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giallo 란 이탈리아 어로 '노란색'을 뜻합니다. 노란색은 외로움이나 강한 자기주장 등을 상징합니다.
4. 프롤로그에 낚이지 맙시다. 픽션이니까요.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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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이야기
→그대를 발견하다 ver. 히바리 쿄야 side
―몇 날이 지나도 풍기를 어지럽히는 녀석이 줄어들지 않아 탈이야. 게다가 최근엔 당당히 무리지어 다니는 녀석들도 있고.
창밖으로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그 중에 나미모리 중학교의 학생이 아닌 자가 섞여 있다. 나미모리 근처에 있는 유명 여중의 교복을 입고 있다. 여자 중학교의 교복이니까 당연히 ‘그녀’라고 칭하겠지만, 타 학교의 처음 보는 학생에게 친근한 표현은 붙이지 않는다.
나미모리에서 낯선 그 여학생은 나미모리 중학교의 일원도 아니면서 이 학교에 익숙한 듯 대담하게 돌아다닌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다. 여학생이 찾던 것은, 언제부터인가 무리지어서는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예의 한 학년 아래 학생들이다.
―품행이 바르고 머리 좋기로 소문난 학교에 다니면서, ‘저건’ 겉도는 별종인가 보군.
여자라는 존재가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던가. 자신이 기억하는 선에서도 타 학교 여학생처럼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은 없었다. 체면을 지킨답시고 얌전하게 미소 짓거나, 기분이 내키지 않아도 예의니까 억지로 미소를 만드는 등 지루한 얼굴만 기억에 남아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웃는 얼굴은 자신이 철든 이후 처음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무엇보다 바라는 삶이다.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그걸 모토로 살고 있다. 그런데 자각하고 있다. 자신은 자유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응석을 부리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자기 마음대로니까 받아달라고 고집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어리광 부리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야 알고 있다. 그런데 자신은 여전히 어린 아이다.
처음 보는 여학생이 한 눈에 눈부셔 보이는 것은 자신이 동경하는 모습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안다. 세상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이상적인 영혼은 첫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해가 아닌 심장으로 느낀다. 자유로운 영혼이, 세상에 응석 부리기만 하는 자신에게는 너무나 눈부시고 따뜻해서 가슴이 뭉클거린다. 가까워지고 싶어도 가까워지기 힘든 이상형이라고 단번에 인정하는 자신이 실망스럽다. 손 한 번 뻗어보지 못하는 나약함과 비겁함이 분하다.
→그대를 발견하다 ver. 미우라 하루 side
―들은 만큼 무서운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리본을 데리고 있는, 어쩌면 리본이 데리고 있는 사와다 츠나요시 일행에게서 나미모리 중학교의 지배자라는 사람에 대해 수차례 들었다. 그 사람이 궁금해서 일부러 나미모리 중학교에 찾아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방과 후에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는지, 학생들이 북적거리는 교문 근처에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하교는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이니 학교 풍기위원회 위원장으로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것일까? 들은 바로는 나미모리 일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 번쯤 직접 보고 싶었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아쉬운 것이 당연하다.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단념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우연이라는 걸 얼마나 믿는가?
아무 생각 없이 두리번거리다가 3층 창문으로 시선을 올린 순간 그를 발견했다. 나미모리 중학교 교복이 아닌 가쿠란과 ‘풍기’라고 적힌 붉은 완장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없는 특징 때문에 스쳐 지나가듯 본다 해도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지금 위치에서는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눈이 마주친 기분이었다.
―다, 다른 학교 학생이라서 눈에 잘 띄겠네요.
나미모리 중학교 교정 안에서는 자신도 가히 튀는 존재라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했다. 하교하는 학생들을 휙휙 둘러보며 자신이 얼마나 주목 받는지 확인했다. 스스로 자신을 확인 사살하니 얼굴이 순식간에 화끈거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눈에 띄는 만큼, 누구든 자신을 쉽게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르는 사이에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자신이 찾고 있던 사람도 자기만큼 눈에 띄고, 자신도 그 사람만큼 눈에 띈다는 이상한 공통점이 왠지 모르게 싫지 않았다. 살금살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대를 기다리다 ver. 히바리 쿄야 side
언제나 하교 시간이면 ‘그녀’가 교문 앞에 있다. 최근 학교에서 입방아에 곧잘 오르내리는 무리. 그 무리와 친한 사이라는 것을 며칠 지켜보면 누구든 알 수 있다. 좀 더 오래 보고 있으면, 그녀가 사와다 츠나요시에게는 굉장한 호의를 보이고, 야마모토 타케시에게는 평범하게 반응하고, 고쿠데라 하야토와는 매번 말다툼을 한다는 것까지 속속 보인다. 알고 싶지 않은 개인 관계를 저절로 알게 된다.
