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츠나쿄코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blu 란 이탈리아 어로 '파란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연재로 가도 상관없을지도 모르는 소재지만, 원작에 없는 캐릭터가 추가된 관계로 단편으로 끝내겠습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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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blu
나미모리 중학교 출신의 한 남성이 여름휴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찾아간 어느 바닷가에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도 남을 광경을 목격했다. 학교 최고 미소녀였던 사사가와 쿄코가 길게 기른 머리칼을 휘날리며 해변에 서있는 것이었다. 총각의 두근거리는 가슴을 앞세워 그녀에게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가는데, 예닐곱 살로 보이는 소년이 ‘엄마-’라고 외치며 그녀에게 안기는 것이 보이는 순간 발이 굳어버렸다. 소년이 누군가를 닮았다고 고민하기도 전에, 그녀가 학교 대표 못난이였던 사와다 츠나요시를 향해 ‘여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하며 서둘러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부스럭]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10대 소년이 이불을 걷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멍하니 쳐다봤다. 어제가 입학식이었고, 그녀와 다른 학교에 등교하게 된 첫날이었다. 이제 오늘이 그 두 번째 날이었따.
“하――――. 진짜 한심하다.”
그는 그녀와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자마자 욕구불만 해소형 꿈을 꾼 자신이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우연히 진짜 그녀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인사는커녕 냅다 도망칠 것 같은 기분이 몸 전체에 차올랐다.
[움찔 움찔]
한 30대 중반의 남성이 침대에 누운 채 가위에 눌린 것처럼 괴로워했다. 그 기척에 잠에서 깬 그의 아내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여보, 츳 군.”
“아…….”
그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녀가 옆에 있는 것을 그녀의 손을 잡아보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쿄코. 나 한 번만 때려봐.”
“갑자기 왜?”
“볼이라도 꼬집어 봐.”
“가위에 눌리더니 나쁜 꿈이라도 꿨어”
쿄코는 쉽사리 그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츠나요시는 초점을 맞추지 않고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직접 제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실은 그녀의 체온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부터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좀 더 확신을 갖고 싶었다.
“츳 군?”
“아…… 진짜 악몽이었어. 꿈속에서 꿈을 꿨어. 하필이면 가장 기억하기 싫은 그 때 그 모습으로…….”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그가 말하는 ‘그 때 그 모습’을 굳이 확인차 물어보지 않아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으면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봤기 때문에 ‘사와다 츠나요시’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 알았다. 싫어도 알게 되는 것 없이 전부 츠나요시라고 인정하면서 빠짐없이 받아들였지만, 그 중에 츠나요시 스스로가 경멸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도 낌새로 알아차렸다. 아마 그 때 츠나요시가 포기한 츠나요시를 그녀가 감싸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나란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괜찮아. 지금 내가 옆에 있잖아.”
“응. 정말 다행이야.”
츠나요시는 쿄코 쪽으로 돌아누워서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따뜻하다.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으응. 당신이 응석부리는 건 나로썬 상관없지만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잇 짱이 화낼 거야.”
“참. 오늘 이에야스 생일이지.”
“우리보다 먼저 일어난 것 같아.”
콩콩콩콩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츠나요시가 초대 보스의 유지를 다 잇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초대의 이름을 고스란히 붙여준, 이제 6살이 된 외아들이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태어나던 날부터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마피아의 세계에서 자랐다. 수호자들은 모두, 심지어 로쿠도 무크로와 히바리 쿄야까지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아내 쿄코가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피아의 모든 것을 태교로써 가르쳤고, 아들이 태어난 후에는 직접 가정교사를 골랐다. 츠나요시 역시 틈나는 대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마피아의 일상생활부터 임무수행, 항쟁 등 모든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아들이 비뚤어지지 않게, 정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에 주력했다.
츠나요시와 쿄코는 가운을 걸치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문지방에서 두 발짝 걸어 나갔을 때 츠나요시가 쿄코의 앞을 팔로 가로 막으며 멈췄다.
