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Opera[오페라] - Overture[오베르튜레 : 서곡]

★은하수★ 2009. 4. 29. 10:12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인물의 탄생배경(?)부터 싹 뜯어고친 무적(?) 판타지입니다! -안개의 수호자이므로 나기(크롬)의 성을 ‘미스트’라고 임시로 정했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버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상큼하게 웃으며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무크로군 중심입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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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ture[오베르튜레 : 서곡]

 

“어, 어라…….”

자수정보다 아름다운 보랏빛 머리칼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흰 피부가 ‘우윳빛’이라는 표현이 그의 고운 살결을 묘사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아리따운 청년이 어째서 남의 집 담벼락 밑에 쓰러져 있는지, 그 집 주인이자 미스트 공작가의 외공녀인 나기는 멍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봤다. 혹시 다친 걸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는데 조금의 흠집도 없고 쌔근쌔근 소리가 평화롭게 들리기까지 했다. 노숙자일까 해도 검댕이 하나 묻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었다. 쭈그려 앉아 가까이서 마주보니까 그의 잘생긴 얼굴이 더 잘 보이는 건 자명한 일. 어린 아이처럼 뽀얀 피부가 나기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덥썩]

“취미 한 번 고상하군.”

“놔, 놔주세요.”

나기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기 전에 하얗고 기다란 다섯 손가락이 저지했다. 그가 깨어난 것만 해도 깜짝 놀랄 거리인데 손까지 잡히니 격하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일이 잠시 후에 일어났다.

“쿨-.”

“저기……. 저…… 주무시나요?”

“…….”

“소, 손 놔주세요.”

잠꼬대였는지 그는 다시 잠들었다. 미스트 공녀의 손을 잡은 채 곤히 취침 삼매경에 빠졌다. 나기는 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손을 빼냈다. 그러면서 실수로 그의 팔찌까지 빼버리고 말았다. 피보다 붉은 혈장석이 드문드문 박혀있는 은제 팔찌였다. 그에게 다시 껴주려는데 팔찌 안쪽에 어떤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Royal Mist Duke」 그것은 미스트 공작가에서 충신에게 내리는 최고의 칭호였다. 여태껏 미스트 공작가가 존재한 지 1000여 년 동안 그 칭호를 받은 충신은 고작 2명뿐이었다. 하지만 모두 과거 사람들이지 지금 살아있는 자 중에 그 칭호를 받은 이는 없다. 그리고 그 팔찌를 통해 칭호가 하사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음 미스트 여공작으로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나기는 의아해하며 팔찌를 유심히 살폈다. 그냥 아무렇게나 새긴 문구일까 해도 글자체가 자기네 가문에서 하사하는 그것과 똑같았다. 더욱이 그 문구 뒤에 ‘∞’를 붙이고 하사받는 충신의 이름을 이어다는 것도 완전히 일치했다.

「∞MUKURO ROKUDO」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남의 집 담벼락 아래서 잠을 자고 미스트 가의 충신 칭호를 가진 이 기이한 남자에게 호기심 반 의심 반이 생기는 나기였다.

이제 이 남자의 정체를 들춰볼 때가 되었다. 인생은 연극, 속된 말로 ‘소’라고 하지 않던가. 그 쇼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인가 아니면 쇼는 쇼라며 대충 넘길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이다. 로쿠도 무크로. 그 자는 철저하게 전자에 해당한다. 자신의 인생을 사기 거래에 전부 바치고, 스스로에게 배팅을 거는 인생 도박을 즐기고, 철저하게 본인을 위장하며 사는 최고의 광대라고 하는 것이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자 가장 적절한 묘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오해하지 말자. 그는 그런 식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과 엮인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 그리고 스스로 손해 본 적도 없다. 이만하면 정말 충실하게 인생이라는 쇼를 연출하는 이 시대 최고의 극본가이자 연출가라고 극찬할 만 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의 과거를 들추고 들춰봐도 그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냥 현재 우아하게 떠돌아다니는 방랑 사기꾼이라는 것이 그의 PR전부다. ‘방랑 사기꾼’안에는 교수도 있고, 개인 교사도 있고, 현자도 있고, 기사도 있고, 용병도 있다. 하지만 결국 방랑 사기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 이번에는 무엇일까? 뭣 때문에 나기 미스트 공녀의 집 앞에서 자고 있었을까? 이것도 새로운 사기 전술? 안타깝지만 허무하게도 그냥 졸음을 참지 못해 거기서 자는 것뿐이다. 자세하게 말하면 이번에 의뢰의 대상인 나기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든 거다.

혹시 ‘의뢰’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고 눈이 번쩍 뜨이진 않는가 모르겠다. 무크로 그가 사기를 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주도형, 다른 하나는 타인의 의뢰다. 물론 타인의 의뢰 이면엔 자기 주도형 사기행각이 전제로 깔려 있다. 이번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요 근래에 용병인 것 마냥 돌아다니던 무크로가 미스트 공작 눈에 들어서 나기 공녀의 보디가드를 의뢰 받았다.」라는 사실에서 타인의 의뢰는 미스트 공작의 ‘공녀 보호 의뢰’고 전제되는 무크로의 사기행각은 ‘용병행세’가 된다.

이제부터 나기 공녀의 보디가드로서 어떤 예술사기를 선보일지 감상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