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기타 팬소설作

[아이실드21][히루마모]해바라기

★은하수★ 2010. 11. 10. 17:46

 

1. 이것은 아이실드21 팬소설입니다.
2. 커플링은 히루마 요이치 X 아네자키 마모리 [히루마모]입니다.
3. 팬소설에는 재주가 없는 고로 어린 아이 작문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4. 비정기 연재에다가 Feel이 올 때만 쓰는 돌발 소설입니다. 


 

해바라기

 

3월 초에 있었던 미식축구 유스(Youth) 청소년 월드컵을 마치고 얼마 쉬지 못한 채 4월 새학기를 맞이했다. 한 학년씩 무사히 진급한 데이몬 데빌배츠는 개학일부터 눈꺼풀이 뒤집어지도록 바빴다. 봄 대회를 대비한 연습이야 당연한 일이고, 신 학년 초에 해야 할 일이라면 당연히 신입생을 타깃으로 한 부원모집이었다.

“올해도 도쿄 타워를 오르거나 하지 않겠지?”

“하고도 남을 사람이 저 뒤에 MAX로 버티고 계시잖냐.”

코바야카와 세나 그리고 라이몬 타로는 아침 러닝을 한숨과 함께 했다. 그 때 쥬몬지 카즈키가 바짝 쫓아왔다.

“그래도 신입생 중에 입부 확정자가 한 명 있잖아.”

“아! 맞아. 츄보가 있지.”

세나의 표정이 환해졌다.

“쬐끄만 주제에 기술 하나는 일품이니까 억지로라도 데려와야 할 인재지.”

처음에는 강제적으로 미식축구를 시작했던 쥬몬지는, 이제 완전히 한 사람 몫의 미식축구 선수가 됐다. 우승을 갈망하는 욕심이 차근차근 쌓이다보니, 신 부원 모집에도 욕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3학년으로 진급한 히루마 요이치, 쿠리타 료칸, 타케쿠라 겐(통칭 ‘무사시’), 유키미츠 마나부, 아네자키 마모리는 이번 1학기가 부활동 마지막 기간이었다. 선배로서 남겨두고 싶은 것이나 남겨야 할 것들을 정리해야 할 기간이기도 했다.

“히루마. 이번 입부 테스트는 어떻게 할 거야? 다들 궁금해 하던데.”

점심시간 중에 마모리가 히루마를 찾아갔다. 히루마는 예상했던 대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매일 뭘 그리 두드리는지, 아날로그형인 마모리가 호기심이 있어도 그가 하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보다는, 히루마가 당당하게 화면을 드러내도 마모리가 그것을 들여다 볼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작년 테스트 재탕+a”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너 요새 말이 너무 짧아졌어.”

마모리는 자연스럽게 히루마의 옆자리에 앉았다. 마모리는 문과 계열이고 히루마는 이과 계열이라서 반이 다르지만, 부활동으로 거의 매일 마주하기 때문에 같이 나란히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너, 당분간 수업 끝나면 곧바로 부실로 가.”

“새삼스럽게. 항상 그러잖아. 부실 열쇠를 내가 갖고 있으니까.”

“……그러면 됐어.”

히루마는 한 번도 마모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입과 귀만으로 그녀를 상대했다.

마모리는 뚫어져라 하다시피 히루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비스듬하게 숙이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정면을 올려다봤다. 지겹도록 많이 본 얼굴이 오늘은 달라 보였다.

“유난히 건조해. 무슨 일 있어?”

히루마는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성가실 만한 화제면 침묵을 지켰다. 마모리는 좀 더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반응이 너무 없자 알아서 그만 뒀다. 히루마의 행동 패턴 정도야 알만큼 알고 있었다.

“사람 부르는 방법도 은근 슬쩍 바뀌었고, 미식 축구 말고 다른 데에서 진지한 히루마 군은 처음 봐.”

“그렇게 일일이 짚을 일이냐?”

“어우. 이제야 제대로 대답하네. 대화 한 번 제대로 하려고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거야?”

“내가 네 심심풀이 땅콩이냐? 딴 데 알아봐.”

히루마는 곁눈질로 마모리를 쳐다봤다. 그녀가 생긋 웃고 있었다. 의외라서 순간 눈가가 움찔 거렸다.

“뭐야? 용건 있으면 빨리 말해.”

