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vorzügliche Gemälde -제 4장

★은하수★ 2011. 10. 3. 21:34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쟈크시즈 브레이크와 샤론 레인즈워스[브레샤론] 커플링입니다.
3. 제목의 das vorzügliche Gemälde는 '다스 포어취글리흐 게맬더'라고 읽습니다. '명서(名書)'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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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샤론이 무서운 표정으로 신문사 지부를 박차고 나와 거리를 맹렬히 질주했다. 실은 너무 겁먹어서, 걱정도 하면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심정에 긴장한 표정이어야겠지만, 그 복잡한 표정을 숨긴다는 것이 그만 지옥의 악귀에 필적하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방금 전 길버트가 ‘브레이크가 가게에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가지고 지부로 돌아왔다. 샤론은 얼굴이 새하얘졌다가 새파래졌다가 안절부절 못하고 허둥댔다. 그리고 한껏 엉망진창인 책상 위를 내버려둔 채 숄더백만 챙겨들고 나왔다. 그녀의 조퇴처리는 마침 자리에 있던 지부장이 직접 체크했다. 부하 직원이 아무리 사소한 일로 본업에서 탈선해도 다 알고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너그러이 넘어갔다. 다른 지부였으면 샤론은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짤렸을 것이다.

길버트가 어느 병원이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런 것쯤은 알기 쉬웠다. 이 일대의 구급대가 제일 먼저 찾아가는 병원이라면,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 그 한 곳밖에 없었다.

“바르마 병원이요.”

미친 듯이 전력으로 달리던 샤론은 마침 눈에 들어온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숨에 목소리를 실어 택시기사의 귀가 멍멍하도록 행선지를 외쳤다. 호흡이 불규칙하고 입술과 혀가 마르면서 목구멍에서 피 맛이 나는 듯 불쾌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지만 쟈크시즈를 걱정하는 두려운 마음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쟈크스…… 쟈크스…….”

택시 안에서 계속 다리를 떨고 손을 주물럭거렸다. 오죽하면 택시기사가 곧 도착하니까 진정하라고 말했을까.

그녀는 그가 쓰러졌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다른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이 오로지 그를 걱정하기만 했다. 길버트가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닐까 의심할 틈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사실이 그녀의 오감과 전 사고를 마비시켰다. 그에게 들이닥친 불운은 그녀에게 재앙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병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간호사에게 쟈크시즈가 있는 곳을 묻고 그가 누워 있는 응급실로 들어가기까지, 쟈크시즈가 자고 있는 얼굴을 보자마자 자신이 여기에 서있기까지 모든 과정을 새하얗게 잊어버렸다. 링거를 맞고 있지만 편하게 자는 얼굴을 보자 안심이 됐다. 연이어 두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결국 힘없이 무너졌다. 근처의 의자를 끌어다 앉을 틈도 없이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다.

“쟈크스…… 쟈크스…….”

전신에서 힘이 빠졌지만 침대 시트 위로 두 팔을 올려 얹고서 링거를 꽂지 않은 그의 오른손을 꼭 잡았다.

―따뜻하다.

샤론은 다시 한 번 안심했다. 이제는 눈물까지 날 것만 같았다.

“쟈크스. 당신이 잘못되면 안 돼요. 날 거둬줄 성인(聖人)은 쟈크시즈 브레이크 한 명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 아직 나 용서 못했어요. 내가 날 용서할 때까지 같이 있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기도하듯이, 쟈크시즈에게 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애처롭게 그를 원하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원한다기보다 필요로 하고 있었다.

신문기자를 하기 전의 샤론 레인즈워스. 그녀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그 때 사건에 휘말렸던 그 지역의 몇몇 사람들과 쟈크시즈 브레이크가 고작이다. 절대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될 비극을 그녀가 일으켰는지 당했는지 어쩌다 얽혔는지, 결론은 그녀가 그 사건으로 자기 자신을 증오하고 환멸하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경멸하고 미워하고― 이 감정들을 끝없이 반복했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무엇인지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건 스스로가 만든 공상의 지옥 속에서 헤매던 샤론을 쟈크시즈가 구제하여 지금까지 같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다 잊은 척, 없었던 일인 척 했다. ―어디까지나 ‘척’이었다.

샤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봉인된 자신을 향한 증오는 쟈크시즈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녀에게서 사라진 순간 급격하게 터져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그녀가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살아갈 것인가 진짜 나락에 떨어질 것인가는 그 때 그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건 최악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쟈크시즈 브레이크라는 존재가 샤론 레인즈워스를 봉인하는 사슬이라는 진실만이 분명할 따름이다.

“브레이크 씨의 보호자 되십니까?”

담당의사가 샤론을 불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스트레스성 불면증이 쓰러진 원인이었다.

“대체 며칠을 못 잔 거예요?”

샤론은 욱신거리는 가슴 대신 그의 손을 꼭 잡고 그가 자는 얼굴을 가만히 지켜봤다. 불면증 때문이라니,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깨울 생각일랑 없었다. 잘 수 있을 때 마음껏 자게 해주고 싶었다.

