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Halloween von sie(그들의 할로윈)

★은하수★ 2009. 10. 31. 10:18

<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4. 이번 편은 할로윈 축전 겸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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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ween von sie(그들의 할로윈)

 

베자리우스 공작가의 도련님, 오즈 베자리우스는 아침부터 부산했다. 정확하게는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새벽부터 혼자 이것저것을 준비했다. 앨리스의 방을 지나 길버트이 방을 거친 후 샤론의 방과 쟈크시즈의 방까지 차례대로 지나쳤다. 혼자 열심히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하는 내내, 꿍꿍이 가득한 미소가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오-즈-!”

앨리스가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 응접실 문을 박차고 나타났다. 응접실에서는 오즈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는 향긋한 홍차를 즐기고 있었다. 깊은 향기를 자랑하면서 떫은 맛이 적은 얼그레이였다. 역시 귀족가 도련님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오즈!”

앨리스 다음으로 길버트가 나타났다. 다들 손에 진갈색 가죽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오즈가 정성스레 방문 앞에 달아놓은 것들이었다. 아마 그 안에는 오즈가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게 대체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장난이야?”

“이야-. 멋진 하모니야. 앨리스, 길. 둘 다 잘 잤어?”

오즈는 왼손으로 가볍게 턱을 받치며 뻔뻔한 미소를 잊지 않았다. 곧이어 난감한 표정을 한 샤론과 속을 알기 힘든 미소를 지은 쟈크시즈가 들어왔다. 그들도 진갈색 가죽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주머니에는 ‘Trick or Treat'라는 문구가 흰색 실로 자그맣게 수 놓여 있었다.

“오즈님. 이 안에 든 물건은 무슨 용도죠?”

“에이, 샤론 양. 다 알면서 물어보다니, 심술궂다.”

오즈의 등 뒤로 장미꽃 수십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나는 특수 효과가 발동했다. 100만 불을 줘도 모자를 만큼 프리미엄급 미소가 빛났다. 꿍꿍이가 있을 때 그 속을 강조하기 위해(절대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용하는 오즈만의 무기다.

“오즈님.”

“응?”

[퍽!]

쇠부채 한 방으로 화려한 배경과 미소가 저 멀리 날아갔다. 샤론은 쇠부채를 드레스의 스커트 속에 주섬주섬 챙겨 넣고 나서 시워-하다는 듯이 생긋 웃었다. 하지만 관자놀이에 돌출된 혈관은 차마 감출 수 없었다.

“공작가의 자제분께서 이런 하찮은 놀이를 하셔야겠어요?”

“너, 너무해 샤론 양. 있는 힘껏 칠 것 까지는 없잖아. 그리고 하찮다니? 할로윈이라고. 모든 어린이들의 축제일이잖아.”

오즈는 동그란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몸을 잔뜩 움츠렸다. 일부러 불쌍한 척 했지만 샤론에겐 택도 없었다.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앨리스나 길버트도 탁자 위에 가죽 주머니를 던져 놓고서 소파에 철퍼덕 앉은 지 오래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쟈크시즈였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포커페이스를 유지 하고 있었지만 싫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오즈는 곧장 그 허점을 공략했다.

“브레이크. 딱 하루 재밌게 노는 것도 괜찮지 않아? 10월 중에 휴일은 할로윈 밖에 없잖아. 내가 에밀리 의상까지 준비했다구.”

쟈크시즈는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 뒤적거리더니 가짜 송곳니를 꺼냈다. 그리고 자기 이에 철커덕 붙였다.

“이거 괜찮은데요?”

“그치? 그치?”

쟈크시즈와 오즈는 서로를 보며 어린 아이처럼 방긋 웃었다.

“브레이크. 같이 놀아나면 어떡해요?”

샤론이 핀잔을 주는 사이에 에밀리가 변신했다. 쟈크시즈는 박쥐 옷을 입힌 에밀리를 샤론에게 불쑥 내밀었다. 그러고 나서는 샤론의 속마음 쯤이야 훤히 보인다는 투로 실실 웃었다.

