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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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는 앨리스의 꿈을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자신이 꿔야할 꿈을 앨리스가 오페라의 서막처럼 먼저 꾸고 자신이 이어 꾸는 것이 틀림없었다. 앨리스도 그랬다. 꿈에서 인형들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오즈의 이름을 불렀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건 살아있는 꿈이 아니라 조작된 꿈. 처음부터 오즈에게 부여될 누군가가 만든 꿈이었다. 이런 짓이 가능한 이는 어비스의 의지밖에 없었다. 그런데 꿈에서 어비스의 의지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인형들이 어비스의 의지를 내놓으라고 오즈를 압박했다. 오즈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힘도 없다고 할 때면 여지없이 사방에서 비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오즈는 겁쟁이. 오즈는 겁쟁이. 이제 그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솔직히 이상했다. 어비스의 의지가 기다리는 자는 쟈크 베자리우스지, 오즈 베자리우스가 아니다. 그런데 인형들은 오즈 베자리우스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스름없이 ‘오즈’라고 불렀다. 마치 베자리우스라는 공작 가의 존귀한 성이 그에게 붙을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는 처음부터 성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즈’라는 이름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름으로 불렀다. 처음에만 ‘네가 오즈 베자리우스야?’라고 확인했을 뿐 그 다음부터는 줄곧 ‘오즈’였다. 인형의 입에서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부서질 것만 같은 두통을 느꼈다.
“오즈, 오즈.”
마차 안에서 길버트가 오즈를 불렀다. 오즈가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것이 수상했다. 하지만 오즈는 길버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앨리스가 울면서 뛰쳐나갔어. 쟈크를 죽인 오즈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울었어. 쟈크를 내 놔. 그리고 그를 찾으러 간 앨리스를 내 놔. 너를 찾으러 간 앨리스를 내 놔. 우리의 앨리스를 내 놔.’
인형들의 합창 중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오즈가 쟈크를 죽였다느니, 그들이 말하는 앨리스-어비스의 의지를 숨기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흘려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내 놔.’ 그들은 ‘돌려줘’라고 말하지 않았다. 마치 어비스의 의지를 자신들과 동급이 아닌, 자신들의 소유물인 마냥 말했다. 다시 말해서, 돌려달라는 요구가 아닌 내 놓으라는 명령이었다. 그들은 어비스의 의지를 아랫것으로 생각했고, 오즈도 자신들이 부릴 수 있는 하인으로 여겼다. 자신들의 위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기고만장한 인형들이었다.
“냅둬. 오즈를 깨우지 마.”
앨리스가 오즈에게로 다가가는 길버트의 손을 붙잡았다. 만약 뿌리쳤으면 오히려 길버트의 화를 불러 일으켰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앨리스는 최대한 진지한 얼굴로 길버트의 손목을 붙잡고서 그가 오즈에게 손대려는 것을 저지했다. 길버트는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영 아니라서 오즈가 현실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백일몽.
지금 오즈는 백일몽을 꾸고 있었다. 어비스의 깊고 깊은 심연이 그를 덮쳤다. 어비스의 핵, 어비스에서 가장 깊은 곳, 어비스의 최하층, 어비스의 의지가 살고 있다는 그곳, 인형들이 즐비하게 늘여져 있는 그곳에 다시 오즈 베자리우스라는 침입자가 발을 들였다.
“오즈다. 오즈다. 그가 다시 들어왔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꿈의 연장이라니. 그는 자다 일어나서 다시 잠에 들어도 똑같은 꿈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엔 꿈이 달라졌다. 그동안의 꿈의 연장선이었다. 인형들이 처음으로 그를 첫눈에 알아봤다. 그를 확인하지 않고서도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아, 이건 또 뭐지?”
오즈는 평소처럼 웃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인형들의 신선한 반응은 오즈의 몸이 긴장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버리게 했다.
“우리에게서 앨리스를 뺏어간 오즈다.”
“우리의 앨리스를 숨긴 오즈다.”
“앨리스의 소중한 쟈크를 죽인 오즈다.”
“앨리스가 울면서 뛰쳐나갔어. 쟈크를 죽인 오즈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울었어. 쟈크를 내 놔. 그리고 그를 찾으러 간 앨리스를 내 놔. 너를 찾으러 간 앨리스를 내 놔. 우리의 앨리스를 내 놔.”
이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너희가 말하는 앨리스는 어비스의 의지야, 아니면 비-래빗이야? 내가 아는 앨리스는 비-래빗밖에 없어. 어비스의 의지 따위 내 알게 뭐야.”
“오즈 주제에, 오즈 주제에 앨리스를 거부한다. 오즈 주제에, 오즈 주제에 어비스를 거부한다.”
인형들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항상 오즈를 비웃으며 그를 탓했던 인형들이 파르르 떨면서 그를 향해 모든 화를 쏟아 부었다. 그 여파로 어비스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만해!”
