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das Rhapsodie[랩소디] -제4곡

★은하수★ 2009. 12. 12. 12:18

<공지>

1. 이것은 가정교사히트맨리본 판타지입니다!

2. 커플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4. 전에 쓴 중편 [환상곡]이 츠나요시 군 중심, [오페라]가 무크로 군 중심, [교향곡]이 히바리 군 중심, [칸타타]가 고쿠데라 군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람보 군 중심입니다. --주의!! -- 20년 후 람보, 즉 25세 람보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6. 잔인합니다. 15禁 잔인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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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곡

 

붉은 피는 불꽃이 되고 흰 살은 물방울이 되어 아주 작게 쪼개졌다. 그리고 허공으로 소멸됐다. 람보와 루체가 처리한 것들은 그 자리에 없는 백란이 그들을 희롱하기 위해 만든 절묘한 인형이었다. 천하의 대마녀 루체를 속일 만큼 완벽한 꼭두각시에 람보와 루체는 아까운 시간을 뺏겼다.

“루체. 이게 어떻게…….”

“내가 이런 속임수에, 이런 저급한 장난에 놀아나다니.”

“쳇.”

람보는 패닉에 빠진 루체를 닦달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사람을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지만 땅 위에 너부러진 추한 시체를 발로 차는 것으로 대신 화를 삭였다.

“내일 계승식이라는 본무대를 위한 오베르튜레(overture : 서막)인가? 깨나 사람 귀찮게 하는군.”

달과 별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태양이 떴다. 봉고레 백작가의 사용인들은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주니어의 생일 및 계승식 준비를 마무리했다. 오후 1시에 파티가 시작하기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초대받은 사람들이 성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선대 백작 부인의 오라비, 조네(die Sonne : 태양, 사사가와가 태양의 수호자이므로 성을 임시로 변경) 백작이었다.

“쿄코. 극한으로 이 오라비가 도착했다!”

조네 백작의 우렁찬 목소리가 고요를 파고들었다. 만발의 준비를 마친 백작 부인과 이제 막 남장(?)을 시작하는 주니어가 활짝 웃는 얼굴로 조네 백작을 맞았다.

아직 특별한 사고 없이 평화로운 장면을 몰래 지켜보는 두 눈이 있었다. 또 다른 두 눈은 가장 높은 첨탑에서 성 안과 바깥 둘레를 쫙 훑어봤다. 초대받은 손님 사이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을까, 날카롭게 주시했다.

“융스(Jungs : 소년을 낮게 일컫는 말)는 어때?”

“잔뜩 긴장하셨던데요?”

“공식 석상에서 남장을 하고 나타나는 건 처음이니까.”

“남장이라뇨. 원래 남자에요.”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졸업하고 첫 남장인데 잘 어울리려나? 예상외의 부조화가 눈에 띠면 진짜 웃길 거야.”

“람보.”

람보는 루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멋대로 주니어의 모습을 상상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무술 수업 때마다 주니어가 바지를 입은 모습을 봤지만 정장을 입은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드레스가 아닌 정장이 과연 주니어에게 어울릴 지 은근 흥미가 생겼다. 선대 백작을 빼다 박은 외모니까 어울린다면 어울리겠지만, 워낙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자태가 눈에 익어서 남성용 정장이 어색할 것만 같았다.

“백란은 계승식이 끝난 직후에 나타날 거에요.”

“융스가 백작이 되야 죽일 명분이 생기니까 당연하겠지.”

백란은 벌써 성 안에 있을까 아직 성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까. 아리아를 데리고 왔을까 아지트에 남겨뒀을까. 이번에 나타날 백란은 인형일까 실물일까.

긴장과 고민 속에 드디어 계승식이 시작됐다. 주니어가 남자라는 사실을 공표하고 초대된 손님들이 혼란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이에 후딱 계승식을 끝냈다. 왕가 대표로 제 1왕자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얼떨떨한 상태로 주니어에게 검을 하사했다. 선대 백작이 쓰던 검을 주니어에게 주는 연극과 같은 형식적인 절차였다. 계승식 후 생일 파티를 시작해서야 손님들의 정신이 번쩍 트였다. 현실을 직시하는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소문으로만 듣고 직접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인데, 선대 백작님을 아주 많이 닮으셨습니다.”

정갈한 의상을 입은 백발 남성이 주니어에게 접근했다. 백발의 젊은 남성은 단아한 여성을 곁에 두고 있었다. 선대 백작의, 봉고레 백작 가의 피로 전해지는 초직감이 주니어를 자극했다. 저 단아한 여성이 루체를 닮았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봤다. 주니어는 깜짝 놀랐지만 생긋 웃는 얼굴로 모든 것을 감췄다. 백란이 그 속 표정을 꿰뚫어봤다.

