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 무크롬처럼 보이는 히바크롬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L'indaco 란 이탈리아 어로 '남색(감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제목에선 표기하지 않아서 여기서 미리 말씀 드리겠는데, 17금으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17금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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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화 세 닢
고쿠요 단의 단원 대부분은 아지트 내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무크로도 자신의 커다란 의자에 앉아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촤악]
제각각이던 단원들이 물이 쏟아지는 소리에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했다. 차가운 표정으로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MM과 물에 쫄딱 젖은 채 주저앉은 크롬이 있었다. 크롬이 앉아 있는 자리 역시 물이 흥건했고, 그 물이 있었을 양동이는 MM의 양손에 들려있었다. 누구든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예상이나 추측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것 없이 확실한 사실이 훤히 그려졌다.
“짜증나는 계집. 물건이면 물건답게 한 자리에 얌전히 박혀있을 것이지 왜 쫄래쫄래 돌아다녀?”
크롬은 입술을 살포시 닫고 있었지만 입 안에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다는 것이 낌새로 보였다. 하지만 MM에게 대항하지 않았다.
“크롬. 이리 와.”
무크로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젖은 옷을 질질 끌고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그의 부름에 따랐다. 젖은 옷이 몸에 딱 달라붙어서 가냘픈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지만 구멍 숭숭 뚫린 누더기에 익숙했던 그녀에게 이 정도는 수치스럽지 않았다.
“이거 심하군. 갈아입어야겠어. 들어가자.”
“단장.”
MM이 무크로를 멈춰 세웠다. 목소리에만이 아니라 표정에도 다급함이 역력했다.
“단장이 굳이 그것을 데려가지 않으셔도 그것 혼자서 갈아입을 수…….”
“물건이잖아요. 내 것이잖습니까.”
물건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옷을 갈아 입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이 너무나 차가워서, ‘감히 내 것에 손댔습니까?’로 들렸다.
무크로는 그대로 크롬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크로의 방이긴 했지만 크롬에게는 별동의 방이 없고 그녀의 물건은 적으면 적은 만큼 전부 그의 방에 있었다. 돌려 말할 것 없이 크롬은 무크로의 방에서 살았다. 무크로가 그녀를 자신의 방에 데려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했다.
“흐-음. 목욕할 때의 젖은 몸보다 이쪽이 더 보기 좋군.”
그는 왼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아 받치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부터 목을 지나 앞가슴까지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녀의 몸이 경직되자 그대로 옷을 벗겼다. 속살이 눈에 드러날 때마다 흘러내리는 옷을 뒤따라 그녀의 젖은 살갗을 매만졌다. 그녀가 허리에서 힘이 빠져 휘청거리자 자연스레 받아 꽉 끌어안았다. 그대로 그녀의 등과 둔부를 만지다가 갑자기 그녀를 안아 들었다. 쉬이 말하는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침대로 데려갔다. 침대에 걸쳐 앉힌 후 몸 전체를 휘감을 수 있는 큰 타올로 그녀의 몸을 닦아줬다.
“이 정도로 농락하는데도 진짜 인형처럼 얌전하군. 나야 원하는 만큼 재미 볼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무크로는 물기가 마른 목덜미에 입술을 바짝 붙였다. 두 팔로 침대를 짚고 제 몸을 받친 채, 그녀의 목에 자신의 것이라는 표식을 두 개 나란히 새겼다. 크롬이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힘으로 그녀를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
“후-. 아까부터 한 마디도 안 하고……. 이 쯤 되면 화 풀릴 때도 되지 않았아?”
갓난아기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옷을 입혔다. 크롬은 여전히 그가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키스를 하면 입을 열 텐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도 피하지 않았다. 무크로는 가늘게 한숨을 쉬고서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 눈을 감았다. 가늘게 맥박 소리가 들렸다. 평안하게 천천히 뛰었다.
“혹시 MM이 아니고 내게 화가 난 건가? 오늘따라 어렵군. 너의 몸을 농락하는 건 목욕할 때마다 항상 하는 일이잖아. 혹시 더 깊게 안아주길 바라는 거야? …………. 여전히 무반응-.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나의 크롬에게 반항기가 왔나?”
드디어 크롬이 반응을 보였다.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무크로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무크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의 오른쪽 눈을 가린 안대 위로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나가자. 오늘은 밖에서 둘이서만 빈둥거리자.”
“풍차… 언덕.”
