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Happy Christmas(해피 크리스마스)

★은하수★ 2009. 12. 30. 16:56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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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Christmas(해피 크리스마스)

 

오늘도 여지없이 안타깝고도 불쌍한 바르마 공. 레인즈워스 여공의 쇠부채가 사정없이, 정확도 100%의 확률로 그의 몸 곳곳을 과격하게 자극한다. 쉽게 말하면 두들겨 맞는 중이라는 얘기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짓, 레인즈워스 여공의 환영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절대 규칙을 또 어겼기 때문이다. 늙어 힘이 없다는 레인즈워스 여공은, 바르마 공을 응징할 때 만큼은 젊은 시절의 힘을 십분 발휘했다.

“역시 레인즈워스 여공의 쇠부채 소리는 시원시원하단 말이야.”

오즈는 후후후- 웃으며 3층 테라스에서 1층 현관을 내려다봤다. 소리가 나는 곳은 2층 테라스지만 현관에서 바르마 공을 올려다보는 레임 씨의 얼굴이 가관인지라,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바보털 공작은 올해도 셰릴님께 매타작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시는 군요.”

“올해도?”

흥미진진한 얼굴을 한 오즈 소년은 쟈크시즈에게 집중했다. 쟈크시즈는 레몬맛 알사탕을 뽀작뽀작 씹어 먹다가 오즈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씨익 웃으며 얄궂은 손동작으로 체리맛 알사탕을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듣고 싶으신가요? 바보털 공작의 크리스마스 비극을?”

“흐응-.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희극일 것 같은데?”

“이봐요, 오즈. 정말 깜찍한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 아닌가요?”

“사설은 그만하고 빨리 말해봐.”

오즈가 쟈크시즈의 왼쪽 어깨에서 까딱까딱 고갯짓 하는 에밀리를 잽싸게 가로챘다. 그리고 에밀리의 말투를 따라하며 에밀리의 손으로 쟈크시즈의 옆구리를 콕콕 쑤셨다. 인형의 손으로 암만 자극해봤자 간지러울 뿐이다. 쟈크시즈는 오즈의 입 안에 라즈베리맛 사탕을 넣어주고서, 오즈의 신경이 미각에 집중되는 순간 에밀리를 돌려받았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었나요? 제가 레인즈워스 가에 익숙해지고도 남았을 그 때였죠. 당시 어렸던 샤론 아가씨를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데 동글동글한 늙은이가 현관으로 ‘굴러’들어왔답니다. 그걸 제일 먼저 목격한 샤론 아가씨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요, 그걸 신호로 셰리님과 셰릴님이 일제히 달려 나오셨죠. 어쩔 줄 몰라 하는 바보털 공작을 향해 셰릴님의 쇠부채가 무한연타를 시작했는데, 정말 장관이었어요. 그건…… 예술이었어요.”

쟈크시즈는 간사한 눈빛에 잔뜩 꿍꿍이를 안은 웃음소리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오즈는 눈을 반짝 거리며 귀를 쫑긋 세웠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바보털 공작은 질리지도 않고 이곳에 찾아와서 괴상한 퍼포먼스를 했죠. 셰릴님이 제일 싫어하는 셰릴님 환영 만들기부터 샤론 아가씨가 제일 싫어하는 둥근 할아버지 환영 그리고 셰리님이 제일 싫어하는 추한 환영 인형극 등등 레인즈워스 가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만 골라서 했다니깐요.”

“혹시 바르마 공은 마조히스트가 아닐까? 레인즈워스 여공께 두들겨 맞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거야.”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냥 바보에요 바보.”

쟈크시즈는 오즈에게 레몬맛 사탕을 건네주고 자기는 박하맛 사탕을 뽀드득 까드득 씹어 먹었다. 그러고 보니 주위가 조용했다. 레인즈워스 여공의 쇠부채 파티(?!)가 끝난 것이다. 이제 곧 레임 씨가 바르마 공을 데리고 바르마 공작가의 메인 하우스로 돌아갈 것이다. 일단 공작가라서 저녁에는 자체 파티를 열테니 공작이 없으면 곤란하다. 이쯤 되면 실컷 두들겨 맞은 바르마 공보다 바보 공작의 시중을 드는 레임 씨가 불쌍하게 여겨진다. 이 얼마나 귀찮고 한심한 뒤치다꺼리인가.

