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인물의 탄생배경(?)부터 싹 뜯어고친 무적(?) 판타지입니다! -안개의 수호자이므로 나기(크롬)의 성을 ‘미스트’라고 임시로 정했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버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상큼하게 웃으며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무크로군 중심입니다.
6.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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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rth act[제 4막]-
빈디체 왕가는 상대 왕국을 위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국왕과 왕자가 아끼는 공녀를 제거해서 일부러 화를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든 흥분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그런데 미스트 공작가는 대대로 환술 능력이 높고 한 대 걸러 마력 저항력이 강한 이가 태어나는데 마침 나기가 그에 해당했다. 그래서 몇 차례에 걸쳐 평범한 암살자를 보내면서 정보를 입수한 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결사 두 명을 고용했다. 그들이 바로 로쿠도 무크로와 백란이었다. 그들은 2년에 걸친 긴 계획을 세우고 지금에 이르렀다. 서로 싸우는 것처럼, 사이가 나쁜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했는데 그들의 정체를 나기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허무함을 그대들은 느낄 수 있는가?
무크로의 상대는 벨페고르 직속의 최고 궁정 마법사인 바이퍼였고, 백란의 상대는 벨페고르와 나기였다. 나기가 연약한 아가씨 같지만 미스트 공작가의 적통 후계자다. 아직 성숙 단계지만 벨페고르를 지원할 만큼의 환술 실력과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마법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무크로가 지능적으로 힘을 사용한다면, 잔인한 결말을 추구하는 백란을 상대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용케 버텼다.
“불쌍한 아가씨. 겨우 그런 뱀으로 날 겁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백란은 마기로 나기의 환술을 쉽게 해제했다. 그러면서 벨페고르의 소형 비행 나이프를 카타르(날이 둥근 단검)로 퉁겨냈다.
“돌체.”
무크로의 목소리가 나기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기는 급히 방어마법을 쓰려는데 의외의 쪽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무크로의 목표는 다름 아닌 백란이었다. 백란이 딛고 있는 대리석 바닥이 늪으로 변해 그의 두 발을 구속했다. 이해되지 않는 이변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얼이 빠졌다.
“무크로,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야!”
“미안합니다만, 난 미스트 공작에게서 이 팔찌를 받은 몸입니다.”
충신에게 수여하는 아주 특별한 문장이 보이도록 팔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바이퍼가 긴 망토를 끌며 나타났다.
“왕자님, 이 녀석,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휙]
벨페고르의 나이프가 무크로의 얼굴에 가는 상처를 내며 지나갔다. 그는 피할 수 있으면서 피하지 않았다.
“될 것 같다면 필요 없어. 100% 확신이 안 드는 녀석은 얼른 처리해.”
만에 하나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벨페고르는 한 번 빈디체에 고용된 적 있는 무크로를 절대 믿지 않았다. 그에게 기대를 갖고 있는 건 나기일 것이다. 충성 맹세를 받은 오른손 손등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왼손이 저절로 그곳을 움켜쥐었다.
“한 번 이 자의 말을 믿어 보심이…….”
“이봐, 로크도 무크로. 너도 환술에 일가견이 있다지? 그런데 말이야, 흉내 내려면 제대로 해. 바이퍼는 나보다 더 철저한 녀석이야.”
두 번째 나이프가 바이퍼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고 동시에 바이퍼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무크로가 만든 환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백란에게 걸린 ‘돌체’가 풀렸다.
“그러면 진짜 바이퍼 씨는…….”
“아가씨, 저는 한 번 맞붙어본 상대에게는 절대지지 않습니다.”
무크로의 미소가 이렇게 오싹하게 느껴지는 건 그를 만난이래 처음이었다. 나기는 두려움의 본성 덕분에 마력 저항능력이 상승했다. 이에 무크로는 재밌다는 듯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쿠후후후.”
나기는 조금이나마 무크로에게 기대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그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잘해줄 때마다 그것이 다 진심일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던 자신이 한없이 바보 같았다. 적으로 마주보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가 자기편이 돼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부끄러웠다.
나기의 이런 심정을 무크로가 꿰뚫어 봤지만 그녀의 기대대로 움직일지, 원래 의뢰대로 움직일지 스스로 갈등하고 있었다. 백란이 실제로 충성을 맹세한 빈디체 왕국의 의지대로 할 것인지, 자신이 형식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미스트 공작가의 의지대로 할 것인지 심히 고민됐다. 의뢰비는 둘이 비등비등해서 어느 한 쪽을 고르든 그가 손해 볼 여지는 없었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를 것인지, 비교적 좀 더 선한 쪽을 따를 것인지 미소의 이면에서 골치 아픈 선택을 해야 했다.
