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무크롬/히바크롬]L'indaco -은화 두 닢

★은하수★ 2011. 6. 13. 22:23

 

<공지>
1. 무크롬처럼 보이는 히바크롬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L'indaco 란 이탈리아 어로 '남색(감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제목에선 표기하지 않아서 여기서 미리 말씀 드리겠는데, 17금으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17금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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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화 두 닢

 

하급 귀족의 마차를 덮치기 전에 고쿠요 단 전원이 아지트의 집회장에 모였다. 검정 일색에 제각기 무기를 든 그들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두목에게 집중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 두목이 너무 의외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시선을 고정할 수 없었다.

무크로는 자신이 데려온 크롬을 애완동물처럼 고이고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크롬은 무크로의 무릎을 베고 쭈그려 누워있었다. 장기말이자 물건이자 애완동물.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적당한 이름을 찾을 것 없이 그냥 한 마디로 ‘무크로의 것’이었다.

“두목께서 어제 데려온 여자애지?”

“어. 근데 금방 길들이셨네.”

“저 정도 여자애면 밤중에…….”

“여자를 여자가 아니고 사람으로 보는 우리 두목께서 퍽이나 그러셨겠다.”

“모종의 거래가 오갔나?”

“역시 뭔가 거래가 있었던 거야. 뭔지는 모르지만.”

단원들끼리 소근소근 온갖 추측이 흘러넘쳤다. 그 안에서 MM은 심기 불편한 얼굴로 크롬을 흘겨봤다.

“오늘은―.”

무크로가 입을 열자 집회장이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크롬은 여전히 그에게 몸을 맡기고 낮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검만 주고 소동을 일으키는 걸로 끝낼 겁니다. 필요한 물건은 이 녀석이 가져올 겁니다. 만약 진상품 중에 탐나는 게 있으면 가져도 좋습니다. 다만 무거워서 허우적대다가 백작의 사병에게 잡히면 구해주지 않을 겁니다. 이번 일은 주의분산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신속하게 행동하기 바랍니다.”

“Yes, sir.”

단원들의 굵은 대답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졌다.

크롬이 몸을 일으키고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을 가리고 시원하게 하품을 했다. 그러다 문득 정면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 대체 뭐 하는 년이야?”

MM의 앙칼진 목소리가 고막을 긁는 듯했다.

“이런 이런. MM. 나의 크롬에게 그런 식의 발언은 피해줬으면 합니다.”

무크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고 크롬은 자연스럽게 그의 등 뒤에 숨었다. MM은 얼굴을 붉히고 입을 뻐끔거리다가 몸을 획 돌리며 아지트를 뛰쳐나갔다.

“여전히 고쿠요의 홍일점인데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군.”

무크로에게 있어 크롬은 당연히 사람 수에 들어가지 않았다. 인간답지 않은 생활을 해왔던 크롬에게 이런 대우 정도로 딱히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얼마든지 넘겼다. 소매치기 무리에 있을 때보다 확실히 살기 편하다. 하루면 자신에게 나을 것을 고르기 충분한 시간이다.

“약속… 지켜요.”

아지트에 무크로와 크롬만 남았을 때 크롬이 조용히 한 마디 꺼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크로에게 찰싹 붙어 있던 소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그란 눈에서 깜짝 놀랄 만치의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를 향한 살기는 의심할 것도 없이 진짜배기였다.

“물론이지. 네가 제대로만 일 한다면 내 목숨은 분명 네 것이야.”

단원들이 언급했던 모종의 거래는 그들이 어림짐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였다. 소녀의 기막힌 재주를 이용하려는 남자와 살기 편하기 때문에 그에게 순종하는 척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를 죽이고 싶은 소녀. 그와 소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목숨과 재주, 서로가 원하는 것을 기꺼이 거래조건으로 내걸었다.

무크로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회중시계를 손에 들고 시각을 확인했다. 초를 세듯이 발로 타닥타닥 땅을 굴렸다.

“이제 가볼까?”

크롬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한 순간도 회중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 눈속임을 기본으로 하는 마술과는 격이 달랐다. 회중시계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야말로 마법이었다.

무크로는 크롬을 보며 가늘게 웃었다. 원체 둥글고 큰 눈을 더 크고 둥글게 뜨고서 절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실소라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재주를 보고 순수하게 놀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서 그녀의 반응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앞장서서 아지트를 나섰다. 크롬은 뒤쳐질 새라 부지런히 그를 쫓았다.

밀피오레 백작의 성은 공작들의 성을 제치고 봉고레 왕조의 본성 다음으로 견고한 요새로 유명하다. 사병의 실력 역시 왕국의 정예부대에 필적할 정도라서 20-30년 단위로 흥망 하는 타 귀족에 비해, 왕가 못지않게 긴 시간동안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러다 보니 첫 번째 게이트를 지나는 것이, 섬에 고립되어 있는 감옥요새를 수차례 드나드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문이든 통행증이나 열쇠만 있으면 아주 쉽게 열 수 있는 법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하급 귀족의 마차가 드디어 백작의 성에 다다랐다. 고쿠요 단 전원은 문지기나 수비병에게 들키지 않게 첫 번째 게이트 근처에 잠복해 있었다. 마차, 그 보다는 귀족의 문장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제각기 무기를 들고 지고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어서 빨리 날뛰고 싶은 마음에 입꼬리가 실룩 거리고 엉덩이를 들썩 거리고 다리를 움찔 거렸지만, 뛰어나갈 타이밍을 신중하게 쟀다. 그야말로 혈기왕성한 프로였다.

