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안스의 용병은 성역 안으로 잠입했다. 웬만해선 화타가 나이를 핑계대면서 플러스의 힘을 쓰지 않는데 이번엔 특별한 일이니까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그는 인간으로서 50대 후반의 노중년이지만, 플러스-어둠의 정령왕 아르카나의 영향으로 이미 20대 초반에서 노화가 멈췄다. 그래도 변화 마법으로 일부러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아르카나의 거대한 그림자에 모두를 숨기고 성역 깊숙한 곳까지 미끄러지듯이 신속하게 이동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자는 멀미를 항 정도로 움직임이 과하게 변칙적이지만 가디안스의 용병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긴 복도를 지나 성역의 가장 안쪽에 다다르자 예상치 못한 커다란 홀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동굴 내부보다는 신전 내부에 어울리는 화려한 장식이 꽉 채워져 있었다. 눈부신 대리석으로 벽과 바닥을 빽빽하게 채우고, 금박이라고 해도 수많은 금이 쓰였을 만큼 다량의 금제 장식품이 곳곳에 자리했다. 형형색색의 보석도 새끼 손톱만한 크기부터 주먹만 한 것까지 여기저기에서 반짝거렸다. 가파른 절벽을 깎아 만든 바깥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라서, 동굴 입구를 경계로 아주 다른 세계로 이동한 기분이었다.
“여기로 올 때까지 한 번도 이상한 장치를 못 보지 않았어?”
“내 그림자 능력을 뭐로 아는 거야? 정령마법은 신의 영역에서도 제한 받지 않는 자유마법이야. 유사 신족의 신성 영역쯤이야 얼마든지 헤집고 다닐 수 있어.”
동료들을 원래대로 되돌린 화타는 디레스를 흘겨봤다. 자신을 얕본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언짢아졌다.
“뭐하는 놈들이냐?”
포일러가 가디안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상관 오웰을 지키듯이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향해 적의를 보였다.
“아. 들켰다.”
“보스 상당히 담백하게 말씀하시네요.”
“형식적으로라도 이런 반응을 보여야 할 것 같아서.”
“가끔 보스가 이해가 안 돼요.”
“괜찮아. 이해 못해도 맘 상하지 않아.”
시아와 민은 크루세이더의 소드를 무시하고 잡담을 주고받았다. 성급하게 판단하고 달려드는 인물들이 아닌 만큼, 벌써 홀 전체를 파악하고 크루세이더 손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까지 재빠르게 훑어봤다. 그래서 크루세이더를 제압하기 전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혹여 그들이 중요한 것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갖고 있었다 해도, 오웰 슈나이더와 이름 모르는 간부를 상대로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적으로 가디안스가 우세하기도 우세하지만 시아나 민 혼자서도 충분히 끝장 낼 수 있는 상대였다. 다른 말로 하면, 플러스가 제아무리 나가, 소드라도 오리지널의 습성 때문에 플러스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키메라 고유의 감각으로 읽은 자의 여유였다.
신경을 따끔하게 자극하는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따. 살기의 주인은 초고속으로 민에게 접근해서 왼손으로 목을 움켜잡았다.
[스륵]
균형이 흐트러진 목부터 잔상이 사라졌다. 시아의 잔상을 그보다 조금 늦게 사라졌다.
[덥썩]
이 때, 휴가 크루세이더의 건방진 하급 간부를 등 뒤에서 붙잡았다. 그가 했던 것과 똑같이 왼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살기를 적당히 내뿜었다. 밀접한 곳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소량이라고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법. 포일러는 순간 몸이 굳고 사고 회로가 끊어졌다.
“보스랑 류 군을 노리다니 약았어. 어린애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나? 약았다고 해야 하나, 로리콤 변태라고 해야 하나.”
포일러는 자상한 목소리에 가려진 가벼운 악담에 정신이 들었다. 적에게 뒤에서 붙잡힌 것도 모자라 정신을 놓을 만큼 긴장한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정신이 들자마자 얼굴이 새빨개지고 살기가 주구장창 솟아올랐다. 더욱이 상대는 자신과 같은 소드. 치욕감이 살기를 몇 배로 증폭시켰다. 진심으로 찢어 죽이고 싶어졌다.
“이거 몹쓸 청년이군.”
