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소설(Original)/한달간의성전수호록(완)

한 달 간의 성전수호록 : D-13 용호상박에선 용이 이긴다!

★은하수★ 2009. 3. 20. 16:42

D-13 용호상박에선 용이 이긴다!

 

생명의 숲 북쪽을 정찰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줄곧 비스테스 씨에게 뒤를 밟혔습니다. 다른 윌-프로텍터의 단원들은 비스테스 씨가 대장이기 때문에 그의 개인행동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눈치 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절 감시하듯이 쫓아다닐 수 있던 거겠죠.

“언제까지 아니, 어디까지 따라오실 건가요? 좀 더 가면 독기로 가득한 라플레시아 군락지가 나오는데 거기서 절 처리하실 건가요?”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이렇게 공중으로만 이동하다가 처음으로 지상으로 내려갔습니다.

제가 먼저 비스테스 씨가 있는 곳을 돌아보며 말을 걸자 그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절 죽이려고 사주 받은 암살자가 그렇게 당당했던 건 절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겠죠. 확실히 그는 소드마스터이고 전 일개 궁수니까 게임이 될 리가 없습니다.

“내가 마브로스에게 매수된 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군.”

“네? 그냥 떠보려던 건데. 그리고 스스로를 매수됐다고 하다니 자존심은 일찍이 땅바닥에 쳐박으셨군요.”

비스테스 씨는 제 악설에도 꿈쩍 않고 미소로 일관했습니다. 역시 60이상 먹은 노련한 노인이었습니다.

“돈과 자존심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돈이지. ‘자존심’같은 구세대 유물을 아직도 부르짖는 젊은이가 있을 줄이야.”

[스릉]

검집에서 나온 검은 전날 밤에 정성으로 손질 됐다는 걸 보란 듯이 뽐냈습니다.

“트레져 헌터나 원티드 헌터 같은 녀석들은 돈 밖에 모르는 쓰레기라고 말했던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하죠. 쓰레기 중에 한 명인 저도 자존심보다 더 순도 높은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소드마스터께서 돈을 더 우선하시다니, 정말 세상 말세네요.”

내연한 척하며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했지만 크로스보우를 들고 있는 팔이며 몸을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며 긴장감으로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소드마스터를 상대로 일 대 일이라니 저 세상이 벌서 코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동안 죽는 게 두려워 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었나?”

“죄송하지만, 전 여럿이 몰려다니는 건 취미 없어서요. 그간 사람들이 제게 붙은 거지 제가 그들과 어울려 지내진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제 말을 들으면 엄청 섭해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거짓도 아니고, 비스테스 씨에게 한 치도 밀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 박동이 더 빠르고 거세졌습니다. 자리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곧바로 그의 검이 제 몸 어느 곳을 관통할 것만 같았습니다. 바보 같은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아주 생생하고 선명하게 상상해 버렸습니다.

“제가 갑자기 없어져서는 시체로 발견되면 일리안 쌍둥이나 폴 모두 소드마스터들을 의심할 거에요.”

“그런 시시한 걱정을 해주다니 나름 영광이군. 내 머리를 그렇게 낮게 평가하고 있었나? 걱정 말게. 내가 뒤처리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하거든.”

“아-.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비스테스 씨가 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저절로 마른 침을 삼켰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잘 살펴서 빈틈이 보이거나 방어 면적보다 공격 면적이 넓을 때 주저하지 말고 공격해야 한다. 전투의 기본 이론을 새삼스럽게 다시 곱씹어 봤습니다. 그에 따라 비스테스 씨를 주시했지만 공격할 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반대로, 비스테스 씨의 눈엔 절 난도질할 곳이 너무나 많이, 그리고 너무 뻔하게 보였을 겁니다.

“잡담은 적당히 한 것 같으니 얼른 ‘내 일’을 끝내야겠어.”

“아쉽군. 그러면 난 자네와 오붓하게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지 않은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느 샌가 나타난 텍스트리터 씨는 살기를 잔뜩 풍겼습니다만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의 모습이 보인 때까진 그가 뒤따라 왔다는 것도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비스테스 씨도 그의 목에 텍스트리터 씨의 검이 닿을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이 피케스 비스테스를 바보로 만드시다니.”

“내가 자네보다 10년은 더 살았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움직이지 말게.”

비스테스 씨가 텍스트리터 씨의 검을 밀어내려는데 텍스트리터 씨가 날을 더 가깝게 붙였습니다. 조금만 흠을 줘도 날에 피가 맺힐 것 같았습니다.

“텍스트리터 씨, 뭔가 오해를 하신 듯 합니다. 전 크로네스테 양의 수련을 도와주려고…

….”

“내가 헤시리스의 외부 충신이란 사실을 모르는가 보군.”

“아…… 이거 의욉니다. 계산 밖입니다. 그 아둔한 여왕님께서 이런 엄청난 무기를 쥐고 계실 줄이야.”

“닥치게. 입을 경솔하게 다루는구먼.”

텍스트리터 씨가 나타나서 안심이 되자 다리의 힘이 완전히 풀렸습니다. 그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는데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험한 걸 볼 것 같은 감이 제 신경을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크로스보우를 단단히 한 다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마자 뒤돌아서 화살을 쐈습니다.

