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야마하루 NL커플이 기본입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랩소디]가 람보 군 중심이었다면, [녹턴]은 야마모토 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6. 이번 편은 커플을 설정하면서도 절대 로맨스가 될 수 없는, 그렇다고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좀 애매한, 코믹도 어정쩡한, 장르를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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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춤
쉬지 않고 하루 량을 끝마치느라 완전 녹초가 됐다. 타케시는 이음줄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탁자에 엎드려있었다. 리본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잠깐 휴식 시간을 갖더니 이에미츠를 도왔다. 축제 준비 때문에 마을 자체에서 주문한 공동물품이며, 가게별로 주문한 물건들 때문에 리스트가 빼곡했다. 타케시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목공소에서 빠져나와 하루가 있는 라임 과수원으로 향했다. 현기증이 조금 났지만 두 다리가 제대로 몸을 지탱했다.
“타케시 아저씨-.”
꼬마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라임 과수원 근처 동산에서 야생 딸기를 따며 놀던 아이들이었다. 시력이 어찌나 좋은지 타케시를 알아보고 곧장 달려왔다.
“아저씨, 아저씨. 인형극 보여주세요.”
“인형극 보여주세요.”
람보와 이핀이 각각 한 쪽씩 타케시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타케시가 시선을 낮춰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후타와 유니도 그의 인형극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차마 이 순수한 눈망울들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었다.
“점점 하루를 만나는 시간이 늦어지느데?”
타케시는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람보와 이핀을 동시에 번쩍 안아 올렸다. 그리고 근처 풀밭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그곳이 객석이었다. 후타와 유니는 두 꼬마의 뒤로 쪼르르 달려가서 얌전히 두 손 모아 앉았다.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눈을 똘망똘망 뜨고서 타케시에게 집중했다.
“지금은 이 작은 녀석들 밖에 없어. 괜찮아?”
“네.”
명랑한 대답 소리를 신호로 손바닥만 한 목각 인형 두 개가 타케시의 손바닥 위에서 지상으로 과감하게 뛰어내렸다. 풀밭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와-!”
착지를 성공적으로 한 인형들이 아이들과 마주보며 가로로 줄 맞춰 섰다. 그리고 타케시는 인형의 뒤에서 아이들과 마주보며 편히 앉았다. 언제나처럼 인형의 곡예로 본격적인 쇼가 시작됐다. 타케시의 시선에서 오른쪽에 있는 인형은 백텀블링을, 왼쪽에 있는 인형은 텀블링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까운 왼쪽 인형은 오른쪽으로, 타케시에게 가까운 오른쪽 인형은 왼쪽으로 한 손 짚어 풍차돌기를 선보였다.
인형들이 곡예를 하나씩 끝낼 때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박수를 쳤다. 자주 보는 똑같은 장면일지라도 조종기 없는 인형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은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타케시는 아이들의 이러한 순수한 기쁨 때문에라도 인형극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내 친구 얘기를 해주겠어.”
인형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가더니 짜잔-하고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귀여운 목소리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요들송을 불렀다. 타케시의 복화술이 아니라 인형술사의 기술로써 인형 스스로 내는 목소리였다. 인형의 특징에 따라 어조, 억양, 속도가 다 제각각이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두 아이가 살았더래. 둘 다 짧은 검은 머리고 둘 다 인형을 잘 다뤄서 금세 좋은 친구가 됐더래.”
인형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좌우로 흔들거리다가 어깨동무를 풀고, 양손을 각자 허리에 올려 의기양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하지만 쌍둥이는 아니야. 얼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부모도 다르거든.”
인형 중 하나가 타케시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다.
“내가 바로 이 녀석, 야마모토 타케시. 쟤는 친구, 히바리 쿄야. 아주아주 까칠하고 제멋대로야.”
“제멋대로인 건 맞지만 까칠하지는 않아.”
쿄야를 맡은 인형이 곧바로 반박했다. 두 인형은 ‘까칠해’, ‘아니야’를 반복하면서 서로를 밀치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아이들은 조그만 목각 인형이 벌이는 쇼에 무수히 웃음을 쏟아냈다. 그 웃음이 에너지가 되어 인형들이 다시 일어섰다.
“어쨌든 쿄-는 나의 소중한 친구야.”
“쳇. 하루랑 룰루랄라하면서 날 잊어버린 주제에.”
쿄야를 맡은 인형이 삐진 척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타케시를 맡은 인형이 공중으로 팔짝 뛰어오르며 과장되게 놀라더니 쿄야 인형을 향해 두 손을 싹싹 빌었다.
“무슨 소리야. 잊지 않았어. 깜빡 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변명하는 녀석이 어딨어?”
“나.”
“물어 죽인다.”
“물어 죽이는 건 짐승이나 가능한 일이야.”
“왁!”
