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as Rhapsodie[랩소디] -제1곡

★은하수★ 2009. 10. 26. 12:25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람보 군 중심입니다. --주의!! -- 20년 후 람보, 즉 25세 람보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6. 잔인합니다. 15禁 잔인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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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곡

 

흰색 프리로가 리본이 달린 연청색 드레스가 바람을 따라 펄럭거렸다.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말괄량이 아가씨가 길지 않은 연갈색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위험천만하게도, 성의 3층 복도 난간에 서있었다. 구두를 신은 터라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떨어질지도 몰랐다.

“람- 보-!”

꼬마 아가씨는 봉고레 백작가의 사병들을 훈련시키고 돌아오는 람보를 향해 뛰어내렸다.

“어, 어이!”

지상에 있던 람보는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목소리 다음에 아래로 낙하하는 아가씨를 발견했다. 얼른 낙하지점을 감으로 잡고서 조그만 아가씨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오늘 훈련은 어땠어?”

아가씨는 남의 속도 모르고, 람보에게 안긴 채 생글생글 웃었다.

“어이, 융스(소년을 지칭하는 속어)…….”

“그럼 안 돼지. 밖에서는 매드쇤(아가씨)이라고.”

다섯 살 치곤 당돌하고 머리도 좋았다. 성별을 숨기며 백작 부인과 루체, 람보가 철저하게 후계자 교육을 시킨 덕분이었다. 봉고레 백작의 피가 흐르는 천성적인 요인도 당연히 포함됐다. 성 내에서도 봉고레 주니어의 성별을 제대로 아는 이는 없었다. 수석 메이드와 수석 서번트가 전부였다.

“있지. 언제까지 융스라고 할 거야? 이래봬도 귀족이라고.”

주니어는 진짜 여아처럼 부드럽게 웃으면서 람보와 나란히 걸어갔다.

“내가 융어 헤어(도련님)라고 부르길 바라면 본인이 먼저 의젓해지는 게 순서 아니야?”

“아-, 이왕이면 그라프 퓌어 데어 넥스테 터민(Graf für der nächste Termin : 차기 백작)이 좋은데?”

“프라우 봉고레도 그래핀 봉고레(봉고레 백작부인)라고 안 부르는 마당에 무슨 그런 긴 호칭을 바라시나? 융스가 짧고 좋아.”

주니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모두가 귀히 받드는 자신을 허물없이 대해주며 진짜 남자아이로 대해주는 사람이라 미워할 수 없었다. 전 봉고레 백작이 그를 알아봤듯이 그 아들도 그를, 그의 선한 본성을 직감으로 알았다.

“나 옷 갈아입고 올게.”

그들의 비밀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주니어가 탈의실로 쏙 들어갔다. 그곳은 주니어의 무술 훈련장이었다. 검술, 단검술, 궁술, 격투기 등 되는 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숨겨진 공간이었다. 궁정 마법사 루체가 주니어를 위해 일주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만든 곳이었다.

“역시 융스는 드레스보다 바지가 잘 어울려.”

“당연하지. 엄연히 남자라고.”

“남자? 아직 젖비린내 나는 소년이지.”

[울컥]

주니어는 윗옷을 양손으로 꼭 부여잡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땅을 내려다봤다. 그러나 곧 생긋 웃는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들었다. 람보를 똑바로 주시했지만 주니어는 람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힘이 빠지지 않아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분함을 드러내면서 마냥 꼬마 같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침마다 시녀장 손에 의해 드레스가 입혀질 때, 람보에게 대련 수업을 받기 위해 옷을 갈아입을 때, 거울을 볼 때마다 보이는 자그만 체구의 자신이 싫었다.

“그러고 보니 캬발로네 후작가에서 약혼 제의가 들어왔다며?”

“난 남자야.”

“그 쪽은 여자라고 알고 있잖아.”