타 학교 학생이 매일 빠짐없이 들락거리는데 누구든 그녀를 신경 쓸 것이다. 다들 그녀에 대해 알 것이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화가 난다.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가 져서 가끔 이유 없이 울컥거렸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에는 흥미 없었다. 아니, 누구나 다 안다는 것이 싫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를 보고 있으면 가끔씩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가 너무 눈에 띄어서, 다른 사람 앞에서 웃고 있어서, 이런저런 하찮은 이유 때문에 혼자 화를 삭이고 있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했다. 하지만 여전히 ‘왜’에 대한 대답을 못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이 자기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쿠라사베가 보고하는 도중에 무심코 창밖의 그녀를 보며 ‘자주 온다’고 말했는데, 쿠라사베는 처음 본다고 대답한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한 달여 가까이 그녀를 봐왔다. 늘 신경 쓰였다. 언제나 어디 있든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요새는 학교 밖에서도 그녀를 쉽게 찾는다. ―그녀를 의식하는 것이 자신뿐이었다.
오늘도 날이 화창하다. 꽃놀이 철이 지나서 아쉽지만 날씨에 걸맞은 푸른색이 꽤 마음에 든다. 분명 그녀가 한껏 들뜬 채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는다. 점차 하늘이 진한 주황색에 가까워지고 교내에 남은 사람일랑 자신뿐 사와다 츠나요시 무리가 하교한 시점에서 그녀가 나타날 일은 없는데도 무의미하게 계속 창밖을 보고 있다.
가슴에 생긴 응어리가 욱신거린다.
→그대를 기다리다 ver. 미우라 하루 side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스스로가 잘 안다. 그런데 그 변덕이 요즘 들어 조용하다. 꾸준히 나미모리 중학교에 찾아와서 사와다 일행을 기다린다. 새로 사귄 사람들을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매일 즐겁다.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하다.
그런데 그들을 만나도 반갑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이상하다. 그들을 만나러 오는 것인데도 막상 만나면 기분이 그럭저럭 아무 변화가 없다. 처음의 두근거림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무런 심경의 변화 없이 무미건조한 마음으로 그들과 인사한다. 잔뜩 기대하며 찾아오면서도 그 기대감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만나도 여전히 무언가 나타나길 바라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그들에게 내어줄 마음은 일찍이 없어졌다. 먼 예전부터, 다른 것을 기다리는 기대감만이 마음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 처음의 두근거림은 사와다 일행을 위한 것. 지금의 두근거림은 전혀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이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를 본 후로 마음이 진정된다는 것이다. 나미모리 중학교에 찾아올 때 안고 있던 기대감이 벅찬 기쁨을 순간적으로 느낀 후에 조용히 사라진다. 자신이 눈으로 무엇을 봤는지 심장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매일 훑어보는 시야에서 무엇을 보고 심장이 반응하는 건지, 도저히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변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줄곧 먼발치에서라도 그를 보기 위해 나미모리 중학교에 찾아왔다는 것을. 자신의 눈은 언제나 심장이 시키는 대로 그를 찾아왔던 것이다. 머리가 눈치 채지 못하게 무의식중에 매일 잠깐이라도 그를 흘끗흘끗 봐왔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속이 시원하다. 불안감도 가라앉는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서 있으니 그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대를 찾아가다 ver. 히바리 쿄야 side
그녀가 아주 잠깐만 얼굴을 보이고 사라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다. 그럴 대면 쿠라사베에게 잔업을 넘기고 곧장 그녀를 뒤쫓는다. 미행하는 것처럼 조심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아르바이트에 한껏 들떠서 1m 뒤에서 따라가는 자신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이름을 부르지 않는 한, 우연히 돌아보지 않는 한, 자신의 동행을 눈치 챌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아르바이트 장소가 멀든 가깝든, 그녀가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시간이 행복하다. 아마도 그녀가 줄곧 자신의 시야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어디에서 어떤 일에 휘말리지는 않았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이 바로 도와줄 수 있다. 그녀가 무사하도록 그녀를 따라가는 일이 수고스럽다고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대가없이 하는 일 중에 수고스럽지 않은 일이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녀를 위해 하는 일을 수고스럽다고 하는 것 자체가 실례되는 말이다.