[챙]

제 화살을 받아친 살기의 주인공은 키스밋 루였습니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단단히 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키스… 밋.”

“훌륭해요. 그리고 기쁘네요. 주저 않고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절 지루하게 두지 않으실 거아녜요.”

제 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제 뒤통수를 불쾌하게 후려칠 것이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밀서엔 당신 이름이 없었는데…….”

“아, 모녀의 관계를 아주 끊은 게 아니셨군요. 그렇다면 더더욱 죽일 가치가 있군요. 다행이에요.”

“언제부터…….”

“처음부터 에요. 그리고 헤시리스엔 제가 5년 전에 죽었다고 알렸습니다. 어차피 그 소국은 외부 일엔 아주아주 둔해서 밖에서 살면서 번거롭게 이름을 바꿀 필요도 없고, 옛날 고리 쩍에 가출한 공주님을 어렵게 대할 필요도 없었죠.”

“골 때리는군.”

반역자 무리를 파악할 때 키스밋은 죽은 사람으로 기록이 이미 있으니 조사도 하지 않고 의심도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바보 같이 순진했던 겁니다. 여하튼 키스밋은 그 빈틈을 제대로 치고 나왔습니다.

[챙-. 챙!]

다른 쪽에서 칼부림이 시작됐습니다.

“이 미천한 한 몸 처리하려고 소드마스터가 두 명씩이나 나서다니, 바보 같네요.”

“오해 마세요. 전 그저 텍스트리터 씨가 당신을 찾아다니기에 그의 뒤를 좇은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단단히 무장을……. 과연 제 화살이 당신의 심장을 관통할 수 있을까요?”

“투구는 쓰지 않았으니 뇌는 관통할 수 있겠죠.”

아주 친절하게도 키스밋은 검지로 이마의 한 가운데를 가리키며 제가 노려야 할 표적을 가르쳐줬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쾅-!]

두 소드마스터의 검기가 부딪히면서 파장이 온 사방으로 넓게 퍼졌습니다. 아무리 미천한 짐승이나 배운바 없는 우둔한 자라도 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짓은 절대 해선 안 된다는 걸 본능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도 시작하죠.”

[슈악]

키스밋이 가까이 파고들며 검을 정확하게 대지와 수평으로 휘둘렀습니다. 뒤로 최대한 물러선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허리가 잘려서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을 겁니다.

[피융]

[챙]

[퓽, 퓽]

키스밋의 자세를 흩트리려고 기교에 가까운 사격을 했는데 일절 먹히지 않았습니다.

“쳇!”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아낀다면 그건 살 생각 없는 거죠.

[두두두두두두]

크로스보우에 남아있는 화살 전부, 자동연사로 퍼부었습니다. 덕분에 나무 위로 올라가서 키스밋과 거리를 둘 정도로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네요. 급소를 맞출 수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무려 다섯 개의 화살이 키스밋의 갑옷에 박혀있었습니다. 피가 흘러나왔으니 박혔다기보다는 꿰뚫었다는 게 정확하겠네요. 아무리 딱 한명을 향해 무차별 자동연사 공격을 했다지만 소드마스터치곤 너무 많이 맞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리안 쌍둥이와 수련할 때도 자동연사 모드를 곧잘 사용하는데 그들은 뭐든 잘 막아냈단 말입니다.

“일부러 피하지 않은 거에요?”

[쾅-!]

[후두두]

“……볼 수…….”

다른 쪽의 전투 파장 때문에 나무가 흔들려서 키스밋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무 위에서 본 키스밋은 뭔가를 초월한 표정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최대한 좋게 표현한 겁니다. 제 소견대로 말하면 현실을 포기한 얼굴이었으니까요. 도저히 싸울 준비가 된 사람이라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이러지 마요. 어차피 난 왕위를 잇지 않을 거에요.”

“왕족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죽어야 한다는 거, 저보다도 잘 아시잖아요.”

“내 말은……. 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쾅-! 챙, 챙!]

진심으로 살벌한 칼부림이 근처에서 시끄럽게 벌어지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의 파장이 제 머리칼을 휘날리든 제 정신을 흩트리지 못했습니다. 전 온통 키스밋에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헤케온 텍스트리터와 같은 강함과 지혜가 있었다면, 피케스 비스테스와 같은 노련함과 추진력이 있었다면, 패시 일리안과 같은 용기와 인품이 있었다면, 치니비 일리안과 같은 결단력과 끈기가 있었다면 지금보단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을까요?”

어떤 말이 이어질지, 벌서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습니다. 그 후에 들린 키스밋의 목소리가 데자뷰로 느껴질 정도로 가슴 저리게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를 가련히 여겨……, 절 죽여주시겠어요?”

[쾅-!]

[후두두]

백색이 지나쳐서 시퍼렇게 보이는 검기가 번쩍거리고, 주변을 무기막지하게 뒤흔드는 파장에 나무가 통째로 흔들리고, 제 마음은 그의 한 마디에 까맣게 닫히는 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신만큼은 분명하게 깨 있었습니다.

