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기타 팬소설作

[아이실드21][히루마모]戀 그리고 戀

★은하수★ 2010. 10. 28. 17:27

1. 이것은 아이실드21 팬소설입니다.

2. 커플링은 히루마 요이치 X 아네자키 마모리 [히루마모]입니다.

3. 팬소설에는 재주가 없는 고로 어린 아이 작문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4. 비정기 연재에다가 Feel이 올 때만 쓰는 돌발 소설입니다. 


 

戀 그리고 戀

 

 

도쿄 대회 3․4위 전에서 데이몬 데빌배츠가 반도 스파이더즈를 이기고 3위로 관동 대회 출장 티켓을 거머쥐었다. 봄 대회에서 도쿄 대회 2회전 탈락이었던 약소팀이 당해 가을 대회에서 관동 대회에 출장한다는 사실은, 미식축구 선수들과 각 팀, 그리고 관전자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데이몬 데빌배츠와 반도 스파이더즈의 경기에서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데이몬 데빌배츠 소속 21번 러닝백, 모두가 주목하는 ‘아이실드21’의 정체였다. 쾌속 러너이자 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그는, 다름 아닌 평범도 100% 고등학생인 ‘코바야카와 세나’였다.

단순히 팀의 총무라고 알고 있던 사람들은 아이실드21이 헬멧에서 아이실드를 떼고 맨얼굴로 등장했을 때, 충격 속에서도 그를 맞이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 중에서도 아이실드21과 코바야카와 세나를 동일 인물로 연결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린 사람은, 누구도 아니고, 그의 소꿉친구면서 친한 누나이자 팀의 매니저인 아네자키 마모리였다.

 

[드륵]

관동 대회 추첨일 전 날, 오후 연습이 모두 끝난 시각에 누군가 부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어야 할 그곳에 딱 한 사람이 남아있었다.

“빌어먹을 매니저. 왜 집에 안 가고 어슬렁거리는 거야?”

“뒷정리가 이제 끝났어. 너야말로 집에 안 가?”

“남이 사.”

히루마 요이치는 잠시 멈춘 손을 다시 움직였다.

[타닥닥 타다닥닥다다]

노트북의 자판 소리가 고요한 부실을 요란하지 않으면서 긴장감 있는 분위기로 천천히 채워나갔다. 주변에 소음이 있든 없든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자판기만의 마력이었다.

마모리는 부실 안을 천천히 청소했다. 평소 같으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슈퍼 우먼의 면모를 보일 텐데, 오늘따라 몸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었다. 마치 고열로 지친 사람마냥 둔하고 무기력했다.

“히루마 군.”

그녀는 기사 스크랩 파일을 수납장에 꽂다가 시선을 돌리지 않고 약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 손이 반 밖에 들어가지 않은 파일을 잡은 채 축 쳐졌다.

“히루마 군은 어째서 내게 세나가 아이실드21이라는 사실을 숨긴 거야?”

[타닥닥닥 타다닥닥다다다]

“데스마치 때……. 모두에게 알렸으면서 내게는 끝까지 감춘 이유……. 이번 경기에서 공개적으로 밝힐 때까지 모두가 진작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는 매니저이기 때문이야?”

부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모리나 히루마나 자신의 정면에 있는 것만 의미 없이 응시할 뿐, 상대에게 잠간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세나 본인이 말하지 않으니까 비밀로 한 건지, 내가 모두에게 ‘없어도 되는 매니저’니까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은 건지, 나로서는 전혀 모르겠어. 유능한 매니저라고까지 자신하지 못하지만, ‘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못하겠어.”

[탁]

히루마가 노트북을 닫았다. 그의 시선은 드디어 그녀에게 향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파일에만 눈을 고정했다. 애초에 그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히루마는 시선을 잠시 내리깔았다가 다시 마모리를 곧게 쳐다봤다.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는 그녀의 뒷모습과 옆모습 약간이 보일 뿐이라 표정을 분명하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슬쩍 보이는 눈매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을 잃고 멍- 하니 빈껍데기가 된 얼굴.

3․4위 전 시작 직전에 세나가 직접 정체를 드러냈을 때조차 짓지 않았던 표정을, 지금 자기도 모르게 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한테서 위로를 바라는 거냐?”

[탁!]

마모리는 한 순간 손에 힘을 주고 파일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동시에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표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그녀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는 것이다.

“히루마 군이…….”

“위로까지는 안 바라도 일방적으로 지껄이는 푸념을 들어주면 그걸로 족하다는 거냐?”

“아니야.”

“멋대로 기운 빠져서는 관동 대회를 앞두고 매니저를 때려 치겠다는 얘기를…….”

“아니야! 사람이 하는 말 좀 들어!”

“너야말로 제대로 들어! 빌어먹을!”

서로의 말을 끊고 끊으며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진척된 건 조금도 없었다. 아니, 마모리가 드디어 시선을 히루마 쪽으로 돌렸다.

