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쟈크시즈 브레이크와 샤론 레인즈워스[브레샤론] 커플링입니다.
3. 제목의 das vorzügliche Gemälde는 '다스 포어취글리흐 게맬더'라고 읽습니다. '명서(名書)'라는 뜻입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퍼튼이나 ‘백스페이스’를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타 사이트에서 장편 판타지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늦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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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장
두 손바닥에 앙증맞게 잡히는, 차갑지 않을 정도로 미적지근한 온도와 둥그스름하면서 단단한 감촉.
샤론을 향해 뻗은 쟈크시즈의 두 손에는 빈 머그잔이 잡혔다. 쟈크시즈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샤론은 그가 손을 뻗어오자 자연스럽게 빈 컵을 그에게 내밀었다. 쟈크시즈는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그녀가 그의 표정을 알아차리기 전에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기대에 맞게 ‘목적을 알 수 없던 두 손’으로 컵을 잡았다.
“몸을 따뜻하게 했으니까 이제 배를 채워야지요.”
샤론은 뭔가를 가져오라는 듯이 오른손으로 테이블 면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그와 둘만 있는 공간에서 침묵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일까, 대화나 행동에 빈틈을 주지 않았다. 서로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던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요구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게 그지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제멋대로에 일방적으로 이끄는 성격이라지만 그건 처음 한 순간뿐이다. 그녀의 에너지는 그리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평소 이맘때면 그와 함께 조용히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샤론은 쟈크시즈에게 계속 요구했다. 자신도 끊임없이 말하거나 행동을 하지만, 그에게도 멈춰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쟈크시즈의 눈에는 그녀가 어쩔 줄 모르고 안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익명의 작가를 찾아야 한다는 스스로의 사명을 까맣게 잊고 오로지 ‘지금의 쟈크시즈 브레이크’만을 생각하며 고민하고 궁리하는 그녀가, 오로지 그의 전유물인 것처럼 독점욕이 해일처럼 갑작스럽고 격렬하게 밀어닥쳤다.
“샤론,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네?”
그의 자극적인 대사가 너무 뜬금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녀는 참 고전적인 반응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의 고백과 같은 한 마디가 한 번 더 맴돌았다.
[발그레-]
그녀의 두 뺨이 갓 결혼식을 올린 새신부처럼 진분홍색으로 사르륵 물들었다. 호들갑 떨 듯이 몸을 배배 꼬지도 않고, 꼬맹이들 놀림감에 딱 좋게 얼굴 전체가 새빨개지지도 않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 얼굴색으로 대신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난 이미 쟈크시즈 브레이크의 약혼녀잖아요. 당신의 것이라고요.”
샤론은 얼굴이 점점 더 빨개지면서도 쟈크시즈를 똑바로 마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샤론은 내가 찾아냈으니까요. 샤론은 그 날부터 내 것입니다.”
스탠딩 테이블이 그들 사이에 있었지만 장애물 축에도 끼지 못했다.
쟈크시즈는 샤론을 향해 상체를 쭉 내밀며 허리를 조금 숙이더니 오른팔로 그녀의 양 어깨를 둥글게 깊이 감싸 안았다. 그리고 목을 떨궈 내려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지지대 삼아 자신의 이마를 꾹 누르듯이 기댔다.
그가 그녀를 안은 것인지 그가 그녀에게 안긴 것인지― 그가 그녀를 안은 모습에서 그는 그녀에게 안기며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이토록 가깝게 마주 한 것이 얼마만이던가. 샤론은 심장이 주체할 수 없게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머릿속의 모든 생각이 아무런 필요 없는 것처럼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그의 왼손이 지그시 감싸 잡아 주는 순간에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새하얗게 잊어버릴 만큼 마냥 행복했다.
샤론은 두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나…… 며칠 동안 바보였어요.”
쟈크시즈는 고개를 들고 의외라는 표정으로 샤론과 마주봤다. 자신이 손을 떼든 말을 걸든 할 때까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토록 환하면서 평온한 미소를 지을 것이라고도.
“그냥 사랑하면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데, 그냥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왜 이 간단한 걸 모르고 끝없이 바보 같은 고민을 했을까요?”
쟈크시즈가 샤론을 끌어당기기 전에 샤론이 먼저 그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먼저 입술끼리의 민감한 교감을 구할 자신이 없었다. 하고 나서 그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볼이든 이마든 목덜미든, 그의 몸 어딘가를 자신의 입술로 자극하는 것 자체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어버릴 만큼 긴장되는 일이었다. 긴 시간 같이 있었던 것에 비해 스킨십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그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과감하게 나섰다.
쟈크시즈는 그녀의 말과 행동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동시에 가슴 깊이 쌓아뒀던 모든 욕구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지금 느끼는 두근거림만 남겨두고 모조리 멋지게 날아갔다. 그렇다. 고삐가 풀려버린 비뚤어진 감정이 다시 봉인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없어졌다.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다른 욕망이 끼면서 썩어가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맨 처음 그녀를 만나고 그녀에게 처음 애정을 품었을 대의 간지러운 듯한 떨림이 온 신경을 자극했다.
“내가 뭘 하려고 했었죠?”
