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기타 팬소설作

[아이실드21][히루마모]규후(Geofu)

★은하수★ 2011. 1. 18. 14:11

 

1. 이것은 아이실드21 팬소설입니다.
2. 커플링은 히루마 요이치 X 아네자키 마모리 [히루마모]입니다.
3. 팬소설에는 재주가 없는 고로 어린 아이 작문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4. 비정기 연재에다가 Feel이 올 때만 쓰는 돌발 소설입니다.

5. 규후(Geofu)는 '선물'의 의미를 가진 룬 문자입니다.

 


 

규후(Geofu)

 

“젠장. 내가 왜 그런 여자 때문에 여기서 웃기지도 않은 짓을 하는 거냐고.”

히루마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훤히 보이는 쇼윈도에 이마를 박았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대로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홀로 쇼핑하는 것이, 정확하게는 여자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 낯부끄러운 곳만 골라 돌아다니는 것이 죽도록 민망했다. 남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

꿍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노려보다가 몸을 휙 돌려 신경질적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너댓 발작도 못가서 다시 쇼윈도를 들여다봤다. 팬시점 옆의 가죽구두 전문 가게였다.

“저거 잘 어울리겠다.”

분홍색 큐빅이 별 모양으로 무리지어 박혀 있는 흰색 구두가 눈에 들었다. 구두 본체는 복숭아 뼈 높이까지 닿지만, 기다란 가죽 끈을 X자로 교차하여 발목을 고정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전체적으로 깜찍한 이미지가 강했다.

“아니, 아니. 내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머리를 가로로 붕붕 흔들고 바삐 길을 갔다. 빚쟁이를 만날까 두려워 빨리 어둠 속으로 숨는 이 같았다. 천하의 히루마 요이치가 사람을 쥐어짜면 쥐어짜지 도망 다니는 일은 전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히루마는 스스로의 수치심에서 도망치기 위해 일부러 열심히 바쁘게 굴었다.

잠깐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자.

때는 5월. 사이쿄 대학 미식축구부에서 신입부원 환영식 겸 단체MT를 갔다.

사이쿄 대학의 미식축구부라고 하면 이미 대학리그에서 넘버 1을 가장 많이 차지했던 팀인 만큼, 선수들의 역량이 굉장했다. 하지만 이번 신입생들은 역대 선수들의 평균 역량을 훨씬 웃돌았다. 히루마, 아곤, 잇큐, 야마토 등 당대 각 포지션 별 고교 올스타가 밀집한 터라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밀릴까봐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1군 자리가 연초부터 불안해진 선배들은 MT에서 신입생들의 기를 죽이고자 작당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주 쓸모없는 발악이라는 사실을 MT가 시작하고 반나절도 안 되어서 깨달았다. 선배들의 무력함만 구구절절 드러났다.

히루마의 협박과 아곤의 무력에 굴복한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굴복시키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버리고 MT 자체를 즐기는 것에 전념했다. 그 중에, 스태프로서 입부한 아네자키 마모리에게 추근대는 녀석들도 있었다.

혼혈 우성인자 엑기스만 물려받은 마모리는 성년이 되면서 외모에 더 빛을 발했다. 스스로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유전자가 그녀를 평범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고등학생일 때도 주변 남정네들을 모아 부르던 외모가 이제는 무르익을 대로 익어서 살상력이 상상 이상으로 올랐다.

“어이, 쓰레기. 넌 저거 내버려 둘 거냐?”

아곤이 턱짓으로 마모리를 가리켰다. 마모리는 선배 열댓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빌어먹을 여자가 뭘 하든 나랑 뭔 상관이야.”

“너 계속 그렇게 비뚤게 굴다간 어디서 굴러든지 모른 똥개한테 뺏긴다.”

아곤은 히루마가 안 그래도 염려하는 부분을 가차 없이 푹 찔렀다. 히루마는 방금 선배들에게서 긁어낸 정보로 협박 수첩의 인물리스트를 새로 늘리다가 굉장히 귀찮아하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었다. 그리고 마모리 쪽을 한 번 돌아보더니 더 고약하게 변한 얼굴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저런 여자, 내 알 게 뭐야.”

“권태기냐?”

“뭔 헛소리야?”

히루마는 대뜸 화를 냈다. 그 때문에 가까이에 있던 야마토와 잇큐가 그에게로 눈을 돌렸다.

“설마 아직도 안 사귀고 있었던 거냐?”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여자랑 사귄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냐?”

히루마와 아곤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이 두 사람이 견원지간이라는 건 몇 년 전부터 관동관서를 막론하고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솔직히 이들 사이에 용감하게 끼어들 수 있는 인재가 몇 없었다. 가능한 인재라도 이 두 명의 싸움에 관심이 없었다.

“설마 둘 다 중증으로 둔한 거냐? 환장하겠군.”

“신경 꺼. 빌어먹을 드레드.”

“내가 특상품을 코앞에 두고 왜 가만히 있었는데?”