그 순간이었다. 크롬의 손을 잡고 있던 무크로의 손에 힘이 세게 들어갔다. 잠깐 침묵이 흐른 후에 무크로가 크롬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고분고분 따랐다. 그 의 손에서 힘이 빠진 것은 좀 더 후였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얘기하랬잖아.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어. 이 밀피오레 백작령 밖이라도 얼마든지. 넌 나의 것이니까 담뿍 어리광을 부리라고. 내가 널… 너에게 누누이 말하잖아. 단원들은 가질 수 없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라고.”
그는 중간에 말을 삼켰다. 크롬은 눈치 챘으면서 지적하지 않았다. 일일이 신경 쓰면 자신만 피곤하다며 매순간을 수동적인 인형처럼 있었다.
“가자.”
무크로는 크롬의 손을 잡고 아지트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단원들에게 외출을 보였다간 단장을 홀로 무법지대에 내보낼 수 없다며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 붙을 게 분명했다. 그런 피곤한 일은 자기 쪽에서 사절이고, MM 때문에 기분이 별로인 크롬에게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밀피오레 백작령의 남쪽 끝에는 풍차언덕이라 불리는 명소가 있다. 북쪽 끝에 있는 백작의 성과 마주 보면서 숨 막히듯이 위풍당당한 성과는 반대로 평화롭고 유유자적해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아끼는 곳이다. 하지만 백작의 횡포 때문에 하루하루 생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유를 누리는 일은 그저 꿈에 불과했다. 그래서 풍차지기 외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적당히 부는 군. 안 그래?”
크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크로가 손을 잡고 자신을 끌어주면서 자신의 느린 속도에 맞춰주고 있기 때문에 언덕을 수월하게 올랐다. 더욱이 풍차가 점점 크게 보일수록 바람도 점점 부드러워져서 힘들다는 것을 느낄 틈이 없었다.
정상까지 오르니 풍차 날개를 보기 불편했다. 그만큼 풍차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높은 곳의 바람은 역시 다르군.”
무크로는 크롬을 보고 놀랐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웃는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우는 얼굴 역시 처음이었다. 그보다는 그녀가 대놓고 감정을 드러낸 것이 처음 만난 날 이후 처음일 것이다. 당황스러워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처음이라 더 당황스러웠다.
“죄송해요.”
크롬은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공기란 게 바람이라는 게, 이렇게 깨끗한 것이구나……라고 알고 나니까, 이때까지 나고 자란 곳이 얼마나 더럽고 후지고 인간으로서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정말 새삼 깨달았더니…… 비참해서…… 죄송해요. 울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정말 죄송해요.”
새로 갈아입은 옷인데 소매가 도로 흠뻑 젖을 정도로 실컷 울었다. 무크로는 연신 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두 손을 가만히 아래로 내리고 대신 제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의 손과 소매도 같이 축축해졌다.
“양껏 울고 나니까 속 좀 풀렸어?”
크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신경 쓸 거 뭐 있어? 너와 나 둘 뿐이야.”
“고마…워요.”
그녀는 자신이 지금 사람인가 물건인가 혼란스러워졌다. 물건이 되기 위해 버렸던 것들이 되돌아오면서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런데 이 순간 이후로 다시 물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만큼 알아서 눈물이 진정되고 얼굴색도 본래대로 돌아갔다. ‘절제’가 특화된 듯이 잘 훈련된 이성이 그녀의 전부 같았다.
“아까 MM한테도 화가 나고 나한테도 화가 났지?”
“네? 아, 이미 잊었어요. 됐어요, 그 일은.”
무크로는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크롬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유연하게 훑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칼이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그 어떤 옷감보다 부드러웠다.
“아니야. 그런 일은 두 번 있어선 안 돼.”
―잠깐의 침묵.
친절한 신사와 같은 거짓 미소가 그의 얼굴에 한가득 퍼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로쿠도 무크로가 그곳에 있었다.
“너는 내 것이야.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나만의 물건이야. 그러니까 널 ‘물건’이라 부르고 ‘물건취급’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다른 녀석들이 널 물건 취급하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앞으로 더 철저하게 완벽하게 나만의 것으로 박아둬야겠어.”
무크로는 양팔로 크롬의 허리를 감싸 안고 제 쪽으로 꽉 끌어당겼다. 크롬은 본의 아니게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항상 이렇게 안기면서 지금은 속으로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사람이 따뜻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버렸다.
―이 따뜻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물건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자신은 그를 죽이기 위해 그와 같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포기할 수 없으면서 포기하고 싶었다.
―계속 물건으로서 거의 옆에 있어야 하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크롬이 이토록 고민하고 있다는 걸 무크로는 알고 있을까? 그녀의 허리를 구속하던 그의 손과 팔은 그녀의 등을 천천히 더듬으며 가끔씩 그녀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꽉 끌어안았다. 서로의 몸이 아주 조금 아주 잠깐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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