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 선우 찬필, 클로버K를 만나다?
마왕 루시퍼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는다. 다들 괜찮다고만 말한다. 조만간 마계에서 사라질 인간이라고 따돌리는 건가? 설마 이런 시시한 이유일까 싶지만 그래도 혼자 겉도는 기분은 역시 별로다. 암묵의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수많은 서류 속에서 눈과 손과 머리를 바쁘게 놀리지만 소용없다. 몸뚱아리는 참 별 볼일 없지만 머리만큼은 특상품이라, 일과 잡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몸도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휘잉-]
방의 모든 창문을 열어놨더니 바람이 여러 방향으로 분다. 그런데 이번 바람은 좀 세다. 하나 정도는 닫아야겠다.
“안녕.”
아, 정체불명의 마족. 상급 마족이면서 거지 행세를 하는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더욱이 마왕의 이름을 막 부르는 것도 보자라 어린 아이 취급까지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아는 선에서, 이 성에서 그에게 말을 거는 자는 나 하나뿐이다.
“오늘은 거지 차림이 아니네요.”
“남의 방을 방문하는데 초췌한 몰골일 수는 없잖아.”
그는 창틀에서 가뿐히 내려온다. 방글방글 웃는 낯이 내가 아는 어떤 마족보다도 가장 선해 보인다. 아? 아. 아!
“이제 알아보는 거야? 인간계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며? 그거랑 딱 맞지?”
맙소사. 머리를 뒤로 밀듯이 이마 위에 손을 얹고서 길고 길게 한숨을 내쉴 것밖에 마땅한 리액션이 나오지 않는다. 레플리카님이 다섯 마왕의 인형을 만들고 나서 계획이 급변경 되어 클로버K를 다시 하나 더 만들었다. 그 인형은 내가 숨기고 있다가 트럼프 인형극의 답을 공개한 후 벨제뷔트님에게 선물했다. 인형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저 자와 매치시키지 못했을까? 그의 표현대로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뒷골이 확 땅긴다.
“바알님께서 마왕 로키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어요.”
“음. 아주 당당하게 이 성에 있는 나도 별종이지만, 날 멋대로 게임에 집어넣은 군도 별종이야.”
“아, 그건……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나 대신에 바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나.”
전대 마왕이라도 현 마왕들을 바보들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관록이라 할까? 다섯 마왕과 얘기를 할 때와 비하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럽고 편하다. 부담이 없다. 같은 인간과, 그것도 가까운 사이에 해당하는 인물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말 상대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벨제뷔트님이 로키님을 애타게 찾으시는 것 같은데, 일부러 계속 피하시는 거죠?”
“보통은 ‘안 만나 보세요?’라고 묻지 않나?”
“그 보다는 계속 피한다는 표현이 더 구체적이니까요.”
“완전히 확신하는군. 맞아. 피하는 거야.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를 마왕 자리에 앉힌 죄책감 때문에 만날 수 없었어.”
눈동자에 씁쓸함이 없다. 여전히 밝게 웃는 낯에는 ‘기분 좋다’밖에 없다. 그런 표정에 죄책감이 어울릴 리 없다. 그의 말은 거짓이다. 그는 죄책감은커녕 후회조차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 착오 때문에 당황했을 것이다. 지금은 당황함도 잊고 상-당히 편한 상태다. 혹시 그가 가짜 표정을 짓는 걸까? 그건 확실하게 아니다. 내가 여태껏 듣고 읽어서 간접적으로 접한 마왕 루시퍼는, 성문 근처에서 거의 매일같이 얼굴을 본 수상한 마족은 절대 가짜 표정을 만들지 않는다. 내가 17년 살면서 만난 이들 중에서 제일 솔직한 인물이다.
“다 자란 줄 알고 마왕으로 앉혔더니 아직 덜 자랐다. 어쩔 수 없다. 이미 마왕인데 뒤로 무를 수 없다. 그냥 두고 보자. ……이거 아닌가요?”
“흐음. 역시 벨제뷔트를 가르친 스승다워.”