→그대를 찾아가다 ver. 미우라 하루 side
골목을 한 번 꺾고 대로를 따라 무작정 걸어가면 오른쪽에 나미모리 중학교가 나온다. 교문을 지나 교사까지 곧장 걸어 들어간다.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보이는 계단. 그것을 따라 한 층만 올라간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걷는다. 이때는 왼쪽 가장 끝까지 가면 ‘귀빈응접실’ 팻말이 걸려 있는 특별실이 있다. 문을 열 필요는 없다. 언제나 제 시각에 맞춰 그가 안에서 열어준다.
그가 다른 곳에 있었던 적이 없다. 다른 곳에 가려거든 자신이 도착한 후에 자신과 같이 이동한다. 그래도 만약 그가 갑자기 그곳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를 찾아낼 자신이 있다. 가슴의 고동을 다우징 삼아 돌아다니면 된다. 바보 같은 이야기? 반드시 만날 인연이라면 어디에 있든 만난다. 갑자기 사라진 그를 찾는 것은 반드시 만날 인연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두근두근 다우징을 믿을 수 없다면 반드시 만날 인연을 찾아내서 시험해 보라고 울컥 화를 낼 테다.
→그대를 사랑하다 ver. 히바리 쿄야 side
같이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뭐지? 장식 섞인 긴 말이 필요 없잖아.
→그대를 사랑하다 ver. 미우라 하루 side
학교든 친구들이든 겉돌던 내가 한 사람의 곁에 붙어 있는 지금이 사랑이라고 확신해요. 이제 혼자 무의미하게 길을 걸어 다닐 필요가 없는 걸요. 불안해 할 필요도 없어요. 같이 있어서 안심하는 이 마음은 분명 사랑이에요.
>> 에필로그
Il giallo. Yellow. 黃. das Gelb. 黄色(きいろ) ……노랑.
이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외로움을 간직한 사람일고 한다. 여기서의 ‘외로움’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혼자라고 생각하는 고집스러운 면이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말이다. 그저 쓸쓸함이나 고독과는 다르다. 타인에게서 배제되고 거부당하고 있다는 피해 의식. 이것이 노랑이 가진 외로움이다, 그러나 타인과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섞여도 곧바로 겉돈다. 중화의 주황이나 인내의 초록으로 변할 수 있는 색이지만, 그 때까지 노랑이 겪어야 하는 마음의 고통은 쉬이 헤아릴 수 없다.
노랑과 노랑이 만나면, 같은 아픔을 가진 상대를 이해하기는커녕 자신의 외로움이 더 크다며 자기비하나 자기보호로 돌아선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상식이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난다. 통칭 ‘기적’이라고 부르는 예외다. 외로움의 노랑이 만나 자비의 노랑이 될 수도 있다. 한 자리 수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적의 색이다. 그래도 여전히 노랑 고유의 이기적인 고집은 남아 있다. 자비의 노랑이 가진 자비는 오로지 제 팔로 안은 사람에게만 통할 뿐이다.
순수한 노랑만큼 눈에 띄는 색이 어디 있겠으며 이기적인 자비만큼 고집적인 사랑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노랑이 가진 외로움과 자비와 노란색 사랑을 통틀어 ‘집착’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집착’이라는 단어가 보통은 부정적이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끼리 자신들의 지금에 만족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은 일이 아니겠는가. 마음을 주는 방법 그리고 받는 방법에 정해진 법칙은 없으니 말이다. 자신이 가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단 한 사람에게 집착하는 사랑이 잘못됐다고 아직까지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하고 싶다. 안이한 달콤한 꿈만을 찾는 것이 아니냐고 조용히 타일러 본다.
히바리 쿄야와 미우라 하루가 커플이라면,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만족하겠지만 타인의 시선에서는 상식에서 약간 틀어진 사랑 방식으로 보이지 않을까. ――언젠가 한 번 써보고 싶은 소재인데 생각만큼 잘 안 써진다. 왠지 쓰는 도중에 내 가슴이 쓰려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달까. 어떻게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엮어주고 싶달까.
-노란색에 대한 작가의 짧은 고찰
Fin
'가정교사히트맨리본! > 리본! 팬소설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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