그녀를 괴롭히면서 독점하려는 일그러진 애욕이 사라지고 나니, 그녀를 독점할 방법만 궁리하던 머릿속도 같이 텅 비면서, 제 두 눈에 쏙 들어오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머뭇거렸다.
―샤론이 아는 쟈크시즈가 돌아왔다.
샤론은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쟈크스가 아니고 내가 이미 뭘 했어요.”
“그렇군요. ……네, 그랬군요.”
쟈크시즈는 뺨에 닿았던 폭신하고 따뜻한 감촉이 기억났다.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를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샤론은 발돋움을 하며 그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그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녀의 체온에 지고 말았다.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감쌌다.
체온을 따라 서로의 애정이 전해졌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그가 그녀에게, 그녀가 그에게.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조금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참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군요. 처음으로 모든 걸 참아봤는데 성격에 안 맞는 짓이란 걸 뼈저리게 알았어요.”
샤론이 무슨 말인가 싶어 팔에서 힘을 뺀 사이에 쟈크시즈가 교묘하게 몸을 움직여 그녀의 목덜미를 고양이처럼 핥았다. 그녀는 허리가 그에게 안겨 있었기 때문에 뒤로 떨어질 수 없었다. 그의 어깨를 밀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두 팔 안, 그의 체온과 숨이 느껴지는 사정거리에 꼼짝없이 잡혀있어야 했다.
“샤론이 먼저 고백했으니까 나도 할게요. 앞으로는 참지 않고 그대로 사랑할게요. 참지 않고 사랑하는 만큼 전부 보여줄게요.”
스탠드 테이블이 사이에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두 사람만의 행복한 공기가 가게 안에 가득했다.
쟈크시즈는 다시 한 번 샤론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 왼팔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등을 위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듯한 요염한 손놀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샤론이 쟈크시즈의 팔뚝을 잡고 뒤로 휙 밀었다. 눈썹과 미간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참았다고요? 방금…… 그동안 참았다고 말했어요?”
“네…… 뭐…… 맞아요.”
“이……………… 바보!”
그녀는 불끈 쥔 주먹을 그의 가슴 한복판을 향해 날렸다.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복서와 맞먹는 스피드였기 때문에 쟈크시즈는 고스란히 맞아야했다. ‘억’ 소리도 안 나왔다. 그는 그녀에게서 두 걸음 떨어져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세상에 그걸 참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짝사랑도 아니고 그냥 연인도 아니고, 명실공히 약혼자인데. 설마 날 향한 마음이 참을 수 있을 정도로 밖에 안 됐던 거예요? 난 매일매일 당신을 생각하고 매일매일 여기에 와서 당신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같이 있고, 매일 빠짐없이 같은 시간을 공유해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못 견디겠는데. 더 응석부리고 싶고 더 가까이 있고 싶은데. 쟈크시즈는 이걸 다 참을 수 있었어요? 누군 실컷 고민하다가 폭발했다가 우습지도 않은 원맨쇼를 하는 동안, 누구는 조용히 다 참았던 거예요? 역시 나 혼자 일방적으로…….”
“못 참겠으니까!”
쟈크시즈는 통증이 채 가라앉기 전에 서둘러 일어서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참느라 괴로웠으니까 이젠 안 참겠다는 말이에요. 내가 너무 나서면 샤론에게 상처를 줄까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참았어요. 그런데 보니까 참을수록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이제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거예요.”
그는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제 손으로 닦아줬다. 눈물이 따뜻한 만큼 가슴이 욱신거렸다.
쟈크시즈는 두 눈을 꽉 감고 생각했다. 입술도 굳게 다물었다. 그녀에게 또 한 가지를 더 고백할 것인가 말 것인가 뇌세포를 최대한 빨리 자극해서 결정을 내렸다.
“샤론, 나는 너무 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당신이 모르게 조용히 다른 곳에 덜은 적이 있어요. 나는…….”
~인어공주는 첫눈에 반한 왕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대가로 두 다리를 얻었다. 지상에서 걷고 춤을 추며 왕자의 곁에 있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하여 왕자에게 동정심을 사고, 일가친척 아무도 없는 천애고아라는 것을 이용하여 더 깊은 연민을 구했다. 단순히 ‘왕자가 거둔 아가씨’였던 인어공주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십분 발휘하여 왕자의 눈이 자신만을 향하도록 매순간 노력했다. 그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언제나 긴장했고 항상 자신을 가꾸고 교양을 쌓아야 했다. 그에게 받는 것이 사랑이 아닌 단순한 동정심, 그것만이라고 해도 그의 시야에 자신이 들어가고 그의 마음 한 곳을 자신으로 채울 수 있다면 충분했다. 그래서 그에게서 자신을 밀어낸 타국 공주를 용서할 수 없었다. 조그만 동정심마저 뺏어버린 그 여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증오가 커질수록 인어공주는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왕자까지 미워하게 됐다. 자신을 잠시만이라도 돌아봐 주지 않는, 그 여자보다 먼저 마음을 내준 자신을 방치한 그를, 사랑하는 만큼 증오했다.
~‘익스 폰 츠바이’의 ‘거짓된 동화 속의 연인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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