“개문―.”

게이트 위의 망루에서 하급 귀족의 마차를 발견한 문지기가 개폐도르래를 지키는 문지기에게 소리쳤다.

“지금이다!”

“예이―.”

“덮쳐!”

게이트에 틈새가 보이는 순간, 마차의 속도가 천천히 느려질 즈음, 고쿠요 단이 외길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제각기 무기를 휘두르고 소리를 지르며 사방팔방에서 산적 못지않은 날렵한 몸날림으로 등장했다.

[히히히힝―]

“워, 워.”

마차를 끌던 말 두 필이 갑작스레 무기를 든 사람들에게 길이 막히자 행진을 멈추고 좌우로 엇갈리게 헤맸다.

성의 문지기와 근처에 있던 수비병들이 급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고쿠요 단이 성을 노릴 낌새가 아니자, 사병 쪽에서 먼저 공격하지 않고,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봤다. 심지어 고쿠요 단이 하급 귀족을 위협하며 날뛰는데도 귀족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우선순위는 밀피오레 백작이지 백작에게 아부하러 온 하급 귀족이 아니었다. 하급 귀족 한둘이 망한들, 밀피오레 백작에게 위협거리가 못 됐다.

“내, 내가 누군 줄 알고. 이 빌어먹을 도둑놈들!”

하급 귀족은 반쯤 부서진 마차에서 도망치듯이 뛰어내렸다. 그 순간 액세서리의 보석들이 찰랑거리면서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시끄럽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쿠요 단 속에 섞여 가만히 기회를 노리던 크롬은 그 짧은 순간에 하급 귀족이 가진 보석들을 파악했다. 각각 어떻게 빼돌릴지도 계산했다. ―그 안에 노리는 물건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팔찌. 증표로 반지나 목걸이는 많이 봤는데 팔찌는 처음이네.”

크롬은 고쿠요 단의 움직임 속에서 하급 귀족의 시야에 자신이 들어가지 않게 묘하게 움직였다. 하급 귀족을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0.3초.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손목 전체를 덮을 정도로 두꺼운 팔찌면 백작 알현 허가증이 아니라 백작의 노예증표용 족쇄군.”

노리던 물건은 어느새 무크로의 손에 전해졌다. 크롬은 무크로의 뒤로 몸을 숨겼다.

―짙은 안개.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시간이나 드물게 해가 막 지는 시간에 나타나는 안개가, 날씨 화창한 훤한 대낮에 아주 짙게 나타났다. 누가 봐도 자연을 거스르는 안개였다. 그런데 고쿠요 단은 당황하지 않고 즉시 물러났다. 마치 이 안개가 약속된 퇴각신호인 것처럼 움직였다. 크롬은 자신의 일은 끝났고 무크로가 아지트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를 따라갈 뿐이었다.

“하늘은 언제나 우리 편이야. 적절한 순간에 안개가 생기거든. 그래서 우리 모두 안개에 익숙해. 너도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익숙해지라고 명령할 줄 알았는데요?”

“나만 졸졸 쫓아다니면 돼. 설사 날 놓친다 해도 내가 놓치지 않을 거니까.”

무크로는 왼손으로 크롬의 오른쪽 손목을 움켜잡고 앞으로 쭉 끌어당겼다. 크롬은 안개 속에서 무크로의 뒤를 쫓다가 시야가 확 트이는 것처럼 짙은 안개에서 빠져나왔다. 벌써 성에서 꽤 떨어진 시가지였다.

“워프?”

크롬은 믿을 수 없는 일이 하나둘 겹치다보니 눈에 익숙한 시가지에 도착해도 얼떨떨함을 떨치지 못했다.

“신기해?”

“네?”

소녀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뜬 채 무크로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새삼스럽게 키가 머리 하나 만큼 차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문을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별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일을 겪을 거야. 질릴 일 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까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무크로는 그 고유의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이유 없이 즐거워했다. 이유가 있다면 크롬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 팔찌는 어떻게 사용할까나―.”

그는 오른손 검지에 팔찌를 걸치고 빙글빙글 돌렸다. 팔찌가 원심력 때문에 손가락에서 튕겨 벗어나지 않게 천천히 속도를 조절했다. 그러다 보니 팔찌에 박힌 보석에 햇빛이 반사되면서 여기저기에 불규칙적으로 빛자국이 깜빡거렸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난 귀한 것을 가지고 있으니 와서 뺏어보시오’ 광고하는 꼴이었다.

―인간. 하지만 범상치 않은 자에게서만 느껴지는 강한 위화감.

태어나고 자란 환경 탓에 별 수 없이 생존본능이 뛰어난 크롬은, 자신이 무크로에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은근슬쩍 긴장했다. 예상보다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예상보다 어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척추부터 전신의 신경이 찌릿찌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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