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무크롬/히바크롬]L'indaco -은화 다섯 닢

★은하수★ 2011. 8. 10. 17:32

 

<공지>
1. 무크롬처럼 보이는 히바크롬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L'indaco 란 이탈리아 어로 '남색(감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제목에선 표기하지 않아서 여기서 미리 말씀 드리겠는데, 17금으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17금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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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화 다섯 잎

 

고쿠요 단의 단장, 무크로는 크롬이 밀피오레 백작가의 만찬 초대장을 가져오자 안심하고 평소대로 돌아갔다.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가 가져왔으니까 소매치기를 했겠거니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크롬의 정체를 의심하는 것은 MM뿐이었다. 다른 단원들은 크롬이 평소에도 자신들 눈앞에서 귀한 물건을 곧잘 챙겨 가져왔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뭘 가져오더라도 무크로처럼 당연하게 여겼다. 도적단처럼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값나가는 물건을 손에 넣다보니, 자신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재주라서 매번 감탄하고, 몇몇은 그녀를 영웅처럼 생각했다.

[깡! 깡, 깡, 까가강 깡강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MM이 찬 양동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단원 중에는 깨끗하게 무시하는 이도 있고 슬쩍 흘겨보다 마는 이도 있었지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때 무크로는 자신의 방에서 크롬을 데리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밤에 열릴 만찬회에 참석하기 전에 크롬과 함께 욕조 안에 들어갔다. 그는 양팔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오른쪽 어깨에 슬며시 얹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렇게― 그녀는 어린이용 장난감 물오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초대장이 한 장 뿐이라 유감이야.”

무크로는 크롬을 먼저 옷을 입힌 후에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부티 나는 정장을 입었다. 액세서리는 조잡할 것 없이 딱 하나만 했다. 한 때 공작이었을 때 자신의 신분을 표시했던 가독-반지-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초대장을 겉옷 안주머니에 넣었다.

“마부로는 켄을, 집사로는 치구사를 데려갈 거야.”

크롬은 고개를 두 번 까딱였다.

“내가 없어도 MM이랑 싸우지 말고.”

크롬은 고개를 두 번 좌우로 흔들었다.

“이런 이런. 곤란한 아이야.”

무크로는 흥미롭다는 듯이 후후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이어 그녀의 목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켜 묽게 진한 표시를 남겼다. 처음 두세 번은 인상을 찡그리며 괴로워했던 그녀는, 이제 비스크 돌처럼 무표정인 채 떨지도 않았다.

고쿠요 도적단의 능력으로 손에 넣은 마차가 무크로 전용으로 그럴싸하게 탈바꿈했다. 치구사와 켄도 오랜만에 말쑥하게 차려 입고 마차 앞에서 두목을 기다렸다. 집사 역할인 치구사가 정장을 반듯하게 입는 건 당연하다 치더라도, 마부역할인 켄도 깨끗한 평복이 아니라 정장을 입었다. 그들이 고쿠요 단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상, 적어도 하급 귀족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자신들도 놀랄 만큼의 변장이었다.

“다녀오십쇼.”

고쿠요 단 전원이 아지트 입구에서 두목 외 두 명을 배웅했다. 크롬은 나가지 않았다.

“로쿠도 무크로가 없는 고쿠요 단은 허접한 바보무리일뿐이야.”

칼날이 손바닥 길이만한 단도 두 자루와 왼손에 돌돌 말은 3m짜리 와이어. 단도 한 자루는 뒷춤에 감추고, 다른 한 자루는 소매 속에 숨겨 바로 꺼낼 수 있게 준비했다. 물건이면서 인형이면서 애완동물이었던 크롬이 본래의 나기로 돌아갔다. 몇 년 동안 살인을 저지른 칼잡이와 흡사한 날카로운 눈이, 아지트의 어둠 속에서 살기를 최대한 억누르며 번뜩였다.

“아아-. 애인 역할이라도 하면서 따라가고 싶었는데.”