휴는 포일러를 사뿐히 밀듯이 놓아줬다. 포일러는 이때를 이용해서 휴를 향해 뒤돌려 차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휴는 여유롭게 뒤로 빠지면서 피했다. 배실배실 웃는 얼굴이 포일러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휴가 포일러를 마크할 때 오웰을 상대한 것은 디레스였다. 천상계 상급 나가와 적룡왕의 적자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대결구도가 눈을 끌었다. 둘 다 조용하고 침착한 성품이지만, 한 번 뒤집어지기 시작하면 전후좌우 볼 것 없이 내키는 대로 때리고 부수는 히스테릭한 성격을 가져서, 누가 먼저 성격한계에 다다를지 주목하는 것도 묘미였다. 그래도 도화선이 길고 서로의 성격을 잘 아니까 일부러 자극해서 가루다 일족의 성역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득이하게 힘자랑을 해야만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주변을 망가트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가루다 킹의 증거에 손을 댔나?”
길드원들이 크루세이더의 두 간부를 가로 막는 중에 시아가 그들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자기네 보스에게마저 겁 없이 대들고 ‘빨리빨리’를 모토로 사는 포일러가 퉁명스럽고 거칠게 받아쳤다.
“헛. 찾았으면 아직까지 여기에 죽치고 있겠냐? 거기 달려 있는 머리로 생각 좀 하지 그래?”
시아를 모욕하는 발언에 가디안스의 분위기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시아 본인보다 길드원들의 상태가 더 심했다. 보스에게 절대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민과 플릿이 누구보다도 제일 예민하게 반응했음은 당연하다. 그들은 시아의 옆에 있다가 순식간에 포일러를 견제하러 이동했다.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기세였다. 시아는 그들을 말릴까 하다가 설마 사고라도 칠까 하고 내버려뒀다.
“역시 네 놈들이 여기에 쉽게 침입한 건 여기를 지키는 중추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군. 누군지 몰라도 용케 잘 숨겼어. 물론 가루다 킹이겠지만.”
“얕보는 거냐? ……제길.”
휴가 정면에서 길을 막았다. 그의 검, 슈바르체 트레네(Schwarze Träne : 검은 눈물)를 곧게 들어 올려서 예리한 칼끝으로 포일러의 목을 가리켰다. 여유가 한 뼘밖에 안 될 만큼 가까웠다. 휴가 검을 꺼내 들었다는 것은 그가 극도로 진지해졌다는 뜻이다. 이때의 휴는 충성을 바치는 자에게 거슬리는 모든 것을 이 검으로 제거한다는 생각 하나 밖에 없다. 모든 것은 보스를 위해서라는 신념이 본능으로 변하는 시점인 셈이다.
“왕의 증거를 벌-써 숨겼단 말이지……. 현명한 왕이군.”
오웰은 차가운 표정으로 가루다 킹을 비꼬았다.
“떼죽음 당할 걸 알면서 맞서다니, 그 숭고한 정신에 예를 표해야겠어. 아, 헛걸음한 그대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쳐야겠군.”
“나가란 꽤나 불쾌한 마력을 갖고 있는 종족이었군요. 원래부터 탁한 마력으로 유명하지만 이 정도로 역한 줄은 몰랐습니다.”
디레스도 마력을 밖으로 넓게 방출해서 오웰의 마력이 시아에게 닿지 않게 했다. 그가 1차 방어선을 구현했을 때 화타는 시아의 바로 옆에서 2차 방어선을 형성했다. 정령의 순수한 마력으로 시아를 감싸 안는 구를 만들어서 철저하게 보호했다. 하지만 아르카나의 보호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디레스가 오웰의 불순한 마력을 훌륭하게 견제했다.
“순종 주제에 우리 크루세이더의 위대한 뜻을 어떻게 이해하겠어? 쓸데없는 참견 말고 물러나라.”
“위대한 뜻. ……. 풉.”
디레스는 흉내가 아니라 진짜로 웃음을 터트렸다. 어깨를 미세하게 들썩이며 억지로 참다가 결국 호쾌하게 쏟아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홀 안에 디레스의 웃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모두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오웰만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봤다. 미간은 최대한 좁히고 눈 꼬리는 확실하게 치켜 올리고 입은 두 입술을 굳게 붙였다. 어금니까지 꽉 깨물고 눈동자가 점점 날카롭게 좁혀졌다. 속에서 솟아오르는 모든 악감정을 마력으로 승화하여 내보내자 마력이 한 층 더 역겨워졌다.
“이런, 이런, 실례. 너무 어이없고 불쌍해서 말입니다. 웃음이 마구 나더이다.”
디레스는 자신을 추스르면서 머리칼을 뒤로 한 번 쓸어 넘겼다. 붉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는 잔디처럼 힘없이 뒤로 밀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자신들이, 클러치 사마엘이 질리거나 필요하지 않게 되면 가차 없이 버릴 꼭두각시라는 사실을 모르나 본데, 자신의 처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길드가 위대한 뜻을 갖고 있다고요? 농담도 정도껏 하시죠.”
