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Opera[오페라] - the third act[제 3막]

★은하수★ 2009. 5. 22. 10:54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인물의 탄생배경(?)부터 싹 뜯어고친 무적(?) 판타지입니다! -안개의 수호자이므로 나기(크롬)의 성을 ‘미스트’라고 임시로 정했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버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상큼하게 웃으며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무크로군 중심입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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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ird act [제 3막]-

 

토마조 공작의 변사체가 발견된 후 미스트 공녀가 범인으로 점차 몰렸다. 귀족 간에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해 중상모략이 곳곳에서 판치기 때문에 나기는 덤덤했다. 이까짓 일쯤이야 허둥댈만한 거리도 못 된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에 왕가가 개입해서 사건이 커졌다. 토마조 공작은 나기의 먼 친척이면서 외국의 공작. 타국의 공작이 세계 중심시장인 아르꼬바레노 시장에서 발견됐으니 외교문제가 된 것이다.

“귀족 간의 충돌에 웬만하면 왕가가 끼어들지 않지 않습니까?”

“네. 몇 년 전에 이거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도 귀족 선에서 끝났는데 이번엔 의외에요.”

왕실에서 소환장이 몇 통이나 날아왔지만 나기는 싹 무시하고 침착하게 집에서 평범한 생활을 했다. 나기가 왕실 소환 명령에 응하지 않자 미스트 공작에게 소환장이 날아갔다. 그 역시 나기랑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공작 중에서도 제일 세력이 크고 왕위 계승권까지 쥐고 있는 가문인데 왕실이 무서울 리 없었다. 왕실에서 그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서신만 끝없이 보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토마조 공작의 몸에 남아있는 상처… 너라면 누구 짓인지 눈치 챘을 텐데?”

백란은 무크로의 뒤에서 조용히 말을 걸었다. 나기가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 토마조 공작의 사망 소식이 들리자마자 그의 사체를 조사하러 갔었다. 분명 살아서 제 발로 뛰쳐나갔는데 어디도 아닌 그 먼 아르꼬바레노 시장에서 사체로 발견되다니 의심스러웠다. 그의 몸에 가늘고 긴 상처가 일정하게 나 있었는데 그 패턴은 딱 한 명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낼 때까진 입 다물고 있어.”

“아가씨를 배려하는 건가?”

“설마. 엿듣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야.”

백란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최대한 집중해도 알 수 있을까 말까한 수상한 자취를 일찍이 눈치 채고 경계하는 무크로의 세심함이 자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 백란은 무크로가 경고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몰랐다. 너무나 옅은 마기. 먼 곳에서 천리안이나 수정구로 엿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낌새였다. 그는 무크로는 역시 큰 그릇이라며 감탄했다.

“무크로 씨, 백란 씨. 오늘 귀빈이 오실 거에요.”

테라스에서 집배원이 가져온 수많은 편지들을 하나씩 뜯어보던 나기는 왕실에서 온 편지를 그 둘에게 내밀었다. 대표로 무크로가 받아서 눈으로 글을 훑어 내려갔다. 백란은 옆에서 곁눈질로 대강의 내용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 편지는 짧지만 임팩트가 강했다.

“성심성의껏 대접해야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가씨.”

무크로와 백란은 동요하지 않았다. 메이드 백란은 수석 메이드로서 모든 사용인을 지휘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무크로는 나기가 먼저 읽고 펼쳐둔 편지들을 속독으로 전부 읽었다. 죄다 쓸데없는 파티 초대자이었다.

“지금 파티에 나가면 아가씨께서 모든 시선을 독점하시겠습니다.”

비아냥거리는 건 아니었다. 악의 없이 그냥 내뱉은 말이었다. 나기 스스로도 무크로와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라 무크로에게 악의가 있다 할지라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중에 파티에 초대된다는 건 주최자가 나기를 골려줄 예정이라는 뜻이 분명하다. 파티에 초대된 모두가 겉으로는 위로 형식의 말을 건네겠지만 조롱하고 비하하는 의도가 뻔히 드러날 것이다. 욕만 잔뜩 먹을 텐데 일부러 생지옥에 뛰어드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벨 오라버니가 직접 온다니 무슨 얘길 하려는 걸까요?”

“벨페고르 왕자는 외국에서도 유명한 훌륭한 재목 아니십니까. 아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러 오시는 거겠죠.”

