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무크롬/히바크롬]L'indaco -프롤로그

★은하수★ 2011. 5. 30. 20:38

 

<공지>
1. 무크롬처럼 보이는 히바크롬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L'indaco 란 이탈리아 어로 '남색(감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제목에선 표기하지 않아서 여기서 미리 말씀 드리겠는데, 17금으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17금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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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aco

 

- 프롤로그

 

‘장원’이라고 불리는 영지를 거느린 귀족들. 그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는 문명의 암흑기. 현대 사람들은 이 시기를 중세라고 부른다.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면 사람이 아니고, 장원의 모든 땅과 농작물과 기타 식물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전부 영주의 것이라는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던 옛날이다.

평민이나 노예가 귀족에게 대드는 것은 꿈도 못 꿨다. 이따금 의적이라고 자칭하는 자가 나타나서 귀족을 골탕 먹인다지만 전부 소문으로 들릴 뿐 실제로 만난 이는 없다. 사제가 말하는 신이란 돈 있는 자들의 소원만 들어준다. 이처럼 현실에서 일찍이 희망을 잃어버린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적은 재산을 두고 서루 아웅다웅 할뿐이다. 봉고레 왕조가 지배하는 소국, 그 남쪽에 밀피오레 백작이 다스리는 영지가 있었다. 이곳은 백작의 횡포도 말 못하게 혹독하지만, 도적단 고쿠요의 만행도 만만치 않았다. 두목 로쿠도 무크로가 기이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 밀피오레 백작의 강력한 사병군대조차 일개 도적단에 손쓰지 못하고 이를 갈며 어쩔 수 없이 방치하고 있었다. 그 시대 최고의 무법자들임에 틀림없었다.

뜬금없는 한 마디지만, 밀피오레 백작령(백작이 다스리는 지역)의 서북부 어느 골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목, 대체 뭘 주워온 겁니까? 뿅.”

두목 무크로가 어깨에 웬 사람을 들쳐 메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도적단 고쿠요의 단원들은 두목을 맞이하러 일어섰다가 정체불명의 짐 혹은 사람을 보고 우뚝 멈췄다. ‘물건’을 훔친 적은 많아도 ‘사람’을 훔친 적은 없는 고쿠요 단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들은 물건만 도적질해왔다.

“여자 아이.”

“여자 아이네.”

치구사와 MM이 아직 무크로의 어깨 위에서 의식을 잃은 채 꼼짝도 하지 않은 소녀를 쿡쿡 찔렀다. 그런데 MM이 갑자기 팔로 코를 가로막으며 뒤로 수 발짝 후다닥 물러섰다.

“시궁창 냄새!”

뒷골목 구석 중에서도 쓰레기가 썩어가는 가장 깊숙한 곳에서나 맡을 수 있는 악취였다. 똑같이 썩는 냄새라고 해도 시체가 부패할 때 나는 악취와는 엄연히 달랐다. ―그렇다. 무크로가 데려온 것은 죽은 소녀가 아니라 시궁창 냄새가 진하게 밴 살아 있는 소녀였다.

“같은 뒷골목 출신 주제에 새삼스럽잖아.”

“닥쳐! 다 같은 뒷골목이 아니라고.”

MM은 치구사의 멱살을 잡으면서 화를 냈다. 무크로는 그들이 뭔 말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단원들이 극도로 신경을 썼다.

“두목. 아무리 우리 고쿠요에 여자가 없다지만 이런 여자는 좀…….”

생각 없이 말을 내뱉은 단원 한 명은 고쿠요의 홍일점 MM에게 즉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웠지만 관자놀이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대체 어느 구석에 들어가서 그 계집을 주워 오신 겁니까?”

“…….”

“완전 비실비실 허약하게 생겼는데 어디 쓸 수나 있겠습니까?”

“어디 내다 팔지도 못할 겁니다.”

“…….”

“두목.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무크로는 속이 타들어가는 단원들을 뒤에 두고 자신의 지정석 옆에 소녀를 내려 봤다. 소녀는 의식이 돌아오는 중인지 가늘게 신음을 냈다. 무크로는 처음엔 그녀를 눕혀놨다가 그녀가 조금씩 몸을 움찔 거리자 짐자루를 다루는 마냥 대강 거칠게 상체를 일으켜 앉혔다.

“이제 일어나지?”

그는 검지로 그녀의 이마를 툭 밀었다. 단원들은 두목의 거친 행동을 보고 기겁했다. 그들이 아는 두목은 언제나 존칭이나 예의 있어 보이는 어미를 사용하고 무례한 언행을 제일 실어한다. 그런데 반말에 폭력적이라면 폭력적인 손놀림이 계속됐다.

“일부러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무식한 짓을 하면서까지 내게서 도망칠 생각이었잖아? 이제 정신 차리고 또 도망쳐봐.”

무크로는 또 다시 그녀의 이마를 쳤다. 구체적인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가 가진 것은 호기심과 흥미였다. 그것도 평범하지 않은, 아주 고도의 호기심과 매우 깊은 흥미였다.

소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이 욱신거리면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천천히 그리고 뻣뻣하게 움직였다. 그러다가 시력이 완전히 돌아오고 정면에 있는 사람이 무크로라는 것을 알아채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도망치기 위해 일어서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무크로의 말대로 지붕에서 뛰어내렸을 때 발목을 접질린 모양이었다. 퉁퉁 부은 발목이 훤히 보였기 때문에 의심할 것도 없었다.

“자. 내놔.”

무크로는 소녀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소녀는 세차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내가 직접 내 몸을 뒤져도 된다는 말이군.”

소녀는 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없어?”

“그 때 곧바로 다른 사람한테 넘겼어요. 그게 규칙이에요. 늦게 눈치 챈 당신이 나빠요.”

빼빼 마르고 작은 체구에다가 순종적으로 생긴 소녀는 의외로 맹랑하게 치고 나왔다. 비록 자신이 잘못했지만 잘못한 것이 아니고 결국 나쁜 건 당신이라고 당당하게 내지를 수 있는 대담성의 소유자였다. 유명한 로쿠도 무크로를 모를 리 없고 실제로 그에게서 도망치던 입장이면서 말이다.

“소매치기도 무리로 움직이나 보지?”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곁눈질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람과 물건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것을 알아챈 무크로가 큼직한 왼손으로 그녀의 두 눈을 가렸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에? 설마. 두목이 이 여자한테 소매치기를 당한 겁니까? 뿅.”

“그렇습니다.”

“에―――?”

“말도 안 돼!”

아지트가 순식간에 과하게 술렁거렸다. 누구도 손대지 못한다는 절대 경지의 로쿠도 무크로가 아니던가. 아무리 방심하고 있어도 스쳐 지나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완전철벽을 자랑한다. 그런데 조그만 소녀에게 소매치기를 당했다니.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무크로 본인이 인정할 정도로 확실한 사건이 이 소녀의 손에서 일어나버렸다.

“감히 저한테서 돈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넘기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눈치 채는데 고작 1초밖에 안 걸렸는데 그 모든 것을 해냈습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손재주란 말입니까.”

무크로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흥미 깊은 눈으로 소녀를 쳐다보며 입을 가로로 길게 찢어 여우미소를 지었다. 소녀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몸을 웅크렸다. 마른 침을 절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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