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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드라마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3편 가을~세상과 이어지는 계절

★은하수★ 2022. 12. 17. 23:24

안녕하세요.

망상의 세계 주인장 ★은하수★ 입니다.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가을~세상과 이어지는 계절"은 다른 나머지 계절과는 다르게 목소리마다 대본을 다르게 제작할 예정이었는데, 현생............ 대본을 하나밖에 제작하지 못해서 결국에는 하나의 대본으로 모든 작업을 마쳤습니다.

 심지어 4번 연령을 낮춘 목소리는 목소리 재질 차이인 건지, 녹음할 당시 제 환경이 불량한 탓인 건지, 녹음파일이 전부 상태가 불량하더라구요. 편집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면 기본 목소리의 일부 데시벨까지 같이 삭제되어서 잡음이 있는 그대로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듣기 좀 불편하시겠지만 정확한 발음과 정확한 음색을 들으시려면 잡음이 있는 버전이 잡음을 제거한 버전보다 10배 더 낫기 때문에, 조금만, 잡음은 조금만 견뎌주세요.(응?)

 그리고, 지금 준비 중인 작업본을 다 마치고 내년 1월 중순에는, 이번 가을편 4번 연령을 낮춘 목소리의 대본을 새로 준비해서 다시 녹음할 거에요. 꼭 그럴 겁니다.

 

시리즈명: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소제목:  가을~세상과 이어지는 계절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낮은 톤 / 연령 낮추기)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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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오디오 드라마: 내가 너를 만난 이야기

 

3.

가을 ~세상과 이어지는 계절

필자 및 목소리: ★은하수★

 

 

