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한달간의성전수호록(완)

한 달 간의 성전수호록 : D-11 광맥의 산! 그리고 심판단!

★은하수★ 2009. 3. 20. 16:44

D-11 광맥의 산! 그리고 심판단!

 

비스 성녀를 피해 플리 안에서 밤을 보내고 반나절 더 지난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플리는 안 된다고 했지만 폴이 강력하게 주장한 덕분이었습니다.

“다들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지?”

전 날, 네 성전의 계획을 듣고 대표들도 그에 동참하기 위해 구체적인 작전을 짰습니다. 격하게 반대하는 두 분도 계셨지만 다수의 의지고 가장 합당한 방법이라 못 내켜하면서도 각각 역할을 맡았습니다.

“폴. 한 번만 더 묻지. 이 작전이 성녀님께 해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 하나?”

“58번째 같은 질문에 58번째 같은 대답을 하지. 확신해. 절대 키니에게 해가 되지 않아.”

기사로서 모든 충성심을 비스 성녀에게 바쳤던 캐스트는 비스 성녀가 사라진 후로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현실을 납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줄곧 타지에 있는 비스 성녀의 안위를 걱정한 겁니다. 절대적인 충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광신자가 될 수 있지?”

치니비는 캐스트의 언행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러 이해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 같네요. 처음부터 캐스트에 대해 강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했으니까요. 패시에게 지적받았지만 여전히 머리로라도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폴이 끼어들었습니다. 캐스트는 패시와 같이 있었습니다.

“지금 세이버의 딸을 받드는 시종이 캐스트의 누님이거든.”

“어쩐지 성이 같다 했어. 근데 너 거기서 우리 얘기가 들렸어?”

“들으라고 크게 말한 거 아니었어?”

예. 앞서 비스 성녀의 계보를 잠깐 언급했었습니다만 각기 시종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죠. 특수 몇 명을 빼고. 현재 비스 성녀의 시종은 아리아 이피머스입니다. 처음에 이 이름을 계보에서 봤을 땐 우연인가 아님 캐스트와 친척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친누나일 줄이야. 그래도 대강 비슷하게 감을 잡고 있어서 딱히 놀라지 않았습니다.

“시녀는 누난데 왜 지가 더 안절부절 못하냐고.”

치니비 녀석. 제대로 비뚤 모드로 바뀌어있었습니다. 피를 보고 미쳐도 자기 조절하지 않을 거라는 간접적인 의사표시였습니다.

“혹시 알아? 남몰래 사모하는 님일지.”

“그거 획기적인 발언인데.”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비정상이잖아. 성녀를 사모한다니. 그리고 성전의 딸이라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정말이지, 끝가지 비뚤어지는 치니비 군. 게다가 캐스트보고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는 심보까지. 사소한 것에 시비걸 시점이 아닌데도 계속 유치하게 굴었습니다.

“질린다. 그만해라.”

분명히 지브릴은 저희와 거리를 두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는데 금세 치니비의 옆에 와서 그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세게 쥐었습니다.

전투 종족의 감각이 뛰어난 건 분명한 사실이나, 폴이나 지브릴이나 그 청력은 정말 괴물적인 청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청력을 가지고 모든 세상이 깨어있는 낮시간 동안에 잠을 잘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냄새……. 혼혈들이군.”

여기에 또 다른 기이한 감각의 소유자가 있었습니다. 킬 씨가 광역 후각을 발휘했습니다.

“역시 키니가 우릴 알아채줬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심판단을 보내주기 까지. 고마운 걸?”

폴이 캐스트와 지브릴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마법이 가능한 세 명은 마법을 못하는 여섯 명을 두 명씩 맡아서 광맥의 산 반대쪽으로 텔레포트 했습니다. 워프도 가능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교적 바른 걸 선택한 겁니다. 1초가 귀한 때에 워프와 텔레포트의 차이를 논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죠.

“자, 그럼 여기도.”

폴은 땅 위로 자신의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저희가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도 그 곳에 있는 것과 똑같은 기운을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폴 밖에 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한 명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번에도 대략 열 놈이군.”

킬 씨가 심판단원의 냄새를 맡자마자 각 국 대표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머리 좋은 키니라도 세 번까진 장단에 맞춰 움직일 거야.”

드렌필드의 아들은 핏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머리싸움에선 자기가 월등히 위라는 둥 자랑하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않게 말할 때가 가장 진지하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됩니다. 모르고 그에 휘말려서 진짜 장난으로 알고 무시하면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게 되니까요. 이미 그에 대해 파악하고 있던 때라 속지 않았는데 그런 언행이 얄미웠습니다. 저희까지 놀리는 것 같았다고요.

“좀 더 가까운 곳에 나타났어.”

세 번째엔 슈볼츠아웃 형제도 알 수 있을 거리까지 근접한 곳에 심판단이 나타났습니다.

“호오-. 눈치 챘군. 예정대로 심판단 아지트의 입구로 가지.”

[위잉]

유일하게 그곳의 위치를 알고 있는 폴이 워프를 열었습니다. 모두 신속하게 이동했습니다.

“누구냐!”

“쯧. 계산대로의 반응은 맥 빠진단 말이지.”

플리 안에서 짠 작전대로 심판단 중 일부가 입구에서 단단히 방어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꽤 준비된 모양새를 보아하니 그들을 두 번째로 유일할 때 내보냈을 겁니다. 폴 말대로 눈치 빠른 세이버의 딸이었습니다.