한 마디 한 마디 밀리지 않고 말꼬리 잡는 타케시 인형을 향해 쿄야 인형이 달려들었다. 높게 뛰어 올라 타케시 인형을 덮쳐누른 다음에, 뻣뻣하게 움직이는 턱을 부지런히 놀려 타케시 인형의 머리를 뽀득뽀득 씹었다. 타케시 인형은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쿄야 인형을 매단 채 이리저리 수선스럽게 뛰어다녔다. 머리와 몸을 마구 털기도 했지만 쿄야 인형이 찰거머리처럼 더 달라붙었다.
[퍽]
인형들 때문에 아이들이 깔깔깔 웃는 중에 정체불명의 소리가 섞였다. 그 소리 때문에 인형들이 땅 위로 쓰러져 인형극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내가 너한테 저런 적 있어? 사실을 왜곡 하지 마.”
진짜 쿄야가 나타나서 타케시의 날렵하고 긴 등판을 있는 힘껏 찬 것이다.
“얘들아. 이 난폭한 아저씨가 히바리 쿄야란다.”
“그렇구나.”
타케시의 한 마디에 쿄야는 난폭한 아저씨로 매도됐다. 하지만 곧 타케시는 두 팔을 얌전히 들어 올리고 쿄야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굴어야만 했다. 쿄야의 손바닥만 한 목각 인형이 양 손에 날카로운 바늘을 하나씩 들고 타케시의 허벅지를 찌르기 위해 준비자세를 취한 것이다. 타케시의 인형들도 주인을 따라 두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인형극을 별로 하지도 못했는데 끝나버렸네.”
멋쩍게 웃는 타케시.
“쿄야 아저씨가 대신 인형극 보여주세요.”
아이들은 아이답게 천진난만한 반응을 보였다. 타케시는 올커니 하며 두 팔을 올린 채 하늘을 향해 손뼉을 쳤다.
“와-. 코야 아저씨 인형극 보고 싶어요.”
“새로운 인형극이다.”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쿄야 대신에 쿄야의 인형이 난처해했다. 바늘을 쥔 두 손을 아래로 내리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타케시의 인형들이 이 때다 싶어 양쪽에서 팔을 붙잡았다. 쿄야의 인형은 최대한 바둥거렸지만 타케시의 인형들에게 이끌려 아이들 앞에 마주보게 됐다.
“안녕.”
아이들이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쿄야의 인형이 저향을 멈추고 아이들의 얼굴을 올려보자 타케시의 인형들이 조심스레 쿄야의 인형을 놔줬다.
“안녕하세요.”
수줍어하는 말투와 몸짓. 바늘을 검처럼 허리춤에 차더니 두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이 인사했다. 이핀이 손을 뻗어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핀의 손짓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내 이름은 이핀이야.”
“전…… 아직 이름이 없어요.”
“정말? 어…… 그러면, 내가 지어줄까?”
이핀은 슬그머니 쿄야의 눈치를 살폈다. 쿄야는 웃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이핀은 해맑게 웃으며 허리를 바짝 굽히고 쿄야의 인형과 눈높이를 맞췄다. 인형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 친구를 대하는 두근거림과 미소로 인형과 마주봤다.
“바늘 두 개를 갖고 다니니까 니싱(にしん:二針). 니싱, 마음에 들어?”
이름을 갖게 된 쿄야의 인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앙탈을 부리듯이 몸을 흔들었다. 이핀도 양 볼이 옅게 붉어졌다.
“애들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입 다물어.”
타케시의 까칠한 친구는, 실은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길거리 인형극도 아이들을 위해 쿄야가 먼저 시작했었다. 타케시는 오히려 자신이 직접 놀아주는 스타일이라 인형극에는 소질이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쿄야의 인형극.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휘어잡는 그의 솜씨는 여전했다.
쿄야가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보여주는 동안 타케시는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하루에게 다가갔다. 하루는 동화 속 삽화 같은 다정한 장면을 보며 황홀해하고 있었다.
“쿄야를 직접 보니까 어때? 괜찮은 녀석이지?”
“네. 이래저래 잘 도와주시고, 애들도 좋아하고, 따뜻한 분이에요.”
하루가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칼 중에 타케시가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래저래 도와줘?”
“어제도 오늘도 과수원 일을 도와주셨어요. 잠깐이긴 해도 무거운 걸 날라주시고 손이 안 닿는 부분의 손질을 해주셨어요.”
“쿄야가 직접?”
“인형도 같이 했어요.”
하루는 타케시의 질문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타케시에게 있어 쿄야가 직접 움직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니, 그보단 타인을 도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하루가 그에게 부탁했는가 안 했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 누가 간곡히 부탁해도 자신에게 득이 없으면 절대 하지 않는 쿄야가 과수원 일을 조금이라도 도왔다는 건 충격이었다.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역시 하루의 미소는 쿄야를 굴복시킬 만큼 무적이구나.”
타케시는 영문 몰라 하는 하루 옆에서 혼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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