 새로운 곳을 여행하면 모르는 것만 가득한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기분이라 무섭지만,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에 오감이 새로운 감각으로 들썩이는 느낌은 마냥 즐겁다.
 사람이 사는 모양새가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거리풍경도 다 비슷한 법이라지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있는 곳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생경한(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상가 건물만 있을 것 같은 구역에 뜬금없이 유치원이 큼지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가로수가 이어진 거리에 드문드문 카페와 부티크샵이 보이는 도중에 별안간 낚시도구 전문점이 있으면, 조화롭지 않은 그 한 점이 아주 많이 신경 쓰인다.
 "여기 사람들은 저게 이상하지 않은 걸까?"
 이방인에게 불친절해야 비로소 "타지"라는 실감이 든다고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타지에 오기 전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기대감이 싸늘하게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잘난 듯이 "여행"에 대하여 소신껏 의견을 발산하면서 지금 내 눈 앞에는 뭐가 있냐고?
 어젯밤 잠을 설치게 도와준 천둥번개가 나 말고 또 하나의 제물을 야무지게 처치한 참상을 멍 때리며 보고 있다. 분명히 어제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께서 수백 년 된 귀한 나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벼락을 정통으로 맞아 쪼개지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 불쌍한 수준이 아니다. "처참하다(끔찍하다)"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는 내 주장을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만큼 문자 그대로 처참(끔찍)하다.
 "갈 때 가더라도 곱게 가셔야지, 이건 너무하잖아."
 불명예. 모욕. 이 오래된 어르신은 그 더러운 기분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걸까? 기둥이 쪼개진 것이지 뿌리는 무사하기에 아직 죽은 건 아니다. 동물이었다면 지금도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내며 울고 있을 지도 모른다. 고작 몇 년 밖에 못 산 내가 어찌 감히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억울함, 비참함, 원통함, 이 단어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말이 존재할까? 그렇다면 그 반대되는 말은? 이걸 찾아내지 못하는 한 쉽게 위로의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려고 온 건데..."
 내 눈 앞에 있는 슬픈 형상은 아마 평생 못 잊지 않을까?
 더 가슴 아픈 게 뭔지 알아? 갈라진 나무기둥 사이로 보이는 먼- 풍경이, 조금만 고개를 들어올려도 보이는 하늘이, 지난 밤 날씨가 천둥번개로 난장판이었다는 사실이 거짓말인 것마냥, 너무나도 맑고 파랗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푸르디 푸를까. 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의 바로 아래에는, 억울하게 천벌을 받은 오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고... 안 어울린다. 내 여행의 목적과 눈 앞의 이 풍경이 너무 안 어울린다.
 이럴 때는 얼른 이동하는 것이 맞다. 한 가지에만 시선과 마음이 뺏겨버리면 여행이라고 할 수 없지. 암.
 사람들이 두 쪽 난 나무를 보러 모여드는 중에, 한 번 흘끔 쳐다보고 나서 미련없이 몸을 틀었다. 조용하고 운치 있는 동네라더니, 단 하나의 변수 때문에 공기가 흐트러졌다. 소망하던 분위기 차분한 여행은 초반부터 글렀다.
 인파가 더 몰리기 전에 가능한 멀리 떨어져야지. 아예 골목을 돌아다녀볼까? 이상한 가게가 몰려 있는 으슥한 곳만 아니라면, 본디 사람사는 냄새가 가장 짙게 나는 곳이 골목이니 말이다. 구석구석에 쓰레기 봉투와 갖가지 폐기물이 쌓여 있는 형상은 지금 내가 사는 곳도 그러한데 굳이 이상하게 여길 필요 없지 않아? 사람 사는 곳, 다 거기서 거기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꼬꼬마들이 골목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쪼끄만 아이들이 성가시고 시끄럽다고 눈살을 찌푸릴 이유는 전혀 없다.
 평범한 일상이 끊기지 않고 매일매일 이어지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살아 있는 동네구나.
 이게 좋다. 특별한 유적지나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변함없는 매일을 살아가는, 한적한 듯 생기 넘치는 듯 뚜렷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동네라고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지금의 내 일상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을 생각없이 발 가는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그러면 동네 산책과 뭐가 다르냐고? 당연히 다르다. 여기는 날 알아보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까. 그게 좋은 거다. 우리 동네를 이렇게 돌아다니면 1분에 한 명씩 지인과 마주치고 매번 인사하고, 엄청 피곤할 것이다. 그건 싫다. 내 산책을, 나만을 위한 시간을 방해받다니, 너무 싫다.
 물론 먼 곳으로 "여행"을 왔으니, 추천받은 명소 몇 군데는 돌아다닐 거다. 그런데 그런 곳을 아침 8시부터 찾아가지는 않잖아. 가볍게 아침 산책 겸 오늘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첫인상을 전신의 모든 감각에 새기기 위해서, 내가 익숙한 곳을,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곳을 잠시 돌아다니는 것뿐이다. 아까 예상 외의 광경을 목격해 버린 건, 좀... 실패이긴 하지만.
 이렇게 목적지 없이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흔한 풍경 사이사이에 깜짝 만남이 심심찮게 생긴다.
 "안녕하세요?"
 다리에 묵직한 감각이 툭 하고 닿으면, 십중팔구,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어린 아이가 제 속도에 못 이겨 멈추지 못하고 나한테 부딪힌 것이다. 아이가 놀라지 않게 인사를 건네자,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는 활짝 웃으며 똑같이 안녕하세요라고 되돌려준다.