“이에야스. 부비트랩은 본부에서만 설치하랬잖아.”
발목 높이에 길게 걸쳐진 투명한 낚싯줄이 언뜻 보였다. 비에 반사되어 보이는 정도의 함정이라면 초직감을 가진 츠나요시에게는 농담 축에도 못 끼는 초 사소한 장난이었다.
“에에? 오늘 같은 날에는 알면서도 걸려줘야지. 일부러 티나게 만든 건데.”
소년은 입을 삐죽 내민 채 나타났다. 그리고 직접 낚싯줄을 힘차게 밟았다.
[펑! 퍼버버버버버벙!]
파티용 폭죽이 머리 위에서 요란하게 터졌다. 열댓 개는 되는 것 같았다.
“그래? 미안 미안. 읏챠.”
츠나요시는 아들을 높이 들어올렸다.
“생일 축하한다.”
“생일 축하해, 잇 짱.”
사와다 내외는 환하게 웃으며 아들의 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소년은 까르르 웃으며 축하에 응했다. 솔직하게 한가득 기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오늘은 약속대로 바다에 가자. 어느 바다에 갈 건지는 네가 고르렴.”
“정말? 그래도 되? 일본도 괜찮아?”
츠나요시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쿄코와 한 번 눈을 마주친 후에 아들을 바닥에 살며시 내렸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만 해주고 한 번도 데려가준 적이 없지?”
“우리도 이탈리아에 와서 10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잖아.”
쿄코도 얘기가 나온 김에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졌는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난처했을 때만 짓는 표정이었다.
“벌써 10년이구나…….”
소년이 잔뜩 기대하면서도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츠나요시를 올려다봤다. 츠나요시는 생각하는 기색도 업이 생긋 웃었다. 그리고 쭈그려 앉아서 아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고민할 거 뭐 있어? 그냥 가면 되지.”
“그렇게 선뜻?”
되레 쿄코가 놀랐다. 하지만 일본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소년보다 그녀가 더 기뻐했다.
“그동안 아버지랑 어머니가 이탈리아에 놀러왔었고 동료들도 전부 이탈리아에 있었으니까 일본에 가본다는 생각을 못했거든.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니 살짝 충격이야. 나이만 충실하게 먹고 고향을 잊고 있었으니……. 가야지. 마침 좋은 핑계도 있겠다, 생각났을 때 가야지.”
츠나요시는 아들이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일 정도로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일 선물로 소원성취하게 된 소년은 츠나요시를 따라 배시시 웃었다.
10대 보스의 가족이 훌쩍 일본으로 갔다는 소식이 뒤늦게 본부에 알려졌다. 츠나요시가 일본에 도착하고 고향 부모님 댁에서 고쿠데라 하야토에게 직접 연락할 때까지 누구도 보스의 부재는커녕 지각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본부가 초 비상사태가 된 것은 당연했다.
“어떻게 수행원 한 명 없이 이국땅으로 갈 생각을 하신 거지?”
이제는 자칭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는 보스의 오른팔, 폭풍의 수호자 고쿠데라 하야토는 입에 담배를 물고 팔짱을 낀 채 좌우로 정신없이 걸어 다녔다. 걷는 속도가 빨라서 정서불안처럼 보였다.
“이국땅…은 아니지. 원래 일본 출신이라고.”
츠나요시와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 츠나요시가 마음 놓고 신뢰하는 친구, 비의 수호자 야마모토 타케시는 고유의 긍정적인 사고로 현재 본부의 분위기를 즐겼다. 전투 중 핀치일 때를 제외하고 원체 365일 매순간 웃는 얼굴이라 정말 마음이 편한 건지 조금이라도 불안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종종 멋대로 자리를 비우지만 오늘은 제대로 한 건 했군.”
본의 아니게 보스의 처형이 된, 태양의 수호자 사사가와 료헤이는 자신의 여동생과 조카도 더불어 걱정했다. 츠나요시가 거대조직 봉고레를 이끄는 보스답게 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잘 알지만 가족이 관련되다보니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했다.
