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생각하는 글/★은하수★ 오디오드라마

오디오드라마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1편 봄~다시 시작하는 계절

★은하수★ 2022. 12. 3. 16:25

안녕하세요.

망상의 세계 주인장 ★은하수★입니다.

 

드디어 오디오드라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버킷리스트로써 목표로 하는 오디오드라마는 1인 다역이기 때문에,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멀었지만, 1인 상황극을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1인 다역 드라마도 만들 수 있겠거니...기약 없는 기대를 품어봅니다.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시리즈는 사계절을 테마로 하여 진행되는 옴니버스 구성입니다.

이번 "봄~다시 시작하는 계절"은 2가지 목소리로 각각 녹음을 진행했는데요, 대본을 1번 목소리(본래 목소리)에 맞춰 작성했다보니, 4번 목소리(연령을 낮춘 목소리)로 녹음을 할 때는 몇 가지 문장을 쉬운 단어와 원만한 표현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완성본 약 10분.... ( ꒪⌓꒪)  약 10분짜리인데 녹음은 당연히 몇 배로 걸렸죠.

녹음하는 내내 긴장도 많이 하고, 목도 많이 아프고,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마치고 나니 뿌듯하더라구요.

 

 

시리즈명: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소제목:  봄~다시 시작하는 계절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본래목소리 / 연령 낮추기)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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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오디오 드라마: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1.
봄 ~다시 시작하는 계절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이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은 맑음이 19일, 흐림이 5일, 가랑비가 3일. 이제 정말 얼마 안 있으면 입원 한 달이라는 내 인생 최장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같은 증상이 있었어도 길어야 일주일이었는데, 퇴원을 노리면 발작이 일어나고, 퇴원하겠다고 짐 다 싸고 옷까지 갈아 입었는데 또 발작이 일어나면서 오늘이 되었다.
 부모님이 챙겨 주신 소설책도 벌써 5번이나 읽었고, 일기는⋯ 이렇게 오래 입원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 좀 쓰고 있다. 오늘이면 8일째인가?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 쓸 게 있을까 싶었는데, 창밖에서 이루어지는 지루할 듯 지루하지 않고, 우스울 듯 우습지 않은 각종 일상이, 그나마 매일매일 다른 풍경이라서 꽤 쏠쏠하게 종이를 채워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역시 한 가지를 오~래 못하는 내 성격, 어디 안 가는구나 싶다.
 이렇게 내 시간은 재미없게 흐르고 있다. 내 몸은 시한폭탄인데 말이다.

 아무리 몸이 약한 사람이라도 온실 속 화초 마냥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면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지지 못한다고 누가 그랬더라? 내 자리가 창문 바로 옆이라서 바깥 공기를 충분히 마시고 있고, 너무나 밝은 햇살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햇님과 인사하는 것이 일상인데, 병원에서 정해준 시간에 꼬박꼬박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다. 하루에 딱 20분? 환자복 위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가디건을 걸치고 양산도 잊지 않고 챙겨 쓰는 완벽한 무장이 어느샌가 병원 내 마스코트가 되었다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봄 햇살에 살이 까무잡잡하게 타는 것이 훨씬 더 싫기 때문에 그런 재미없는 소문 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내 몸상태를 아는 다른 환자들이 나랑 마주칠 때면 꼭 두 가지 중 한 가지 반응을 보인다. 너무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과보호형.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뭐하러 나왔냐며 위아래를 불쾌하게 훑어보는 무례형. 내가 심장이 약한 건 맞다. 그 약한 심장 때문에 계속 쓰러지고 괴로워해서 여태껏 퇴원을 못하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런데 산송장 취급하는 건 너무 하지 않아? 이번에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멀쩡하게, 굉장히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이런 반응들은 거슬리고 짜증나고 불쾌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조차 나만 손해고, 이런 마이너스 감정에 내 모든 집중력과 기력을 소모하는 것도 내 손해고 귀찮을 따름이다. 무시가 답이지. 그들의 시선과 관심을 되려 즐길 정도로 정신이 성숙하진 않았기 때문에 그냥 외면할 뿐이다.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이 바깥을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 언제나 그렇듯이. 아니, 아닌 것 같다.

 

  "이게 뭐야?"