“아니. 이제 없어.”

마모리는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히루마는 그 표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입으로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녀가 교실을 나갈 때까지 조금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는 혼자 있으면서 별안간 협박 수첩을 꺼냈다. 인물 리스트를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재빠르게 훑어보더니,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건조함이 싸그리 사라지고 불쾌함만 가득했다.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팔이 부러졌어도 포커페이스로 고통을 감추는 히루마 요이치가 아니던가. 그는 방과 후 연습이 전부 끝날 때까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히루마와 오래 알고 지낸 쿠리타와 무사시는 미묘한 차이를 눈치 챘다. 단지 히루마가 본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뒀다.

“매일 그렇게 연습하니까 크리스마스 볼에서 당연히 우승한 거군. 봄 대회도 낙승이겠어.”

3학년으로 진급한 학생 중 한 명이 미식축구부 부실 앞에 나타났다. 마침 부원들이 유니폼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한 명 두 명 나가는 중이었다. 부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상급생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거나 깨끗하게 무시했다.

“아네자키 안에 있지? 불러줄래?”

“오늘은 먼저 돌아갔는데요?”

마모리의 등하교라면 세나가 가장 잘 알았다. 이름 모를 상급생도 마모리와 세나의 친밀한 관계를 아는지, 세나의 말을 듣고 진짜라고 생각하며 난처해했다. 세나의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너무 쉽게 놓쳐버렸다.

“좀 잘 생겼다고 말이야. 마모리 선…… 우캬!”

“가자-. 내일 아침 연습에 나오려면 빨리 가서 자야한다.”

“봄 대회에서 한심한 골을 안 보이려면 1분 1초가 아깝지. 암.”

쥬몬지와 쿠로키가 몬타의 팔을 한 쪽씩 잡고 질질 끌다시피 데려갔다. 토가노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세나는 쭈뼛쭈뼛 서 있다가 코무스비가 나오자 마모리를 찾는 상급생에게 꾸벅 인사하고 코무스비와 함께 하교했다.

2학년으로 진급한 부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부실에는 3학년으로 진급한 다섯 명만 남아 있었다.

미식축구부를 찾아온 손님은 부실 안으로 들어가 보려다가 그만 뒀다.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히루마가 있을까봐 내심 겁이 났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모리와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부실에 3학년 전원이 있으면서 조용했던 건, 남학생 네 명이 저녁 간식 내기 포커를 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모리는 슬쩍슬쩍 구경하면서 부실을 정리했다. 이들 전부 조용할 때는 입도 뻥긋 않고 조용한 타입이라서 저절로 침묵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학년 중에 한 명이라도 껴 있었으면 조금 왁자지껄 했을 지도 모른다.

“역시 히루마한테는 못 당하겠어.”

게임을 모두 끝내고 유키미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서로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여어, 요새 이 근처에 치한이 나온다더군.”

“에? 정말?”

히루마와 마모리가 나란히 하교를 했다. 다른 3학년들이 히루마를 배려한 것이었다. 2학년들은 히루마에게 들어서 마모리에게 스토커가 붙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는 반면에, 3학년들은 자력으로 히루마가 마모리를 보통 이상으로 챙겨준다는 것까지 눈치 챘다. 중요한 당사자인 마모리만 아무 것도 몰랐다.

“학교 안에서라고 해도 혼자 다니지 마. 뒤숭숭하니까.”

“우와. 히루마 군이 걱정해 주는 거야? 별일이네.”

“사람이 진지하게 얘기하면 좀 들어.”

“잘 듣고 있어. 기뻐서 그래.”

마모리는 양 볼을 살며시 붉혔다. 히루마는 순간적으로 이성과 욕망 사이를 오갔다.

“오늘처럼 혼자서 자료실 정리하지 마.”

“어차피 오늘까지 만이야. 앞으로는 2학년 선도부원이 할 거니까 자료실에 갈 일 없어.”

히루마는 순간 다리가 휘청거렸다. 마모리가 돌려 말하기를 의외로 못 파악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따.

“악의 없는 건 알겠는데, 진짜 엉뚱한 방향으로 범타 날리는 것도 재능이야.”

“응?”

“헛소리야.”