“있지, 이핀이 일본에 있는 카와히라 씨한테 부탁해 보겠대.”
보스의 아들보다 어린 나이에 수호자가 되어 드디어 한 사람 몫을 하는, 번개의 수호자 람보가 이핀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핀 역시 초 근시의 중국무술소녀가 어엿한 숙녀로 돼 있었다.
“정체가 비밀투성이지만 환술 실력은 일류급이니까…… 하는 수 없지.”
“하하하. 우리마저 자리를 비울 수 없잖아, 고쿠데라.”
수호자들이 저마다 보스와 그의 가족을 걱정하고 있을 때, 츠나요시는 아들과 함께 온몸이 흠뻑 젖도록 맘껏 놀고 있었다. 봉고레의 외부고문 출신인 츠나요시의 부친, 사와다 이에미츠가 사람이 적으면서 경관이 좋은 곳을 소개해준 덕분에, 여름바다를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해변처럼 즐길 수 있었다.
시간은 본디 노는 중에 빨리 흐르는 법이다. 어느덧 노을이 지고, 신나게 놀다 지친 소년은 파라솔 아래에서 츠나요시의 박스병기 너츠와 함께 잠들었다.
츠나요시는 아들을 너츠에게 맡기고 쿄코와 함께 해변을 거닐었다. 파도 소리만 잔잔하게 들렸다.
“진짜 원 없이 놀았네.”
“그러게. 앞으로 일주일은 땡땡이 안 치고 일할 자신 있어.”
“겨우 일주일?”
“나의 근성 한계입니다.”
사와다 내외는 손을 마주잡고 있는 모습 그대로 웃었다.
부부란 서로 체면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이. 그러면서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감출 것은 감추지만,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면 아낌없이 내보여주는 것이 부부지간. 배우자란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 다음으로 혹은 자기 자신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존재. 나의 부족한 것을 메워주고 넘치는 것을 나눠 갖는 사람으로 평생 옆에 있어줄 배우자.
츠나요시는 자신을 환멸하며 멀리할 줄 알았던 그녀가 끝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줘서 누구보다도 고마웠다. 파란만장했던 중학생 시절의 후유증으로 인간이길 포기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을 지금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옆에 나란히 서서 제 손을 잡아주고 있는 그녀가 용서했다. 살아 있어도 된다고 가르쳐줬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행복한 순간이 꿈인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츳 군. 난 여기 있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눈치 챘는지 쿄코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마피아니까 히트맨이니까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거라고, 모르는 새에 수십 수백 명의 피를 뒤집어 쓸 거라고 했지? 나랑 하루랑 하나랑 그걸 알면서도 왜 당신이나 히바리 씨나 오빠 옆에 있는 줄 알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곧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이면 살인을 피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야. 예전에 당신이 폭주했을 때마저 혼자 상처입기만 했지 다른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어. 변함없이 정직한 눈으로 자기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었을 뿐 악인이 아니었어. 그래서 안심했어. 아, 역시 츠나 군은 여기 있구나라고.”
쿄코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를 타고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가슴으로 흘러들어왔다. 오랫동안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응어리가 녹아내리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멋대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멈춰 서서 서로 마주봤다. 쿄코는 츠나요시의 얼굴에 한가득 넘쳐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줬다. 그의 눈물도 그녀의 손도 전부 따뜻했다. 그 체온이야말로 곁에 있다는 증거였다. 말이나 행동보다 온기가 서로의 존재를 강하게 가르쳐줬다.
“난 츳 군이 날 피하지 않고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잇 짱이랑 같이 당신하고 가족으로 있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해.”
“그거야 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있어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자. 지금보다 행복해지면 왠지 벌 받을 것 같아.”
“응.”
쿄코는 밝은 미소로 흔쾌히 답했다. 츠나요시는 이 미소 덕분에 매일매일 힘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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