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Opera[오페라] - the first act[제 1막]

★은하수★ 2009. 5. 8. 10:14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인물의 탄생배경(?)부터 싹 뜯어고친 무적(?) 판타지입니다! -안개의 수호자이므로 나기(크롬)의 성을 ‘미스트’라고 임시로 정했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버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상큼하게 웃으며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무크로군 중심입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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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act[제 1막]

 

미스트 공녀는 ‘로쿠도 무크로’라는 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걸맞게 식사 예절이라든지 언어 사용법, 걸음걸이 등등 귀티가 흘렀다. 지금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옆에 서서 화단을 천천히 훑어보는 자태도 범상치 않았다. 그의 레드-바이올렛 오드아이는 처음에만 조금 이상했을 뿐이지 익숙해지니까 눈동자 색이 아닌 부드러운 눈매가 더 잘 보였다. 뽀얀 피부와 잘 교육받은 듯한 갖가지 예절, 그리고 부드러운 표정까지, 정말로 그가 용병출신 보디가드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현재 미스트 공작이 하사한 칭호는 은제 팔찌 안쪽에서 무크로의 신분을 보장했다. 그걸 떠나서 그가 나기의 보디가드가 된지 벌써 반달이 됐다. 유능한 보디가드를 고용했다는 서신이 그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가 나기의 집 담벼락 아래서 발견된 후 이틀간 밖에 방치됐지만 그는 일절 불평하지 않았다. 나기가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을 때 그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웃어넘겼다. 그러면서 되레 수상한 자는 들이지 않는 태도를 칭찬했다.

[달그락]

메이드 세 명이 차와 과자를 가져왔다. 벌써 티타임이었다. 나기의 이젤 옆에 있는 흰 앤틱 테이블에 티-세팅이 부지런히 진행될 때, 주변을 둘러보던 무크로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됐다. 나기는 그림 도구를 정리하고 있었고 메이드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의 레드-바이올렛 오드아이가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티-세팅이 끝나고 나기가 테이블 앞에 앉았을 때야 비로소 그것에서 눈을 떼고 나기를 향해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정말 훌륭한 솜씨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나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말은 언제나 의외의 뜻을 가지고 있거나 의미가 여러 가지거나 해서 평범한 대화를 하기엔 좀 어려웠다. 꼭 철학자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게요? 정원도 매일 보는 거고, 티-테이블도 매일 보는 건데.”

“우연히 아가씨 사용인의 손놀림을 봤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더군요.”

“어머, 그랬어요?”

나기는 메이드 중 한 명이 티-세팅을 하다가 실수를 했는데 곧바로 만회했다던가, 어딘가 있는 정원사가 정원을 잘 손질하고 있다던가 하는 뜻으로 이해했다. 무크로의 말은 무엇이든 간에 숨겨진 뜻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방금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범인은 말뜻을 알아차리고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무크로를 날카롭게 쏘아보다가 나기를 응시했다. 어디까지나 범인의 목적은 미스트 공작의 외동딸이니 자신의 임무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그녀에게서 쉬이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이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준비한 특별선물에 순대고 받아들여 만족할만한 반응을 보일 때까지 긴장하며 기다렸다. 얼른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아가씨, 그런 조막조막한 과자 대신에 제가 만든 파르페를 드셔보시지 않겠습니까?”

바닐라 봉봉으로 향하던 작고 얇은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와 동시에 범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만들 줄 알아요?”

“물론 압니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특별히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라즈베리로 만들어 오겠습니다.”

“우와-. 기대되는 데요?”

미스트 공녀는 주변의 붉은 장미들이 빛을 잃을 만큼 환한 미소를 지었다. 딱히 단 음식을 먹지 않는 편이지만 파르페는 예외였다. 본성에서 나와 개인 저택에서 살기 전까지 어머니가 만들어준 파르페를 거의 매일 먹었다. 후작가에서 태어나 곱게 자란 어머니가 요리를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파르페라 공녀 역시 같은 단 음식이라도 파르페는 거부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한 후에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챙겨 먹을 거다. 무크로가 저택에 들어오고 나서도 간식으로 파르페를 제일 많이 먹었으니 그가 그녀의 식성을 쉽게 파악했다.

“로쿠도 무크로님. 지금 파르페를 만드시면 티타임이 끝나버립니다. 아가씨, 오늘은 그냥 이것들을 드시면 안 될까요? 모두가 정성스레 준비했는데 안 드시면 섭섭하잖아요.”

세 명의 메이드 중에서 유일하게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를 하고 레이스 달린 머릿수건 대신에 흰 머리띠를 한 여성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그 말에, 나기가 울상을 짓기도 전에 무크로가 먼저 피식 웃었다.

“수석 메이드도 아닌 분이 아가씨께 당당하게 그리 말씀하시다니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나기가 워낙 마음씨가 착해서 사용인들에게도 예를 갖추고 귀족 지인들에게 대하듯 자기와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하니, 몇몇 사용인들이 나기를 세상 물정 모르는 백치 아가씨로 보며 언행을 가벼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크로는 일단 나기의 보디가드이니 일단 자신의 아가씨 되는 분이 천한 것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가히 눈에 거슬렸다. 며칠간 사용인들을 살펴보다가 드디어 그들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무크로에게 핀잔을 들은 시녀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당당하게 그를 흘겨봤다. 이제 막 저택에 들어온 자가 그에 비해 고참인 자신과 맞먹으려 하는 사실이 비위를 거스른 것이다. 그녀는 무크로가 공작에게서 칭호를 받았다는 사실도 몰랐고 알았다 해도 칭호의 의미를 알 리 없었다. 그녀는 그저 미스트 공작가에 고용되어 조그만 저택에 배속된 메이드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것이 이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소인이기도 했다.