 

 항상 다니는 산책로 한 가운데에 편지봉투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주워서 살펴보니 봉투 뚜껑은 풀칠이 되어 있지 않고, 편지지는 곱게 잘 접혀 봉투 안에 다소곳이 들어 있다. 보내는 사람은⋯ 적혀 있지 않다. 받는 사람은⋯ 나?
 순간 등 뒤가 오싹해지면서 전신의 털이 쭈삣쭈삣 서는 느낌이다. 요약하자면 소름이 끼친다는 거지.

 

 "동명이인이겠지." 


 다시 허리를 숙여 길바닥에 편지를 내려놓았다. 제자리에 서서 좌우앞뒤 360도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사람이 없다. 타이밍 좋게도 오늘 이 순간 나 말고는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정말 나 혼자다.
 그냥 지나쳐 가고 싶지만, 웬만한 것들이 지루해지고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지 못한 나로써는 저 연보라색 편지봉투와 글자가 살짝 비쳐 보이는 새하얀 편지지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오싹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꽤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정말 내게 보내는 편지인지, 동명이인이 받아야 하는 편지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보내는 사람이 써 있지 않은 것이 찝찝하지만 이게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후우-. 실례하겠습니다."


 결국 다시 편지봉투를 주워들고 주변을 한 번 더 살펴본 다음에 편지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 사박사박 편지지를 펼치자 정사각형으로 반듯한 글씨가 꽤 기분 좋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매일 같은 시간에 창밖을 지나가는 천사님."


 오오, 이 문장이 더 소름끼친다.


 "양산 때문에 그 모습을 보지 못해 궁금했는데, 어제 우연히 검사시간이 맞아서 천사님의 얼굴과 이름을 알게되었습니다."


 양산이라니, 동명이인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정확하게 나를 향한 편지가 맞다. 어제, 어제라⋯.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심전도 체크와 문진이 전부였고, 항상 그렇듯이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탁 집어서 기억한다? 특정한 한 명을 노리지 않는 한 모르는 사람들투성이인 공간에서 누구 한 명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애초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사람은⋯ 변탠가?


 "소문의 마스코트이자 저승사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천사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 저승사자, 제가 먼저 만나 뵈어도 될까요? 삼도천을 건너는 가장 빠른 날을 저에게 양보해 주실 수 없을까요?"


 무슨 이런 신박한 돌아이가 다 있지? 차라리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어쩌구저쩌구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는 행운의 편지가 훨씬 더 건전해 보일 지경이다.


 "오랜 치료가 너무 고되어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천사님이 이 병원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운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물론 천사님도 괴로우시겠지요. 하지만 아직 살고 싶으니까, 살 수 있다고 믿으니까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산책을 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죽음을 바라는 이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이 사람은 지금 필사적이구나. 너무나 필사적이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편지를 쓸 정도로 지쳐버렸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중에 마지막 문장이, 다른 펜으로 써서 눈에 확 띄는 마지막 딱 한 문장이 내 뒤통수를 아주 세차게 후려쳤다.


 "이렇게 애원하면 우리 천사님은 하루라도 더 살아주실까요?"


 흥.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나, 죽을 생각 없는데. 의사 선생님도 내게 시한부 판정을 내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체 어디서 어떻게 소문이 꼬인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귀엽고 유쾌한 선물을 받아버렸다. 무채색에 지루하던 일상에 연보라색 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져 나 좀 봐달라고 조르는 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그리 썩 나쁘진 않다.
 편지지를 다시 고이고이 접어서 편지봉투에 넣었다. 이 몹쓸 장난을 친 귀여운 악마는 누굴까? 이 유쾌한 장난을 친 성가신 악마는 누굴까? 이 사람의 눈에는 내가 살아 갈 의욕이 없어 보이는 걸까? 아니 살아갈 의욕에 비해 내 모습이 너무 초췌해 보이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답장을 쓰자. 그리고 똑같이 길바닥에 떨어트려 놔야겠다. 보내는 사람은 천사. 받는 사람은⋯ 천사를 화나게 한 누군가. 이러면 겁먹고 당황하지 않을까?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싶지만 분명 엇갈릴 테니 상상만 해본다. 얼굴도 모르고 체격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꼭 답장을 써야 할까 싶으면서도, 그 사람을 꼭 놀려보고 싶다는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 하다. 오늘은 조금 빨리 돌아가서 조금 더 의욕을 가지고 오늘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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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다시 시작하는 계절 1 본래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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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다시 시작하는 계절 4 연령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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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다시 시작하는 계절 5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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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은하수★ 오디오드라마 1인제작 프로젝트 정식 연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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