지독한 마이페이스거든요. 그래도 저런 면이 매력이라고, 여자가 잘 꼬여요.”
“남 말할 처지가 아니잖아.”
“네?”
“못 알아들었으면 됐어. 일이나 해.”
타케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싱글싱글 웃으면서 마스터 리본을 따라 비밀 방으로 들어갔다.
목공소에는 있을 리 없는 공구와 자재로 가득한 방. 그리고 밖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 부드러운 촉감과 유연한 움직임을 자랑하나 제작이 상당히 까다로운 구체관절 인형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곳은 마스터 리본의 비밀 방. 구체관절 인형을 제작하는 마스터 리본만의 공방이었다. 귀한 구체관절 인형을 만들 수 있기에 타케시가 마스터 리본의 호된 구박 속에서도 꾸준히 목공소를 드나들었다.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어제 도착한 주문서다.”
마스터 리본이 타케시 몫의 주문서를 건넸다. 흘림체로 쓴 뒷세계용 암호문이었다. 뒷세계에서 거래하려면 반드시 숙지해야하는 암호이므로 타케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의 수많은 흘림체에도 익숙해져서 짐승이 두꺼운 발바닥으로 쓴 글씨만 아니면 전부 해독 가능했다.
“소형 마리오네트 50개, 중형 마리오네트 30개. 오늘 하루 안에 완성하는 건 무리에요.”
“유능한 인형술사라면 편법으로 하루에 수십 개를 만들 수 있잖아.”
타케시는 ‘그래도 이걸 다 만들고 나면 하루와 데이트 할 힘도 안 남겠어요!라고 반박하려다가 마스터 리본이 ‘무슨 일 있어도 끝내’라는 포스를 내뿜어서 불만을 입 밖으로 터트리지 못했다. 금방 끝낼 수야 있겠지만 기력이 다해서 하루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약속 시간에 맞춰 무사히 걸어갈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래도 약속 때문에 일을 중도에 그만두면, 마스터 리본의 잔소리는 둘째 치고, 하루의 잔소리가 깊은 산 속의 장대한 폭포처럼 쏟아져 내일 것이다.
탁자 위에 푸른색 유리가루로 마법진을 그리고, 소형 인형 한 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재료를 마법진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몸틀 재료뿐만 아니라 눈에 박을 유리구슬과 알록달록한 천 약간도 같이 놨다. 그 외에 실타래, 단추 등 부수적인 것도 준비했다. 인형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 준비가 끝내고 만드는 일을 속행했다.
“나의 인형아, 이제 잠에서 깨어나 내 앞에서 춤을 추거라. 나의 인형아, 이제 꿈에서 깨어나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자.”
주문을 수차례 반복하는 동안에 마법진이 은은한 청색을 띠며 타케시의 마력을 흡수했다. 마법진 위에 놓여있던 재료가 빛과 함께 한 덩어리로 섞였고 단단한 공이 됐다. 마력 흡수가 끝나고 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가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수십 가지의 금이 뻗어나갔다. 단단한 껍질이 하나둘 도미노처럼 떨어져 나가자 인형의 모습이 차츰 드러났다.
평범한 반죽은 인형의 몸이 되고 그저 투명한 유리구슬은 예쁜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눈이 됐으며, 오색 천은 옷과 모자가 됐다. 실타래는 고운 머리칼이 되고 단추와 조약돌은 장신구가 되어 인형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갓난아이만큼 작은 인형은 앙증맞고 도도했다.
타케시와 마스터 리본은 목공소에 늦게 도착한 사와다 이에미츠에게 가게 전반을 맡기고, 비밀 방에서 부지런히 뒷골목 주문을 처리하는데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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