“뭐냐, 그건.”

히루마는 보기 드물게 당황했다.

마모리의 눈 주변이 붉게 물들고 눈에는 금방이라도 왈칵 쏟아질 것처럼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녀가 가족 외의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반도 스파이더즈와의 시합에서 선수 입장 때, 복도에서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고, 마모리 본인은 그렇게 알고 있지만, 눈치가 고단수로 빠른 히루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 보인 눈물은 그 때의 것과 달랐다.

“이…… 빌어먹을 여자가…….”

혼자서 그칠 수 있는 눈물이 아니었다. 누군가 달래줘야 하는, 어린 아이 같은 눈물이었다.

“세나가 아이실드21이라는 사실을, 소꿉친구인 내가 제일 먼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게 분해. 그런데, 그런데, 사실을 알고 나니까 무서워. 차라리 모르는 편이 앞으로를 위해 좋을 거라고…….”

마모리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눈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히루마는 실컷 난감해 하다가 표정을 도로 무뚝뚝하게 고쳤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슬며시 그녀의 눈을 가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여. 빌어먹을 꼬맹이랑 아이실드21이 동일인물이란 걸 알았으니까, 아이실드21이 험한 시합에 나가지 못하도록 말릴까봐 겁난다는 거잖아. 같이 자란 누라로서 행동하느냐, 팀의 매니저로서 행동하느냐. 그래서 이제 매니저로 있을 수 없다고 대놓고 칭얼거리기나 하고 말이야.”

“칭얼……. 누가 대놓고 칭얼거렸다고 그래?”

마모리는 히루마의 손을 뿌리치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얼굴이 엉망이라서 여전히 등을 보였다. 하지만 목소리가 평소 톤으로 90% 이상 돌아왔다.

“마침 히루마 군이 남아 있었던 게 잘못이야.”

“잘-도 말하는군. 아까까지만 해도 짐이네 어쩌네 다 죽은 소리나 하더니.

“어우-.”

마모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다가 히루마에게 얼굴을 보이기 전에 재빠르게 원래대로 돌아갔다. 당연히 아직 눈 주위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코끝도 찡한 것이, 얼굴이 진정되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히루마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녀의 등 뒤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볼썽사나운 얼굴을 일부러 들춰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가 스스로 자신을 정리하고 알아서 뒤돌아보기를 기다렸다.

“난 지금까지 충분히 배려했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더 배려를 해야 하냐? 빌어먹을 꼬맹이가 아이실드21이라는 사실을 늦게 가르쳐주는 편이 네 년한테 이득이었다고. 겨우 한 명 배려한답시고 연습이나 시합 중에 웃기지도 않는 삼류 연극을 얼마나 해댔는지 알아?”

마모리는 자신의 등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히루마가 그녀에게 붙어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온기는 체온이었다. 체온이 전해질 만큼 그가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5cm? 10cm? 한 발짝도 안 되는 거리임은 분명했다.

“머리 좋고 착해 빠지면 뭐래.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마냥 손이 많이 가는데. 빌어먹을 매니저. 이때까지 내가 베푼 친절, 앞으로 일꾼으로서 철저하게 갚아.”

“믿을 수 없어. 네 입에서 배려니 친절이니, 이런 단어들이 다 나오고. 그냥 노동력 하나가 빠질까봐 선수 치는 거잖아. 솔직히 히루마 군은 내가 어떻게 되던…….”

“빌어먹을 여자. 너 나한테만 유독 못되기 구는 거 자각하고 있냐?”

한 방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언제나 히루마와 동등하게 말을 주고 받아왔던 마모리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그녀답게 받아칠 수 있었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한 마디는 너무나 예외였다. 부정하거나 농담처럼 넘길 수 있을 텐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상관없어. 새 매니저 찾기 귀찮으니까 군말 말고 내일 집합 장소에 제 때 나오기나 해.”

“읏…….”

마모리는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는 히루마를 붙잡았다.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매달리듯이, 두 손으로 그의 왼팔을 꽉 감싸 잡았다.

“아까 하려다가 못한 말……. 히루마 군이 항상 나보다 먼저 말하고 그러면서도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니까, 도와줘야 할 입장인 내가 도리어 매번 히루마 군에게 기대게 되잖아. 히루마 군만 있으면 뭐든 괜찮다고, 어느새 그렇게 돼 버려서, 다들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내가 여기 있고 싶어.”

히루마는 마모리가 말을 매듭지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만약 마모리가 평소처럼 히루마와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면, 그가 그녀를 대할 때는 어떻게 웃는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팔을 빼지 않은 채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주 본 채 그들 사이의 거리는 겨우 1cm. 상대의 체온과 숨은 물론이거니와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 서로 물러나지도 가까이 붙지도 않았다.

 

-Fin

 

 

 

 

 

 

★은하수★의 다음 블로그

★은하수★의 다음 블로그

★은하수★의 다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