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망상의 세계 주인장 ★은하수★ 입니다.
사계절을 테마로 한 미니 오디오드라마 시리즈,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가 이번 "겨울"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신규대본으로 재녹음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요 :9 )
이번 겨울편.... 각잡고 달달한 대본을 쓰려고 했는데,
제 목상태를 생각해서 덜 달달한 대본을 쓰고 엄청 담담하게 녹음했습니다.
화요일부터 목상태가 맛이 갔었는데, 금요일에 좀 회복하는가 싶더니, 덜 회복한 채로 토요일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재녹은 안 해요. 안 할 거에요. 못하겠어요 (초민망)
역시 전 달달한 것과는 안 맞는 사람...
온 세상에 계신 목소리 좋은 분들.
제 대본은 아무나 가져다 쓰셔도 좋으니, 녹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주시면 엄청나게 감사인사를...
다음에는 뭘 진행할 지 아직 기획 중입니다.
뭐,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는데, 기대는...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시리즈명: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소제목: 겨울~마음을 나누는 계절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본래목소리 / 톤 올림)
대본:
미니 오디오 드라마: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4.
겨울 ~ 마음을 나누는 계절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후우... 일에 집중하다 보니 벌써 오후 4시.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12월 31일이라는 이유로 업무종료가 2시라는 공지가 어제부터 있었지만, 결국 예상대로 정시퇴근을 못했다. 컴퓨터 화면에 띄우고 있는 메시지창에는 동료들과 주고받은 새해 인사와 업무보고가 어지럽게 섞여 있다. 그리고 사무실에는 나 말고도 불쌍한 연장근무자가 2명 더. 그래도 저들보다는 내가 먼저 퇴근할 수 있다는 조그만 승리감을 가지고 컴퓨터를 껐다.
사무실이 워낙 고요한 탓에 내가 부시작거리며 코트를 챙겨 입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나보다 더 오래 남아 있어야 하는 동료 2명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어올리고 인사를 해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들 적당히 놀고, 다음주에 멀쩡한 얼굴로 봐요."
대리님이야말로 적당히 드세요라는 인사가 돌아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5, 6, 7 천천히 올라오는 숫자를 바라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켜봤다. '낭군님'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화면을 한 가득 채우고 있다.
[오늘은 저녁 같이 먹을 수 있는 거야?]
저번 주 크리스마스를 아무 것도 아닌 평일마냥 그냥 넘겨버려서 은근히 꽁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착하고 마음 넓은 사람이 내 스케쥴을 일주일 내내 하루에 한 번씩 물어볼 정도면 정말 많이 속상했다는 거겠지.
"걱,정.마. 지금. 퇴.근.하.고.있...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작성했다. 휴대폰 화면을 보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내 얼굴은 내 의지를 무시하고 마냥 눈으로 반달을 만들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다.
"내가 들떴네."
손으로 볼을 문지르며 얼굴 근육을 풀어봤다. 그래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메시지랑 전화만 주고받았지, 직접 만난 건 3주만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본 건 그이와 사귀고... 몇 번 있었구나. 꽤 생각보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구나.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기념일을 건너뛴 건 거의 없다. 이미 크리스마스를 3번이나 같이 지내 본 사이인데, 4번째 크리스마스를 너무 허무하게 보내버려서, 하필이면 그 이유가 '내가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없다.
[자기야, 늦을 것 같으면 말해. 데리러 갈게.]
크리스마스 이브 때 이 메시지를 받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서로 회사가 멀기도 하지만, 한낮에도 잘 막히는 도로를 끼고 있어서 자차를 운전하기에도 애매하고, 버스나 전철 노선도 친절하지 못한 편이라서 서로의 회사 앞에서 기다린다? 연애 초기 잠깐만 해봤지, 그 다음부터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회인 답게 따로 정한 약속장소가 아니면 서로의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 건 더이상 하지 않았다.