어느덧 아네자키 가에 도착했다. 히루마가 자연스럽게 지나가려는데 대문 앞에 멈춰 섰던 마모리가 그를 쫓아가 재킷 아랫단을 살짝 잡아당겼다. 두 사람은 그 타이밍에 맞춰 거의 동시에 멈췄다.

“다른 애들한테도 친절하게 대해주면 좋을 텐데.”

“누구한테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 보단, 그 말 하려고 세운 거냐?”

“오늘 히루마 군이 어떤 여자 애를 무시하는 거 봤어. 그거 좀 너무했어.”

마모리는 자기보다 시선이 높은 히루마를 올려다보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 자신이 그를 붙잡고 있고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아직 자각하지 못했다. 히루마 역시 두 사람의 간격을 신경 쓰기보다, 그녀의 말에 초점을 맞췄다.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

“봤어?”

“보였어.”

히루마는 설마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의외로 가까운 곳에 마모리가 있긴 했다. 그 즈음에 근처에서 스쳐지나가듯이 그녀를 본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그녀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선 역시 친구들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어느 틈에 히루마 자신을 봤다는 말인가.

“뭘. 히루마 군도 내가 자료실에 있었다는 거 알고 있잖아. 내가 아는 건 이상해?”

“푸훕!”

“에에? 왜 웃어?”

“아냐. ……. 너, 내 일 상관하기 전에 네 주변이나 잘 살펴. 험한 일 당하지 말고.”

“네가 얌전히 지내면 험한 일 당하지 않아.”

“임마. 너한테 불똥 튀긴 적이 있기는 했냐?”

마모리는 벙-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히루마가 하려는 위험한 행동을 막은 적은 많아도, 히루마가 꾸민 일에 말려들어서 당한 적은 딱히 없었다. 있었다면, 작년 운동회 때뿐일 것이다. 그래도 그건 팀을 위해서였으니 악의 있는 험한 일이 아니었다. 마모리 자신이 자발적으로 도운 일이기도 했다.

“됐어. 얼른 집으로 들어가.”

히루마는 마로리가 집 안으로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도중에 자신을 흘끔 쳐다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포커페이스로 완벽하게 가렸지만 적잖이 놀랐다.

 

마모리에게서 스토커가 떨어져 나간 것은 이틀 뒤였다. 그러나 마모리는 자신에게 스토커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범인이 납치까지 계획하던 중에 제대로 덜미를 잡혔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히루마는 봄 대회를 코앞에 두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기사 스크랩 파일을 뒤적였다. 그런데 찾는 것이 안 보이는지, 부실 구석에서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마모리를 불렀다.

“세이부 건맨즈 자료 어디에 뒀어?”

“오죠 화이트 나이츠 자료 옆에.”

같이 부실에 있던 세나가 화들짝 놀랐다. 그는 마모리가 부실 안에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니 히루마가 한 번에 마모리를 찾아내는 것을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거야.”

어느덧 부실에 들어온 무사시가 세나의 등을 가볍게 쳤다. 무사시는 히루마를 대견스럽게 보고 있었다.

“저 히루마가 나날이 평범한 인간에 가까워져서 기쁘기 그지없다.”

“아아. 그런 거군요.”

무사시가 히루마의 변화를 눈치 챘듯이 세나도 마모리의 변화를 어렴풋이 감을 잡았었다. 이제 확실해졌다. -그 두 사람은 항상 눈을 서로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상대의 위치와 움직임을 눈이 자동으로 쫓아갔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시시각각 파악할 수 있었다. 미식축구만을 우선하던 히루마에게도, 세나를 챙기는 일에 여념이 없던 마모리에게도 이것은 대단한 변모였다.

“다투는 횟수도 많이 줄었으니까 사귀는 건 시간문제네요.”

“글쎄. 둘 다 연애에 무섭도록 둔하잖아.”

본인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가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히루마와 마모리는 자기 일에 전념했다. 종종 상대를 흘끔 쳐다보기도 했는데 언제나 엇갈려서 한 번도 눈이 마주친 적이 없었다. 이 둘을 모두 살펴보고 있는 세나와 무사시로서는 조용히 헛웃음을 날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후 연습이 여느 때처럼 순조롭게 끝나고 하늘에 노을 질 쯤에 해산했다. 새로운 포메이션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데빌배츠 전원이 연습에 열을 올리느라 연습 종료 시각이 다른 운동부보다 꼭 한두 시간씩 늦었다.