“네?”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생각도 못한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오더니, 내 귀를 자극하고 뇌를 찌른다.
“한낱 인간이 마왕의 스승이라뇨. 당치도 않아요.”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도 얼마든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의 스승이 될 수 있어.”
그이 말을 부정하지도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난 마왕의 스승 역할을 맡은 기억도 없고 스스로 그의 스승이 되어 그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그저 게임 밖에 하지 않았다. 내가 마계에서 한 일은 비서 대리와 게임 진행, 이 두 가지가 다다.
“흐음. 뭐, 상관없어. 그래도 벨제뷔트의 철없는 질주를 막아준 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경의를 표하네.”
“……!”
전대 마왕 중에서 제일 강하고, 가장 칭송 받고, 지금의 다섯 마왕이 제일 존경하고,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그가 내게 허리를 숙인다. 아주 조금의 목례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직각으로 허리를 숙였다. 식기 시작한 내 얼굴은 다시 뜨거워지고, 온몸으로 그 열이 전해지는 것 같다. 정신이 쑥 빠져나갈 것만 같다. 아니, 지금 이렇게 당황할 때가 아니다. 나도 같이 허리를 숙여야…….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게 기회를 줘서 감사하네.”
내 허리는 30도 까지 내려갔다가 동작을 멈췄다. 뜬금없는 말에 잠깐 당황한 사이에 그는 허리를 꼿꼿이 폈다. 후. 그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왠지 그의 페이스에 말린 기분이다.
“군이 트럼프 인형극에 날 지적해준 덕분에 부담 없이 그 아이들을 만날 핑계 거리가 생겼으니.”
그의 미소가 가슴을 후벼 판다. 즐겁게 웃는 얼굴이어야 하는 거 아냐? 자신이 키운 마왕들을 정식으로 만나게 됐으니까 얼굴빛이 좋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너무 안타깝고, 미치도록 안타깝고, 화날 정도로 안타깝다. 어째서 그는 그토록 슬픈 미소를 짓는 것일까? 더 의아한 건 내가 그의 감정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도무지 머리가 가슴을 따라가지 못한다.
“핑계……. 언제든 만날 수 있지 않았나요? 전대 마왕 중에서 당신을 가로 막는 자가 있었나요? 아뇨. 당신은 스스로 독방에 들어갔고 스스로 사방에 벽을 쌓았어요. 마계의 유일한 영광의 상징? 마계가 변하는 것이 겁나서 도망쳐 숨은 주제에 지금까지의 행동 전부 다, 너무 뻔뻔하지 않나요?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못하는 겁쟁이 주제에!”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말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방 안을 가득 메울 만큼 큰 소리로 외쳤다. 메아리는 울리지 않는다. 열린 창문으로 소리가 전부 날아갔고 남은 감정은 심장 박동수를 놀랄 만큼 늘렸다. 머리가 하얗게 텅 비었다. 방금 내가 뭐라고 말했지?
“그렇구나. 겁쟁이였구나, 나.”
“읏.”
대체 내가 뭐라고 말한 거야? 아무 생각 없이 막 내뱉었던 말이 다시 한 번 뇌 속에서 빠르게 진동한다. 그리고 그 진동은 심장으로 전달된다. 가뜩이나 박동 속도가 빠른데 진동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심장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은 차마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멈춘다. 과도한 펌프질에 스스로 제동을 건다. 심장이 턱 멎는 듯한 느낌. 바로 이 느낌이다.
이제 생각났다. 내가 마계의 구성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궁금증이 지금 풀렸다. 다시 확신해 본다. 모든 것은 오해에서 시작됐다.