람보는 비웃듯이 실실 거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주니어는 허리에 찬 목검을 빼 들었다. 람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다가 그의 코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목검의 끝은 처음부터 그를 향하지 않았다. 그에게 도달할 때까지 줄곧 목검을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람보라도 귀족인 날 비웃는 건 용서 안 해.”

“당돌한 융스. 생긴 건 선대 백작을 빼다 박았는데 성격은 백작도 프라우 봉고레도 닮지 않았어.”

“난 강해질 거야. 그런 나약한 성격 따위 필요 없어.”

“나약한 성격? 그러니까 융스라고 부르는 거야.”

[툭]

투박하고 두꺼운 큰 손은 주니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그를 스쳐지나갔다. 그 다음 순간, 그의 오른손이 빛났다. 아니, 언제부터인가 손에 세 개의 긴 갈고리가 달린 아이언 글러브를 끼고 있었다. 뒤늦게 수상한 기척을 느낀 주니어가 뒤로 돌았지만 람보를 보기 직전에 루체가 나타나서 주니어의 눈을 가렸다.

“마녀의 결계를 깨고 나타나서 들어올 수 있는 녀석이 있긴 있군.”

다섯 명의 침입자가 루체의 품 안에 있는 주니어를 향해 무기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 사이를 가로막은 람보의 몸집이 커서 주니어는 보이지 않고 침입자의 무기는 자연스레 람보를 겨누는 꼴이 됐다. 몸에 딱 맞는 흑색 암살자 복장에, 붉은 문장이 수놓아진 흑색 두건으로 얼굴의 아래쪽 반을 가린 침입자들은 1초라도 빨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에 비해 람보는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다섯 침입자가 람보를 지나치고 루체에게 접근했을 때 다섯 시체로 변해 쓰러졌다.

목이 여섯 조각으로 찢겨져 머리와 몸이 분리된 시체. 가슴이 깊숙하고도 길게 파여 심장이 찢어지고 갈빗대가 부러진 모양이 훤히 보이는 시체. 안면이 깊게 갈라져 세포 조직과 안구가 너덜너덜해진 시체. 복부가 완전히 파헤쳐져 온갖 내장이 밖으로 끄집어진 시체. 정확하게 심장만 뽑힌 시체.

람보는 오른팔의 스윙과 손목의 스냅을 사용하여 세 개의 갈고리에 묻은 피를 털었다. 그의 옷이나 손, 얼굴 중 적의 피는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핏자국이 전혀 없는 아이언 글러브를 다시 몸 어딘가에 숨기고서 처참하게 흩어진 시체 위에 붉은색 가루를 뿌렸다. 가루가 사체에 닿자마자 불꽃으로 변하고 단숨에 사체를 소멸시켰다. 그곳에 침입자가 나타났었다는 증거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됐어, 융스.”

루체의 품 안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주니어를 번쩍 안아 어깨 위에 앉혔다. 주니어는 천천히 눈을 떴다. 분명히 서걱서걱 잘리는 소리와 피가 분수처럼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주변은 깨끗했다.

“오늘은 몇 명이었어?”

“다섯 명.”

“에게-”

“루체의 결계를 깨고 들어올 수 있는 녀석이 많으면 곤란하지.”

주니어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람보의 팔을 밀어내더니 땅 위로 폴짝 뛰어내렸다. 몸의 떨림이 완전히 멎었다.

백작 부인과 같이 피크닉을 갔을 때 서른 명은 족히 되는 도적 무리를 만났었다. 백작 부인이 그의 눈을 가렸지만 완전히 가리지 못해서 람보가 도적을 처치하는 모습을 초반에 잠깐 봤다. 공중에 흩날리는 붉은 혈액과 살덩어리. 네 살이었던 주니어에게는 충격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로 암살자가 나타날 때마다 사이코메트러(혹은 주마등)처럼 사람을 잔인하게 찢어 죽이는 람보의 모습이 떠올랐다.

