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단편)[히바하루]Il verde

★은하수★ 2011. 3. 15. 10:48

 

<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verde 란 이탈리아 어로 '초록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굉장히 열린 결말의 단편입니다. 왜냐구요? 무릎베개는 이미 전에 연재한 것에서 써먹었던 소재라서 뒷 이야기는 일부러 안 썼습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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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verde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마을. 달콤한 풀 향기가 진하게 깔려 있는 잔디밭과 여름의 강한 햇살을 운치 있게 가려주는 굵직한 나무들이 절경을 이루었다. 마을의 절반이 이처럼 세련된 녹음으로 이루어져서 전체적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그 녹음 속에서 저마다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마저 여유의 운치가 흘러넘쳤다.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아파트는커녕 다세대 주택도 없이, 단 한 가구씩 사는 고급주택이 각기 200~300m 거리를 두고 마을 전체에 뿔뿔이 흩어진 모양새를 이루었다. 그 중 붉은 벽돌로 벽을 쌓아 올리고 일본식 전통 기와지붕을 얹은 2층 주택이 마을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 마을 주민이라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집이나, 외부인 중 특수한 소수의 사람들은 곧잘 드나들었다.

현관문을 열면 가게의 차임벨이 울리는 것처럼 일본 전통 풍경이 아기자기한 소리를 냈다.

“다녀오셨어요?”

뒷머리칼이 목덜미를 살짝 덮을 정도의 심플 숏컷을 한 동양계 여성이 생긋 웃으며 현관으로 마중 나왔다.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편하고, 갑자기 밖으로 나간다 해도 민망하지 않는 가벼운 옷차림이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풍경을 울리며 들어온 남자는 넥타이를 목 가까이까지 단단히 맨 딱딱한 정장차림을 하고 있었다. 몸 앞의 재킷 단추를 풀어놔서 그나마 숨 쉴 구석이 있어 보이나 손목 커프스(cuffs:단추)를 빳빳하게 잠근 모양새가 다시금 정장의 격식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가 천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완고한 분위기가 정장 때문에 더 딱딱해 보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기운이 넘치는군.”

“네.”

하지만 그녀의 앞에서는 대가없이 무한히 부드러워졌다. 타인 앞에서나 자신 스스로에게나 일부러 엄하게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만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친절과 온정을 베푸는 것도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그의 온화함은 오로지 그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특권이 되었다. 그와 그녀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의 이름은 히바리 쿄야. 이탈리아 중남부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마피아 조직, 봉고레 패밀리의 고위 간부다. 보스의 최측근이라 불리며 조직에서 보스 다음으로 절대적 지위를 가진 여섯 수호자 중 한 명으로, 그가 상징하는 것은 ‘구름’이다. 여섯 수호자 중에서 보스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수호자는 따로 있지만, 조직 내 최강자는 자타공인 히바리 쿄야다.

그녀는 미우라 하루. 중학생 시절부터 봉고레 패밀리의 젊은 10대와 인연이 있었다. 그러다가 보스의 수호자들 중 히바리에게 이끌려 같이 이탈리아로 넘어왔다.

10대 보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년식을 치르면 본격적으로 조직을 잇기로 일찍이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에 수호자들도 그를 따랐다. 이 때 같이 이탈리아로 넘어온 사람이 보스의 연인이자 태양의 수호자의 여동생인 사사가와 쿄코, 그리고 조직 내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한 미우라 하루였다. 그런데 10대 보스나 수호자들이나 그녀들이 마피아간 항쟁에 말려드는 것을 극구 꺼렸다. 그래서 본부나 지부와는 관계없는 지역에 그녀들의 거처를 마련했다. 히바리는 단독행동이 주류고 원래 그런 성향이 극도로 심하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지만, 자신이 하루를 이탈리아로 데려왔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 살았다. 참고로 보스와 사사가와 쿄코도 그렇다.

히바리는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도중에 우뚝 멈춰 섰다. 넥타이를 풀던 손도 잠시 멈췄다가 거실로 돌아서면서 넥타이를 마저 죽 끌었다.

“누가 왔었나 보지?”

미우라가 매사 깔끔하게 정리 정돈하는 성격이지만 히바리도 그녀 못지않아서, 평소와 다른 아주 작은 차이를 곧잘 찾아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이 고도의 센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직업병처럼 사소한 것에 민감했다.

“크롬이 왔었어요. 오랜만에 이런저런 쌓인 이야기를 했어요.”

“안개의 여자……. 어느새 본부에서 사라졌다 싶더니만……. 갑자기 로쿠도 무크로가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하히? 그런 건 크롬이 용서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히바리는 보일 듯 말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생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안개의 수호자 로쿠도 무크로의 대리인, 크롬 도쿠로가 중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두 친구가 향수병을 극복하고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그만 이벤트를 연 적이 있었다. 오로지 여성을 위한 금남의 이벤트라서 봉고레 패밀리의 보스 및 수호자들은 근처 카페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크롬이 봉고레링에 걸맞은 우수한 환술사로 성장한 만큼, 그녀의 환술은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즐거운 분위기가 무크로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정신 링크가 강한 두 환술사가 서로 저도 모르게 분위기를 탄 나머지 빈디체에 있던 무크로가 크롬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버렸다. 다만 크롬도 환술능력이 강해 그녀의 몸을 빌리는 방법은 이제 반발력 때문에 그녀의 동의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고, 대개 그녀의 근처에서 유환각의 형방법으로 자신의 모습을 구현했다. 그 날도 역시 유환각이었다.

