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das vorzügliche Gemälde -제 5장

★은하수★ 2012. 2. 17. 22:52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쟈크시즈 브레이크와 샤론 레인즈워스[브레샤론] 커플링입니다.
3. 제목의 das vorzügliche Gemälde는 '다스 포어취글리흐 게맬더'라고 읽습니다. '명서(名書)'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
 

-제 5장

 

커피점 글뤼크의 주인이자 바리스타, 쟈크시즈 브레이크가 퇴원 후 분위기가 변했다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퍼졌다. 샤론과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녀에게 그의 안부를 물었지만,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언제나와 같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변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채고 뼈마디가 시리도록 느끼는 사람은 샤론이었다. 그의 행동거지나 말투, 표정 모두 이전과 다를 바 없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는 이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물을 수 없었다. 지금의 그가 위험한 인물이라고 직감으로 알고 있어서 평소와 똑같은 행동패턴을 속는 셈 치고 그에게 맞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모든 것은 전과 같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춰 일상생활을 계속해 달라고 그에게서 암묵적으로 강요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샤론은 왠지 모르게 이 고요하면서 소름끼치는 강요를 거스를 수 없었다.

“샤-론. 요새 맘 고생이 심하겠어.”

신문사 지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는 중에 빈센트가 그녀에게만 조용히 말을 걸었다. 다른 동료들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껏 시끄럽게 떠들었기 때문에 그녀와 빈센트의 속삭이는 듯한 대화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이 샤론 레인즈워스가?”

“괜찮은 척 해도 소용없어. 브레이크가 나랑 동류라는 걸 확신하니까. 가짜 인격 깊숙이 숨겨 둔 비뚤어진 본성을 드디어 주체하지 못하고 팡! 안 그래?”

빈센트가 일부러 큰 소리를 냈지만 길버트 말고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길버트도 슬쩍 쳐다볼 뿐 곧 다시 동료들과 어울렸다.

“쟈크시즈랑 널 똑같이 취급하지 마.”

샤론은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겁에 질린 네 눈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입술을 양 옆으로 길게 늘인 간사한 미소가 그녀의 본심을 정확하게 짚었다. 그리고 일순간의 동요까지 눈치 채고는 ‘우후후후’ 하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너…… 됐어. 맞아. 지금은 쟈크시즈가 좀 어려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은 달라.”

샤론은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빈센트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았다.

쟈크시즈를 걱정하고, 쟈크시즈를 두려워하고, 쟈크시즈를 믿고, 쟈크시즈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것들인 뒤섞여 머릿속과 가슴 속이 울고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만 하다.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일이면서, 털어놔도 진지하게 도움을 줄 사람은 주변에 분명히 없다. 자신이 고민할수록 그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달이 나지만, 안달할수록 그가 더 멀어지는 것 같아서, 혼자 있을 때도 그와 같이 있을 때도 매순간 외로움에 몸을 떨뿐이다.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공허함

―멀어져 가는 그를 잡을 수 없다는 상실감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빈센트는 후식용 차 한 잔을 샤론의 앞에 놨다. 그녀는 젓가락을 손에 쥐고 멍- 하니 앉아있었다.

“브레이크가 어떤 사람인지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건 브레이크 한 명이야. 넌 그를 받아들이는 역할이지 파헤치는 역할이 아니야.”

샤론은 자기 생각 속에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빈센트를 빤히 쳐다봤다.

“설마 이제 와서 브레이크와의 연인관계를 끊을 생각은 아니겠지? 이 타이밍에 그런 짓을 했다간 둘 다 재기불능으로 망가질 거야. 한 명만 망가지면 다른 한 명이 노력해서 관계가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두 명 모두 망가지면 그냥 끝이 아니라 나락, 생지옥이야.”

“쓸데없는 걱정이야. 난 쟈크시즈가 괴물이라도 그와 같이 있을 거야.”

샤론은 발끈하며 빈센트를 노려봤다. 더 이상 그녀에게서 동요가 보이지 않았다. 한 순간에 자신을 되찾은 듯했다.

빈센트는 피식 웃더니 자신보다 한참 몸집이 작은 그녀를 진자 어린아이 취급하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를 도발한 보람이 있었다. 그의 눈은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지 깊고 깊게 슬퍼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샤론이 본인 일에 걱정 한가득이라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한 것에 안심했다. ―분명 오즈 베자리우스 사장과 그의 여동생과 관련된 일이리라.

 

빈센트를 통해 마음을 다잡은 샤론은 퇴근길에 당당하게 글뤼크에 들렸다. 쟈크시즈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타공인 제멋대로 아가씨 샤론 레인즈워스로서 당차게 행동했다.

“나왔어―.”

가게가 흔들릴 정도로 요란하게 문을 열고, 손님들이 모두 주목하도록 높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방금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자타공인 제멋대로’라서 손님 중 누구도 샤론의 활기 넘치다 못해 요란한 등장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평범한 일이기 때문에 가볍게 무시하거나 ‘역시 샤론 레인즈워스’라며 웃어넘겼다.

“샤론, 여긴 아직 영업 중이에요.”

언제나처럼 약속된 반응. 하지만 전신에서 스멀스멀 풍겨 나오는 악의.

