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야마하루 NL커플이 기본입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랩소디]가 람보 군 중심이었다면, [녹턴]은 야마모토 군 중심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6. 이번 편은 커플을 설정하면서도 절대 로맨스가 될 수 없는, 그렇다고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좀 애매한, 코믹도 어정쩡한, 장르를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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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Nocturne[녹턴(야상곡)]
-Opening
-저기 저 아가씨, 연갈색 바구니에 연녹색 라임을 가득 담고 좋은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네. 언덕 아래에서 기다리는 청년은 저 아가씨의 연인. 그의 옆에는 그녀를 꼭 닮은 인형이 서 있다네. 그의 무릎까지 닿는 앙증맞은 키와 그녀의 미소를 절반밖에 흉내 내지 못하는 어설픈 미소가 그저 사랑스러울 뿐. 인형과 청년은 아가씨를 향해 손을 흔드네.―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의 반곱슬 흑발. 라임 과수원의 아가씨는 연못 가장자리에서 그녀의 연인과 등을 맞대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짧은 흑발의 연인은 마피아 대륙에서 손꼽히는 인형술사. 그는 그녀에게 새로운 인형극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눈을 마주보지 않고 서로 등을 마주 댄 채로 이야기의 감동을 전해야 했다. 그가 자랑하는 인형을 한 개 조차 꺼내지 못하고 말 만으로 그녀를 즐겁게 해야 했다.
“어째서 인형이 아가씨의 미소를 절반밖에 흉내 내지 못해요?”
“아가씨의 미소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거든.”
“연인의 미소도 제대로 흉내 못 내고, 실력 없는 인형술사네요.”
“아무리 신이라도 연인의 미소를 인형에게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 없어.”
“우-. 핑계에요, 핑계.”
“완전 심술쟁이 아가씨군.”
인형술사는 갑자기 등을 떼고 뒤로 돌아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듯이 꼭 끌어안았다. 두 연인은 무엇 하나 걱정거리가 없는 것처럼,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처럼 까르르 웃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기다란 길처럼 뻗어진 투명하고도 눈부신 햇빛은 연못의 수면에 둥근 빛가루처럼 부서져 내렸다. 연못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청둥오리 가족은, 잘게 부서져 수면을 따라 흐르는 빛가루 속에서 한시도 대형을 흩트리지 않고 자기들만의 낙원을 즐겼다.
근처 과수원에서 라임향이 옅게 풍기고, 연못의 상쾌한 물 내음과, 불판과 주변 나무에서 배어나오는 시원한 풀 내음은 삼림욕을 하기에 최상의 것들이었다. 이 완벽한 곳에서 연인의 행복은 차근차근 커졌다.
매일 낮이면 이렇게 만날 수 있는데, 군청색 하늘에 별이 수없이 깔린 밤이 되면 서로가 보고 싶어 잠 못 이루는 그들. 과수원 아가씨와 인형술사는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의 짧으면서 긴 시간 보다 더 길게 떨어져 있어본 적이 없다. 만약 인형술사가 멀리 떠나게 된다면, 만약 과수원 아가씨가 사라지게 된다면. 이런 가설은 그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만난 지 어언 2년. 2년 전 인형술사가 과수원 아가씨가 사는 동네로 처음 온 날 이후로 그의 방랑 생활은 끝났다.
“이번 축제도 구경만 할 거에요?”
두 연인은 부드럽게 손을 잡고 그녀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의 목각 인형 세 개각 춤을 추면서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마치 웨딩마치를 닮은 그 장면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평소에도 실컷 인형극을 하는데 축제에서도 하라고? 이 곳 축제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축제보다도 즐거워. 아주 활기차고 행복이 넘쳐. 난 그걸 하나도 빠짐없이 두 눈에 담고 싶어.”
“눈에 담는 것보다 피부로 느끼는 쪽이 더 즐겁다고요.”
그녀가 그에게 찰싹 붙었다. 그리고 생긋 웃기까지. 그는 그녀의 애교에 굴복하고 말았다.
“작년엔 눈으로 보고 분위기를 배웠으니까 올해는 온몸으로 직접 느끼고 실천하는 거에요.”
“무슨 학교 수업 같은데?”
“뭐든 배웠으면 써먹어야죠.”
“좀 고상하게 말할 수는 없는 거야?”
즐거운 대화의 마지막은 언제나 아쉬운 헤어짐이었다. 그런데 헤어짐의 시간 직전에, 그들의 시야에 평소와는 다른 것이 그려졌다. 그녀의 집 현관에 화려한 마차와 수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거대한 장난감을 갖다 놓은 것처럼 말도 사람도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들의 소유자, 요란한 복색의 금발 남성만이 움직였다.
“하루!”
그는 과수원 아가씨의 이름을 부르며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누구세요?”
[쿵]
과수원 아가씨, 미우라 하루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상대의 기대를 짓밟았다. 금발 남성, 디노 캬발로네는 마차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하루의 무심한 한 마디에 충격을 받고 발을 헛디뎠다. 앞으로 거창하게 엎어지기까지. 그의 시종들은 전혀 웃지 않았다. 그를 일으키기 위해 움직이지도 않았다. 주인의 명령이 없으면 어느 것도 하지 않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다.
“생긴 거에 비해 유쾌한 사람이네.”
인형술사, 야마모토 타케시만 ‘묵’하고 한 번 웃어줄 뿐이었다.
“하루. 나야 나. 디노.”
“으음…….”
하루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민하는 중에 천천히 한 발짝씩 타케시의 뒤로 몸을 숨겼다. 디노가 벙글벙글 웃으며 하루를 곧게 쳐다볼수록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을 가렸다.
“아는 사람?”
“으음…….”
“저 문장은 캬발로네 후작 가의 문장인데, 그쪽 청년은 캬발로네 후작 가의 도련님? 아니면 심부름꾼?”
“문장을 알아보는 걸 보니 막돼먹은 놈은 아니군. 무지는 분명 죄. 하지만 난 관대한 몸이야.”
“도련님이군.”
“말 끊지 마.”
디노는 순간 발끈했다가 타케시의 여유 만만한 미소를 보고 아차 싶었다. 타케시는 웃는 얼굴의 뒤로 디노를 경계했다. 하루의 이상한 행동 때문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거니와 디노의 바보스러움을 한 눈에 알아봤기 때문에 최대한 디노를 만만하게 여기고 일부러 약한 듯 강하게 밀어붙였다. 디노가 그대로 타케시의 말에 희롱당한 것은 위와 같다.
“지금 하루가 도련님을 꺼리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오지 그래? 신사라면 그 정도 매너는 있겠지?”
“당연하지. 난 신사라고.”
당당하게 마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깨달았다. 처음 보는 청년이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꾸민 수작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가 올라탄 즉시 마차가 움직이는 바람에 다시 내릴 수도 없었다. 타케시의 목각 인형이 마부 대신 말의 엉덩이를 철썩 때려버린 것이다. 마차를 출발시킨 목각 인형이 말에서 뛰어내리자 땅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인형 두 개가 솜씨 좋게 그 인형을 받아냈다. 손발이 척척 맞는 이 트리플 플레이는(인형이 세 개니까 콤비 플레이는 아니다) 순전히 타케시의 정교한 조종 실력. 말굽 소리와 마차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타케시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하루를 대신하여 ‘첫 눈에 봐도 바보’를 쫓아내기 위해 뭔들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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