“백작이 되신 선대 백작의 아드님. 람보가, 이렇게 의젓한 자태의 자신의 귀여운 융스를 보면 진정을 감동할 겁니다.”

주니어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면서 백란과 마주봤다. 잠시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람보와 루체가 자신을 지켜 주리라 확신했다. 7살의 조그만 심장이 귀엽게 콩닥거렸다.

“그래도 람보는 절 융스라고 부를 거에요. 그에게 백작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아버지의 절반은 쫓을 수 있어야 해요.”

“선대 백작님을 존경하시는군요.”

“미스터께서 아버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셔도 최소한 저에게는 빛나는 분이세요.”

초직감이란 인간의 직감을 뛰어넘은 비상식적으로 만감한 직감이다. 주니어는 백란이 선대 백작을 죽인 장본인이라는 것을 살 떨리게 느꼈다. 백란의 미소가 음모를 가진 가짜 미소라는 것도 일찍이 눈치 챘다.

“아. 정말 많이 닮았어.”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양 옆으로 길게 당기며 공포스런 미소를 만들었다. 평범한 인간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흉내 낼 수도 없는, 요괴나 가능한, 괴담에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미소였다.

“봉고레 백작 가는 아무리 봐도 하나같이 다 짜증나는 인간들뿐이야. 지오토 때부터 그랬나? 츠나요시 때가 가장 심했지.”

백란의 마력이 파티장을 지배했다. 초대된 손님들 모두 수면 마법이 섞인 독기에 당해 쓰러졌다. 주니어는 루체의 보호 마법 덕분에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어디 있는지 몰랐으면서 마법을 쓰자마자 정확하게 나타나다니, 역시 마녀 중의 마녀군.”

“그에 비해 당신은 대응이 느리군요.”

백란은 아차 싶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람보에게 붙잡힌 아리아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이곳에 있는 건 진짜 백란과 아리아다. 람보의 우악스러운 손이 조금만 삐끗해도 아리아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것이다.

살을 파고들만큼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와이어는 대여섯 겹으로 아리아의 목을 구속했다. 와이어의 끝은 람보의 굳게 다문 입과 이어져 있었다. 이미 충분히 팽팽하게 고정되어 기도를 조금씩 조였다. 아리아는 와이어를 끊고 싶어도 두 손마저 구속되어 얌전히 서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등 뒤에서 곱게 포개 잡은 아리아의 두 손은 람보의 소드 브레이커에 바비큐처럼 나란히 꽂혀 피를 흘렸다.

“아리아. 너무 쉽게 붙잡혔잖아.”

백란은 난처함을 감추고 아리아를 향해 밝게 웃었다. 그에 비해 아리아의 탁한 눈은 너무나 송구스러워했다. 맞대결은 고사하고 허리춤에 찬 검을 뽑을 새도 없이 람보에게 잡혔다. 백란을 위해 존재하는 인형은, 드레스에 비쳐보이는 팔이 더 하얗게 보이도록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의 주인에게 미안한 나머지 구해달라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다. 도와달라고 입도 뻥긋 할 수 없었다.

“백작님. 어머님께서 조네 백작님과 함께 ‘그곳’으로 피신하셨어요. 혼자 갈 수 있으시나요?”

“갈 수는 있지만…….”

주니어는 살인마처럼(이 아니라 살인마로 돌아간) 날카로운 표정의 람보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람보는 웃지 않았다.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눈으로 공포를 끌어올렸다. 주니어는 시선을 루체에게로 옮긴 후 자신의 어깨에 얹혀 있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내렸다.

[척]

선대 백작이 쓰던 검이 주니어의 손에서 백란을 향해 곧게 뻗었다. 백란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루체 대신에 백란의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다. 조그만 체구의 소년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은 장검을 한 손으로 쥔 자태는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만큼 위풍당당했다. 두려움이 일절 없는 힘 이쓴 눈매는 선대 백작과 이미지가 겹쳐졌다.

“그 눈. 더욱 더 죽이고 싶어져.”

“나의 신하에게 손을 대는 자. 내가 응징하겠다.”

람보와 루체, 그리고 백란은 등골이 오싹했다. 7년 전, 선대 백작이 백란을 상대하면서 던진 첫마디와 토씨 하나 말투 하나 어긋나지 않았다. 선대 백작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환청까지 일어났다.

“꼬마 주제에 건방지군. 봉고레 백작.”

“진짜 건방진 건 지금 부터다. 람보. 나의 가신이라면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해라. 그 계집을 처리하고 저 무례한 자를 처형할 것을 명한다. 루체. 너 역시 같다.”

목소리는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간을 다른 곳에 맡겨둔 마냥 근거 없는 당당함으로 무장했다.