“나랑 의리 우정놀이 하자는 거냐? 됐거든. 항상 그랬듯이 멋대로 해. 난 저 여자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뻑!]

아곤이 히루마의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갈겼다. 히루마는 미처 피하거나 막지 못하고 시원하게 날아갔다. 술병과 맥주캔을 가지런히 모아둔 곳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가 났다.

“히루마 군.”

마모리는 먼 곳에 있으면서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런데 선배 중 한 명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면서 그녀를 방해했다.

“운동부에서 저런 건 다반사야. 일일이 신경 썼다간 신경이 남아나질 않아. 금방 끝날 것 같이 가벼운 건 내버려둬.”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요?”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마모리의 힘으로 운동부 부원의 손에서 벗어나는 건 무리였다. 마모리는 당혹스러웠다. 데이몬 데빌배츠의 일원으로 있으면서 산전수전 다 겼었지만 동료 선수가 무섭다고 느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모리가 선배에게 붙들렸을 때 히루마는 옷을 털며 일어섰다. 그런데 시선을 아곤이 아니라 마모리에게로 향했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시선을 마모리에게 둬 왔다. 그러니 주변에서 히루마와 마모리 사이를 많-이 발전시켜 오해하는 것이 당연했다.

“너…….”

아곤은 히루마가 답답해서 이마에 핏발이 섰다.

“한 대 더 갈기고 싶거든 좀 있다가 해라. 너 예쁜 여자 한정으로 기사도를 발휘하잖아. 저거 먼저 구해주는 편이 현명할걸?”

히루마가 손으로 마모리를 가리켰다. 아곤의 눈에도 선배에게 잡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마모리가 보였다. 히루마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마돈나에게 손대는 겁 없는 녀석을 날려버리는 것이 최우선이 됐다.

“네 놈 다리보다 내 공이 더 빠르겠지만.”

히루마는 발치에 너부러져 있는 맥주캔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아곤이 움직이기 전에 마모리의 팔을 잡고 있는 녀석을 향해 직구로 던졌다. 히루마의 특기라면 특기인 레이저 불렛이었다.

온갖 난관을 헤쳐 온 1번 쿼터백답게 컨트롤이 기가 막혔다. 40야드 이상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췄다. 그것도 맥주캔의 윗 테두리의 단단한 부분으로 선배의 관자놀이 바로 위 핀 포인트를 가격했다. 관자놀이를 맞췄으면 즉사했을 것이다.

“저 애송이가 선배 무서운 줄 모르고…….”

주변의 선배들이 발끈했지만 여자 앞이기 때문에 부리는 허세였다. 맥주캔을 기가 막히게 정확하게 던진 히루마나 맞은편에 있는 무법자 아곤을 상대할 용기가 없었다.

“언제까지 거기 그러고 있을 거야?”

“아, 응.”

마모리는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곧장 히루마가 있는 곳으로 종종종 달려왔다. 반대로 아곤은 그녀를 지나치며 선배들 쪽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그가 선배들을 어떻게 했을 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아곤한테 맞은 데는 괜찮아?”

마모리는 히루마 걱정이 먼저였다.

“미식축구하면서 맷집이 많이 늘은 덕분에.”

“이렇게 부었는데 그런 말이 나와?”

히루마와 마모리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연인사이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표정을 서로에게는 아낌없이 보여줬다. 게다가 가까이에서 마주보는 모양새가 자연스러웠다.

이 간단한 소동 때문에 사람들이 히루마와 마모리가 연인사이라고 확정지어버렸다. 히루마는 소문에 휘말릴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마모리를 늑대들 사이에 무방비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본인들이 공언하지 않는 이상 파리 떼가 쉼 없이 들끓을 것이다.

마침 주말이 마모리의 생일이었다. 마모리가 먼저 놀이동산의 카니발을 보고 싶다고 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데이몬 고교에 다닐 때도 교내교외 어디든 둘끼리 같이 있는 경우가 잦아서 ‘데이트’라는 단어가 새삼스러웠다. 그동안 무신경할 정도로 당연하게 붙어 다녔던 것이다. 그러니 주변에서 둘 사이를 오해하는 것도 다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아, 저거 괜찮다.”

거리를 배회하다가 마음에 드는 옷가게를 발견했다.

“몸에 걸치는 걸 선물하는 건 소유욕의 상징이라는데……. 크읏. 그래도 이게 가장 마음에 든단 말이지. 아오-. 그 여자 때문에 이딴 짓이나 하고. ……. 그런데 저건 진짜 잘 어울리겠다. ……. 미- 치- 겠- 네-.”

번뇌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쇼윈도 앞에서 엄청난 표정으로 고민했다.

“그래. 생일이니까…… 생일이니까 내가 백 보 양보하자.”

“어? 히루마 군.”

지금 가게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가 갑자기 나타났다. 히루마는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간이 철렁거렸다.

“너…… 빌어먹을 여자! 네가 왜 여기 있어?”