“자, 앨리스 아가씨의 입장입니다.”

샤론이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그녀의 뒤에는 한껏 치장한 앨리스가 있었다. 굽 5cm가량의 은색 구두를 신고 땅에 끌릴 정도로 긴 연분홍색 드레스를 입었다. 중간중간에 달린 레이스와 리본은 반짝이가 뿌려진 순백이었다. 그녀의 암갈색 머리칼은 반묶음으로 묶은 후, 묶은 부분은 위로 산뜻하게 말아 올려 갖가지 보석 핀으로 고정하고, 나머지 머리칼은 끝에 여린 웨이브를 넣어 고급스런 포인트를 줬다.

“예쁘다!”

역시 오즈는 직설적이었다. 샤론은 뿌듯함에 후후후 웃으면서 부끄러워 도망치려는 앨리스를 굳게 붙들었다.

“옷이 날개랬던가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랬던가요. 호박에 줄그으면 수박이 될 수 있군요.”

[뻑!]

“여성에게 실례야, 브레이크.”

“여성에게 실례에요, 브레이크.”

오즈의 로우킥과 샤론의 쇠부채가 동시에 쟈크시즈를 공격했다. ‘내가 무슨 동네북이야?’ 하고 항의하는 에밀리에게 샤론의 쇠부채 일격이 추가될 즈음, 오즈는 앨리스에게 정중하게 에스코트를 청했다. 참고로 앨리스를 제외한 전원은 저녁에 있을 레인즈워스 공작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준비를 마친 상태다.

“앨리스 아가씨, 오늘 저녁 시간을 전부 저에게 빌려주시겠습니까?”

“뭐, 뭐야……. 나, 낯간지럽게!”

앨리스는 이미 양 볼이 붉게 달아올라서 모두에게 부끄러움이 들통 났다. 하지만 오기를 부리며 오즈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그런데 부끄럼쟁이의 공격은 베자리우스 가의 도련님에게 맞지 않았다. 오즈는 자신에게 고속으로 날아드는 앨리스의 손을 쉽게 붙잡았다.

“나 대신 쟈크가 에스코트하면 받아 줄 거야?”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도 부족하지 않을 연기력이 발휘되었다. 최대한 애절하면서도, 슬픔을 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눈빛으로 앨리스를 똑바로 쳐다봤다. 샤론과 쟈크시즈는 저만치 떨어져서 오즈와 앨리스를 구경했다.

“쟈크는…… 쟈크는 쟈크고, 오즈는 오즈잖아.”

“그러면 부족한 저도 앨리스 아가씨를 에스코트할 영광을 가질 수 있는 겁니까?”

“읏!”

다시금 간지러운 말투에 존댓말이 귓가를 자극하자 앨리스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오즈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따라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앨리스는 부끄러움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앨리스 아가씨와 함께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겁니다.”

“오즈!”

오즈의 닭살 돋는 멘트가 계속되는 중에 길버트가 벌컥 나타났다. 앨리스는 그 틈에 쏜살같이 도망쳤다. 긴 드레스에 한 번도 걸려 넘어지지 않고 긴 복도와 계단을 뛰어다녔다. 오즈는 그걸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다된 밥에 재 뿌리는 바보!”

베자리우스 가 도련님은 나이트레이 가 도련님에게 버럭 소리 지르고서 앨리스를 뒤쫓아 갔다. 길버트는 얼빠진 얼굴로 샤론과 쟈크시즈를 돌아봤다. 그들도 생긋 웃으며 ‘바보 도련님’이라고 닦달하는 포스를 한껏 내뿜었다.

아무래도 앨리스가 어비스에서 나와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오즈의 계획대로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만인이 즐기는 크리스마스에 꼬이는 일만 있으면 슬프지 아니하겠는가? 언젠간 이들도 Happy Christmas를 서로에게 정겹게 말해줄 때가 올 것이다. 그 전에, 오즈 도련님, 앨리스 양을 빨리 붙잡지 않으면 기껏 한 치장을 전부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