“과연 그 오라버니가?”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아가씨 은근히 머리가 좋으십니다.”

미스트 공작가가 왕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현 왕의 여동생이 나기의 생모이기 때문이다. 두 집안은 혼인으로 묶인 사이인 것이다. 그런 고로 벨페고르 왕자는 나기의 사촌 오빠다. 또한 재밌는 건 미스트 공작의 누님이자 나기의 고모님 되는 분이 벨페고르 직속 마법사로 들어가 있다. 이름은 바이퍼. 마몬이라고도 불리는 그녀는 궁정 마법사 중에서 최고로 꼽힌다. 제 남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아 조카인 나기와도 불편한 사이다. 그만큼 나기도 벨페고르와 바이퍼를 쉬이 믿지 않는다.

무크로는 왕자를 경계하는 나기를 나름 대견하게 여겼다. 실은 토마조 공작의 몸에 남은 패턴은 벨페고르 왕자의 것이었다. 그가 토마조 공작을 죽여 놓고 나기에게 덮어씌우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얘기를 하려는 건지 간에 좋은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떼내야 할지 심히 고민됐다. 아가씨가 그들을 경계하니 자신이 그들에게 해코지한다 해도 그녀의 신경을 거스를 염려는 안 해도 되겠는데 혹시나 벨페고르 왕자와 바이퍼를 상대로 무력 충돌을 하게 되면 그녀를 무사히 보호할 확신이 없었다.

“벨 오라버니는 머리도 좋고 싸움도 잘 해요. 어떤 얘기가 나오든 밀릴 거에요.”

“여차하면 제가 뒤집어쓰겠습니다.”

“안 돼요. 무크로 씨에게 아무 잘못 없다는 건 제가 잘 알아요. 그리고 벨 오라버니도……. 그 오라버니는 귀족 대신 사용인을 처벌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귀족에게 직접 징계를 내린다고요.”

나기는 그녀의 사촌에 대해 잘 알았다. 왕궁에 놀러갔다가 벨페고르 왕자가 10살의 나이에, 어떤 유명한 백작을 웃으면서 죽이는 장면을 보고 점차 그와 사이가 멀어졌다. 웃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거며 안부 편지를 보내는 거며 전부 가식처럼 보였다. 한 번은 벨페고르 왕자가 직접 나이프를 목 가까이까지 들이대며 위협 했었다. 이미 암살자에게 여러 차례 타깃이 돼 본 나기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자, 그가 쾌활하게 웃으며 위험한 장난을 그만 뒀지만 더욱 둘 사이가 어색해졌다. 왕위 계승 서열에서 벨페고르 왕자가 첫 번째, 나기가 세 번째니 본능적으로 서로를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10살 전까진(나기는 7살)친했는데 말이다.

“전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고용된 몸입니다. 어떤한 상황에서도 아가씨를 지킬 겁니다.”

무크로는 나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나기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기사가 주군에게 하는 맹세. 이 맹세에 거짓은 허락되지 않는다. 덕분에 나기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무크로 씨. 토마조 공작을 살해한 진범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나기는 왼손으로 무크로에게 맹세의 키스를 받은 오른손을 꼭 감싸며 온화한 듯 강한 듯 주군으로서 손색없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레드-바이올렛 오드아이는 가늘게 뜬 채 밑을 내려 보다가 방긋 웃으며 나기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물론입니다. 이 로쿠도 무크로에게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최고의 사기꾼은 나기가 메이드들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는 동안 방문 밖에서 천천히 기다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의 눈매가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자신이 숨기고 있는 것을 들킬까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아, 매력적이야.”

백란이 물에 젖은 손을 앞치마로 닦으며 다가왔다. 무크로는 삼지창으로 그의 목을 겨눠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나랑 동류잖아. 안 그래?”

“당신에게 동류취급 받다니 기분 나쁩니다.”

“로쿠도 무크로 군. 너도…….”

무크로는 삼지창을 든 팔을 쭉 뻗었다. 백란은 뒤로 물러서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무크로의 오드아이에 가득한 살기는 나기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백란을 겨눴다.

“벨페고르 왕자는 진실을 알고 있을 걸? 나기 아가씨도 알게 될 거야. 왕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네 자리는 사라지는 거라고. 아니, 이번 의뢰를 미완료로 끝내는 건가?”