샤론은 이 부조합에 아직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쟈크시즈가 원하는 대로 깨끗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이미 결심하고 가게에 들어왔으면서 본인 앞에서 다시 머뭇거리는 건 자기밖에 모르는 당찬 샤론이 아니다―이걸 속으로 빠르게 무한히 곱씹었다.

“그래서요? 라즈베리 카푸치노.”

손님처럼 자연스럽게 주문했다.

“또 또 메뉴에 없는 것을.”

“만들 수 있잖아요.”

“어렵진 않지만……. 입에 맞겠어요?”

쟈크시즈는 엷은 미소를 잊지 않았다. 샤론은 이 미소 뒤의 위화감을 무시하기 위해 새침한 표정을 더욱 새침하고 도도하게 끌어올렸다.

“역시 약혼녀는 특별대우군.”

손님 중 한 명이 빈 잔을 스탠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쟈크시즈에게 한 마디 가볍게 던졌다. 쟈크시즈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그 미소로 일관했다. 손님은 무대답보다 그의 알 수 없는 분위기에 멋쩍어했다.

“더그 씨. 당연한 거예요. 더그 씨도 애인이 생기면 분명히 특별대우 할 거라고요.”

샤론은 일부러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의기양양하게 굴었다. 덕분에 손님은 쟈크시즈를 신경 쓰지 않고 털털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남몰래 샤론의 등장을 고마워하고 있었다. 쟈크시즈의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변해버려서, 가게 안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이 불편했다. 그런데 묘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던 가게 안에 샤론이 들어오면서 점점 그들이 알고 있던 ‘안락한 분위기’, 정확하게는 그들에게 익숙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향은 괜찮지만 맛은 보장 못해요.”

“쟈크스가 만들었으니까 분명 맛있어요.”

샤론은 그와 마주볼 수 있게 자리를 잡고서 따뜻한 머그잔을 양손으로 감쌌다. 라즈베리의 달콤한 향과 카푸치노의 고소하면서 달달한 향이 기분 좋게 어우러지며 후각을 자극했다.

손님들이 모두 나간 후 쟈크시즈는, 그녀가 한 잔을 느긋하게 다 비울 때까지 가게 문을 닫기 위한 뒷정리를 천천히 했다.

손님들이 머물렀던 탁자와 의자를 젖은 행주로 한 번, 마른 행주로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닦았다. 그리고 의자를 탁자 아래에 밀어 넣고 가구끼리 간격을 맞췄다. ―이렇게 홀을 정리하는 내내 가느다란 미소를 지었다. 스탠드 테이블에 앉아 홀과 등지고 있는 샤론이 커피에 집중하는 척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녀가 조마조마하게 ‘지금을 견디는’ 모습을 좀 더 즐겼다. 보일 듯 말 듯 아주 조금씩 그녀가 망가지는 과정을 즐기고 싶은 것일지도, 아니, 언젠가 그녀도 망가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샤론은 심장이 계속 두근거리는 것이 신경 쓰였다. 맛있는 커피를 마셔도,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잡고 있어도, 그에게 들키지 않게 크게 심호흡을 해도, 일부러 오늘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도, 천적에게 노려지는 먹잇감처럼 불안하기만 했다. 그와 같이 있는 것이 이토록 가슴 떨리게 긴장되는 일이라는 것을-머리 근육까지 떨리도록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를 만난 이래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조금 안도했다. 그의 진짜 모습을 하나 발견해서 기쁜 마음에 두근거리는 것도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궁금했다.

―진짜 쟈크시즈에게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때까지 알고 지낸 쟈크시즈 브레이크는 샤론 레인즈워스를 ‘사랑하는 작은 연인’이라고 늘 말해왔다. 지금의 쟈크시즈 브레이크에게 있어 샤론 레인즈워스는? 역시나 ‘아끼고 지켜줄’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작은 연인일까, 왠지 걱정이 앞섰다.

인정받고 싶다.

연인이지만 ‘옆에 나란히 서있을’ 연인으로 있고 싶다.

쟈크시즈가 홀 청소를 끝내고 돌아와서 샤론과 마주보며 서있는 중에도, 그녀는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하고 생각했다.

만약 그가 예전에 어두운 과거를 가진 자신-샤론-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그가 더 깊고 추한 과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냥 자상하고 깨끗하다 생각했던 쟈크시즈가 실은 저 밑바닥까지 추락해 본 탁한 인간이 아닐까.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른 채 그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받아들이고 싶었다.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믿고 싶다.

하지만 그를 알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낮에 빈센트가 충고한 것도 있지만, 그녀의 본능이 그를 전부 알면 안 된다는 경고 신호로 전신을 자극했다.

쟈크시즈는 즐거웠다. 자기 생각에 빠진 채 올곧게 눈을 바라보는 그녀가, 그녀 자체가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마냥 즐거웠다.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긴장하고 생각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다가오려는 그녀를, 지금의 그녀를 강하게 원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그녀의 전신은 그만을 인식하고 있는, 꼭 그가 그녀를 독점하는 듯한 이 매력적인 상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듯이 강하고 빠르게 뛰었다.

예전과 같은 자제심을 잃은 쟈크시즈는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은하수★의 망상의 세계

★은하수★의 망상의 세계

★은하수★의 망상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