마계는 대대로 다섯 명의 마왕이 지배했다. 마왕 간에 조약이나 협약 혹은 동맹이 일시적으로 존재할지언정 형제지간이나 친우지간 등 감정적인 유대는 맺지 않았다. 그리고 각자의 후계자는 각자가 알아서 키웠다. 마왕 간에 이견이 많고, 갈등이 허구한 날 과격한 방법-예를 들면 전쟁-으로 나타나는 등 마계 전체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평화’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처럼 시도 때도 없이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났다. 모두 마왕이 초래한 일이었다. 그에 대한 피해자는 힘없는 중․하급 마족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계에 이변이 생겼다. 마왕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출현한 것이다. 그는 나머지 네 마왕을 한꺼번에 짓누르고 독재자로서 마계의 혼란을 제압했다. 마계가 처음으로 평화로워진 때부터 그는 조용히 다음 대 마왕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일에만 전념했다. 역대 마왕들이 지켜온 관습을 모두 어기고 다섯 명의 후대 마왕을 혼자 키웠다. 그 후 ‘마왕’에서 ‘선대 마왕’으로 타이틀이 바뀐 그는 모습을 감췄다. 선대 마왕이 마계의 일에 간섭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지만 그는 유별나게 꼭꼭 숨었다. 그에게 독특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마왕으로서 자리를 지킨 햇수가 너무 짧았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산 마왕은 그의 명령이었기 때문에 그와 마찬가지로 딱 100년만 옥좌에 앉아있었다.
마왕의 연표만 보면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마계의 역사서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마왕 로키에게는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진실이 눈에 보였을 것이다. 마계 자체의 변형. 그렇다. 공간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 챘고 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런데 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수천 년 전에 마계와 인간계의 경계선으로서 쌓은 벽이 노후해진 것에 불과하거늘, 신경이 예민한 그는 마계 자체가 이상하게 변하는 줄 알고 겁 먼저 먹었다. 그것도 마왕으로서 자리를 지킬 때. 그가 지금의 마왕들에게 자리를 빨리 넘겨준 것도, 그의 재위기간 중에 마계에 이변이 생겨서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받아들일 자신도 없었고, 그 비난 자체가 두려웠다.
이는 어디까지나 그동안 계속된 나만의 사고과정이다. 그런 고로 아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사고과정의 결과가 된다. 마왕 로키에게 화풀이 하듯이 거칠게 말했지만, 그의 본심을 떠볼 생각은 하고 있었다. 방법이 적합하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간의 내 사고가 대략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은 무리 없이 확인했다.
“당신은 왕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고, 꼭 해야만 하는 것을 하지 않았어요.”
내 입이 자꾸만 멋대로 움직인다. 알게 모르게 클로버K라는 존재에게 불만이 많이 쌓인 모양이다. 이제 될 대로 되라지― 하고 포기하련다.
“책임전가는 절대로 하면 안 돼요. 그리고 자신이 벌인 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해요.”
“으음. 동어 반복 같은데…… 묘하게 다르네. ……. 부정하지 않아.”
또 저 미소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한 것 같은 표정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많이 지어본 표정이고, 그러면서 제일 싫어하는 표정이 바로 저거다.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포기했을 때 짓는 표정이다. 끝까지 노력해보고서 포기할 때와 눈빛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얼마나 허술하게 살았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차원의 벽을 보수한 마왕이 피브리조님이랬어요.”
“알아.”
“당신이 했어야 하는 일이에요.”
“반성하고 있어.”
“벨제뷔트님이 무고한 생명을 괴롭히며 마계를 통째로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알아.”
“당신은 막았어야 했어요.”
“후회하고 있어.”
바보 같은 대화가 오고 간다. 이미 다 지난 일을 가지고서 쓸모없는 말만 한다. 나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 딱히 다른 화제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화제에서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도 없는데, 이 무거운 화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아서? 아니, 답은 나왔다. 일찍이 나왔다. 다만 자신 있게 답을 적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전대 마왕 로키가 지금 마계를 다르시는 다섯 마왕을 정식으로 당당하게 만난다.’
과거에 마왕 로키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따위는 불필요하다. 지금 전대 마왕과 현 마왕이 만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난 일부러 답안지를 늦게 제출하려고 용쓰는 중이다. 먼저 낸 사람이 장땡인 심리전이다. 난 마왕 로키에게 양보할 생각이다. 그런데 자꾸만 그가 머뭇거린다. 정답을 알면서, 자신의 답이 과연 정답일까 고민한다. 오답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한다. 이러다 날 새겠다.