당황함을 감추고 그녀에게 어떤 표정을 내보여야 할지 몰라 임기응변으로 화부터 내고 봤다.

“난 여기에 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그리고 다짜고짜 화부터 내기나 하고.”

평범한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허벅지까지 길게 내려오는 민소매 외투를 걸친 차림이 ‘쇼핑 중’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듯했다. 손에 조그만 파우치까지 들고 있어서 쇼핑 모드로 완벽했다.

마모리는 히루마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옆의 가게로 눈을 돌렸다.

“옷가게? 여긴 숙녀복 전문점이잖아. 히루마 군이 여자 사이즈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럅은 편이라지만 숙녀복 전문점은 좀 심하다.”

“어이, 보통은 너처럼 헛소리하지 않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내가 여기서 내 옷을 사겠냐?”

코바아캬와 세나 그리고 아이실드 21을 동일인물일 거라고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아네자키 마모리다. 머리 좋고 능력 좋은 아가씨임에 틀림없지만 간혹 황당한 사고방식을 내비친다. 그녀와 친분을 튼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맹점을 금방 깨닫고 금방 포기한다. 지적한다고 고쳐질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히루마 군이 다른 사람 걸 사는 쪽이 더 상상하기 어려운걸.”

“너 그거 무지하게 실례다.”

“솔직히 미식축구랑 관련 있는 일이 아니면 남의 밥그릇 뺏는 것밖에 안 하잖아.”

“이 여자가 진짜…….”

틀린 말이 아니라서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엉뚱함 덕분에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서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해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핑계를 만들자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만 그녀의 선물을 사러 온 주제에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아, 맞다. 히루마 군. 약속 잊지 않았지?”

“놀이동산 얘기면 이제 그만 해라. 이틀 만에 못 박혔다.”

히루마는 노골적으로 질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비해 마모리는 생글생글 웃었다. 한창 기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너, 생일에 나랑 놀러가도 괜찮은 거냐?”

“응?”

“놀러가기로 한 날이 네 생일이잖아. 가족이라든지 여자 친구들이라든지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 많을 거면서, 재미없게 시리 나랑 있어도 되겠냐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겨우 말했다. 그녀의 속마음을 떠보고 싶은데 그 동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할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아…… 그렇구나. 그 날이 내 생일이구나. 굉장하다, 히루마 군. 나도 잊고 있었는데.”

“뭐야?”

순식간에 김이 샌다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것이다. 히루마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마에 핏발이 섰다. 그보다는 자신이 제 무덤을 판 격이었다.

“너 그러면 그냥, 단순히, 놀러가고 싶어서 날 꼬드긴 거냐?”

“혼자 놀이동산 가는 건 궁상맞잖아. 세나나 스즈나는 수험생이라 안 되고, 친구들은 제각기 바쁘고. 어떻게든 가고 싶단 말이야.”

“여자랑 놀기 좋아하는 빌어먹을 드레드가 있잖냐.”

“나 그 사람 무서워서 싫어. 그리고 히루마 군이니까 부탁한 거야.”

예기치 못한 스트레이트 한 방에 히루마의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정말 갑작스런 기습이라서 표정 관리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얼굴의 화끈거림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그와 마주보고 있던 마모리도 덩달아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뭔지 뒤늦게 깨달았다. 어색한 상황을 다른 말로 그럴싸하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말재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붉은 색이 점차 짙어질 뿐이었다.

“제길. 그러면 네 녀석 생일선물을 사러 나온 내가 바보 같잖아.”

히루마는 이제 될 대로 되라지 식으로 다 털어놨다. 그런데 털어놓고 났더니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마모리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최대한 옆으로 돌렸다.

“아…… 저…… 그 날 같이 가주는 걸로 충분해. 에…… 선물까지 바라면, 그러니까 욕심이 과하잖아.”

머리에 피가 쏠리면 현기증이 나고, 현기증이 심해지면 말을 조리 있게 하기 힘들어진다. 마모리는 눈 앞이 팽글팽글 돌 정도로 지독한 현기증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

히루마는 마모리를 흘끔 쳐다봤다.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려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시점에서부터 제 머리가 드디어 맛이 갔다고 스스로를 비웃었다. 하지만 아주 순간이었다. 이성과 감정을 비교하는 저울이 감정으로 쏠린 지 오래라서, 그녀를 보는 제 눈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자기 생일도 잊어버리는 바보 주제에……. 그 날 최고로 예쁘게 하고 나와. 같이 어울릴 맛 나게. 네가 꼬드겨 놓고 네가 부실하면 끌려간 나는 뭔 꼴이 뇌냐? 그러니까 생일 주역답게 꾸며. 생일선물로 그 날 하루 공주님으로 모셔줄 테니까.”

자신들이 대로 위라는 것을 잊고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 머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나치게 귀여워서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닭살 돋는 대사 역시 평소의 머리에서 나올 리 없었다. 혀가 멋대로 나불거렸다. 하지만 심장이 적당히 콩닥거리는 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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