그런데 데리러 온다니. 그 말에 위화감, 아니 위기감을 느끼고 달력을 확인했을 때, 충격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미안한 마음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미안해. 나, 오늘이랑 내일 계속 일이 많아. 정말 미안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휴일인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일을 한다니, 블랙기업에 다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직업 특성상 평일과 휴일의 구분이 모호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 쓸데없는 말은 각설하고, 그이는 당연히 내가 하는 일을 알고 있으니까 달력에는 휴일이라고 빨갛게 표시된 날이라도 내가 출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는 편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미리 일정을 정리했으면 당연히 그이와 같이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이에게 안 좋은 마음과 기억을 남겨주고 말았다.
음... 그게 일주일이나 갈 줄이야.
이런 저런 반성을 하면서 회사 정문을 나섰다.
"어?"
내가 사랑하는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미묘한 환청에 반응해버렸다.
"언제부터 와 있었어? 내가 언제 퇴근할 줄 알구."
지금 내 표정이 어떻지? 웃고 있나? 난처해하고 있나? 그보다 더 복잡하려나?
그이의 표정도 좀 복잡해 보인다. 우울한 듯 민망한 듯, 그리고 내가 곧바로 알아채기 어려운 다른 감정도 조금 섞여 있었다.
"추운데... 오늘 정말 많이 추운데..."
그이의 볼을 감싸 잡기 위해 두 팔을 들어올리는 도중에, 그이가 먼저 내 팔을 잡고 나를 끌어당겨 안아 주었다.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너무 춥더라. 이 말이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지. 그이의 가슴에 최대한 머리를 묻고 포옥 안겨 들어갔다.
"자기가 일주일동안 속상했던 거 내가 오늘이랑 내일... 이틀만에 다 풀어줄 수 있을까?"
그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볼로 내 머리를 부비작거렸다.
글쎄라니, 여기서 글쎄라고 대답하면 내 죄책감이 급상승하잖아. ... 왜 웃지? ... 내가 고민하는 게 많이 티나는 구나. 아니지, 내가 잘 감추고 있어도 낭군님이니까 당연히 알아보겠지.
그이가 속삭인 한 마디에 몸이 굳었다. 날 놀리고 싶은 마음이 반, 진짜 바라는 마음이 반이겠지? 그래도 그걸 입 밖으로 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지금, 회사 앞에서, 길 한 복판에서, 그에게 안긴 채, 그걸 말하라고?
"지...금?"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하지 않냐는 말에 반박을 못하겠다. 일주일 내내 난 죄인이었는 걸.
"그래도 지금 여기에서 사랑고백을..."
내 말을 딱 자르며 단호한 듯 부드러운 듯 서글픈 듯 즐거운 듯 복잡 미묘한 목소리가 '해.주.세.요' 라며 내 고막을 스쳐 지나간다.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뛴다. 내가 그에게 달콤한 말을 해줘야 하는데 먼저 받아버린 기분이다. 그에게 더 깊게 안겨 들어가서 얼굴을 비볐다. 해야지. 해줘야지. 내 낭군님이 바라신다는데 해드려야지.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이와 눈이 마주쳤다. 계속 간절하게 보고 있었구나. 평소에도 강아지 눈망울인데, 지금은 그냥 눈동자부터 표정까지 다 강아지다.
그이에게서 살짝 빠져나와 정면에서 빤히 바라봤다. 저절로 눈웃음이,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다 표현은 못하지만... 사랑해. 항상 나를 바라봐주는 당신을, 내가 나를 아끼는 방법을 알려준 당신을, 내가 이기적이라도 그걸 다 안아주는 당신을, 아니, 그냥 당신이라는 한 명의 사람을 사랑해. 가슴에 손을 대지 않아도 내 심장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처럼 심장이 뛸 수 있는 것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인 거고, 평소에는 무표정과 건조한 목소리로 사람을 상대하면서 당신과 있으면 배우지 않은 미소를 짓고 가지고 있는 줄 몰랐던 부드러운 말투가 나오는 것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니까. 당신이 안 받아줘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할 거야. 자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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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음을 나누는 계절 1 본래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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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음을 나누는 계절 3 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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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음을 나누는 계절 5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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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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