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히트맨리본!/리본! 팬소설作

[히바하루]Il violetto -서장

★은하수★ 2011. 10. 3. 21:37

<공지>
1. 히바하루 NL커플링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항상 쓰던 히바하루와는 다르게 이번엔 하루를 주연급으로 만들어 봤습니다.(만들 예정입니다.)
2.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3. 제목의 Il violetto 란 이탈리아 어로 '보라색'을 뜻합니다. 내용이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9
4.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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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violetto

 

~서장

 

때는 전국시대 말기. 서양의 상인이 곧잘 드나들고 민생구제니 천하통일이니 하는 구호를 들고 다이묘(영주) 간에 영역 싸움이 가장 살벌하던 시대였다. 자고 일어나면 다이묘 한둘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겼다. 그 바람에 전국지도가 바뀌지 않는 날이 없었다. 바람에는 언제나 쇠붙이와 피냄새가 섞여 있었다.

넓은 영지를 차지하고 재능이 비상한 등 손꼽히는 거물이 아닌 이상 한 일족이 한 지역에서 다이묘 3대를 이어가기란 어려운 일이거늘, 영토도 작고 척박한 토지뿐인 곳의 토착 귀족은 의외로 몇 대를 이어갔다.

이 중 가장 유명한 토착귀족이 ‘미우라’ 일족으로 그 당주는 ‘다이묘’라 불렸다. 바로 옆에 후지산을 끼고 거대세력 중 하나인 ‘사와다’ 일족이 호시탐탐 노렸으나 5대에 걸치기까지 끄떡없었다. 반대쪽에 붙어 있는 또 다른 소국은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땅 주인이 바뀔 정도로 어수선한데 말이다.

그런데 6대가 통치하면서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가혹한 세금은 약탈․착취라는 단어가 귀엽게 들릴 정도로 살벌하게 징수했고, 조금이라도 다이묘의 비위를 거슬렀다간 중국 하․은․주 시대에서나 썼을 법한 비인간적인 사형을 가지가지 실행했다. 100년 넘는 시간동안 지켜온 민심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무너졌고 자연스럽게 재정난과 군사력 약화, 재해 등 악재가 못물 터지듯 밀려왔다.

용케 2년이 지나고 3년째가 되었다.

“고쿠데라. 난 내가 여자임을 버리고 남자로 살아온 것을 이토록 감사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귀족 남성의 복장을 단정하게 입은 청년이 가볍게 무장한 부하에게 술잔을 건넸다.

말투며 손놀림이 전부 남자의 것이지만 그 아닌 그녀는 미우라 가의 어엿한 공주였다. 하지만 그녀가 7세 생일을 맞기 직전에 병으로 타계한 모친이 외동딸의 목숨을 구하고자 남자로 속여 키웠다. 그녀를 노렸던 자는 바로 그녀의 부친이요, 아직 다이묘가 아닐 때였으나 젊을 때부터 사상과 행동거지가 수상하고 무엇보다 딸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미 먼저 태어난 두 딸을 제 손으로 죽였다.

그녀의 이름은 ‘하루’ 미우라 가의 하루다. 6대가 다이묘에 오른 다음 해 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에 의미를 두어 ‘하루(일본어로 ?봄?에 해당하는 단어)’라고 지었다 한다. 그녀의 모친과 산파가 생각을 같이 하여 ‘이 아이는 사내아이요, 다이묘 되는 자가 아이를 안고 보듬는 것은 유약한 일이다’라는 식으로 6대가 하루에게 손대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성별을 속이고 17세가 되기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하루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수족이 있었으니, 휘하 무사 ‘고쿠데라 하야토’와 시녀장(수석여관) ‘사사가와 쿄코’, ‘쿠로가와 하나’가 그들이었다. 세 명 모두 하루가 세 살 때부터 가까이에서 같이 자란 그녀의 시동들이었다. 나이가 찬만큼 어울리는 지위를 갖고 계속해서 하루의 곁에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문무실력 및 교양을 갈고 닦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우라 가의 차기 당주, 7대 다이묘에게 걸맞지 않으면 퇴출당할 것이요, 그녀를 지킬 수 없음이 자명하지 아니한가.

“고쿠데라, 난 백성을 위해 아바마마의 목을 칠 거야.”

“도련님.”

“사내대장부로 자라서 불의를 보고 의를 행하려 하지 않음은 죄악이야.”

술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결의 때문인가 아니면 달빛을 받아서인가, 두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리고 창가 나무의 그림자 때문에 코 아래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입술을 야무지고 굳게 닫고 있다는 것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도련님. 저의 주군은 당신입니다. 도련님께서 택한 길이라면 마도(魔道)라 할지라도 따를 겁니다.”

고쿠데라는 굳게 쥔 두 주먹을 정좌한 다리 위에 올려 지그시 눌렀다. 흐트러짐 없는 모습에서 그녀를 위해서 언제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 보였다.

“마도……. 보통은 수라의 길이라고 하지 않더냐.”

하루는 가늘게 미소 지었다.

“그래. 끝까지 날 따라라. 나의 자랑스런 친구를 위해 기꺼이 왕도(王道)를 걸을 것이야.”

“황송하옵나이다. 도련님께서 가실 왕도, 이 몸 다 바쳐 따르겠습니다.”

공주의 손이라기엔 흉터나 굳은살이 많고, 무도인의 손이라기엔 가냘픈 흰 손이 술병을 들어 고쿠데라의 앞에 있는 작은 술잔에 술을 채웠다. 고쿠데라는 그 술병을 받아 주군의 술잔도 채웠다.

“술만 드시면 속에 좋지 않습니다.”

쿄코와 하나가 1인용 소반을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앵두즙이 들어가 색이 붉은 양갱과 무를 얇게 썰어 식초에 살짝 절인 냉채, 그리고 쿄코 특제 별미 경단꼬치가 안주였다.

“본채는 어때?”

하루는 부친과 떨어져 지내기 위해 자기 수양을 핑계로 본채로 옮기지 않고 태어난 이후 줄곧 별채에서 살았다. 부친, 6대 다이묘의 얼굴을 보는 건 명절이나 큰 행사 때가 전부였다. 가신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대담(왕실․황실로 치면 매일 하는 조례에 해당하는 정사회의)에는 아직 나갈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심히 도취된 6대가 하루를 아직 걸음마나 겨우 하는 어린애로 취급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하루의 정체나 생각하는 바나 꾸미고 있는 것들 등이 안전하게 지켜졌다.

“본채 시종장(=수석시종)의 말로는, 최근 며칠 술을 멀리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음식만 찾으신다 합니다.”

“다이묘가 된 후로 한 번도 손에 쥔 적 없는 환도를 매일 손질하신다 합니다.”

쿄코와 하나는 본채의 소식을 하나씩 주인에게 보고했다.

하루는 달갑지 않은 안주를 잘근잘근 씹어 술과 함께 속으로 들이켰다. 그리고 두 번째 술로 입가심을 하고, 마무리로는 불편한 속을 쿄코가 만든 안주로 달랬다. 본채 특히 부친 이야기는 그 질이 좋건 나쁘건 들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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