세나는 마모리를 흘끗 쳐다보다가 그녀가 히루마를 보고 있는 것을 알고, 그녀 몰래 몬타와 코무스비와 함께 먼저 귀가했다.

그런데 마모리가 유난히 뒷정리가 빨리 끝나서 세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한 찰나였다. 히루마가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게 겨우 몇 초였는데 그 사이에 세나며 다른 부원들이 사라져버렸다.

“빨리 가고 싶은 만큼 지쳤었나 보네.”

마모리는 자신을 기다릴 줄 알았던 세나마저 ‘일부러’ 서둘러 돌아갔다는 것을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언제나 자기 좋은 방향대로 생각하는 나쁜 습관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꼬맹이가 친구 생겼다고 누님을 버린 거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자연스벌게 두 사람이 같이 나란히 걸었다.

이제 스토커가 없지만 다른 녀석이 들러붙을 수도 있고 별안간 불량배나 치한이 접근할 수도 있다. 특히 해가 져가는 시간에 여고생 혼자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히루마는 자신이 마모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도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았다. 평소에 드러냈던 만큼 똑같이 했다. 그래도 자신이 아네자키 마모리라는 여자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히루마 군.”

히루마는 마모리를 한참 내려다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운 좋게도 마모리에게 들키지 않았다.

“아까 다친 데 정말 괜찮아?”

연습 후 도구를 정리하는 중에 체육창고에서 사소한 사고가 있었다. 윗선반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던 농구공 한 박스가, 바로 아래서 장비 수량을 점검하던 마모리 위로 쏟아졌다. 마침 같이 창고에 들어가 있던 히루마가 그녀를 감싸 안은 덕분에, 그녀는 무사하고 그는 오른팔에 작은 찰과상을 입었다.

“몇 번을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냐?”

“하지만 히루마 군은 쿼터백이잖아.”

“가우오 때문에 부러진 적도 있는데 이 정도야 약과지.”

마모리는 몸을 조금 움츠렸다. 다이너소어즈와의 관동대회 결승전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악몽으로 남았다.

“지난 일 일일이 신경 쓰지 마.”

히루마는 왼손을 들어 올려서 마모리의 머리를 만지려다가 그만 뒀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거칠게 거절당했다간 의외로 충격 받지 않을까 싶었다. 천하의 히루마 요이치라도 연애사에서 상처 받지 않으리란 법 없었다.

마모리는 히루마의 오른팔을 슬쩍 쳐다보다가 그대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머리 하나 이상 키 차이가 나서 눈을 마주 보려면 목 근육이 약간 땅기도록 턱을 올려야했다.

“역시 운동선수는 반사 신경이 빠르구나― 싶어.”

“갑자기 뭔 소리야?”

“보통은 도움을 받기 전에 공 몇 개 맞잖아. 그런데 난 히루마 군이 빨리 도와줘서 한 개도 안 맞았다구. 대단해.”

히루마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뒀다. 공이 떨어질 것을 미리 봤다고 얘기했다간 자신이 줄곧 마모리를 보고 있었던 사실을 들킬 것 같았다. 그럴 바에야 마모리 혼자 착각하게 두는 편이 나았다.

“히루마 군은…….”

마모리는 고개를 숙였다가 정면을 봤다.

“애들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인기 많을 텐데.”

“쓸데없는 소리.”

히루마가 곧바로 받아치자 마모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가 났다? 화낼 만한 얘기였던가?

마모리는 히루마의 눈치를 살폈다. 표정이 살짝 애매했지만 속으로 잔뜩 화가 난 게 분명했다.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 안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히루마가 별 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는데도 자신은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아이러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히루마의 팔을 붙잡았다. 히루마는 순간적으로 몸이 뻣뻣해졌다. 놓으라고 뿌리치는 편이 더 어색할 것 같아 어쩌지를 못했다. 그런데 자각한 입장에서는 모르는 척 가만히 있는 것이 꽤 힘들었다.

“히루마 군은…… 항상 시야에 있어서 안심이야.”

“그 말, 내 멋대로 해석해도 되는 거냐?”

“응?”

“멋대로 해석하마.”

마모리는 절대 특별한 의미 없이 툭 던진 말이었을 것이다. 이 말을 계기로 히루마의 과보호가 시작될 것이라곤 이때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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