순백의 앨리스가 나타났다. 오즈가 아는 앨리스와 꼭 닮은 여자 아이가, 다만 온통 하얗다는 것만 다른 소녀가 드레스를 질질 끌며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어비스가 진정되고 인형들도 조용해졌다.
“어서 와, 오즈. 네가 오길 기다렸어. 날 여기 두고 혼자 밖에 나가니까 즐거웠지?”
어비스의 의지가 미소 지었다. 오즈는 심장이 멎을 뻔 했다. 그가 성인식 직전에 우연히 만났던 어비스의 의지가 생각났다. 그를 죽이려고 했던 그 어비스의 의지였다. 모든 이들이 오즈와 영웅 쟈크를 동일 인물로 여길 때, 그녀만은 처음부터 오즈와 쟈크를 분명하게 구별했다. 그녀가 기다리는 쟈크는 쟈크 베자리우스. 그녀가 증오하는 오즈는 그저 오즈였다.
“여긴…… 어비스인가?”
오즈는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겨우 입을 뗐다.
“응, 어비스야. 그런데 내가 아는 어비스는 아니야. 네가 아는 어비스지.”
엄청난 두통이 이어졌다. 오즈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마차 안에서 백일몽을 꾸고 있는 오즈의 육체도 괴로워했다.
“이건 그냥 꿈이야.”
“그래. 네가 아는 어비스는 나의 꿈. 내가 아는 어비스는 너의 꿈. 자. 어느 쪽을 원해?”
“!”
“네가 나가지만 않았어도 난 쟈크와 함께였을 텐데. 바깥을 동경하던 나쁜 아이는 다시 안으로 돌아와야 해. 이번엔 내가 나갈 거야. 그리고 쟈크와 함께 쟈크의 저택에 가서…….”
“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상황이 뒤바꼈다. 이번에는 오즈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면서 기고만장하게 어비스의 의지를 흘겨봤다. 그녀는 흠칫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그를 너무나 잘 알았다. 그가 어떨 때 그런 웃음소리를 내는지, 그가 얼마나 그녀를 잘 괴롭히는지, 그가 얼마나 잔인한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웃지 마. 웃지 마. 웃지 마 웃지 마 웃지 마!”
어비스의 의지가 귀를 꽉 틀어막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여기가 내가 아는 어비스라면 너의 꿈이네. 응? 앨리스. 아니, 어비스의 의지. 아니, 나의 앨리스는 아닌 또 다른 앨리스.”
어느 새 오즈는 비-래빗의 거대한 붉은 낫을 쥐고 있었다. 인형들이 그를 두려워했다. 그의 낫에 베여 몸 안에 든 피를 왕창 쏟아 낼까봐 와들와들 떨었다. 어비스의 의지는 그가 또다시 자신을 더 깊은 심연으로 가둘까봐 두려웠다.
“태어나선 안 될 아이. 너나 나나, 그리고 나의 앨리스나, 모두 태어나선 안 됐어.”
오즈가 자신의 입을 하얀 앨리스의 귀에 달듯 말듯 하게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그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싫어. 이런 악몽!”
“내가 아는 어비스는 너의 꿈이니까 네가 깨어나야지. 그래야 이 어비스가 사라지는 거야.”
“윽. 그러면…… 난 내 어비스에서 나갈 수 없어.”
어비스의 의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오즈를 붙잡았다. 오즈의 표정은 어느새 온화하게 풀렸다. 방긋 웃는 그 미소는 하얀 앨리스의 어린 소녀로서의 본성을 끌어올렸다.
“못된 아이는 안에서 반성해야 해. 그렇지? 나의 앨리스는 아닌 또 다른 앨리스. 넌 얌전히 내 꿈속에서 벌을 받아야 해. 그러니까 나의 꿈, 너의 어비스에서 기다려. 착한 숙녀처럼 말썽 부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곧 그곳으로 갈 거야.”
“어비스로 돌아올 거야?”
“돌아갈 거야.”
“정말 돌아올 거야?”
“나의 앨리스와 너를 해방시켜줄게.”
오즈의 말은 부드러운 크림보다도 더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보다도 더 달콤했다. 어비스의 의지는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얌전히 사라졌다. 지겹도록 반복된 꿈이 드디어 끝났다.
비-래빗이 꿨던 꿈은 누구의 꿈인가? 그 꿈을 이어받은 오즈는 과연 누구의 꿈을 꾼 것일까? 어비스의 의지는 그들과 같은 꿈을 꾼 것인가? 그들이 꾼 꿈은 정말 하나일까? 오즈이기 때문에 그 꿈을 꿀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의 안에 어비스가 있는 이상 앞으로도 이 꿈을 꿀 것인가? 그는 또 다른 어비스의 의지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은 거짓일까? 아니면 이 역시도 또 다른 누군가의 몹쓸 악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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