디레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상궂어졌다. 하지만 말없이 오웰을 노려보다가 표정이 금방 환해졌다. 피식 웃으면서 안면 근육의 긴장을 풀었다.
“보스. 난 순종이라서 크루세이더의 위대한 뜻을 모르겠어. 보스는 알겠어?”
“하? 그건 어느 동네 그지 같은 농담이래?”
시아가 1초의 여유도 없이 디레스의 말을 받아쳤다. 디레스는 시원하게 하하하 웃었다.
“보스. 그런 말 쓰지 말라니까. 품위 없어.”
“넌 그쪽 녀석이나 신경 써.”
“정말이지. 나날이 험해져서 큰일이야.”
휴는 졸지에 긴장감이 풀려서 계속 포일러를 겨누던 검을 거뒀다. 시선까지 시아에게 박았다.
포일러는 이것을 기회로 불리한 자리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바닥에서 잠깐 뗀 오른발을 도로 제자리에 얌전히 붙였다. 휴가 여전히 자신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마력의 흐름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과 플릿도 자신을 향해 온갖 적개심을 퍼붓고 있는 중이라, 충돌 없이 자리를 벗어나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는 가볍게 욱하는 성격이지만 판단 능력이 꽤 쓸 만했다.
바깥의 싸움이 더 격렬해졌는지 아니면 성역 근처에까지 와서 싸우는 것인지, 지진의 여파로 가볍게 흔들리는 것 같은 울림현상이 성역 내부에서 일어났다. 왕의 증거가 없는 성역이지만 수호력이 끈기 있게 남아 있는 탓에 누구와 누구가 싸우고 있는 건지 마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작은 폭발음과 가벼운 진동만 불규칙적으로 전달됐다.
“이봐, 크루세이더. 천상계에서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징벌자’들이 움직이면 전원 살아남지 못해.”
유사 신족 중에는, 신의 명령 혹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서 천상계를 어지럽히는 자를 처단하는 종족이 있다. 파주주와 무슈후슈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데, 순수하게 ‘징벌자’로 명명되는 종족은 파주주다. 성격 더러운 유사 신족 순위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괴팍하고 신경질 적인 성격의 소유자라서,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한다고 해도 쉽게 폭주해 버린다.
“흥. 말이 유사 신족이고 징벌자지, 드래곤의 반 밖에 안 되는 허접한 것들이야. 성가신 능력을 갖고 있어도 녀석들보다 강하면 아무 문제없어.”
오웰은 플러스가 나가인 만큼 소유한 지식의 양이 방대했다. 보통 지상계 존재 중에 천상계 존재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대자연에게 품어져 태어났다는 정신계 종족이나 드래곤 혹은 나가처럼 소유 지식이 어마어마한 종족이 아니면, 그들에게서 특별히 지식을 전수 받아야 한다. 천상계 자체가 신성한 곳이니 지상계 존재가 천상계에 대해 왈가발가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지식 단절인 셈이다.
“징벌자가 우릴 벌할 생각이라면 벌써 이곳에 왔겠지. 하지만 그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가루다, 나가, 소드. 그들에겐 너무 버거운 상대잖아. 천상계가 통째로 무너질까봐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을 거야.”
“아아. 상당히 몹쓸 주둥아리군.”
시아는 순식간에 오웰의 코앞으로 이동했다. 시아를 지키고 있던 화타와 디레스는 그녀의 움직임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자신들이 마력으로 만든 방어존을 통과한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오웰도 정신 차리고 보니 날카로운 악마의 손톱이 자신의 심장을 노리고 있어서 온몸으로 오싹함을 느꼈다. 자신이 따르는 보스에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위압적인 공포도 경험했다.
“유사 신족을 왜 유사 ‘신족’이라고 하는데? 신을 모욕하면 안 돼 듯이 그들도 모욕해선 안 돼. 이건 상식이잖아. 세계에 버림받은 키메라 주제에 자기 몸 챙길 생각은 안 하고 겁대가리 없이 이런 짓거리나 하고 말이야. 사마엘은 너네한테 뭘 가르치는 거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면 된다. 하지만 시아는 위협만 했다. 이유 없이 피를 보는 일에 넌더리가 나서, 아직 캐낼 것이 남아 있어서, 손을 곧게 펴고 손톱을 오웰의 가슴에 아주 살짝 대기만 했다. 그런데 손이 원했다. 욕구가 솟아올랐다. 마음속으로 손을 푹 찔러 넣어서 심장을 쥐어 꺼내는 감촉이나 몸속에서 활발하게 흐르는 붉은 피의 따뜻함을 갖고 싶었다. 오랜만에 그리운 감각을 듬뿍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악마의 본성을 억누르고 스톱 모션으로 신경이 저릿저릿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기프테 폰 크로이추크, 펜타곤, 이젠 가루다 킹의 증거. 그 다음은 뭐냐? 이제 놀랄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듣고 마음의 준비 좀 하자.”