“여긴 본성이 아니니까 딱딱하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공작님과 부인께서 찾아오시면 저 시녀는 당장에 지하 감옥에 갇히거나 바로 목이 잘릴 겁니다.”

“그런 얘기는 본인 앞에서 하지 마세요.”

나기의 말투는 짐짓 엄했다. 사용인 중 소수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본성이 아니니까 그들의 자유를 위해 눈감고 있다는 투였다. 두뇌 회전이 빠른 무크로가 그녀의 착한 심성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를 대신하여 사용인들에게 제 분수를 깨닫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아가씨께 무례한 자가 쉽게 밖으로 매수되고 아가씨의 목숨을 노리는 겁니다.”

무크로는 험한 얘기를 하면서도 부드러운 눈웃음과 화사한 표정을 잊지 않았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나기는 그가 그런 표정에 따뜻한 투로 말하니까 자신은 엄하게 굴 수 없었다. 더욱이 그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자신의 사용인에게 암살을 당하거나 암살의 위협을 받는 일은 직급이 높은 귀족일수록 흔했다. 나기도 본성에서 몇 차례 그런 일이 있었고, 개인 저택에서 산 2년 동안에도 세 번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니 그의 말에 반박하거나 토를 달지 못하고 무안한 입에 차를 머금을 뿐이었다.

“지금 가장 무례한 인간이 누군데…….”

그 메이드는 언성을 높이다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오드아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일부러 딴청 피우는 메이드의 오른쪽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귀머거리겸 장님겸 벙어리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이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시녀를 보는 눈은 다시 부드럽게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티타임을 망치는 저 숙녀분을 데리고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이왕이면 아까처럼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해주셨으면 합니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장발이 매력적인 그녀는 심장이 철렁거릴 법도 한데 슬며시 미소로 대답할 뿐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놀랐다고 하면 나기가 놀라서 찻잔을 떨어트릴 뻔했다. 무크로의 말을 그제사 알아차린 것이다.

“슈크림에 환약을 넣은 솜씨가 제법이었습니다.”

무크로는 눈여겨보던 슈크림을 집어 든 다음에 반으로 갈랐다. 가득 든 크림이 흘러넘치면서 무크로가 지목한 자가 넣은 환약도 같이 밀려나왔다. 토끼 눈동자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새빨간 환약이었다. 나기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 자를 애원하듯이 바라봤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 말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 자는 아주 쉽게 그녀의 마음을 져버렸다.

“아아, 드디어 이 저택에서 나가는가 했는데.”

목소리가 달라졌다. 다음 순간……. 너무 놀란 나기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것을 무크로가 잽싸게 받쳤다. 범인이 장발 가발을 벗고 가짜 얼굴을 뜯어낸 것이다.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 당연히 그의 양 옆에 있는 메이드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라, 란이 암살자였어?”

그가 시녀로 있을 당시 나기와 비밀 얘기도 나눌 만큼 사이가 도타웠다. 모든 사용인들 중에서 가장 친하고 가장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엄격한 후계자 교육 속에서 의지할 형제도 없고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없었던 나기에게 그녀, 아니 그의 존재는 구세주에 가까웠다. 처음 이 저택에 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함께였다. …나기는 심장이 깨질 만큼 아팠다. 배신감, 성별이 남자니까 처음부터 자길 죽일 목적으로 접근한 것, 등등 복잡한 심정을 그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무크로에게 기댄 채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을 뜨면 다 거짓이라고 해줬으면 했다. 터무니없는 소망이란 걸 알면서도 이건 거짓이야, 거짓일거야 하며 속으로 몇 십번 곱씹었다. 그가 암살자라고 머리로 인식하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가명입니다. 진짜 이름은 뱌쿠란입니다.”

그 대신에 무크로가 그의 이름을 가르쳐줬다. 그렇다. 무크로와 뱌쿠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다. 둘 다 웃고 있지만 꽤 깔끔한 사이는 아닌 듯했다. 무크로가 더 그를 경계했다.

“메이드로 침입하다니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저 담벼락 밖에 버리고 왔나 봅니다.”

“대의를 이루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긴 시간동안 들키지 않으려면 극단적인 수단이 적격인 법이니까.”

부드러운 미성이 오갔지만 그 속에 숨겨진 날카로움을 나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무크로에게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뱌쿠란을 쳐다봤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무크로에게 의지했다.

“이제 들켰으니까 저택에서 나가시죠.”

무크로는 가급적 그와 충돌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모로 피곤한 자인지라 결과적으로 자신이 이긴 것처럼 보여도 속히 개운치 않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뱌쿠란은 비밀주의 무크로에게 나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본래 목적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눈앞에 새로운 먹이가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무크로의 경고를 미소 하나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