“람보는 검술에 능하지?”

“그냥 좀 휘두를 줄 아는 거지.”

“앞으론 그 이상한 손톱 말고 검만 사용해.”

목검이 람보의 심장을 겨눴다. 미간이 좁혀지고 눈썹에 힘이 들어간 날카로운 눈은 분명 백작과 흡사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이 눈동자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텅 빈 새카만 눈동자로 노려봐봤자 위협거리도 못 됐다.

“봉고레 피를 이었지만 아직 덜 자랐군. 어이, 융스.”

[딱!]

주니어의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는 자동적으로 손을 이마에 대고 왜 때리냐는 눈으로 람보를 올려봤다. 람보는 주니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혀 쭈그리고 앉았다.

“난 검을 쓸 수 없어.”

“왜?”

“말 자르지 말고 들어. 돌아가신 주군에 대한 나의 사사로운 예의야.”

“뭐야, 그게.”

“아무튼 그래. 밖의 녀석들도 처리해야 하니까 루체랑 먼저 공부하고 있어.”

람보는 주니어를 번쩍 안아 들더니 루체에게 안겨줬다. 평소에는 여자 아이처럼 생활하느라 다섯 살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가벼워서 람보나 루체에게 쉽게 희롱 당했다. 여기서 희롱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짐을 맡기는 것처럼 주니어도 일방의 품에서 다른 이의 품으로-주니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옮겨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파티(Vatti : 아버지)얘기가 왜 나오는 거야?”

“그가 선대 백작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니까요.”

루체는 의자를 하나 만들고 거기에 주니어를 앉혔다.

“선대 백작님께서 최연소로 왕실 기사단장을 맡으셨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그건 봉고레가의 최대의 자랑거리잖아. 분하지만…… 파티는 역대 최고의 백작이었다며.”

“젊은 나이에 타계하셨지만 이루신 업적은 누구보다도 크고 많았으니까요. 그리고 덕망 높은 분이셨습니다.”

루체는 봉고레 백작과 알고 지낸 시간은 짧지만 그의 성품은 충분히 잘 알았다. 그녀도 람보도 선대 백작의 천성에 감화된 사람이었고 진심으로 그를 존경했다.

“그게 람보가 검을 쓰지 않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

“선대 백작님의 검술과 창술은 프로이센 왕국에서 아니, 이 유럽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지금도 그 이상의 것은 없다 합니다. 그래서 람보는 자신이 검이나 창을 들면 그 자체가 주군을 욕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일단은 범죄자 출신이기도 하고요.”

다섯 살 소년에게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눈을 살짝 내리깔고 목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확 들었다.

“파티가 창도 썼어? 람보가 범죄자였어?”

“네. 선대 백작님이 애용하신 검은 스웨덴형 플뢰레, 창은 프로이센형 힐베르트였습니다. 가장 화려하면서 위력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고의 무기였죠. 그리고 그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쓸 수 있는 자는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수가 적습니다. 허나 선대 백작님은 둘 다 제 수족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루셨어요.”

주니어는 여태껏 선대 백작이 여타 기사단장이나 귀족처럼 스위스형 사브르를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본 것이 다 그것이다 보니 당연했다. 의례용 대례장에 전시되어 있는 스웨덴형 플뢰레와 프로이센형 힐베르트는 그냥 장식용이라고 생각했다. 수려한 만큼 사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설마 제 아버지가 그것들을 사용했을까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목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람보는 과거에 잔인한 살인마였습니다.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죠.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가장 처참한 몰골을 만들었습니다. 사형수까지 됐었습니다만 그를 감옥에서 빼낸 이가 저에요.”

“사형수……를 멋대로 빼내면 안 되잖아.”

“걱정 마세요. 그 때 당시 그곳의 우두머리들은 모두 늙어 죽었으니까요. 그리고 선대 백작님께서 거둬주시고 지금 이렇게 사고 안 치면서 착하게 살잖아요.”