“그런 건 크롬이 해야지.”

“뭐야?”

“그러고 보니 크롬을 아지트에 남겨두고 가셨던데.”

“일일이 들고 다니기 큰 물건이잖아.”

“에? 아직도 물건취급하고 계셨어?”

아지트 로비에 모여 있는 단원 전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낮췄다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크롬이 물건답게 얌전히 방 안에 있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녀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단 것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무크로라면 조금이라도 의심할까?

“오늘 그리고 내일이면 끝나. 잃어버린 내 오른쪽 눈을 위해서, 억울하게 죽은 부모님을 위해서, 은인 히바리 공작을 위해서, 망가진 내 인생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단도를 휘두를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손목을 부드럽게 돌렸다가 단도를 꺼내고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학살에 가까운 대량 살인을 앞두고 평온에 가까운 무표정을 유지했다.

“후-.”

길게 한 번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단원들 앞으로 나섰다. 모두가 의아해하는데, 그녀는 아랑곳없이 불쌍한 아기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MM에게 다가갔다. MM은 예외 없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무크로님의 옷을 정리하기 어려워요.”

느릿느릿 어눌한 말투와 어쩔 줄 몰라 하며 움찔거리는 몸짓이 그녀의 꿍꿍이를 완벽하게 숨겼다.

“그런 것도 혼자 못해? 하긴 물건이니까. ……아니지. 물건 주제에 무크로님의 옷에 손을 대면 안 되지. 내가 정리할 테니까 넌 창고 안에나 들어가.”

MM은 새침하게 크롬을 지나쳤다. 크롬은 평소처럼 주변 눈치를 슬쩍 본 후에 MM을 따라갔다. 부지런히 바짝 따라갔다가 MM이 뒤로 돌아보려는 찰나에 뒤로 두 걸음 물러나 거리를 뒀다. MM은 불쾌하다는 듯이 크롬을 흘겨보고 나서 무크로의 방으로 들어갔다. 크롬은 MM에게 다가갔을 때 몰래 빼낸 MM의 최면피리를 소매 안에 감추고 단도를 꺼냈다. 그리고 자신도 무크로 방에 들어가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MM은 크롬에게서 수상한 기척을 눈치 채지 못하고 크롬이 미리 어질러 놓은 옷가지를 하나씩 정리했다. 옷을 한 벌 한 벌 집어들 때마다 ‘역시 두목’ ‘이 옷은 그 때 옷이잖아’라며 혼자 부끄러운 감탄을 내뱉었다. 자기도취 속에서 방정맞은 호들갑을 수선스레 떨고 있으니 크롬의 살기를 읽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불쌍한 암고양이.”

“뭐라고 했어? ……! 너, 너……!”

크롬은 무크로의 옷을 오른손에 칭칭 감고 있었다. MM은 기겁하며 서둘러 옷을 낚아채 풀었다. 크롬은 MM에게 끌려가는 힘을 이용하여 그 힘에 체중과 균형을 싣고 MM에게 쓰러지듯이 달라붙었다. 옷에 숨겨져 있던 단도가 MM의 명치에 깊숙하게 찔러 들어갔다. MM은 급소를 정확하게 당했기 때문에 억 소리도 못 내고 숨을 헐떡거렸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크롬에게 반격하지 못했다.

“아까 못 들었지? 마지막 가는 길에 저승길 노잣돈 셈치고 한 번 더 말해줄게. 불. 쌍. 한. 암. 고. 양. 이.”

MM의 귀에 입을 바짝 가져가서 낯간지러운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속삭였다. 크롬은 MM의 의식이 반 이상 사그라졌을 때 피가 뿜어져 나오도록 단도를 힘차게 빼내고 MM을 바닥에 쓰러트렸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는 MM을 내려다보다가 소매에서 그녀의 최면피리를 꺼내 단도로 찔렀던 부분에 초를 꽂듯이 정성껏 깊게 쑤셔 박았다. MM은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그대로 목숨이 끊어졌다.

