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ie Symphonie[교향곡] - Prelude[프렐류드 : 프롤로그]

★은하수★ 2009. 5. 26. 18:17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히바리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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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lude[프렐류드 : 전주곡]

 

화가 머리끝까지 난 히바리 기사단장은 제 3왕자를 향해 검을 내던지고 당당하게 무투장을 나갔다. 이 무례한 행동을 벌하기 위해 제 3왕자의 어미가 건장한 수행원을 몇 차례에 걸쳐 보냈지만 죄다 실컷 얻어 터져서 길어 돌아왔다. 캬발로네 왕국에서 제일 강한 남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는 소소한 예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퐁파두르 부인의 성질을 건드려서 어쩌려고?”

제 1왕자가 기사단장의 집무실 중앙 창문에서 나타났다. 밖에 있는 높다란 나무를 기어오른 다음에 창틀을 향해 힘껏 점프했다가 거리가 모자라서 떨어질 뻔 한 걸, 길고 잘 빠진 팔이 순발력 놓게 창틀을 붙잡은 덕분에 산 게 분명했다. 여하튼 끙끙대며 기어 올라와서는 모두가 무서워하는 히바리 기사단장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실제로 이 둘은 17년 지기 친구다. 히바리 기사단장은 전 군총대장의 아들로서 5살 때부터 왕궁을 밥 먹듯이 드나들며 제 1왕자와 같이 자랐다. 그가 7년 전에 최연소로 기사단장이 되면서 두 사람이 같이 지나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하지만 기사단장이 먼저 왕자를 찾아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는 왕자님도 그 여자에게 대들지 않습니까?”

“난 아바마마께 일러바치지 않을 만큼만 한다고. 넌 지금 좀- 위험해.”

캬발로네 왕국의 제 1왕자 디노 캬발로네와 제 2왕자는 현 왕비의 소생이고 제 3왕자는 퐁파두르 부인의 소생이다. 퐁파두르 부인은 원래 퐁파두르 백작의 부인이었는데 백작이 일찍 죽고 현 왕의 애첩이 됐다. 그녀의 미모와 입담은 이미 처녀 시절부터 사교계세 소문이 자자했던 터라 왕이 호시탐탐 노렸다 한다. 그녀가 백작부인일 적에 왕궁 무도회에서 의도적으로 왕을 꼬셨다는 설도 있다. 어찌됐든 이 애첩은 결과적으로 왕궁에 들어오자마자 실세를 쥔 무서운 권력자로 군림했다. 왕비는 별궁에 감금돼서 두 아들들도 만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깟 여인네 하나 때문에 성 내 모든 이들이 그 무능한 녀석한테 고개 숙여야 한단 겁니까?”

“아바마마부터 부인의 치마폭에 휘둘리는 걸.”

“물어 죽일 겁니다.”

“참아. 그랬다간 너와 너희 일족 전체가 다쳐. 아니, 죽어.”

[우두둑]

히바리가 주먹을 세게 쥐자 명쾌한 뼈마디 소리가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디노는 오랜 친구의 성격을 너무 잘 아는 나머지 앞으로 어떡할 것인지도 훤히 보여서 그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리고 퐁파두르 부인의 앞으로의 행동도 짐작할 수 있는 터라 더 절실히 자신이 죽마고우를 지켜야 했다.

“쿄야, 봉고레 왕국에 가있지 않을래?”

이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생뚱맞은 발언에 히바리의 눈이 이상하게 찡그러졌다. 디노가 원래 기분 내키는 대로 자유분방한 인간이란 건 알지만 화제에 한참 어긋난 듯 보이는 발언을 아주 자연스럽게 떨굴 정도로 바.보.인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것엔 디노의 배려와 의외로 미래지향적인 안목이 배어있었다.

“동맹 대국 봉고레에 캬발로네의 우호를 보이기 위해 중요한 인재를 한 명 보내는 게 관례란 말이지. 아주 다행히도, 여인 하나에 정신이 팔린 아바마마 대신에 내가 인사권을 갖고 있잖아. 그래서 그 한 명을 너로 할까 하는데?”

[퍽!]

“으악, 무슨 짓이야!”

피바리는 창틀에 앉아있는 디노를 발로 차서 떨어트렸다. 그나마 다리를 찬 덕분에 손으로 창틀을 붙잡고 매달릴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왕자에게, 그것도 제 1왕자에게 그런 무례한 행동을 거침없이 하다니, 담이 큰 건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분명한 건 디노가 히바리에게 법대로 처벌을 내리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두 번째로 겨우 올라온 디노는 창틀에 걸터앉지 않고 아예 안으로 들어왔다.

“저보고 볼모가 되라는 겁니까?”

“설마. 봉고레 왕국은 말이야, 유능한 인재라면 어디 출신이건 어떤 인간이건 상관 않고 적재적소에 쓴다고. 유학 간다고 생각해.”

“물어 죽일 겁니다.”

살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디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배실배실 웃었다. 히바리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의 예외지만 그의 살기에 밀리지 않아야 설득력이 있으니까 얼굴 근육을 최대한 사용했다.

“퐁파두르 부인이 아바마마께 밀고하기 전에 널 봉고레 왕국에 보내면 네 명예에 흠집 하나 생기지 않는단 말이지. 그리고 네가 무사해야 내가 다음 왕이 될 때 지지자로 곁에 둘 수 있잖아. 너만한 지지자가 어디 흔한 줄 알아?”

“그렇게 멋대로 왕자님 편으로 정한 겁니까?”

“응. 쿄야잖아.”

[퍽!]

두 번째 발차기는 다리보다 위인 복부 한가운데였다. 그 위력은 신음소리 마저 나오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디노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텅 빈 두 검정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보며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그에 맞춰 히바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왕자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정말?”

디노는 아픔을 싹 잊고 벌떡 일어섰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눈에서 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히바리는 무뚝뚝한 얼굴을 하다가 양쪽 입 꼬리를 슬며시 양 옆으로 당겼다. 디노는 히바리가 자기 뜻대로 해준다는 기쁨에 들떠 그 미소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봉고레 왕국에 가서 그곳 왕이 제가 모실만한 분이라면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