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der Traum von sie(그녀의 꿈) -上

★은하수★ 2009. 11. 17. 00:06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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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Traum von sie[데어 트라움 폰 지 : 그녀의 꿈]

 

인형이 가득한 공간. 여기는 어비스의 의지가 다스리는 어비스의 심연이다. 그렇다. 체인이 태어나고, 각인이 다 돌아간 계약자들이 떨어지는 그곳, 어비스. 그 중에서도 가장 안쪽, 가장 깊숙한 곳이다. 각자 혼자의 힘으로 움직이는, 마치 의지라도 가지고 있는 듯한 인형들이 일렬로 가지런히 앉아서는 침입자를 내려 본다. 그리고 비웃는다. 침입자의 고막이 찢어질 만큼 간사하고 괴기스러운 목소리로 가능한 많이, 가능한 가증스럽게 비웃는다.

“닥쳐!”

[뻑!]

침입자가 소리 지르자마자 명쾌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 몸이 깨우는데 닥치라고? 시종 주제에 겁을 상실했구나, 오즈.”

오른발을 오즈의 배 위에 올려놓고 있는 앨리스가 오즈를 내려다 봤다. 길고 하얀 목에 퍼런 핏줄이 제대로 서있었다. 그리고 왼쪽 관자놀이에 제대로 나타난 십자로 표시. 그녀는 분명 제대로 화가 나 있었다.

“아, 앨리스. ……. 꿈이었구나. …………. 그래, 꿈이었어. 깨워줘서 고마워.”

오즈는 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생긋 웃으면서 앨리스의 발밑에 깔려 죽는 것을 모면하려 하였으나 앨리스의 눈에 오즈의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어설픈 웃음이었다. 그런고로, 헤프게 웃으면서 말하는 것도 이젠 통하지 않았다. 오늘로써 연속 10일째 이 모양이다. 앨리스는 참다 참다 드디어 쌓인 화를 폭발시켰다.

“만날 만-날! 꿈 타령이나 하고! 어째서 이 몸이 널 깨우지 않으면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거야? 정신이 약해 빠졌다고!”

“응. 그런가봐. 정신을 단련해야 하나봐.”

너무 순순히 인정하자 오히려 앨리스 쪽이 맥이 빠졌다. 구멍 뚫린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녀의 화도 입구멍과 콧구멍을 통해 밖으로 새나갔다. 엉성한 오즈에게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으로 마무리했다.

“얼른 나와. 미역머리랑 피에로가 밖에서 기다려.”

앨리스가 먼저 오즈의 방을 나섰다. 오즈는 침대 옆에 있는 커다란 창문을, 밖이 아닌 창문의 유리창을 멀거니 쳐다봤다. 그의 눈에 이미 초점은 없었다. 어비스의 심연이 나온 그 꿈을 다시 생각했다. 어비스의 의지가 없는 그곳은 인형들이 멋대로 판치는 무법지대였다. 앨리스가 깨우지 않았으면 그 인형들에게 먹혔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천성적으로 재기가 워낙 빠른 덕분에 며칠 내내 꾸는 그 꿈을 당분간 머릿속 구석에 접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길버트와 브레이크가 기다리는 곳에 생긋 웃는 얼굴을 내밀었다. 주변에 꽃가루가 날릴 만큼 최대한 화려하고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거짓 미소라는 것을 아는 건, 오즈에게서 꿈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앨리스 한 명 뿐일 만큼, 완벽한 가식적인 미소였다.

“안- 녕. 좋은 아침.”

“늦잠꾸러기가 드디어 등장했군요.”

“역시 브레이크의 태클은 뭔가 굉장해. 아무래도 나 S(사디스트)인가봐. 브레이크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

“역시 당신은 불쾌한 꼬맹이에요.”

“응. 맞아.”

오즈와 브레이크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 듯한, 살기등등한 분위기가 그 둘을 휘감았다.

“그만들 해. 오즈. 판도라에서 너에게 도움을 청했어.”

길버트가 오즈에게 공작 가의 가독(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 옛날에 밀랍 봉인-도장-으로 사용되었다.)이 찍힌 편지를 내밀었다. 그것은 베자리우스 가의 것도, 나이트레이 가의 것도, 레인즈워스 가의 것도, 바르마 가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왕가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4대 공작 가에서 공통적으로 일을 추진할 때 사용하는 공통 가독이었다. 정확하게는 가독이 아니라 승인용 마크라고 해야 할 것이다.

“흐음-. 판도라는 4대 공작 가가 움직이는 거대조직이잖아. 그런 곳에서 이 힘없는 여린 소년에게 부탁이라고? 말도 안 돼.”

말은 그렇게 하면서 길버트가 내민 편지를 꾹 움켜쥐었다. 길버트는 그것을 주지 않으려고 손에 힘을 줬고, 오즈는 그것을 뺏기 위해 손이 바들바들 떨 정도로 힘을 줬다. 결국 오즈의 승리로 끝날 게 뻔한데도 길버트는 매사에 고집이 지나쳤다. 아니, 고집이라면 남의 속도 모르는 오즈 쪽이 세다고 해야 할까?

“그만 시간 끌고 어서 내용이나 가르쳐 줘.”

“봐, 앨리스가 화내잖아.”

앨리스 덕분에 오즈가 협박을 하기 전에 길버트가 먼저 손을 뗐다.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는 길버트는 영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다. 브레이크야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기 때문에 일일이 그의 반응을 언급하지 않겠다.

“존귀하고 친애하는 오즈 베자리우스님. 우와- 구역질 날 정도로 간드러지는 멘트. 저희 판도라에서 오즈님께 청합니다. 부디 거절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내용도 적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거절하지 말아달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이야?”

“꾸물대지 말고 빨리 읽어.”

“화내지 마, 앨리스. 나도 빨리 알고 싶어. 자…… 그 다음은……. 100년 전 수도, 사블리에에 어비스의 심연으로 통하는 새로운 문이 열렸습니다.”

그 순간, 오즈와 앨리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어쩌면 오즈의 꿈이 그대로 실연될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 때문에 머릿속도 하얗게 새하얗게 물들었다.

“아……. 역시 거절하는 편이 좋겠지?”

오즈는 탁자 위로 편지를 가만히 내려놨다. 뒷부분을 읽지 않은 채 판도라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런데 앨리스가 오즈의 손목을 붙잡고 무뚝뚝한 눈으로 흘겨봤다.

“난 갈 거야. 내 기억이 있을 테니까.”

“앨리스, 잔인하네.”

“실은 너도 알고 싶잖아.”

어비스의 의지가 나타나지 않는 심연의 꿈. 오즈가 꾸기 전에 앨리스가 사나흘 내리 꾸던 꿈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꿈을 앨리스가 아닌 오즈가 꾸게 되었다. 꿈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수도 있는 것인가? 어비스와 관련된 것이라서 가능한 것일까? 여하튼 꿈을 꾸는 중에도,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사람을 괴롭히는 꿈이었다.

“응. 알고 싶어. 꼭 그들이 어비스의 의지를 내가 데려갔다고 탓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 가서 한 때씩 쥐어박고 싶어.”

지금의 미소는 꾸밈없는 오즈만의 미소였다. 앨리스는 그 얼굴을 보고 나서야 속 시원하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