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고찰 03
-Fly 편
김연주 작가님의 동양풍 판타지(서양식 이름과 배경에 동양식 소품들) 단권본, Fly. 절판 났다가 ‘장미정원’이 추가되어 증판 됐다. 김연주 작가님의 열렬한 팬으로써 당연히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少女王(소녀왕)」, 「PLATINA(플라티나)」, 「NABI(나비)」. 장편들을 보면서, 독창적인 플롯과 깊은 사고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솜씨에 완전히 반했다. 가끔씩 출현하는 SD사이즈의 기습 컷은 약방의 감초요, 배경에 리듬 있게 나열되는 내레이션은 소설의 속 깊은 지문보다도 더 기품 있더라.
작가님이 부러운 건, 무엇보다도 단편을 쓰는 스킬이다. 단편에 영 소질이 없는 나는, 단편에서도 단단한 스토리 배경과,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과, 흥미진진한 진행을 모두 아우르는 재주를 동경한다. 그저 재미만 추구하는 세상 파다한 만화보다는 김연주 작가님의 가치관 깊은 만화가 더 빛나 보이는 것도, 이런 스킬이 뒤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맑은 읽으시는 것일까. 사색 시간을 많이 가지시는 것일까. 감성을 담는 서문다미 작가님과는 또 다른 감성적인 만화. 아니, 감성적이라기보다는 가치관이 짙은 이성적인 만화다. 서문다미 작가님의 작품이 긴 시간 고은 뽀얀 사골이라면, 김연주 작가님의 작품은 긴 시간 우려낸 맑은 육수다.
배신자일 것 같은 자가, 가장 수상한 자가 실은 진짜 동료라는 뻔한 법칙. 그런데 암만 뻔한 법칙이라도 끝까지 헷갈리게 진행하는 표현력은 내가 아는 여러 작가님 중에서도 당당하게 1등이다. 복선을 깔 때는 은밀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 때는 하나씩 확실하게 끝까지. 단편이든 장편이든 변함없는 김연주 작가님의 최고 장점이다.
철없는 공주님이 철든 여왕님(아직 되지 않았지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리고 증판 Fly에 실린 ‘국경에서’의 Fly 진짜 결말이, 이것이야 말로 열린 스토리고 열린 결말이라는 것을 가슴 터지도록 느꼈다. 어중간하게 끝냈다는 느낌 없이, 확실하게 결말이 났으며, 그리고 독자의 상상으로 그 어떤 뒷이야기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 이 멋진 기술을 작가님에게서 직접 배우고 싶다.
2009년 10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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