“살고 싶어요?”
“응?”
질문이 너무 갑작스러웠는지 그가 헤맨다.
“살고 싶어요?”
“그야……. 갑자기…….”
“죽고 싶어요?”
“아니. ……. 어째서 그런…….”
“1+1은?”
“2.”
“이제야 제대로 대답하시네요.”
이토록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데 어떻게 복잡난해한 일에 쉽게 답을 내밀겠는가. 나 역시 심약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내 답’을 내놓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소심하게 내밀긴 해도 늦게 어물쩡거리지는 않는다. 당당하지 못할망정 밍기적거리지 않는다.
“방금 뭘 한 거지?”
“연습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상하게 여길 만 하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뭘 유도 중인지 어찌 알아채겠는가.
“당신의 이름은?”
“로키.”
“얼마 전까지 마계를 마구잡이로 뒤흔든 마왕은?”
“벨제뷔트.”
“지금 고립된 마왕은?”
“루시퍼. 하……. 그 아인 머리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
그건 제가 당신에게 하고픈 말입니다. 명석하다면서요. 생각이 깊다면서요. 어째서 제 눈에는 당신이 벨제뷔트님이나 마왕 루시퍼와 등급으로 보이는 겁니까? 자기 일에는 자신이 제일 둔하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 성의 주인 이름은?”
“바알.”
“장기간 자리를 비운 마왕은?”
“피브리조.”
“현재 임시로 마왕에서 빠진 자는?”
“레플리카.”
대답이 술술 나온다. 이제 진짜 답을 끄집어내도 될 것 같다.
“당신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끝에 딱 한 음절이 불만족스럽다. ‘만날 수 있게 됐다’는 말은 당당하게 말했으면서 ‘만나고 싶다’는 말은 너무 어렵게 말한다. 물론 의미 차이도 크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의 무게도 심히 다르다. 하지만 과연 ‘만나고 싶다’가 ‘만나겠다’보다 무거울까? ‘내가 마왕 로키라면…….’ 이런 생각 하지 않겠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도 해야 할 때가 있고 할 필요 없는 때도 있다. 지금은 할 필요 없는 시점이다. 그러니 그를 벼랑 끝으로 몰듯이 밀어 붙일 거다.
“그러면 만나면 되잖아요. 그간의 공백 같은 거 실은 아무런 장애도 못 되잖아요. 핑계 댈 만한 것도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망설이시는 거죠? 다들 로키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 마음 아시면서,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 마음들을 무시하실 건가요?”
그는 내 시선을 피한다. 고개를 돌리고 망설인다. 눈동자가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긴장 때문에 손이 옷자락을 꽉 쥔다. 아랫입술도 세게 깨무는 듯싶더니 천천히 몸 전체의 긴장을 푼다. 그리고 다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온화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미소를 더해서 말이다.
“그 아이들을 보고 싶어. 오랜만에 그 아이들과 마주 보고 싶어. 근데 혼자는 좀……. 같이 가줄래?”
꼬마 두 명이 마주 앉아 있다.
왼쪽의 아이가 물어본다.
오른쪽의 아이가 대답한다.
몇 번이고 묻고 몇 번이고 대답한다.
왼쪽의 아이는 묻기만 한다.
오른쪽의 아이는 대답만 한다.
‘그것은 살아있습니까?’
‘살아있습니다.’
‘그것은 동물입니까?’
‘동물입니다.’
‘그것은 네 발로 걷습니까?’
‘지금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두 발로 걷습니까?’
‘두 발로 걷습니다.’
‘그것은 여기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그것은 나와 마주보고 있습니까?’
‘마주보고 있습니다.’
꼬마 두 명이 마주 앉아 있다.
왼쪽의 아이가 물어본다.
오른쪽의 아이가 대답한다.
그렇게 말이 오간다.
-마계의 시. [스무고개]
'은하수의 소설(Original) > 한달간의마왕보좌록(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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