오웰은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와 직접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긴장감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사마엘과 함께 소울테이커급 키메라, 진 시아.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박력을 구사할 수 있는 인재 자체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일 것이다.
“진로를 결정하는 건 보스와 제 1기사다. 난 제 1기사의 명령대로 가루다 킹의 증표를 가지러 온 거다.”
“큭. 그래?”
“그렇다.”
“제 1기사가 명령을? 제 12기사인 너한테?”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아니었…….”
“사마엘은 이 일을 아냐?”
대답이 즉각 나오지 않았다. 시아는 피식 웃더니 오웰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오웰의 정신을 무너트릴 만큼의 공포도 덧붙였다.
<루시퍼의 말이 사실이었어. 원 세훈이 클러치 사마엘 못지않은 야심가라더니, 이거 골 때리게 끝내주잖아.>
오웰은 등골이 오싹하고 뇌가 딱딱하게 굳었다. 어떤 생각도 할 수 없게 사고를 붙잡힌 것 같았다. 공포와 경외 그리고 절망만 느끼도록 감각이 지배된 것 같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큭. 큭. 크크크크크크. 큭 크흐흐! 큭. 큭.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인간-가루다 키메라께선 천상계로의 출세를 원하나본데 그게 오랜 벗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래? 크흐흐흐흐흐흐흐흐. 큭. 크크크. 츠뵐프 리터는 벌써 줄을 섰군. 큭. 큭. 크크흐흐흐흐흐흐흐. 큭. 바보 보스만 모르는 거대한 사업이 크루세이더의 원대한 꿈이냐? 적당히 포장해. 헷갈리게 하지 말고. 너네는 조사할 때마다 모순투성이란 말이다. 아주아주아주아주 짜증나.>
시아는 야비하리만치 길고 얇은 미소를 짓고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녀의 주위에 짙게 깔린 공포의 공기가 일순간 사라졌다.
[쿵!]
오웰이 서있던 자세 그대로 굳은 채 뒤로 쓰러졌다. 이미 정신이 부서졌다. 하지만 회복 가능할 정도였다. 시아에게 유도되긴 했지만, 정보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한 시아 나름의 보답이었다.
“이 녀석들은 임무 실패다. 하지만 절반뿐이지. 완전히 망쳐줘야 하지 않겠어?”
길드 가디안스의 보스는 무표정으로 길드원들을 돌아봤다. 속이 텅 빈 듯 하면서 목표물을 올곧게 노려보는 듯한 블랙-레드 오드아이가 다음 행동을 지시했다.
“Ja, für Sie, meine Boß."
민, 휴, 디레스, 플릿, 화타. 이들 다섯은 보스를 성역에 남겨두고 본격적으로 나가·소드 연합군을 제압하러 갔다. 체인급 혹은 와인드급 키메라 전사들은 같은 유사 신족도 두려워하는 막강한 군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싸우고 싶어서 손이 오글거리고 온몸이 떨렸다. 살육 본능에 따라 피와 시체를 대지에 가득 메우고 싶었다.
“거기, 유능하더군. 오랜 시간 잘 참았어. 이왕 무사히 목숨 부지한 김에 이 산송장 데리고 빨리 꺼져. 사마엘에게 안부…… 아니지. 그랬다간 바보 사마엘이 눈치 챌 테고. 원 세훈한테 안부 전해줘. 사마엘을 바보 취급하는 데엔 협력하겠지만 네 녀석 일은 철저하게 막겠다고 말이야.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순화하지 말고 그대-로 전해.”
시아는 방어력이 제로점에 가까워진 무능력한 성역에 크루세이더를 두고 전장에 정식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가루다 일족의 무의미한 죽음을 1초라도 빨리 막기 위해서, 키메라가 된 후 두 번째로 소울테이커급으로 각성했다. 위엄. 공포. 박력. 경외. 신이 있다면 그녀와 같을 것이다. ‘가루다 명예 전쟁’에 참전했던 자들은 모두 그 날의 시아를 ‘절대 투신’으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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