무크로와 나기의 혼돈과 같은 머릿속을 아는 건 본인들뿐이었다. 백란에게 나기는 여전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고, 벨페고르에게도 무크로는 여전히 나기에게서 떼어 놔야 할 대상이었다. 무크로와 나기는 상대를 어떻게 할까? 어떤 선택을 할까? -나기가 먼저 자신의 질문에 답을 내렸다. 공격 마법일랑 초보적인 수준에서 맴도는 방어 능력자는 자신의 몸을 감싸는 바리어를 강화시키고 마력 방출량을 최대로 높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허리를 숙이고 동시에 무릎도 굽혀 앉은 후 대리석 바닥을 건드렸다.
[우우우우웅-!]
그녀의 손끝이 밝게 빛나자마자 겨우 손바닥만 했던 청회색 원형 마법진이 저택 크기만큼 빠른 속도로 커졌다. 능력이 피로 전승되는 미스트 가의 사람만 쓸 수 있는 특수한 마법이었다. 타고난 마력 저항능력과 환술을 최대한 발휘해도 쓸 수 있을까 말까한 고급 기술로, 한 번 쓰고 나면 눈동자 색이 탈색되고 실명된다. 일시작인 부작용이지만, 가끔씩 눈에 보이지 않는 후유증이 일주일 동안 따라오거나, 피눈물이 아무 이유 없이 흘러내리는 후유증이 사나흘 계속되기도 해서 상당히 고통스럽다.
“나기……. 네가 그 정도로 원하면, 이 오라비도 그에 걸맞아야겠지.”
벨페고르는 오른손에 소형 비행 나이프를 부채처럼 펼쳐들고 왼손으로 주변에 펼쳐둔 투명 와이어를 조금씩 팽팽하게 당겼다. 나이프 수십 개가 그 위에 걸려도 아래로 처지지 않을 만큼 허공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무슨 짓을 하려고…… 읏!”
백란은 난생 처음 보는 마법에 대항해 마력 출력을 더 올리려는데 마력을 다룰 수 없게 됐다는 걸 알았다. 혈이 막히면 기가 흐르지 않아 육체가 무기력해지거나 아예 못 움직이게 되는 것처럼, 무언가 때문에 마력의 흐름이 막혀서 도저히 마법을 쓸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육탄전에서 뛰어난 벨페고르에게 당할 것만 같았다. 자존심이 구겨지지만 무크로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그도 마력이 봉쇄돼서 삼지창을 꽉 쥐고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와 벨 오라버니의 협공은 이 왕국 제일이에요.”
마법진의 빛이 더욱 강해지고 주위엔 나기의 마력 밖에 남지 않았다. 마법진 내에 존재하는 모든 마력을 무효화시키는 마법으로, 나기가 미스트 공작 대신에 전선으로 나갈 때 벨페고르와 합동 공격을 곧잘 하는데, 그 때 이 마법으로 상대편의 모든 마법사를 무능력하게 만들고 그 안전권에서 벨페고르가 수많은 나이프로 정확하게 적을 제거한다. 적이 얼마큼 있든 나기와 벨페고르 앞에서는 발로 짓이겨 밟을 수 있는 개미떼에 불과하다. 나기가 연약한 아가씨처럼 보여도 공작가를 이끌 차기 주인이고, 실전 경험도 상당하다. 평범한 아가씨의 외모에서 강인한 풍채를 엿볼 수 있는 이유이다.
“너희들은 그 잘난 마법실력으로 신체의 결함을 숨겨왔다며? 자…… 이제 너희의 진짜 실력을 보여 봐.”
[차크락, 차크락]
오른손에 있는 7개의 나이프가 포개졌다 펼쳐졌다를 반복했다. 백란은 카타르를 쥐고 식은땀을 흘리며 빈틈을 찾아봤지만 여유만만하게 서있는 그에게서 약점일랑 존재하지 않았다.
“백란, 약점은 그렇게 찾는 것이 아닙니다.”
“무크로… 씨…….”
마법을 발동하고 있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 나기에게 무크로의 창이 목숨을 위협해왔다. 무크로는 레드-바이올렛 오드아이로 벨페고르를 노려보면서 창끝을 바닥에 앉아있는 나기의 뒷덜미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조준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벨페고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무크로는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니 나기가 치마 속에 숨겨둔 검으로 무크로의 옆구리를 스치듯이 벤 후였다. 귀족 사회에서 수많은 위협을 겪어봤는데 뒷덜미에서 서늘하게 느껴지는 흉기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동요 없이, 무크로에게 반격했다.
나기는 칼날의 반이(길이가 아닌 폭) 무크로의 몸에 박혀서 점점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을 탁한 눈동자로 한 순가도 놓치지 않고 전부 지켜봤다. 그리고 붉은 피가 자신의 손에 도달하기 전에 힘차게 검을 뺐다. 다음 순간에 무크로는 비틀 거리며 말도 안 된다는 눈으로 나기를 쳐다봤다. 창으로 몸을 지탱해보려 했지만 결국 앞으로 쓰러졌다. 벨페고르의 나이프 세 개가 그의 등에 깊숙이 꽂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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