“너희 같은 것들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

“킬. 저들의 성질은 가급적 건들지 말라니까.”

지브릴이 바로 킬 씨를 저지했습니다. 긍지와 정의관이 분명한 킬 씨라 자동적인 행동이었을 겁니다.

[쿵!]

한 심판단원이 자기 머리 10배 만한 철구를 저희 앞으로 던졌습니다. 정확하게 입구를 막는 위치였습니다.

“난 피히테 브롤. 이름을 대지 않는 그대는 누군가?”

철구를 던진 자는 오드아이였습니다. 오른쪽은 탁한 갈색, 왼쪽은 투명한 청색으로 몸을 뒤덮는 진한 갈색의 털에 견주어 보면 썩 괜찮은 조합이었습니다.

[후욱, 쿵!]

킬 씨는 등 뒤에 메고 있던 투핸드 엑스를 크게 휘두르며 뽑아 들더니 도끼날을 제대로 땅에 꽂았습니다.

“그대, 이름을 당당히 밝히는 자가 있는데 가만히 있는 건 역시 예의가 아니지. 난 힘스텔 킬. 나이트셸 왕가의 오른손이라 불리는 킬 후작가의 장남이자 작위계승자다.”

이미 자신의 세계를 펼친 킬 씨는 상대가 누군지 잠시 잊은 듯 했습니다.

“저러면 시간을 앆니 보람이 없잖아.”

전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참았습니다. 원래는 직접 발로 뛰며 심판단을 혼란시키려 했는데 마법을 써서 시간 단축형으로 가자고 ‘킬 씨’가 제안했거든요. 일에는 착오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건 좀 아닙니다.

“나이트셸? 큭, 그런 썩은 왕가의 오른손? 얘들아, 들었냐?”

“쿠후후후.”

“썩었군, 썩었어.”

“나이트셸이래. 크크크.”

입구에 있는 심판단원 모두가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네 것들이……. 티?”

티는 이를 악물고 킬 씨를 붙잡았습니다. 테스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수치를 못 견디는 그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플리의 호아가인 나이트셸 왕가도 어둠의 실험, 하프 데몬 생성 실험의 스폰서였던 겁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알고 있는 걸 전부 내뱉어야 할 거야.”

킬 씨가 티에게서 금지된 실험에 대해 얼마나 들었을까요? 슈볼츠아웃 가가 거의 앞장서서 진행한 가문이라 제가 알고 있는 것 못지않게 다 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도 전처럼 잘만 지내고 있습니다. 후후, 잠깐의 잡소리였습니다.

[휘이이익]

[챙!]

16개의 칼날이 빼곡히 꽂혀있는 거대한 표창이 패시의 목을 노렸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패시의 롱소드가 제 주인의 몸에 사소한 상처가 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덕분이었습니다.

“클루! 손님 대접을 그 따위로 할 거냐?”

프롤이란 자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어딘가를 향해 말했습니다. 시선은 계속 저희에게 고정하고 있었죠.

“네 놈의 손님 대접도 딱히 정중하지 않거든?”

“난 ‘인사’만 한 거고 ‘대접’은 아직 안했지.”

[쿵!]

대장 축에 껴 보이는 브롤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기 무섭게 양쪽 모두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대접’을 발리 시작해 주는구먼.”

[빡!]

테스는 단단하고 우악스런 주먹을 상대의 머리를 향해 통쾌하게 날렸습니다. 진정한 맨주먹 싸움꾼이었습니다.

“읏. 난 불리하다고.”

나무 오르기와 바위 오르기는 확연히 다른데다가 올라갈 만한 바위는 죄다 심판단이 있는 외곽(당시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형세였다.)에 있어서 제게 황당할 정도로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공격을 커녕 방어도 안 될 정도였습니다.

“그럼 여기면 됐지?”

“에? 하아? 고마워.”

폴이 적당한 높이에, 적당한 곳에 자리 잡은 바위 위에 절 텔레포트 해줬습니다. 싸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마다할 거 없이 바로 화살을 난사했습니다.

[퓽, 퓽, 퓽, 퓽, 퓽]

“너희 퇴치 전용 특제은촉화살이야.”

순은이 아니라 납을 섞은 화살촉을 썼습니다. 심판단은 대개 몬데비언족과 소울족의 혼혈이라 순은촉으로 잘 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혼혈이라도 하프데몬이 순혈보다 약한 하프 블러드보다 상대하기 성가신 겁니다. 여하튼 소울족에게 맹독인 납을 섞어 만드는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저 계집…….”

[푸슉!]

제가 그들을 약하게 만들면 패시나 치니비가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확실히 키니가 약해졌어. 이들을 죽게 내버려두다니.”

마지막 하프 데몬을 처리한 폴이 시체를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상을 입거나 그 직전에 그들이 사라졌을 텐데 이번엔 입구를 지키던 17명의 하프 데몬이 모조리 죽었습니다. 지원군조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저희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이젠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거겠지.”

패시는 심판단원의 눈을 감겨줬습니다.

“그럼……. 정예부대를 맞으러 갈까?”

성전 플리를 노릴 심판단의 정예를 치기 위해 다시 플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예상 외로 몇 시간의 긴 잠복을 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