금남의 이벤트에 남자가, 그것도 하루나 쿄코가 제일 불편해하는 무크로가 나타나자 그곳이 한 순간에 비명의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데 근처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던 보스 및 수호자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정리되어 있었다.

“천하의 로쿠도 무크로가 무릎을 꿇고 쭈그려 앉아서 그 여자한테 한 시간이나 설교를 들었던 일은 아직도 심심찮게 얘깃거리로 오르고 있어.”

히바리는 재킷을 벗고 셔츠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세 개까지 풀었다. 손목 커프스는 넥타이를 풀자마자 일찍이 풀어놓고 있었다. 밖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느슨한 차림으로, 혼자 있을 때조차 정좌를 할 것 같은 그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아이 참. 방에 들어가다 말고 여기저기에 옷을 흩트려 놓지 말라구요.”

하루는 방문 앞에 세워둔 장식용 스탠드에서 넥타이를, 소파 등받이에서 재킷을 차례차례 걷었다. 히바리가 정리정돈에 일가견이 있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리를 할 때’의 이야기고, 대개 편한 대로 행동한다. 정리를 직접 하는 것은 대부분 하루의 몫이다.

히버드는 히바리의 머리 위에 앉아 있다가 하루를 따라 히바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옷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의 등 뒤에서 요란스럽지 않게 유유히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거실로 나가자 어미를 따르는 미숙한 어린 새처럼 그녀가 가는 길을 똑같이 뒤쫓아 갔다. 히버드가 새 입장에서는 지긋한 나이지만 히바리와 하루에게는 여전히 어리광을 부렸다.

하루는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 서서 머뭇거리다가 히바리와 눈이 마주치자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왼쪽에 사뿐히 앉았다.

“이번에는 뭘 부탁할 거야?”

히바리가 하루와 같이 산지 2년, 그녀와 가까이 알고 지낸지 어언 8년이다. 그녀의 행동패턴이야 일찍이 꿰뚫었다. 직접 말로 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것을 본디 언짢아 하지만 그녀이기에 상관하지 않고 받아줬다.

하루는 창문을 통해 밖을 한 번 쳐다보더니 양손으로 히바리의 팔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가 얼굴을 붉히며 왼쪽 아래로 시선을 피하더니 다시 천천히 그와 마주봤다.

“오랜만에… 오랜만에 일찍 왔으니까 같이…… 산책하면 안 돼요?”

하루의 얼굴은 점점 더 붉게 달아올랐다.

히바리는 놀라는 기색 없이 그녀의 말을 예상했다는 듯이 가늘게 미소 지었다. 자신의 왼팔을 소심하게 구속하고 있는 그녀의 두 손을 자신의 큼지막한 오른손으로 살짝 덮어 잡고, 아프지 않을 정도로 ‘콩’ 소리를 내며 이마를 마주 댔다. 그녀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높은 체온으로 알 수 있었다.

“누구도 아니고 네가 꼬시는 건데 어떻게 거절하겠어?”

“꼬신다뇨?”

하루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에게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아니야? ……유감인데?” 흔쾌히 응하려고 했는데.“

히바리는 얄밉게 생글생글 웃으며 하루의 손을 하나씩 차례대로 떼어냈다. 하루는 적잖이 당황하며 이번에는 옷자락이 아닌 팔을 꽉 눌러 잡았다.

“꼬, 꼬시는 거 맞아요.”

귀와 목까지 새빨개져서는 히바리와 마주 보지 못하고 고래를 푹 숙였다. 나이는 숫자상으로 어른이지만 소녀 하루는 변함없었다.

히바리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으면서도 웃음을 참지 모하고, 입을 가린 손과 두 어깨를 가늘게 떨며 크득 거렸다. 내키는 대로 호쾌하게 웃고 싶었지만 그녀가 화를 낼까봐 억지로 참았다.

“무릎베개 해줄 거야?”

“네?”

“일에서 막 돌아온 나한테 다시 나가라며? 그러니까 중간에 힘들면 무릎베개 정도는 해줄 거지?”

하루는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히바리는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가 그녀의 어깨에 손끝이 닿기 전에 멈췄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이성과 감정 사이의 갈등을 들킬 뻔했다.

“가자.”

히바리는 왼팔의 팔꿈치를 살짝 들었다. 하루는 그대로 그의 왼팔을 감싸 잡고 그에게로 최대한 몸을 붙였다.

숲에 필적할 만큼 녹음이 짙은 조용한 마을에서 젊은 남녀가 다정하게 거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밖을 돌아다니는 동안의 그곳은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안식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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