“아가씨. 마음만큼은 영원히 10대라고 하셨죠? 외모도 충분히 10대 어린애면서 할로윈을 마다하시는 겁니까? 실은 놀고 싶어 어쩔 줄 모르면서, 혼자 어린인 척 하는 건 아주아주 치사한 일이에요.”

“어린애 샤론 주제에 어른인 척 하고 있어.”

샤론의 얼굴이 급격하게 시뻘개졌다.

“에밀리. 그 말은 실례에요.”

“사실이잖아.”

“사실은 입 밖으로 내는 게 아니랍니다.”

[퍽!]

쟈크시즈와 에밀리의 ‘자기들만의 대화’가 오가는 중에, 샤론의 쇠부채가 한 번 더 스커트 밖으로 나왔다. 쟈크시즈는 바닥에 엎어진 채 고통 때문에 꿈틀거렸다. 앨리스는 그런 쟈크시즈를 발로 툭툭 치며 생사를 확인했다. 길버트가 그의 반시체(!)를 소파 위로 옮기면서 오즈에게 말을 걸었다.

“오즈. 너 할로윈 같은 거 한 번도 챙긴 적 없잖아.”

“그러니까 한 번쯤 챙겨보고 싶은 거야. 불만이야?”

오즈가 눈가에 힘을 주고 길버트를 노려봤다. 그런데 길버트를 꼼짝 못하게 한 건 오즈의 손에 들려있는 고양이였다. 레인즈워스 가의 저택엔 분명히 고양이가 없을 텐데, 어째서인지 오즈가 고양이를 데리고 있었다. 일부러 가져온 게 분명했다. 길버트의 시선이 고양이에서 오즈의 눈으로 올라갔다. 길버트를 쳐다보는 오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소름이 쫙 끼칠 수밖에 없었다.

“길. 넌 지금도 내 시종이지?”

“윽.”

시종이면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투였다.

“앨리스는 내가 준비한 마녀 옷이 마음에 안 들어?”

오즈의 타깃이 곧바로 앨리스로 바뀌었다. 앨리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방금 막 차려진 아침 식사를 고기만 골라서 우적우적 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즈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앨리스를 구슬리는 방법쯤이야 애저녁에 마스터한 그였다. 앨리스 몫으로 준비한 가죽 주머니를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바짝 붙어 앉았다.

“앨리스. 할로윈이 무슨 날인지 알아?”

“내가 알게 뭐야.”

“분장을 하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먹을 걸 공짜로 얻어내는 날이야.”

“공짜로? 고기도?”

앨리스는 토끼 귀가 쫑긋 세워지는 것처럼 곧바로 오즈의 말에, 아니 할로윈에 관심을 가졌다. 길버트가 ‘고기가 아니라 사탕’이라고 끼어들려고 했지만, 눈치 빠른 오즈가 사과 한 알을 길버트의 입에 쑤셔 넣었다.

“이 옷 입고 돌아다니면 고기를 공짜로 맘껏 얻을 수 있는 거야?”

“응.”

“그럼 할래.”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인하여 가련한 소녀 한 명이 할로윈의 요괴가 되었다. 고기를 많이 구할 수 있다는 기대에 방방 뛰며 좋아하는 앨리스를 보며, 쟈크시즈는 그저 싱긋 웃고 길버트는 그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할로윈 동료 섭외를 마친 오즈는 오늘 밤에 일어날 소동을 상상하며 즐겁게 아침 식사에 임했다.

‘나이트레이 가에 가서 빈센트랑 에코 양, 엘리엇이랑 리오도 부를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는 오즈의 얼굴은, 그저 꼬마마냥, 살짝 볼을 붉히며 싱글벙글했다.

오즈의 첫 할로윈은 그의 기대만큼 즐거울까? 왁자지껄 할까? 사고투성이 일까? 어떻든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할로윈이란 원래 시끄럽게 즐기는 축제니 말이다. -해피 할로윈, 메리 할로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