 "코 아야 하지는 않았고?"
 꼬마는 제 손으로 코를 만지작 거리더니 다시 생긋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꼬마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죄송하다면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꼬마는 여전히 내 다리에 매달려있다. 적어도 내가 무서운 사람으로는 안 보이나보다.
 "아이가 낯가림도 없고 밝네요."
 꼬마가 나를 잡고 있을 뿐, 나는 아이의 몸에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야 꼬마의 엄마가 내가 자신의 아이에게 해코지할 혹은 삿된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꼬마의 엄마는 꼬마를 가볍게 들어 안고 감사하다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꼬마에게 안녕히계세요- 라며 인사를 시켰다. 꼬마는 있는 힘껏 방긋 웃으며 아직 잘 가누지 못하는 자신의 머리를 꾸뻑 움직였다.
 "잘 가."
 귀여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그 인사를 받아주는 것뿐이다.
 눈에 보이는 길을 밟아가며 골목길을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보니 어느 순간 큰 길로 빠져나오게 되었다. 시야가 확연하게 밝아지면서 살짝 현기증이 일었다. 지근거리까지 건물이나 물건이 연속되던 공간에 있다가 갑자기 해방된 공간으로 나오니까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걸까,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걸까. 얼마 걸리지 않아 조금씩 시야가 분명해지면서 주변 풍경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넓은 도로의 양쪽으로 높은 건물이나 철벽과 같은 가로수가 없어서 더욱 확 트여 보였다. 아마도 길 건너편이 공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새는 도시 중간중간에 공원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더니 여기에도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듯한 공원이 있다. 최근에 만든 건 어떻게 알았냐고? 어설프게 잎사귀가 나는 중에 가을을 맞이해서 더 불쌍해 보이는 어린 나무들이 딱 봐도 최근에 옮겨 심어졌다는 티가 난다. 그리고 공원 바깥 뿐만 아니라 내 시야가 닿는 곳까지 멀찍이 둘러보았을 때 이런 것들이 너무 많다.
 "운치 없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딱 세 걸음 떨어진 간격만큼. 길고양이 한 마리가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그루밍을 하다가 내 기척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계하듯이 몸을 일으켰다.
 "이사까지 고민할 정도로 좋은 곳이라고 추천 받았는데,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봐. 그냥 딱 평범한 곳이야. 운치가 다 죽었네."
 관광객이 좀 몰려도 이름 있는 정자와 연못이 조성된 명소에 갈걸 그랬다. 사람은 많아도 운치는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런 곳에 갔다면 너 같은 깜짝 친구는 못 만났겠지."
 길고양이는 나를 경계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뭐랄까. 너 안 가냐? 라는 투로 또렷이 쳐다보는 느낌이다. 사람이 말을 걸면 그 소리가 거슬려서 유유히 떠나는 것이 길고양이의 본성일 텐데, 저 아이는 사람이 익숙한가보다. 아니면 이 구역 대장일지도 모르겠다.
 "끄으으(기지개 켜는 소리). 그래도 날씨 하나는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멍 때리고 돌아다니기에는 최고야. 너도 늘어지게 자기 딱 좋겠다."
 길고양이가 서있는 낮은 담장에 슬그머니 다가가서 다리를 기댔다. 앉아서 쉬기 보다는 등을 기대서 쉬고 싶은데 마땅치 않다.
 내가 거리를 좁혀도 길고양이의 시선은 나를 쫓아오기만 할 뿐 도망가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딱히 경계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도 날 보고 도망가는 일이 없는데, 나한테 익숙해서 그런 게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무해하거나 존재감이 옅은가보다.
 이런 여행을 했다고 이야기하면 잘 다녀왔다고 말해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여행? 별 거 있나. 날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내 시간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이 얼마나 충실한 선물인가.
 "자, 이제 가야지. 손님맞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쉬었다 갑니다."
 마치 길고양이가 이 곳의 주인이었던 것처럼 인사를 하고 다시 천천히 느긋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자, 이젠 어디로 갈까. 무엇을 볼까. 남은 이틀도 오늘만 같으면 이번 여행은 나-름 만족스런 여행 TOP5 안에 들지도 모르겠다.

 

브라우저에서 직접 들으면 소리가 많이 작습니다.
mp3 다운로드 받으시고 직접 각 기기에서 들으시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가을~세상과 이어지는 계절 2 낮은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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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세상과 이어지는 계절 4 연령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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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세상과 이어지는 계절 5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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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은하수★ 오디오드라마 1인제작 프로젝트 정식 연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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