그의 눈이 너무나도 간곡하게 보여서인지 제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까지 생각했습니다.

키스밋 루는 전사의 모습으로 죽기 위해 무장한 거였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자신이 없어 자신을 죽여줄 이를 찾아다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절 찾아다니는 텍스트리터 씨를 발견하고, ‘지금’의 결과를 결심한 겁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모르지만 그것들이 그를 이토록 죽음을 갈망하게 몰아세웠다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쾅-!]

텍스트리터 씨와 비스테스 씨가 격동하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크로스보우에서 강철화살이 발사돼 키스밋의 이마 한가운데에 적중하는 장면을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습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때 만큼은 슬로 모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키스밋은 두 눈을 감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화살을 받았습니다.

왕족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죽어야한다…….

[퓽-!]

소드마스터간의 칼부림에 끼어드는 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달아 오른 상태라 그런 유치한 감정 정도야 얼마든지 묻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프레나 공주님, 물러서 계십쇼.”

텍스트리터 씨는 상대가 비스테스 씨이기 때문에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저를 견제했습니다.

제 화살 덕분에 두 소드마스터가 칼부림을 잠시 멈췄는데 둘 다 비슷하게 고전하는 듯 했습니다. 패시의 말대로 1인자와 2인자가 붙으면 다른 이들에겐 굉장한 볼거리가 생기지만 당사자들은 생사의 외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게 되나 봅니다.

“그동안 많이 성장했군. 내가 여기서 처음 검을 뽑았을 땐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더니.”

“확실히……. 뭐, 비스테스 씨 덕분이죠, 그 때 일을 생생하게 상기하게 된 것도, 당신에게 용감하게 대들 수 있게 된 것도.”

“오, 드디어 내가 누군지 기억해 내셨군. 영광이야.”

비스테스 씨의 검이 바라보는 대상이 저로 바뀌자 텍스트리터 씨가 재빠르게 제 앞을 막아섰습니다. 앞으로 나가려는데 다시 팔로 가로막았습니다.

“피케스 비스테스. 자네의 상대는 나라는 걸 잊지 말게.”

“이거 참 안타깝군요. 제가 죽여야 하는 자를 텍스트리터 경이 지켜야 한다니.”

비스테스 씨가 박차고 돌진해 오는 순간 텍스트리터 씨가 좀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가서 서로의 백색 검기를 있는 힘껏 쳐냈습니다.

[채- 앵!]

역시 가까이 있으니까 피부로 느껴지는 위력이 남달랐습니다. 저절로 뒷걸음질 칠 정도였습니다.

“끼어들 틈이 없잖아.”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게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비스테스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도저히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화살을 쏴도 그들의 검기에 튕겨져 나갈 것 같았습니다.

[챙! 챙-]

기회를 노리면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데 구도가 살짝 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텍스트리터 씨는 거의 제자리를 고수하며 비스테스 씨의 검을 받고 있었고, 비스테스 시는 시시각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텍스트리터 씨를 몰아내려는 듯 했습니다. 보통 아카데미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실전 대련 때 곧잘 볼 수 있는 구도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챙! 챙-, 챙!]

실은 비스테스 씨는 텍스트리터 씨의 상대가 못 되는 게 아닐까. 텍스트리터 씨가 봐주고 있는 게 아닐까.

[쾅-!]

“아야.”

엄청난 파장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니 텍스트리터 씨가 비스테스 씨의 목 앞에 백색 검기를 바짝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비스테스 씨의 손에는 어떤 무기도 없었습니다.

“적당히 포기하면 될 것을.”

“이 바닥에서 ‘적당히’라는 단어가 통용되지 않잖습니까.”

비스테스 씨는 절 향해 돌아보더니 피식 웃었습니다.

“정말이지, 모녀가 대단한 아군을 뒀어. 마브로스는 윌랜드 최고의 암살자를 매수했다고 좋아하는데……. 역시 그나 나나 하늘이 미워하나보군.”

스스로를 비웃던 비스테스 씨는 인상을 한 번 찌푸리더니 다시 클클 거리며 웃었습니다. 전 미친 듯이 보이는 그에게 가까이 갔습니다.

“키스밋을 가르치고 실제로 기른 스승이 유명한 사람이라고 들은 적 있어요. 그게 당신인가요?”

“그래. 악마의 인생사에 끼어든 바보 천사지.”

[뿌득]

[뻑!]

“쿠욱!”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려버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다량의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검게 오염된 피였습니다.

“대체 언제 독을 먹은 거지?”

텍스트리터 씨는 검을 거두고 비스테스 씨의 이곳저곳을 뒤졌습니다. 그 때 비스테스 씨의 알 수 없는 표정 변화가 떠올랐습니다.

“설마… 어금니에……. 정신 차려요! 난 아직 당신에게 물어볼 게 많단 말이에요! 키스밋도 죽고 물어볼 사람이 이제 당신 하나라고요!”

“죽었… 나……. 그, 바… 보…….”

비스테스 씨의 멱살을 잡고 필사적으로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어금니의 독약 튜브를 씹어 터뜨린 그는 끝가지 냉소를 짓다가 고개를 떨궜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