[덥썩!]

백란의 멱살을 잡은 우리의 사기꾼은 자제력을 잃고 살기를 있는 대로 내뿜었다. 그 바람에 나기가 머리를 미처 매만지지 못한 채 방 밖으로 급히 뛰어나왔다.

“뭐 하는 거에요?”

나기는 겨우 무크로를 백란에게서 떼어 냈다. 무크로의 표정이며 살기며 온몸이 떨리도록 무서웠지만 둘 사이에 서서 무크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나기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백란을 실컷 노려보다가 뒤로 돌아 어디론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가씨, 그거 아세요? 아가씨는 저보단 무크로 군을 믿어야 해요.”

“그래서 지금 절 죽이겠다는 건가요?”

백란을 쏘아보는 나기의 눈은 죽는 것 따위야 무섭지 않다는 듯이 두려운 기색일랑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백란은 늘 자신에게 의지하던 아가씨가 언제 이만큼 성장했는지 내심 감탄했다. 하지만 그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나기의 성장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타깃을 무크로로 변경했지만 벨페고르 왕자가 오기로 된 이상 본 업무를 완수해야 했다. 잠시나마 휴전했던 무크로에게나 2년이란 시간 동안 허물없이 지낸 나기에게나 유감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그 정도 하찮은 정 따위야 얼마든지 내버릴 수 있었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세요. 당신이 절 죽이는 것보다 벨 오라버니가 당신을 죽이는 게 더 빠를 테니까요.”

알아차리지 못했다. 등 바로 뒤에서 수 개의 나이프로 자신의 급소를 노리고 있는데 조금의 기척도 읽어내지 못했다. 편지에 적혀있던 시각보다 빨리 동착한 벨페고르 왕자는 긴 앞머리 사이로 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백란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두 사람을 좀 더 살려두려고 무크로 씨를 말린 거였는데 스스로 명을 줄이시는군요.”

“그 말은…… 우리 정체를 알고 있었단 말인가?”

남성의 목소리와 본래의 말투. 더 이상 여자 행세를 하는 건 바보짓임이 분명한 지금, 백란은 소매로 양 볼을 천천히 문질렀다. 처음 정체를 들킨 후에는 가짜 얼굴을 붙이지 않고 화장을 했는데, 옅은 톤의 파운데이션이 지워지면서 짙은 푸른색 쐐기 문신이 드러났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마력이 급속도로 상승했다. 그의 화장은 단순한 변장용 화장이 아니라 그의 힘을 걸어 잠그는 걸쇠였던 것이다.

“나기, 떨어져라.”

벨페고르의 말을 신호로 그와 나기는 동시에 백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쿠과앙!]

긴 시간 갇혀있던 마력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폭발 같은 현상을 일으켰다. 나기가 타고난 마력 저항 능력자가 아니었다면 백란의 마력에 눌려 쇼크사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런. 알고 있었다면 얘기해 주지 그랬어, 나기 양. 귀찮은 메이드 놀이를 더 할 필요가 없었잖아.”

“빈디체 왕국에서 보낸 암살자 두 명을 한꺼번에 잡으려면 당신들의 역겨운 연극에 동조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이 2년 동안 고생한 대가를 제대로 받아야겠어, 백란.”

벨페고르 왕자와 나기 미스트 공녀가 사이가 소원하다는 이야기. 그대로 믿은 당신은 만들어진 겉껍데기에 속은 것이다. 물론 나기가 벨페고르의 백작 처형 현장을 목격한 것도, 그가 나기의 목숨을 노렸던 것도 전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 벨페고르 왕자와 나기에게 서로가 유일한 형제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깟 일쯤이야 얼마든지 묻어버릴 수 있다고 깨달을 것이다. 더욱이 벨페고르는 제 아버지를 꼭 닮아서 시스터 콤플렉스 중증이다. 안 그러고서야 어떻게 현재 국왕이-아무리 여동생이 시집간 집안이라 해도- 미스트 공작가를 멋대로 굴게 내버려두겠는가. 아무리 사소한 거리라도 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제 당신은 나기의 말이 무슨 뜻일까 의아할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눈치 채지 않았는가? 화자가 서막에서부터 지금 제 3막까지 던졌던 떡밥을 잘 짜 맞추면 보일 것이다. 물론 결정적인 단서는 나기가 이미 말한 그 한 마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