“역겨운 피비린내.”

크롬은 MM이 손에 쥐고 있던 무크로의 옷을 집어 들어 자신의 얼굴과 손에 가늘게 흐르는 피를 닦았다.

“나머지는 필요 없는 잡것들……. 금방 끝날 거예요. 히바리 공작.”

뒤에 감춘 다른 한 자루의 단도를 살며시 움켜잡았다. 혹시나 무크로가 밀피오레 백작가 주최 만찬회에서 몰래 숨어든 히바리 공작을 발견하고 해코지 하지는 않을까 염려됐다. 자신의 뒤를 봐주는 히바리 공작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복수를 달성하는데 제한이 크게 걸릴 것이 분명했다. 자신을 위해서든 히바리 공작을 위해서든, 이유야 어쨌든 고쿠요 단 괴멸을 빨리 끝내고 히바리 공작에게 합류해애겠다고 자신을 재촉했다.

“그러고 보니까 남은 녀석들 중에 한둘은 꽤 성가신 녀석들이지.”

크롬은 단도를 고쳐 잡고 손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마약을 들이마시듯이 피비린내를 폐부 깊숙한 곳까지 길게 들이마셨다. 머리가 아찔해지면서 전신의 근육이 심장과 같이 두근거렸다. 온몸이 더 진한 피 냄새를, 진득한 붉은 액체를 원하는 것 같았다. 살인 기술을 처음 배울 때 알아챘다. 자신은 타고난 살인광이라고. 히바리 공작은 부정했지만 크롬은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살인광 본성이 깨어났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추잡한 본성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데, 자신은 그 중에서 잔인하고도 잔인하며 더 잔인한 본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그것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하여 얼마든지 그 본성에 충실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급소를 찔러 들어갈 때의 감촉.

동맥을 끊었을 때 뿜어져 나오는 피의 촉감.

자신에게 겁먹을 자들의 눈동자.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추잡한 입.

붉은 역겨움 속에서의 광란이 마치 과거의 한 장면처럼 휘리릭 지나갔다. 한껏 본성에 자신을 맡겼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나니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어려운 상대일 거라 예상한 자들마저 난도질 된 몸 조각을 사방에 흩트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지트는 이미 검붉은 피로 질척였다.

크롬은 소매로 얼굴에 튄 피를 닦았다. 하지만 소매가 이미 시뻘겋게 축축해서 잘 닦이지 않았다. 팔꿈치를 높이 들어 팔뚝의 덜 젖은 부분으로 얼굴 전체를 슥슥 문질렀다. 무크로가 멋대로 뿌린 향수의 냄새가 옷에 남아 있어서, 피비린내와 바람직하지 않은 조합으로 섞여 그녀의 후각을 괴롭혔다. 향수 냄새가 더 고약했다.

“옷, 갈아입어야지. 검은 상복으로. 피가 튀어도 보이지 않게 검은 옷을, 내 손에 죽은 그리고 죽을 사람들에게 애도를 보이기 위해 검을 옷을, 히바리 공작에게 예의를 차리기 위해 단정한 옷으로, 나를 해와 달의 그림자 속에 숨기기 위해 그것과 꼭 닮은 옷으로.”

크롬은 피가 흥건한 곳을 발끝으로 사뿐사뿐 춤추듯이 가볍게 뛰었다. 그녀의 발 근처에서는 붉은 물방울이 하나 둘 흩날렸고, 그녀의 눈 근처에서는 투명한 물방울이 방울방울 흩날렸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서 왜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투명한 눈물이 흐르는지, 그녀 본인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옛날에 울지 못했던 것을 시간이 지난 지금 우는 것인가, 지금 다른 사람이 울어야 할 것을 자신이 대신 우는 것인가, 앞으로 울어야 할 것을 지금 미리 우는 것인가. ――심장이 확 조여들면서 욱신거리더니 눈물이 더 굵게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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