“으음. 람보와 루체는 모두 나랑 무티(Mutti : 어머니)에게 좋은 사람들이니까.”

다섯 살 소년의 사고는 단순하고 편했다. 람보가 살인마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니까 무섭다 생각하지도 않고 경계심을 갖지도 않았다. 어느 새 손에서 힘이 풀렸다.

“응, 루체. 파티 얘기 좀 더 해줘. 무티가 해주는 얘기 말고 다른 거.”

“그것도 좋은 수업이 되겠네요. 그러면 제가 아는 건 한심한 것부터 죽 말씀드리겠습니다.”

루체가 주니어에게 선대 백작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무렵, 봉고레 백작가의 성 앞마당은 검붉은 피와 갈기갈기 찢겨진 시체로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 중이었다.

여백작이 되거나 세력가로 시집을 가서 봉고레 백작가가 다시 융성해지는 일을 막기 위해 곳곳에서 수시로 암살단을 보냈다. 원래 귀족가끼리 서로 견제하기 위해 자객을 보내지만 봉고레 백작가로 보내지는 머릿수나 횟수나 다른 귀족가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원래 선대의 명성이 높은 만큼 후대가 고생하는 법이다.

“으아아아아아아!”

동료의 개죽음을 보다 못해 정신이 나간 불쌍한 병사가 괴성을 지르며 람보에게 달려들었다.

[츄악!]

일개 병사는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자신의 내장을 바라보며 람보 옆으로 쓰러졌다. 상체의 고통과 점차 숨이 끊기는 고통 때문에 꿀럭꿀럭 이상한 소리를 냈지만 복부가 완전히 파헤쳐진 그의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저, 저건…… 괴, 괴, 괴, 괴, 괴, 괴물이다!”

[푹, 촤악!]

자신의 헐거운 창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던 병사는 심장을 당했다. 람보는 세 개의 갈고리를 적의 따뜻한 심장에 정확하게 쑤셔 넣고서는 그 절반을 거리낌없이 파냈다. 심장에 고여 있던 혈액과 대동맥, 대정맥을 흐르던 다량의 시뻘건 피가 몸에 새로 뚫린 구멍을 통해 터져 나왔다. 갈고리에서 심장 반쪽이 떨어질 때, 그 심장의 주인도 동시에 땅 위로 쓰러졌다. 겁에 잔뜩 질린 상태에서 말도 안 나오는 고통을 겪는 바람에 표정이 상당히 추했다. 곧장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뜬 눈과 잔뜩 상기하여 피부에 돌출된 핏줄들, 그리고 안면 근육이 엉망으로 얽혀서 생긴 온갖 잡다라한 주름살. 이것이 과연 사람의 면상인가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얼굴이 뜯겨져 나가는 게 나을 법 싶었다.

“너희들 고대 그리스의 람보 처형식이라고 아나?”

람보가 입을 열자 일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싸-한 공포가 시체 구석구석을 지나 산 자들을 엄습했다. 피비린내가 역하다는 것을 잊을 정도의 공포가 람보의 몸에서 아우라처럼 나왔다.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갈기갈기 찢어서 모두가 모이는 광장에 내버리는 것을 말하지. 산 자를 재판하고, 죽어서 그 육신을 능욕하는 실로 악마보다 더 악질적인 살인법이라 암만 모방범이 나타나도 완전히 흉내 내는 녀석이 없었다고 하더군. 그러니 너희는 영광스럽게 생각해. 이것이 진짜 람보 처형식이니까.”

토마조 백작이 보낸 100명의 정예대는 람보 하 사람의 손에 전멸했다. 멀쩡한 시체는 람보의 압도적인 힘 앞에 겁먹어 자살한 것밖에 없었다. 람보의 손에 걸린 자는 모두 신체 한 부위가 갈갈이 찢겨 형상을 알 수 없게 됐다. 땅은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질척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