“하하하하! 야무진 꼬맹이군. 오늘 부로 봉고레 백작 가의 대를 끊어주마.”

[우둑, 촤악-]

백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리아의 목이 부러지고, 흰 척추가 보이도록 등가죽이 벗겨졌다. 순식간에 붙잡히고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겼다. 루체의 딸, 백란의 인형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졌다.

[촤악, 질퍽-, 촤-악, 후두둑]

람보는 보란 듯이 아리아의 시체를 능욕했다. 세 개의 갈고리로 심장을 퍼내고 복부의 온갖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 땅 위에 흩뿌렸다. 주니어는 루체가 눈을 가렸지만 백란은 인형의 추한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안이 파이고 붉게 물들어가는 인형을 보며 백란의 두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단 한 가닥의 약하디 약한 이성만이 그를 유지했다. 성을 통째로 삼키고도 남을 만큼의 다량의 마기가 독기까지 가득 품고서 백란의 분노를 보여줬다. 하늘과 땅이 죽어가고 기절한 사람들의 육체에도 침투하여 산채로 부패시켰다.

“백작님. 더 이상 여기 계시만 안 됩니다. 저와 람보가 저 자를 해치울 테니….”

“어딜 튀려고.”

“네 상대는 나다.”

주니어와 루체를 향해 뻗은 마수를 람보의 아이언 글러브가 재빠르게 가로막았다. 백란의 손이 닿은 갈고리는 악취를 풍기며 녹아내렸다. 람보는 당황하지 않고 글러브를 벗으면서 백란의 머리를 향해 세차게 휘돌려 찼다. 백란은 반 발짝 물러나며 피하는 것 같더니 눈꺼풀을 한 번 깜빡거리는 사이에 주니어의 등 뒤로 이동했다. 람보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주니어의 키를 넘어 백란을 향해 소드 브레이커를 던졌다.

[챙!]

람보의 손에서 벗어난 소드 브레이커는 백라느이 마력에 지배되어 주니어를 향해 비행 각도를 급변경했다. 다행히 루체가 만든 보호막이 훌륭하게 기습을 막아냈다.

“꼼짝없이 여기 있어야겠네.”

“죄송합니다, 백작님. 제가 무력하여 마법으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백란의 공간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루체는 이동 마법을 발동할 수 없었다. 설사 쓴다 해도 백작 부인이 있는 곳, 주니어가 피신할 곳의 위치를 금방 들킬 것이다. 이럴 땐 직접 발로 뛰는 것이 안전한데, 백란이 가까이서 마크하고 있어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를 능욕한 것을 용서할 수 없어. 절대 용서 못 해.”

독이 점점 짙어졌다. 루체가 각자에게 씌워준 보호막마저 녹아내릴 것 같았다. 루체는 아슬아슬하게 백란과 기싸움을 했다.

“네 놈은 여태껏 많은 귀족을 능욕했으면서 계집 하나에 이리 비싸게 구는 거냐? 속 뒤집히는 모순이군.”

[휘익]

람보의 주먹이 백란의 인중을 노렸다. 하지만 독기에 살이 녹아 터지면서 백란에게 닿기도 전에 주먹이 피범벅이 됐다. 루체는 치료마법을 걸고자 했지만 람보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점차 뼈가 드러나는 그의 양손이 아닌 멀쩡하기만 한 팔꿈치와 어깨 등 마법이 빗나갔다.

“싸움에 익숙하다지만 요령이 없군.”

[푹!]

“요령 없는 건…… 쿨럭! 네 쪽… 이다.”

“람……보!”

백란의 마법검은 주니어의 심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대기를 가로질렀다. 루체가 황급히 보호막을 강화했는데, 람보가 그보다 먼저 제 몸으로 백란의 검을 받아냈다. 백란의 독이 람보의 몸 속 구석구석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주니어는 람보가 검붉은 피를 토해내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아랫입술을 꾹 물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두려워서도 아니다. 분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지금 2:1이라는 것을 잊은 것 같군요.”

루체의 희고 투명한 마법이 두꺼운 붕대처럼 백란의 몸을 칭칭 감았다. 그리고 과일 압착기처럼 순식간에 그를 조여서 흰 마법이 그의 피에 물들어 붉게, 붉디붉게 더러워졌다. 람보는 백란의 시체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수고했어, 람보.”

주니어는 피범벅이 된 것도 모자라 독 때문에 피부가 검푸르게 변해가는 람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우 눈물을 참았다. 일곱 살의 주군은 커다란 덩치의 신하가 숨이 끊어지는 과정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람보의 체온이 점차 멀어지는 것도 확실하게 피부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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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과 에필로그는 카페에 연재하지 않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