―세 시간 후

눈을 뜬 쟈크시즈는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소독약 냄새와 왼손을 구속하는 링거. 폭이 좁은 침대와 딱닥한 매트. 주변을 더 둘러볼 것도 없이 병원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샤론?”

링거 없는 오른손은 샤론이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등받침도 없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손을 잡은 채 엎드려 자는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끝없이 사랑스러웠다.

“일어나셨어요? 링거 갈아드리겠습니다.”

“아뇨. 이제 괜찮아요. 그냥 바늘 빼주시겠어요?”

간호사는 쟈크시즈의 상태를 살펴 본 다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응급실이기 때문에 다른 환자를 위해서 자리를 비켜줬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 하는 수 없지.”

쟈크시즈는 자유가 된 왼손으로 샤론의 머리를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샤론. 일어나요.”

나지막한 목소리. 차분하게 깔린 목소리로 사람을 깨울 수 있을까 싶지만 샤론은 ‘쟈크시즈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눈을 살짝 찡그리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두 손은 절대 쟈크시즈의 오른손을 놓지 않았다. 꼬마가 잠투정 하듯 고개를 가로로 두어 번 흔들고 천천히 눈을 떴다.

“잘 잤어요?”

“쟈크스!”

샤론은 대뜸 쟈크시즈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에게 뛰어들었다. 철제 병원침대가 요란하게 삐거덕거렸다.

“미안해요. 그 동안 눈치 못 채서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는 그녀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천천히 그녀의 팔을 풀고 침대 위에서 자기와 마주보도록 옆에 편히 앉혔다. 마주보니 그녀의 얼굴은 눈물이 글썽거리면서 벌써 울기 직전이었다.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닌 것 같은데 반응이 묘하네요.”

“스트레스성 불면증이래요. 나…….”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심각할 수 있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으면서도 사소한 병명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쟈크시즈는 모든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사과의 말을 연발하기 전에 그녀의 양어깨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 제 입으로 그녀의 말문을 막았다.

샤론은 쟈크시즈의 옷자락을 세게 쥐어잡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온 신경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체온이 높은 입술과 혀에 집중됐다.

그녀의 머릿속이 텅 비고 숨이 가파질 즈음에서야 쟈크시즈가 그녀를 놔줬다. 샤론은 병원에서의 기습에 당황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쟈크시즈 쪽으로 쓰러지면서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댔다.

“샤론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당신은 당신 일만 생각해요.”

“하지만 쟈크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요.”

샤론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쟈크시즈가 자신을 한 번 멀리 밀어낸 듯한 기분이었다.

“쟈크스는 항상 내 푸념을 들어주잖아요. 이젠 나도 들을 수 있어요. 마냥 어린애가 아니에요.”

더 깊숙히 그에게 안겼다. 그의 팔은 그녀를 안지 못하고 침대 시트 위로 가지런히 내려놓은 채였다. 자제력을 십분 발휘하여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유지했다.

“정말 괜찮아요, 샤론.”

“괜찮지 않아요.”

샤론의 막무가내 고집이 시작됐다. 항상 그녀의 고집에 져주던 쟈크시즈는 말도 못하게 난감했다.

모든 감정이 터질 정도로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어리광을 부리는 데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깊게 안아주고 싶고 그 보다 더 어루만지고 싶고 그 이상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쟈크시즈는 아찔한 상황에서 양팔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손가락 끝도 대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게 그녀의 고집을 방관했다.

―그녀를 향한 감정 이상의 그녀에게 가진 죄책감

샤론의 고집에 굴복하여 불면증의 원인을 터놓으면 그동안 숨겨두었던 죄책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까 두려웠다. 절대 지켜야했다. 이 죄의식이 그녀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이성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어리광을 방관할지언정 받아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가 스스로 고집을 꺾기를 바라야했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그의 마음을 결국 터트려버렸다.

“쟈크스는 치사해요. 날 아직까지 그 때의 어린애로 보고, 나 혼자만, 나 혼자만 좋아했던 거죠? 지금까지 쟈크스에게 나는 꼬마고, 내게 쟈크스는 짝사랑 상대고. 어엿한 연인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국 헛일이었어요. 역시 의지 안 되는 어린애였어요.”

쟈크시즈는 머릿속과 가슴속이 ‘펑’하고 요란하게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무너져 내리면서 무언가 넘쳐흐르는 듯했다.

지금 이 순간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건 몇 년 동안 다진 ‘인내심’이 무너져 내리고 몇 년 동안 숨겨두었던 그녀를 향한 ‘비뚤어진 미친 애정’이 넘쳐나는 것이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있었으면 평범한 애정이었겠지만, 깊숙한 곳에 오랜 시간 감춰두고 밖으로 절대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웅덩이의 물이 점차 썩어 가듯 애정이 일그러져 버렸다.

그가 지켜오던 ‘평화’가 깨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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