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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고찰 04 -Hush 편

★은하수★ 2010. 2. 21. 01:27

짧은 고찰 04

-Hush

 

  내가 윤지운 작가님을 맨 처음 알았을 때가 Hush를 단행본으로 접했을 때다. 그것도 이미 완결 나고 수개월 후(아마 몇 년 후였을지도 모른다). 당시 내가 몇 살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일본 액션·스포츠 만화만 보다가 처음 우리나라 순정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던 때였는데, 글쎄? 그게 언제인가를 기억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워낙 김연주 작가님에게, 그리고 카라의 그림체에 익숙해 있던 내게 윤지운 작가님은 신선 그 자체였다.

  언급했지만 난 액션·스포츠 그리고 판타지 마니아다. 일본 만화에서 조차 순정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 남장여자, 여장남자 같은 스토리를 접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Hush가 더 재밌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몇 년 만에 Hush를 다시 읽어봤다. 보통 예전 순정물은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Hush는 손발이 오그라들기는커녕 애들이 귀엽다. 역시 연장자의 시선에서 캐릭터를 내려다보기 때문일까?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면서, 사소한 해프닝 속에서, 아이돌이니 팬이니 하는 사회적 신분(?)을 떠나서, 그냥 동급생끼리 투닥거리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아, 주연급 조연(여주인공의 친구와 남주인공의 형 -난 역시 이름을 못 외우는 것인가) 커플은 그냥 감초. 지나가는 이야기 축에도 못 낀다. 최소한 내 눈에는 그들이 아우토반중(Out of 안중)에 불과하다. 워낙 주인공들의 귀염도(귀염성 퍼센트)가 MAX에 다다라서 주변에 어떤 캐릭터가 으르렁거리고 아양을 떨어도 눈에 안 찬다.(난 역시 편애성 인간이었어)

  개인적으로 「시니컬 오렌지」가 비극성 혹은 우울한 분위기였다면, Hush는 희극성 혹은 천진발랄한 분위기라고 도장 쾅 찍고 싶다.

  이 기회에 새삼 느꼈지만, 순정 만화만큼은 10대 때 읽는 거랑 20대 때 읽는 거랑 느낌이 거의 흡사하다! 역시 순정은 나와 코드가 안 맞는 장르다. 액션·스포츠·판타지 계열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데 말이다. 이걸 슬프다고 해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지, 안 해도 될 고민을 한 번 짧게 해보는 나다.

 

2009년 11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