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글렌x레이시]die Zwilling - 프롤로그

★은하수★ 2010. 3. 10. 12:04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글렌 바스커빌과 레이시 커플링이랄까요? 레이시가 실존했던 여성이라 가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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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Zwilling

(원래 ‘쌍둥이 중 한 쪽’을 칭하는 단어는 der Zwilling인데

어비스의 의지·앨리스는 여성체이므로 여성관사 die를 사용)

 

-프롤로그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어비스 월드. 당신을 환영합니다. 살아 있는 인간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존재하는 신비한 곳. 제 손을 놓치면 어비스 월드의 무시무시한 망령들이 당신을 납치할 지도 모릅니다. 비록 제 손이 크고 투박하여 잡기 불편할 지라도 당신을 지켜줄 유일한 손입니다. 어비스 월드에서 혼자 살아남는 건 불가능합니다. 유일한 인간의 영혼이여, 내가 당신을 위한 칼이 되고 방패가 되며, 때론 친구가 되고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아, 혼자가 된 가엾은 아가씨. 어디에 가고 싶습니까? 어디로 가면 즐거워하겠습니까?

회전목마가 천천히 돌고 있습니다. 새카만 안장을 쓴 새하얀 말이 목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빙글빙글 돕니다. 호박보다는 피망처럼 생긴 마차가 말도 없이 혼자 바퀴를 굴리며 전진합니다. 어비스 월드의 시끄러운 수다쟁이 인형들이 벌써 말을 차지했습니다. 빈자리는 아무 색도 입히지 않고 조금도 장식을 걸치지 않은 평범한 목마 한 마리뿐입니다. 올라타면 곧장 부서질 것만큼 약한 말입니다. 어비스 월드의 못된 인형들이 각자 말에서 내려오더니 그 목마에 달려듭니다. 처음에는 꼬리와 두 귀와 코가 떨어지더니 왼쪽 뒷다리도 부러지고, 결국 앞 다리 두 개가 바깥쪽으로 흉하게 꺾이고 목이 아래로 떨어지는군요. 겁에 질려 와들와들 떠는 아가씨. 당신을 저기에 데리고 가지 않길 잘했습니다.

멀리 관람차가 보입니다. 36개의 조그만 오각 방이 대롱대롱 달려있습니다. 어비스 월드 전체를 환하게 비추기 위해 관람차의 중심 기둥과 36개의 오각 방과 연결 지지대 전부 수 백, 수 천 개의 꼬마전구에 감싸여 끊임없이 반짝거립니다. 아무도 타지 않는 관람차는 혼자 쓸쓸하게 구슬픈 바람 소리에 맞춰 삐그덕삐그덕 돌아갑니다. 저기 멀리 어비스 월드의 무법자, 매드 베이비가 보입니다. 길고 튼튼한 여덟 개의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옵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몸통만큼 큰 머리를 360도로 빙글빙글 돌리며 히죽헤죽 기분 나쁘게 웃습니다. 두 다리로 관람차를 억지로 멈추더니 다른 다리 하나로 관람차의 중심 기둥을 세차게 휘갈겨 칩니다. 중심 기둥이 부러지고 그 충격으로 연결 지지대가 하나씩 낱개로 분해됩니다. 36개의 오각 방이 별사탕처럼 또르르또르르 떨어집니다. 어비스 월드를 비추던 빛도 사라졌습니다.

근처에 희미한 불빛이 있습니다. 회전컵입니다. 흰 꽃무늬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분홍색 컵에는 끓는 물이 가득합니다. 붉은 나비가 질서정연하게 그려진 검정색 컵에는 식충식물의 소화액이 가득합니다. 옅은 하늘색 비눗방울이 그려진 코발트색 컵에는 마그마가 가득합니다. 짙은 녹색 가시 덩굴이 그려진 크림슨 색 컵에는 끓는 기름이 가득합니다. 용감하게 분홍색 컵에 들어간 어비스 월드의 트럼프 하나는 들어가자마자 허리 아래가 푹 삶아 집니다. 두 팔을 휘저으며 바둥바둥 기어 나옵니다. 과감하게 검정색 컵에 들어간 그림은 들어간 부분부터 천천히 녹으며 가라앉습니다. 당차게 코발트 색 컵에 들어간 네즈미는 조그마해서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남은 크림슨 색 컵에는 혼자가 된 가엾은 아가씨가 들어가 보겠습니까? 제가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고개를 흔드는 군요. 무섭습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여기는 그런 곳입니다.

당신이 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당신의 키 두 배만한 거울이 수 백 개나 규칙 없이 제멋대로 늘어서 있는 거울방입니다. 유난히 저의 투박한 손을 꽉 잡는 군요. 거울 방에서 무엇을 보더라도 제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아까 본 회전목마보다, 관람차보다, 회전컵보다 무서울 곳입니다. 당신은 어비스 월드에서 가장 접근해선 안 될 곳을 골랐습니다. 미로와 같은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그 어떤 경우에도 제 손을 놓아선 안 됩니다. 실수로 놓쳤다고 하지 마십쇼. 그 때가 되면, 분명히, 당신 스스로 제 손을 놓을 겁니다. 한 번 놓은 손을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손을 놓으면, 그 다음에 잡을 손은 절대 놓지 마십쇼. 거울 방에서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말입니다.

거울에 무엇이 보입니까? 혼자가 된 가엾은 아가씨. 어비스 월드의 유일한 인간의 영혼이여. 당신 자신이 보입니까? 길쭉하게 보일 때도 있고, 뚱뚱하게 보일 때도 있고. 상당히 즐거워 하는 군요. 이대로 무사히 거울방을 통과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멈추는 군요. 거울에 당신도 아니고 나도 아닌, 다른 것이 보입니까? 누군지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리운 사람입니까? 당신의 얼굴이 반가움을 넘어서 슬픈 표정으로 가득합니다.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아는 사람이라니, 세상에 그런 재밌는 모순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왜 손을 놓으려는 건가요? 이렇게 애처롭게 거울에 달라붙다니, 그렇게 소중한 사람입니까? 하지만 난 손을 놓아줄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어비스 월드에서 무사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억지로 당신을 끌고 나가고 싶지만, 결국 당신 스스로 내 손을 놓고 그 사람이 보이는 거울에 매달리는 군요. 알고 있습니까? 당신 몸이 거울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구해달라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한 번 놓은 손은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습니다. 혹시, 거울 저편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면 지금처럼 허무하게 놓지 마십쇼. 제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충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