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신의재림-두번째라그나로크(완)

신의 재림 : 제 1문 (1)

★은하수★ 2009. 5. 7. 17:01

~제 1문. 부활? 재림? …그냥 특이한 출생.

 

민혁은 무시무기한 처녀귀신에게서 살아 남기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처녀귀신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민혁뿐만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복도를 질주하던 상원은 결국 처녀귀신 손에 잡히고 말았다.

"헉! 민혁아, 야!"

상원은 절규하듯이 민혁을 불렀지만 민혁은 잽싸게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저 치사한 자식."

"후후후. 얌전히 맞아 주실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상원의 뒷목을 감사 쥔 세연은 상원을 살벌하게 노려보며 진짜 처녀귀신 뺨치게 살기 만발한 미소를 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그게…… 민혁이 그 녀석이…… 히익!"

상원이 손을 마고 내저으며 변명을 했지만 세연의 공포스런 눈과 마주친 순간 온 몸을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었다.

"이 윤세연에게 변명은 돼지가 짖는 걸로 밖에 안 된단 말이지."

세연은 상원의 뒷목을 잡은 채로 상원을 세게 짓눌렀다. 그러다가 뭔가 불안함을 느끼고 손에서 힘을 뺐다. 상원은 이 때다 싶어 잽싸게 도망쳐 버렸다. 원인 모를 불안감에 이성을 되찾은 세연은 곧바로 교실의 자기 자리에 돌아간 후 타롯카드를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최상원이 붙잡힌 걸로 내 몫도 끝난 거다."

세연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민혁인 왼손으로 턱을 괴고, 교과서를 뒤적이면 말했다.

"시끄러."

차가운 대답에 민혁은 세연을 흘끗 쳐다봤다. 세연은 열심히 타로카드로 섞고 나서 차근차근 배열했다.

"또 그 신 내림이냐?"

이번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민혁은 천천히 세연의 옆에 가서 섰다. 세연의 책상 위에 내 장의 카드가 십자가 형태로 놓여 있었다. 가장 윗줄에 한 장, 가운데 두 줄에 두 장이 조금 떨어져서, 가장 아랫줄에 나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세연은 나머지 카드에서 두 장을 무작위로 뽑았다.

"대신 고를래?"

세연은 착 깔린 목소리로 말하며 왼 손으로 잡은 두 장의 카드를 민혁에게 내밀었다.

"늘 얘기하지만, 이런 걸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아?"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한 장의 카드를 고른 민혁은 카드를 뒤집어서 그림을 확인한 후 약간 놀란 눈치였다.

"왜? 또 탑[TOWER]이야?"

"요새 계속 이거만 나오잖아. 뭐, 오늘도 역시……."

민혁은 카드를 태연하게 세연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세연은 책상 위에 배열해 놓은 네 장의 카드를 빠른 속도로 위에서 부터 차례대로 뒤집어 확인했다.

"부, 부탁인데……."

"조심해서 다녀야만 해. 대사를 바꿔보지?"

"알면 됐어."

세연은 차근차근 카드를 정리했다. 빠뜨릴 뻔 한 탑 카드를 민혁이 카드 뭉치 위에 얹어주었다. 카드를 도로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자리에 앉자 예비종이 울렸다.

"점심시간은 정말 짧아. 갈색 머리 아가씨, 내 걱정하기 전에 먼저 네 몸 먼저 챙기라고. 어제처럼 수업 도중에 쓰러지지 말고."

민혁 역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민혁은 잘 알고 있었다. 세연은 어머니가 점술가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저주나 타롯카드를 한 번 하고 나면 심각한 두통을 일으켜 육체 전체가 약해지고 정신 역시 무너지기 직전까지 쇠약해져 버린다. 그 모습을 봐 온 민혁은 몇 번씩 세연을 말린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 시간이 길어져서 요즘은 세연 스스로도 절제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빈번히 느껴지는 불안감이 세연을 부추겼다.

"오늘 너희 집에 가도 돼?"

"우리 집?"

민혁의 갑작스런 발언에 세연이 뒤돌아보았다.

"에르띠에 아줌마. 마녀의 후손이시잖아."

세연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5시에 예약 손님이 있으니까 5시 30분 정도에 오면 될 거야."

그 순간 다시 정체모를 불안감이 세연을 휘감았다. 동시에 두통까지 엄습해서 세연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민혁은 세연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양호실로 데려가기 위해 세연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세연의 다리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지듯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